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44)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44화(144/392)
< 어머, 이건 사야 해 (3) >
협상은 본래 시작부터 끝까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내게 호감을 품은 사람도.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익 앞에서는 180도 얼굴을 바꾸는 모습을 자주 보여 주니까.
이렇게 나와 친했던 상대와 협상하는 것도 어려운데.
하물며.
내게 악의를 품은 이와의 거래는 어떨까?
‘최악이지.’
그 상대가 고집도 세며, 말까지 안 통하는 놈이라면?
더욱이 뒷배경도 좋다면?
엄청나게 골이 아파질 게다.
로비스트 박병준으로 살아갈 때, 나는 이런 답도 없는 상황을 몇 번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데, 그 해결책으로 자국의 통화를 마구 찍어내던 아프리카 독재자가 생각나는군.’
이교도에게 한 줌의 땅도 내어줄 수 없다는 이스라엘 최고 지도자와의 추억도 모락모락 떠오르고.
진짜 이 두 기억은 내게 진짜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었는데 말이다.
“······.”
“······.”
지금 내 앞에 있는 영국산 불도그 역시 역대 최악의 상대 중 하나가 될 것 같았다.
처칠은 내가 머무는 숙소에 방문한 후, 지금까지 말 한마디 하고 있지 않았다.
처음 막 들어왔을 때, 아주 간략하게 인사말을 나눈 것이 전부였다.
“······.”
“······.”
물론 나 또한 이에 대응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전에도 보았듯 기 싸움을 하기 좋아하는 놈이니, 어디까지 그 끝을 보여 주나 관찰할 아주 좋은 기회니까.
“······.”
“······.”
독한 놈.
아주아주 독한 놈.
반 시간 넘게.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아, 진짜 끈질기네.
입속이 바싹바싹 타들어 가는 것 같다.
나는 내 앞에서 차게 식어가는 밀크티를 슬쩍 보며 이내 백기를 들었다.
“처칠 장관.”
지난번 만남 때에는 개인적인 이유로 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처칠은 영국을 대표해서 나를 찾아왔다.
21세기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현재 대영제국은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이며 동시에 세계 제일의 군사 강국이다.
처칠과 기 싸움에서 이겨 먹겠다고 강짜를 부리다가는 자칫 내가 영국 정부에 아주 단단히 찍힐 수도 있기에.
일단 나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시도했다.
“내 부하가 내온 밀크티는 좀 어떤가?”
처칠은 식어 버린 차를 홀짝이더니 이내 맛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안에 내용물, 혹시 인도에서 재배한 것입니까?”
“아닐세. 청나라 남부에서 수확한 최고급 찻잎이네.”
“그렇군요. 역시나······.”
“역시나? 그리 말하는 것을 보니 별로 입맛에 맞지 않은가 보구려.”
“예. 그렇습니다.”
“어째서지?”
“그야, 대영제국산이 아니니까요.”
그렇지.
중상주의가 끝판왕인 이 시점에, 처칠은 상무장관 신분이다.
신토불이를 열심히 강조해야 하는 자리긴 하지.
“이런. 영 연방에 속하는 인도산 찻잎을 미리 준비했어야 했는데······. 내 불찰이로군.”
“아닙니다.”
시작부터 고개 숙이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지만.
상황을 빼기 위해서는 때론 굽힐 줄도 알아야 하기에, 나는 슬쩍 처칠과 시선을 교환하며 사과가 아닌 사과를 했다.
“그나저나······ 이곳에는 무슨 일로 왔는가?”
처칠은 다 안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난날 있었던 일들을 내게 거론했다.
“오스트리아 황태자와 독일제국의 황제가 최근에 왕자님과 대담을 나누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이번에 개발한 비행기 인도 문제를 두고 협상을 하셨겠군요. 이번에 선보인 폭격기 말입니다. 두 나라에 몇 대나 인도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은······ 1차 계약으로 각각 오백여 대씩 판매할 생각이네.”
“천여 대라······.”
처칠이 눈알을 굴리며 인도될 폭격기의 가치를 계산했다.
그러고는 내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그 물량, 전량 우리 영국군에 넘겨주십시오.”
“응? 방금 뭐라고 하였나?”
“아국이 왕자님 회사의 폭격기를 모두 사들이겠습니다. 아, 한 가지 추가되는 조건이 있긴 합니다. 인도될 폭격기는 모두 영국에서 생산되어야 할 것입니다. 네덜란드에 추가로 공장을 지으실 계획이라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저희 제안을 받아들이신다면, 이를 물리셔야 할 것입니다.”
장사꾼은 떡을 팔 생각이 없는데 말이다.
손님이 김칫국부터 들이켜기 시작하니 기가 막힌다.
‘게다가 조건도 구리네.’
