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40)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40화(140/392)
< 삼촌과 외조카 (2) >
“안녕하세요. 이 왕자비님.”
영국에 도착한 지 열흘째.
현재 에델은 내색하고 있지 않았지만, 굉장히 우울했다.
런던의 메케하고 기분 나쁜 공기 때문이기도 했고.
동시에 영국의 우중충한 날씨가 그녀의 기분을 착- 하고 가라앉게 유도해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바로 런던의 극성맞은 사교계였다.
“어머. 반가워요. 우리 구면이죠?”
“예. 지난주 연회에서 짧게 인사드렸었죠. 혹시 제 이름 기억하시나요?”
“그럼요. 록하트 양이시잖아요.”
순방 일정에서 연회는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중요 코스다.
에델은 왕자비로서 영국 왕실이 주최하는 환영 연회에 참석해야만 했다.
“이 왕자비님. 이쪽은 메러디 후작 부인이시랍니다. 유서 깊은 메러디 가문의 안주인 되시는 분이세요.”
눈매가 사납게 생긴 록하트가 옆에 있는 늙은 여성을 에델에게 소개했다.
영국은 네덜란드와 다르게 지인이 소개하기 전까지 말을 걸지 않는 풍습이 있다.
에델은 록하트의 배려에 고마워하며 후작 부인에게 인사를 했다.
“메러디 후작 부인. 반가워요.”
“이 왕자비님. 영국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해요.”
록하트만큼이나 한 성깔 할 것 같았던 메러디 후작 부인.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에델에게로 조금 다가가며 입을 뗐다.
“아, 이 왕자비님.”
“말씀하세요. 후작 부인.”
“초면에 살짝 무례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바로잡을 것이 있어요.”
에델은 살짝 불안감을 느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말씀하세요.”
“여기 제 옆에 있는 아리따운 여성을 부르실 때 말이에요.”
“예.”
“록하트 양이라고 칭하시면 안 돼요. 록하트 양은 일반 평민이 아닌 록하트 공작의 첫째 딸이랍니다. 그러니 [레이디] 록하트라고 불러 주셔야죠.”
뭔 놈의 작위가 이리도 많은지.
에델은 이것을 전부 다 외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델도 사람이다.
가끔 실수하기 마련인데, 후작 부인이 이를 지적하니 에델은 살짝 자신감이 위축되었다.
“아······ 제가 크나큰 실수를 범했네요. 죄송해요.”
“아니에요. 이 왕자비님. 다음번에 그러지 않으면 됐죠. 안 그래요? 레이디 록하트.”
여기까지는 좋았다.
에델은 분명 실수를 한번 범했고.
후작 부인이 이를 지적해 줘서,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속으로 다짐한 상황이니까.
하지만 그다음에 이어진 대화가 문제였다.
“[평민] 출신이니 이런 예법에 익숙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요. 뭐, 이런 일은 저도 가끔 경험해 봐서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
“호호. 메러디 후작 부인도 참. 그냥 좀 넘어가시지.”
록하트는 사람 착한 척 거짓 웃음을 있는 대로 지으며, 뼈가 있는 날카로운 말을 슬그머니 에델에게 건넸다.
에델의 결혼 전 신분까지 말하며 돌려 까기를 시도한 거다.
“아무리 외빈이라도 해도 지적할 건 지적해야지요.”
메러디 후작 부인도 좋게 좋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에델을 낮게 보는 표정을 지으며 살짝 도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에델은 기가 빨렸다.
한편으로는 화도 났고.
‘참자, 참아.’
여기서 버럭 화를 낼 수도 있지만, 그녀는 초대받은 손님이다.
연회에서 버럭 화를 내게 된다면 그녀의 남편인 이강에게 해가 될 수도 있기에, 그녀는 한번 참기로 했다.
“어머, 이 반지 뭐예요?”
“핑크 다이아로 된 반지네요? 와, 반지가 정말 이뻐 보여요.”
“역시 록펠러 집안답네요.”
“그러게요. 소문대로 엄청나게 부자인가 봐요. 이리 아름다운 반지도 가지고 계시고.”
