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4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41화(141/392)
< 삼촌과 외조카 (3) (사진첨부) >
영국에 갈 때 탑승했던 아틀란티스호에 재승선한 후, 나는 다시금 북해를 건너는 중이다.
‘저 멀리, 육지가 보이는군.’
크루즈 선에 입선한 지 만 하루가 지났을 때, 독일 땅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갑판 위에서 그 풍경을 조용히 감상하며 커피를 마셨다.
“이 왕자님.”
나와 에델.
그리고 영국의 상무장관이었던 윈스턴 처칠 외에도 또 다른 인물이 독일행 크루즈선에 동행하고 있었다.
‘딱 맞춰서 왔군.’
로스차일드 남작이 내 움직임을 가까이서 감시하려고, 제 아들인 월터를 내 곁에 붙였다.
이리 대놓고 감시당하는 게, 내겐 더 낫긴 하기에 나는 이를 수락했다.
‘월터와의 동행을 거절했어도, 남작은 어떻게든 내 움직임을 감시하려고 했을 거야.’
로스차일드 가문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미국은 몰라도.
유럽에서는 한 다리 건너면, 남작의 사람이 주변에 한 명 정도는 포진해 있을 정도니까.
그렇기에 나는 로스차일드 남작의 제안을 거부하지 않았다.
안 보이는 감시자보단, 내게 호의적인 월터가 좀 더 나은 선택지 같았기 때문이다.
“이 왕자님!”
나는 뒤늦게 월터가 내게 접근한 것을 눈치챈 척했다.
내 옆에 있는 의자를 빼며 월터에게 권했다.
“아, 월터 자네로구먼. 그래, 이쪽에 앉게나.”
그가 올 것을 대비하여 편지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가 등장하자 나는 슬쩍 테이블 위에 그것을 내려놓았는데.
월터는 슬쩍 곁눈질한 후 내게 이를 언급했다.
“무슨 서신인데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며 내용을 정독하고 계셨습니까?”
“아, 이거?”
로스차일드 남작은 기회만 있다면 내 힘을 빼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의 아들인 월터는 조금 달랐다.
샌프란시스코 피격 사건 때, 죽을 뻔했던 경험을 함께 겪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게 살짝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았다.
월터의 성향을 알아내기 위해, 나는 다시금 그를 시험해 보려고 했다.
“별거 아닐세.”
나는 월터의 호기심을 살짝 자극했다.
역시나.
그는 내 행동에 즉각 반응했다.
계속하여 서신에 눈을 못 떼는 모습을 보였는데.
나는 피식- 속으로 웃으며 슬쩍 발신인의 정체를 그에게 알렸다.
“그 있잖은가? 벨기에 국왕인······.”
“레오폴드 2세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그가 내게 이 편지를 보냈네.”
나는 월터가 레오폴드의 편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끔 활짝 펼쳤다.
그 후, 안에 있는 내용을 요약해 줬다.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구먼.”
“무슨 도움말입니까?”
“뭐겠는가? 투자 조언이지. 영국에 도착했을 때부터 사람을 보내지 않았던가? 포기할 만도 한데 편지까지 보내며 계속해서 사정하고 있다네.”
내 투자 실력이 워낙 좋기도 하지만, 레오폴드 2세는 허스트 때문에 나에게 자꾸 접근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인종차별 문제로 워낙 많이 까이고 있으니까.’
나와 하루빨리 친해진 후 나를 통해 허스트에게 압박을 넣어 자신의 안 좋은 기사를 내리려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월터는 어떤 식으로 반응하려나?’
나는 그에게 살짝 떠보며, 은연중에 그의 의견을 구했다.
월터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혹시, 그 요청······ 수락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나는 잠시 뜸을 들이며 월터의 표정 변화를 세심히 관찰했다.
“삼천만 콩고인의 피 묻은 돈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살짝 꺼려지긴 하네.”
“······.”
“하지만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이를 분명 관리하겠지? 그래서 이를 수락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네.”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뗐다.
“자네라면 어떤 선택을 할 텐가?”
월터는 바로 내게 답했다.
“저라면 단박에 거절할 것입니다.”
“그래?”
“예.”
만약 남작이었다면.
살살 나를 구슬리며, 이 투자 조언 요청을 수락하게끔 유도했을 텐데.
월터는 그의 아버지와는 180도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사실······ 이 제안은 독이 많은 제안이긴 하지.’
레오폴드 2세는 유럽 내에서도 악명이 자자한 군주다.
이런 피 묻은 돈을 냉큼 받았다간 언젠가 역풍이 불 수도 있다.
