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42)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42화(142/392)
< 어머, 이건 사야 해 (1) >
“휴- 이거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엉망이로구먼.”
샌프란시스코 피습사건으로부터 딱 일 년이 지났다.
온건파의 수장인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서 강경파 군부 손에 살해당한 지도 근 반년.
그동안 일본에는 많은 변화의 바람이 일어났다
가쓰라 다로의 전격 사퇴 속에 온건파의 수장이자 전임 총리였던 사이온지가 다시금 내각총리대신 자리를 꿰찬 거다.
관동군 장교가 총리를 네 번이나 한 이토를 암살했기에, 한동안 군부는 여론을 살피며 사이온지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이 적기를 놓치지 않고, 사이온지는 군축 정책을 빠르게 시행했다.
하지만.
그리 세출을 많이 줄였는데도 아직도 적자다.
“나 참. 답이 없구먼.”
사이온지는 총리 자리에 오른 후, 하루도 미소 지을 수 없었다.
왜냐고?
그야 일본 재정이 아주 개판이었기 때문이다.
“각하.”
“오. 하라 내무대신.”
그나마 웃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후계자인 하라 다카시 내무내신을 접견할 때다.
이토 히로부미의 사후.
온건파의 새로운 수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하라 다카시를 보며 사이온지는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이토가 죽었을 때만 해도 세상이 다 무너진 듯, 앞날이 캄캄했는데.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이리 자신의 후계자가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으니 기쁜 거다.
“이쪽에 앉게.”
사이온지의 권유에 따라 하라 다카시 내무대신이 소파에 편히 앉았다.
“그래. 내게 급히 보고할 것이 있다던데, 무엇인가?”
간단히 배를 채울 다도가 사이온지의 집무실 탁자에 놓인 가운데.
하라 다카시가 들고 온 서류 가방에서 문서 뭉치를 하나 꺼냈다.
“이게 뭔가?”
“조선 통감부에서 올린 내년도 예산안입니다.”
“흠.”
하라 다카시의 손에 들려 있는 문서를 건네받은 사이온지가 미간을 잔뜩 찡그려댔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이거, 제대로 계산한 것이 맞나?”
“예. 네 번째 장 윗단부터 시작되는 문단을 한번 봐 주십시오.”
하라 내무대신이 들고 온 서류에서 중요한 부분을 짚어 댔다.
사이온지는 하라의 권유에 따라 네 번째 장을 편 후, 그 내용을 상세히 읽기 시작했다.
“한양에서 함흥까지 이어지는 동북선 부설 공사를 조선 통감부가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예. 아시다시피 조선에 주둔 중인 우리 일본군은 지난 2년의 긴 세월 끝에 삼남 지방에서 조선의 의병들을 완전히 소탕하는 성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함경도 지방에서만큼은 아직도 고전하고 있습니다.”
“······.”
“거세지는 적들의 게릴라 공격으로 아군의 보급이 위태롭다고 합니다. 이를 타결하고자, 소네 통감은 동북선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본국은 이리도 열심히 세출을 줄이고 있는데, 조선 통감이라는 작자는 정반대의 행동을 해 댄다.
사이온지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 댔다.
“이해는 간다만, 시기가 적절치 않군.”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하는데.
소네, 이 자식은 오히려 지원 예산을 증액해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기껏해야 쌀이나 본국으로 송환하는 주제에.
바라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하! 깨진 독에 물을 무한히도 퍼붓는 느낌일세.”
“예. 저 또한 그리 생각합니다. 조선은 정말이지 돈 먹는 귀신 같습니다.”
“내 말이.”
사이온지는 한탄을 늘어놓으며 자신의 집무실 중앙에 걸려 있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런데도 강경파들은 그저 앵무새처럼 조선 병합만을 외치고 있지. 머저리 같은 놈들.”
보호국화와 병합 정책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병합은 말 그대로 하나가 되는 것이기에, 적어도 표면상으로 본토 신민들과 같은 대우를 해 줘야 한다.
인프라도.
교육도.
보건 사업도 그렇고.
초기 투자 비용이 엄청나다는 말.
물론 강경파는 거센 수탈을 통해 투자금보다도 더 많은 돈을 뽑아낼 수 있다 강조하고 있지만.
적어도 사이온지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더하여 병합하더라도.
재정 상황이 좀 나아진 다음에나 이를 시행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소네 아라스케는 아직도 통감직에서 사퇴를 안 하고 버티는 중인가?”
“예.”
“정말이지 쇠심줄보다도 더 끈질긴 자로군.”
이토에 이어 제2대 조선 통감이 된 소네 아라스케는 가쓰라의 사람이었다.
강경파 계파 중 한 사람으로 당연하게도 조선을 병합하고자 했다.
사이온지와는 노선이 완전히 다르다는 소리다.
“소네 통감은 정해진 임기까지 자신의 업을 수행하겠다고 재차 밝혔습니다.”