분명 방금 내뱉은 말은 칭찬 같은데.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다.
아까의 대화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로 에델 주변에 있는 영국 귀부인들이 그녀를 은연중에 계속 에델을 내려 까고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에델은 새삼 네덜란드에서 자신이 얼마나 대우받았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아, 헤이그로 돌아가고 싶다.’
이강은 네덜란드 왕실과 인연이 꽤 있었다.
부군이었던 헨드릭이 꽤 절친이고.
최고 통수권자인 빌헬미나 여왕과도 시간이 지나며 사이가 좋아지지 않았던가?
‘여왕님이 많이 배려해 줬구나.’
헨드릭과 관계가 개선된 후, 빌헬미나는 알게 모르게 에델을 뒤에서 배려해 줬다.
덕분에 에델은 네덜란드 사교계에서 텃세나 견제를 받지 않는 채,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영국 왕실과 이강은 이번 방문 전까지 접점이 없었고.
더욱이 이강과 인연이 있던 로스차일드 가문 또한 영국 사교계 내에서 그리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으니까.
로스차일드 부인은 품계도 낮고, 건강도 안 좋기에 연회에 계속 불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왕자비님. 영국에서의 남은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글쎄요. 남은 일정은 왕자님과 상의를 좀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어머.”
“무, 무슨 일이죠?”
“아, 죄송해요. 이 왕자비님. 발음이 너무나도 귀엽게 들려서요.”
“······.”
“일정[쉐쥴:영국식 발음]을 일정[스케쥴]로 발음하시다니······ 어린아이가 귀엽게 옹알이하는 것 같아서 너무 귀엽게 들렸어요.”
“어머, 저도 그리 생각했는데.”
“저도요.”
봐라.
지금도 자신의 발음을 비꼬며 조리돌림하고 있지 않은가?
에델은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며 그냥 자리를 박차고 나갈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와, 왕자님?”
그때였다.
에델의 앞에 이강이 나타났다.
“아름다운 숙녀분들께서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는데 이리 끼어들어 죄송하외다. 다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습니까?”
진짜 ‘왕자’의 등장에 여인들이 나불거리던 입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평민 출신 왕자비에게는 은근히 꼽을 줄 수 있어도, 외국에서 온 진짜 왕자에게 그랬다가는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르니까.
“뭐,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맞아요. 왕자님과 이 왕자비님의 첫 만남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그 질문을 막 하려던 참이었답니다.”
에델의 남편인 이강은 영국 귀부인들의 질문에 아주 현명하게 답변했다.
“뭐, 특별한 것이야 있겠소. 록펠러 대표의 집에 업무차 놀러 갔다가 한눈에 반해서 내가 에델에게 청혼을 했다오. 그 외 딱히 특별한 스토리는 없소이다.”
“하, 한눈에 빠지셨다고요?”
이 시대 귀족 집안 여성들은 대부분 자신의 짝을 스스로 정하지 못했다.
보통 아버지들에 의해 혼인 상대가 구해지는데.
그렇기에 지체 높은 왕족과의 연애는 그녀들이 꿈꾸던 ‘지상 최대의 로망’이었다.
웅성웅성.
듣기로 록펠러 가문과 이강은 정략혼을 했다던데.
한눈에 반해 청혼했다니 무슨 말일까?
귀부인들끼리 서로 쑥덕대며 그 진실을 알아내려고 정보를 교환할 때.
이강은 그런 영국의 고위층 여성들을 보며 진실이지만 살짝 가공된 스토리를 언급했다.
“그렇소. 여러 여인과 정략혼 이야기가 오갔지만, 여기 에델과 이야기를 나눈 순간에 모든 것이 백지로 돌아갔지.”
“이 왕자비의 어떤 매력에 반하시게 된 것이에요?”
“보다시피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엄청 좋지.”
이강은 에델을 한껏 띄워줬다.