‘남작은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카드를 제 손에 쥐게 하려고 나를 살살 꾀었을 텐데.’
다행히도 월터는 내게 호감이 있는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지?”
“향후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생각보다 많은 유럽인이 레오폴드 2세에 반감을 품고 있습니다. 자국의 신민들만 해도 자신들의 왕을 부끄러워한답니다.”
나는 월터의 호감을 재차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언 고맙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었네.”
“아닙니다.”
독일에 가게 되면.
또 다른 로스차일드 가문 사람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이를 언급하며 월터의 반응을 떠보았다.
“아, 이번 리&라이트 사의 시연회에······ 자네의 친척뻘 되는 이가 온다던데. 유럽 내에서 제법 유명한 자라던데, 이름이 뭐였더라?”
월터는 살짝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다음 이름을 언급했다.
“알프레드 로스차일드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래그래. 알프레드. 그자였지. 자네의 친척이니 자네가 더 잘 알겠구먼.”
소문에 월터와 알프레드는 묘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던데.
표정만 보아도 대충 둘의 이해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사이가 나쁜 모양이군.’
나는 알프레드와 월터의 관계를 확인하며 세간의 풍문을 거론했다.
“소문에는 자네와 얼굴이 판박이라던데 말이야.”
“겉모습은 비슷할지 몰라도 저와는 성향이 상당히 다릅니다.”
“그래?”
“예. 직접 경험해 보면, 제 말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월터가 기분 나쁜 표정을 드러내며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이에 나는 더는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괜히 이를 자꾸 언급하면 좋았던 월터와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그나저나······ 이 근방에 배들이 꽤 많아졌구먼. 아무래도 운하 때문이겠지?”
월터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의 반응을 보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
“북해와 발트해를 이어주는 운하가 십여 년 전에 완공되었지 않았던가? 함부르크 항에 도착하기 전에 이를 관찰할 수 있다고 알고 있네만. 운하 이름이······ 카이저 빌헬름 운하라고 했던가?”
“왕자님께서는 참으로 박식하십니다. 대다수는 이를 모르는데 말입니다.”
이 운하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월터에게 말해 줬다.
“근래 파나마 운하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나? 그 때문에 세계 각지의 포진해 있는 운하들에 관심이 부쩍 많아졌네.”
“아, 그런 사연이 있으셨겠군요.”
월터는 카이저 빌헬름 운하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를 내게 알려 주다가 이내 흥미로운 가십도 하나 풀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왕자님. 혹시 그 소문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문?”
“근래에 카이저에게 애인이 하나 생겼답니다.”
“애인?”
“예. 청나라 출신 동양인 장사치라던데 말입니다. 남자랍니다.”
음?
뭔가 등골이 오싹해졌다.
왜 하필 동양인 남자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마 나 때문은 아니겠지?’
* * *
독일제국의 제1 항구인 함부르크 항에 도착한 후.
우리 일행은 빌헬름이 손수 전세해 준 황실 전용 열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향했다.
“이 왕자. 어서 오시오.”
빌헬름 2세는 지난 방문 때보다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를 반겼다.
“하하하. 얼굴이 더 밝아졌구려.”
“그리 보입니까?”
“암, 그렇고말고.”
카이저는 비교적 평범하게 나를 반겼지만, 에델은 카이저의 이상한 기행을 알고 있었는지 살짝 경계하는 표정을 지으며 연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빌헬름 2세가 내 옆을 바라보며 에델을 쳐다보았다.
“아, 이쪽이 바로······.”
“제 부인되는 에델 록펠러 리 왕자비입니다.”
“호오. 반갑소이다.”
카이저는 이내 다시금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계속해서 내 손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내 이 왕자 덕분에 요즘 무척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오.”
카이저는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예전부터 경고하지 않았소? 일본 놈들은 위험하다고 말이오.”
카이저는 침까지 튀기며 그의 오랜 망상인 황화론을 다시금 내 앞에서 거론했다.
“무슨 무도한 짓을 벌일지 모른다고 내 누누이 경고했는데 말이오. 그자들이 결국 내 예견대로 행동하더이다.”
카이저는 내 전신을 스캔하며 어디 아픈 곳이 없나 살펴보았다.
“그나저나 다행이구려. 많이 다쳤다 들었는데······ 이리 멀쩡하다니 말이오. 이쁜 손도 그대로고.”
마지막 문장은 가까이 있는 이들만 들을 수 있을 만큼 작았다.
카이저의 혼잣말에 에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 손을 꼭 붙잡았다.