“은근슬쩍 압박을 주었는데도 말인가?”
“예.”
신념이 강한 이들은 이래서 제어하기가 어렵다.
소네는 자신의 마지막 업이 조선을 병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사이온지의 퇴진 압박에도 꿋꿋이 물러나지 않고 있다.
사이온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캐비닛에 있는 한 자료를 하라 내무장관에게 건넸다.
“노무라 타게 검사에게 연락을 넣게나. 소네 아라스케 통감의 비리를 전격 수사하라고 전하게.”
“예.”
반대파를 어르고 달래는 시대는 지났다.
말을 안 들으면 찍어 내야 하는 법.
“각하.”
집무실 문이 열리고 사이온지의 비서가 들어왔다.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 다카하시 대장대신(재무대신)이 방금 막 관저에 도착했습니다.”
다카하시 고레키요는 일본 본토에서 몇 안 되는 경제통이다.
일본 은행 부총재를 지내다가 사이온지의 파격적인 인사 행보로 일본의 재무 책임자가 되었는데.
그가 돌아왔다는 말에 사이온지가 벌떡 일어서며 기대감 넘치는 표정으로 다카하시를 집무실로 들였다.
“대장대신! 이쪽으로, 이쪽으로 앉게나.”
다카하시 고레키요는 평생 숫자 공부와 관련된 업무만 해서 그런지 정치 쪽에는 밝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는 어수룩한 표정을 지으며 총리 관저 집무실로 들어왔다.
“차관 만기 연장 협상은 어떻게 되었는가?”
“목표치보다 더 많은 금액을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사이온지의 얼굴이 보름달처럼 환하게 변해 갔다.
“J.P.모건과 이강 그놈 말이야. 둘이 사이가 꽤 좋다고 해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일이 잘 풀리다니 다행이구먼. 혹시, 추가 차관 발행 건은 어찌 되었는가?”
“이 또한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되었습니다.”
사이온지는 다카하시 고레키요의 보고를 받으며 놀란 표정을 지어 댔다.
“모건이 오천만 엔을 추가로 대출해줬다?”
“예. 모건뿐만 아니라 영국의 로스차일드 가문 또한 우리의 국채를 추가로 사들이겠다고 약조했습니다. 남작의 하수인과 미국에서 만나 사인까지 했습니다.”
“그래?”
사이온지는 체결된 계약서를 확인한 후, 재차 다카하시와 시선을 교환했다.
“조건 또한 굉장히 후하구먼. 연 5% 금리라니······.”
“우리 일본의 성장 잠재력을 익히 잘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글쎄.”
정치력이 하나도 없는 다카하시 고레키요.
그가 도움 되는 것은 여기까지다.
사이온지는 하라 내무대신을 보며, 그의 생각은 어떤지 조심스레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건과 로스차일드, 록펠러. 이 세 세력은 근래 자주 모임을 열며 의견을 조율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이강 역시도 이런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던데 말입니다.”
정·재계 인사들에게는 널리 퍼진 소문이었기에 사이온지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하라 내무대신이 그의 의견을 피력했다.
“내부에서 정치 알력 다툼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강이 그동안 너무 성장하긴 했으니까요.”
“나 또한 그러네. 우리를 통해 이강 그놈을 견제하려는 모양이로군.”
“예.”
이용당하기에 기분이 좀 그렇긴 하지만, 사이온지는 자존심을 굽힐 생각이다.
급한 건 그들이니까.
돈맥경화로 유동성 자금이 말라 버린 이 시점에 모건과 로스차일드가 제공한 차관은 정말이지 단비 같은 생명수였다.
“국채 발행을 공개적으로 해 달라고 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달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그렇습니다.”
이강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은가 보다.
뭐 영원한 비밀은 없겠지만, 채권자가 이리 요구하는데 이 부탁을 안 들어줄 이유가 없다.
“아무튼 자네 덕분에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되었네. 이대로 계속 군축을 이어 간다면, 다시금 우리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욱일승천할 수 있을 것일세.”
희망이 보인다.
사이온지는 주먹을 꽉 쥐며 다시금 일본 경제를 일으키려고 했다.
“아, 총리대신 각하. 이강 그놈이 최근에 유럽을 순방하고 있다던데 말입니다.”
“유럽?”
일본 정계에서.
특히나 사이온지와 가쓰라 다로에게 이강은 금기어다.
하지만 다카하시 고레키요는 관료이자 학자 출신으로 정치력이 전혀 없었기에 이를 언급하며 총리의 마음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예. 그 소식을 알고 계십니까?”
“이강 그놈이 미국이 아닌 유럽에 있다고?”
“네덜란드와 영국을 거쳐 현재 독일에 머무르고 있다고 합니다. 듣자 하니 베를린 인근 슈체친 항구에서 비행기 시연 행사를 연다는 소문이 있던데 말입니다.”