“외면의 아름다움만 있었으면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르오. 하지만 여기 있는 왕자비는 내면 또한 아름다운 여성이오. 교양도 넘치고, 미술에 대한 조예도 깊고······ 무엇보다 귀엽고 직설적인 말투가 매력이지.”
“말투요?”
여인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에델이 어떻게 말을 해 댔기에 일국의 왕자가 한눈에 반했을까 궁금해했던 거다.
“다들 나만 보면 다들 되지도 않는 영국식 억양으로 말을 걸어오곤 했는데, 여기 있는 에델은 그렇지 않았거든. 그게, 그리 자신감이 넘쳐 보이더라고.”
“······.”
“······.”
에델은 전에 그녀가 제시했던 혼전 계약서 이야기가 나올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이야기가 나왔다.
미국식 억양 때문에 반했다니, 무슨 소리일까?
‘설마······.’
조금 전.
에델의 미국식 발음 때문에 한참 조리돌림이 행해지고 있지 않았던가?
이강이 이를 들은 듯했다.
그래서 방금 대화부터는 영국식 영어가 아닌 에델처럼 미국식 영어를 구사한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나는 영국식 억양을 그리 좋아하지 않소. 남자들이 영국식 억양을 쓰면 그리 멋지게 보이는데······ 여자들이 포쉬(Posh) 억양을 쓰면 좀 별로거든. 알잖소. 영국식 억양이 좀 세지 않소?”
에델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강이 영국식 억양이 별로라고 대놓고 말하며 앞에 있는 에델을 재차 띄워 줬기 때문이다.
“그, 그런가요?”
“이상하게 나는 그리 들리더라고.”
텃세를 부리던 일부 귀부인들의 얼굴이 뻘게졌다.
옆에서 조용히 이를 지켜보던 여인들은 그런 후작 부인의 반응이 재미난지 키득키득하며 이강과 에델의 반응을 재미나게 지켜보았다.
“아, 오늘도 내가 준 결혼반지를 끼고 왔구려. 내 에델을 위해 특별히 주얼리 회사까지 차리며 이 반지를 특별 제작하였는데 말이오. 자주 이 반지를 끼고 다니니 참으로 만족스럽구려.”
“어머, 낭만적이다.”
결혼반지의 숨은 제작 비밀까지 알게 되자, 일부 귀부인들은 이강에게 반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일부는 매우 못마땅한지 얼굴을 구기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복중에 아이 때문에······ 연회에 오래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구려.”
이강이 손을 내밀며 에델에게 권했다.
“그럼 이만 숙소로 돌아가지.”
그러자 에델은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질구질한 이 연회장에 일 초라도 더 있고 싶지 않아서였다.
* * *
영국에서의 일정은 지난 네덜란드 순방보다 절반이나 그 기간이 짧았다.
에델이 영국에서 출산 준비를 하기에, 다시금 브리튼 섬에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약 2주 만에.
나는 슬슬 영국을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콘월에 있는 별채에는 누가 가는가?”
“제가 왕비 마마의 사람들과 함께 내일 별채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러 갈 것입니다.”
“에델이 한동안 지낼 곳이네. 그러니 각별하게 신경 써 주게나.”
“예.”
출산 전후 몇 달을.
길면 일 년 이상 머무를지도 모르는 집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취향에 맞게, 더불어 아기의 건강에도 안전하게 개조해야 한다.
“장모님과 처형(에델의 언니) 또한 이곳으로 와 달라고 서신을 보내게. 떠나기 전에도 한 번 부탁했으니 에델의 산후조리에 도움을 줄 것일세.”
“예, 전하.”
나는 최현우에게 몇 번의 다짐을 받은 후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독일로 가기 전에, 한 가지를 더 끝내 놓고 떠나기 위해서다.
“최근 런던에서 행해진 선박 박람회에서 우리 회사 엔진이 많이 주목받지 않았던가?”
“예. 그렇지요.”
“관심으로만 끝나지 말고, 실제 계약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네.”
환호만 받아 봤자 뭐하나.
돈을 벌어야지.