“흠흠.”
카이저가 나를 그의 접견실로 안내한 후, 다음 이야기를 꺼냈다.
“아 요새 흥미로운 정보를 보고받았소이다.”
“무슨 소식 말입니까?”
“티후아나에 파견된 우리 군관들이 보고하길, 대한제국의 민병대 수준이 날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 하던데 말이오.”
아······.
그가 우리 의병에 많은 도움을 주긴 했지.
그걸 칭찬해야 할 순간이 왔구나.
“이게 다 카이저께서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독일제국의 훌륭한 교리 전수 때문에 지금 남만주 지역에서 제법 비등하게 일본군과 교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빌헬름 2세가 어깨를 으쓱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많이 도움이 되었나 보오.”
“예, 그렇습니다.”
카이저는 손가락을 튕기며 이어지는 다음 주제를 꺼냈다.
“최근에 이 왕자가 경기관총 개발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이 있던데 말이오. 사실이오?”
“예. 사실입니다.”
“경기관총보다는 중기관총이 더 낫지 않소? 화력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을 텐데······.”
빌헬름의 의문에 내가 경기관총의 장점을 언급했다.
“모든 것은 일장일단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일선 장교들에게서 중기관총의 불편한 점을 자주 보고받았기에, 개량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불편한 점?”
“예. 수비 시에는 중기관총이 탁월한 성능을 보이지만, 공격 시에는 너무 무거워 이를 들고 이동하기가 어려우니까요. 특히나 교통 환경이 빈약한 지형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
“화력도 중요하지만 기동성 또한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신무기를 개발 중입니다. 한 명의 보병이 하나의 경기관총을 들고 다닐 수 있게끔 말이죠.”
“때론 화력보다 기동성이 중요할 때도 있다······.”
카이저가 내 마지막 말에 느낀 바가 있는지 혼잣말을 반복했다.
“카이저께서도 경기관총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뭐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마우어 사의 대표가 계속 나를 귀찮게 만들어서······.”
마우어 사는 독일에서 알아주는 방산업체다.
그런 대표가 경기관총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공동 개발이나 특허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 되겠다.
한마디로 돈 냄새가 난다는 뜻.
“혹시 시간이 좀 있소이까?”
“예. 시연 당일만 아니면 언제든 좋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한번 자리를 마련하겠소이다.”
“알겠습니다.”
나는 이를 놓치지 않고 승낙했다.
“아, 혹시 말입니다. 만철 노선 병행 부설 사업에도 관심이 있으십니까?”
“오! 그 사업권, 이 왕자가 가지고 있다 들었는데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혹시 자리가 남아 있소?”
“예. 물론이지요. 없더라도 제가 마련해 보겠습니다.”
만철 지분은 아주 잘게 잘게 쪼개야 한다.
그래야 일본이 남만주를 침공할 때, 이 주식을 소유한 모두가 내 편을 들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투자할 여력이 살짝 부족하오.”
“꼭 현금이 아니어도 됩니다. 주식 교환이라는 아주 좋은 투자 수단이 있지 않습니까?”
“주식 교환이라······.”
카이저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가 소유하고 있는 다른 회사를 언급했다.
“산동 철도공사의 지분과 맞교환하자는 뜻인가?”
“예. 그렇습니다.”
독일은 일찍이 산둥 지방에 진출한 상태다.
그들은 산둥 철도공사를 세우고 칭다오-자오저우 구간에 자오지철도(胶济铁路)를 건설했다.
“달걀은 나눠 담으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투자처를 다양하게 늘리는 것 또한 하나의 투자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다음 목표는 분명 산둥반도일 테다.
나는 다시금 그들보다 앞서나가 이를 확보할 생각이다.
일본이 산둥반도를 먹어도 최대한 이익이 나지 않게 선제 조처를 하려는 것이다.
“경영권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주식 일부를 매각해 보시지요. 저 또한 그리 운영하고 있답니다.”
카이저는 숙고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 제안에 답했다.
“내 생각해 보겠소이다.”
그는 떠나려는 나를 붙잡으며 당부했다.
“아, 그리고. 시연회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소?”
“사흘 뒤에 슈체친에서 행해질 예정입니다.”
“내 군부 인사들을 설득하느라 꽤 고생했소이다. 이번 시연회는 아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할 것이외다.”
독일 군부 말고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러시아까지.
많은 이들이 이 행사에 참여한다.
보는 눈이 여럿인데 내가 이를 허투루 준비했겠는가?
“물론이지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 삼촌과 외조카 (3) (사진첨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