“비행기 시연?”
“이강이 민간용 말고 군사용 비행기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를 보기 위해 독일 황제는 물론이고 오스트리아 황태자와 러시아의 미하일 대공 등이 이 행사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일본은 현재 유동성 위기 때문에 살짝 경제가 퇴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강 그놈은 왜 그런지는 몰라도 점점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다.
“끙.”
사이온지의 이상 반응에 하라 내무대신이 위험함을 눈치채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총리대신 각하.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다카하시 고레키요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계속 자리에 앉아 있다.
하라는 그런 다카하시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다카하시 대장대신.”
“예.”
“잠깐 논의할 것이 있소이다. 돌아가는 길에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은데 말입니다.”
“아, 예.”
모두가 떠나고.
사이온지만이 집무실에 남게 되었다.
그는 한참을 조용히 명상하며 이강이 무슨 생각으로 유럽을 순방하고 있는지 계산해 보았다.
* * *
“하필이면 이때, 이런 변고가 발생할 줄이야.”
사흘 전에.
이강의 이름이 언급되어서 기분이 살짝 안 좋아졌는데 말이다.
사이온지를 자극하는 신문 기사 소식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이강이 군수용 비행기를 내놓을 줄이야.”
시연은 아주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행사 이후 이강을 만나겠다고 다들 줄을 설 정도면 말 다 한 셈이니까.
“내가 어떻게 군부 세력들을 찍어 눌렀는데······.”
문제는.
이 소식이 유럽과 미국 내에서만 돌고 끝날 것이 아니라는 거다.
군수용 비행기의 등장은 그간 잠잠하던 일본 군부의 겨울잠을 깨울 것이 분명했다.
“제기랄. 빌어먹을 이강 이놈!”
비행기가 등장했을 때.
일본 군부 세력 역시 이를 어떻게 전장에 활용할까 많이 고민했다.
그동안 이를 도입하지 않았던 것은 크게 쓸모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움직이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강이 이 논리를 깨부쉈으니, 다시금 일본의 군부 세력이 이를 논할 거다.
‘정말이지 도움이 안 된다.’
더 거세게 군축을 시행하며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데.
군수용 비행기라는 신무기 때문에 이 움직임이 막힐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감축된 예산을 원복하고 오히려 더 돈을 달라고 떼를 쓸 수도 있었다.
일 년이 지난 시점.
습격 사건의 여파가 서서히 대중들의 머릿속에 잊히고 있었기에, 정말이지 안 좋은 타이밍이었다.
“총리대신 각하.”
“무슨 일인가?”
“해군성에서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바쁘다고 전하게.”
봐라.
벌써 군부 측이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무슨 용건 때문에 나와 접촉하려고 하는지 자네가 대신 알아보게나.”
“예.”
사이온지는 부들부들 떨며 대책을 세우려고 했다.
그때였다.
“각하! 각하! 우헤하라 유사쿠 육군대신이 방금 총리 관저에 방문했습니다.”
비서가 급히 관저 집무실의 문을 열며, 새 인물의 등장을 알렸다.
“각하께 알현을 청하며 이곳으로 올라오는 중입니다.”
벌써 밖이 시끄럽다.
꼴통인 우헤하라 육군대신이 관저 직원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사이온지의 집무실로 쳐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총리, 간밤에 잠은 좀 잘 주무셨소이까?”
육군 대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사이온지는 인상을 잔뜩 쓰며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약속도 없이 이리 불쑥 찾아오다니······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나 보군.”
“유럽에서 날아온 따끈따끈한 소식, 총리께서도 들으셨으리라 믿습니다.”
“······.”
“이강 이놈이 아주 재미난 물건을 하나 밀고 있는 모양입니다.”
우헤하라 육군대신은 소파에 편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으며 총리에게 통보했다.
“내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그 폭격기라는 비행기 말입니다. 우리 일본도 도입합시다.”
“이강이 그걸 우리에게 팔겠나?”
“하긴, 그렇네요. 뭐 우리 역시 이를 자체적으로 제작하면 해결될 문제이니 이런 사소한 이야기는 넘어가지요.”
군수용 비행기 개발은 누가 하고?
그 돈은 또 누가 대며?
사이온지는 속에서 불이 올라왔지만, 이를 간신히 참으며 경청했다.
저 꼴통인 우헤하라가 자칫 분노하며 사표라도 던지면 자신의 내각이 단번에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 아무튼.”
“······.”
“이 폭격기라는 물건, 우리 육군에 배정해 주십시오. [독점]적으로 말입니다.”
꼴통답게 그는 해군에 비행기를 배정하지 말라는 조언까지 남기며, 사이온지 총리에게 육군 예산을 원복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이온지의 이마에 깊은 주름 하나가 더 생기는 순간이었다.
< 어머, 이건 사야 해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