“아, 맞다! 다른 후발주자가 이번에 우리가 신청한 특허를 침해하는지 주의 깊게 살피게. 눈독을 잔뜩 들이고 있으니 분명 도둑질하는 이들이 생겨날 수도 있으니까.”
“예.”
디젤은 참으로 착한 인물이다.
기술 발전을 위해 자신이 개발했던 디젤 엔진 기술을 특허로 묶지 않고 만인들에게 공개하는 길을 선택했으니까.
‘선의를 베푼 남자지. 통이 제법 커.’
이렇게 디젤처럼 착한 이들이 다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천성이 사악한 이도 더러 존재했다.
미국에 사는 에디슨만 해도 그래.
‘선의를 악의로 맞받아쳤지.’
디젤은 한동안 역으로 특허 소송을 당하며, 고달픈 하루를 이어 나가야 했다.
그런 고난의 시간이 그의 사상을 바꿔 놨던 것일까?
나와 함께한 이후 발명한 디젤은 자신이 발명한 기술들을 죄다 특허로 출원하며, 그의 기술을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역시도 그런 디젤의 피땀 어린 노력을 지켜 내고 싶었기에, 특허 소송 전담 법무팀까지 마련해가며 그를 돕고 있었다.
이를 언급하며 나는 재차 강조했다.
“더불어 시장 선점이 중요하네. 그러기 위해서는 영국 내에 지부를 만들어야 할 것이야. 영업해야 하니까.”
기술이 아무리 좋아 봤자 뭐하나?
영업이 꽝이면 아무도 우리 회사 제품을 사지 않는다.
나는 이를 강조하며 미래를 살짝 예견했다.
“곧,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일세.”
내 옆에서 가만히 이를 듣고 있던 우현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최근에 있었던 사건을 거론했다.
“전에 처칠이라는 상무장관이 이야기했던 그 이야기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세 시간 전 일을 회상하며, 미래에 바뀔 해양 운송 추세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대영제국 해군을 기점으로 모든 해군이 석유로 연료를 바꿀 것일세.”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영국인들은 뭐든 할 것이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는 이를 강조하며 더 먼 미래까지 예측했다.
“그리된다면, 다른 민간 선주들도 하나둘씩 영국 정부를 따라 하겠지.”
“초기 증기선 또한 군함에서부터 시작해 민간으로 퍼졌으니, 전하의 말씀대로 그리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얼마나 이득을 취하냐입니다.”
영국은 모든 자국 위주다.
분명.
자국 회사 위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할 터.
‘조선 산업은 로스차일드가 꽉 잡고 있기에 비집고 들어갈 수 없지만.’
특정 분야에서만큼은 우리 회사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겠다.
예를 들면 디젤을 연료로 쓰는 보일러 같은 경우는 우리 회사 기술이 타사와 비교해 압도적이다.
현존하는 군함의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 측 제품을 써야 할 정도.
나는 뛰어난 기술에 영업력을 더하여 시장 지배권을 더욱 공고히 하려고 했다.
“아, 독일 일정에 처칠 장관도 함께 간다고?”
“예. 비행기 시연 행사에 뒤늦게 참석한다고 합니다.”
열심히 훼방을 놓았지만, 내가 꿈쩍도 안 하니.
우리 회사 제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함께 지켜보겠다는 것이로군.
“뭐, 우리 제품이 쓸 만해 보이면······ 영국 측에서도 우리에게 연락해서 우리 제품의 구매를 타진해 보겠군.”
“아마도 그렇겠지요?”
독일에만 비행기를 팔아먹으라는 법이 있나?
우린 돈만 주면 양쪽 모두에게서 물건을 팔면 될 것이다.
나야.
돈이 두 배로 들어오는 셈이니 환영할 만한 일일 터.
“그럼 슬슬 떠날 준비를 하세나. 이놈의 지긋지긋한 런던을 하루빨리 떠나고 싶군.”
앞뒤가 다른 영국인들은 더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하루빨리.
영국을 떠나 독일과 러시아로 이동하고 싶었기에 나는 빠르게 내 짐을 싸며 런던을 떠날 준비를 했다.
< 삼촌과 외조카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