헨드릭과 빌헬미나는 법인세 완전 감면과 공장용지 무상 제공까지 약속했는데.
이놈들은 그런 것도 없이 다짜고짜 자국에서 생산해 달라고 한다.
깡패나 할 수 있는 일방적인 통보에 나는 살짝 반항하는 표정을 지으며 탁자를 손으로 쿵- 하고 살짝 쳤다.
“앞선 두 나라와의 선약을 깨란 뜻인가?”
“예.”
“그들과의 신용은? 귀국이 책임질 것인가?”
“상황상 대놓고는 나서지 못하기에, 왕자님께서 좀 분투하셔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아국이 꼭 챙겨 드릴 테니 저의 제안을 수락해 주십시오.”
뭐라는 거야?
나는 단번에 거절 의사를 밝혔다.
“싫네.”
“이 왕자님.”
“말하게.”
“이 왕자님께서는 제가 하는 말이 혹시 제안으로 들리십니까?”
“그럼 협박인가?”
“······.”
하! 여태껏 수많은 자본가를 이리 겁박한 모양이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영국에 실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칠은 이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재차 내게 말을 걸었다.
“겁박이라니요. 아국의 정부는 그저 왕자님께 더 좋은 제안을 건넬 뿐입니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
“우리 대영제국은 독일제국이나 오스트리아 제국보다도 훨씬 더 땅이 크고, 금융시장 또한 더 큽니다. 그깟 독일 왕실의 호의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이지요.”
가만히.
입을 꾹 닫고 경청했다.
처칠은 무슨 말을 하나 듣고자 한 것이다.
“왕자님.”
“말하게.”
“이쯤 되셨으면 더 큰물에서 노셔야지요. 최근 아국에 사업체를 내실 계획이라는 풍문이 런던에 들려오는데 말입니다.”
“······내가 협조를 안 한다면 마치, 우리 기업의 영국 진출을 방해하기라도 할 것 같군.”
“뭐······.”
처칠은 뒷말을 질질 끌며 눈알을 굴려 댔다.
“왕자님의 선택에 따라서 달라지겠지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군요.”
처칠은 허리를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거만한 자세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왕자님.”
“듣고 있네. 처칠 장관.”
“우리 대영제국은 현재 이 왕자님을 최대한 많이 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피습 사건 때 왕자님 편에 서서 상대로 중재한 것도 그렇고······.”
처칠은 기어코 내 역린까지 건드렸다.
“폭주하고 있는 일본을 구슬리며 왕자님의 모국인 대한제국의 병합을 막고 있는 것 또한 우리 대영제국입니다.”
“······.”
“왕자님께선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로 병합되는 최악의 상황을 원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하- 하하하-”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동안 짓다가 처칠을 노려보았다.
“내 약점을 아주 꽉 쥐고 흔드는구먼. 훌륭하네. 처칠 장관.”
“오기 전에 많이 조사하긴 했습니다. 이리 칭찬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하하- 하하하- 처칠 장관. 그대의 말대로 아주 잘 조사했네.”
나는 재차 쓴웃음을 지으며 손깍지를 끼고 몸을 처칠 쪽으로 굽혔다.
“하지만 몇 가지 잘못 알고 있는 점이 있네만. 그 점부터 바로잡고, 그다음 협상을 진행해 보도록 하지.”
나는 손가락을 하나 피며 처칠을 바라보았다.
“장관과 귀국은 몇 가지를 오판하고 있네.”
“무엇입니까?”
“첫째, 나는 그런 얄팍한 협박에 굴하는 인간이 아닐세. 반골 성향이 있어서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바로 나지.”
“······.”
“편안한 내 모국을 내버려 두고 이역만리 떨어진 미국에서 활동하는 것만 봐도 대충 머릿속에 내 성향이 그려질 텐데? 아니 그런가?”
처칠이 반박하기 전에 다음 말을 이어갔다.
“나는 의왕 직위를 포기하고 미국에서 사업가로 살아가고 있다네. 뭐, 내 본국을 예로 들며 겁박하는 것은 좋았네만. 나는 이에 얽매여 있지 않다네.”
“······.”
“생각해 보게. 보호국이나 병합이나 사실 그게 그거네. 어째서 내가 독립을 주야장천 주장하고 있겠는가?”
비행기를 넘긴다고 보호국화를 풀어 줄 것도 아니고.
나는 재빨리 손가락을 하나 더 폈다.
“둘째, 귀국이 일본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말이야. 이는 귀국 정부가 아주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사실이네.”
“예? 어찌······.”
“귀국이 진짜로 일본을 귀국의 손아귀에서 통제하고 있다면, 일 년 전 발생했던 불의의 사고는 터지지 않았겠지. 월터, 그대 역시 이 점만큼은 나와 같은 생각이겠지?”
나는 처칠과 함께 내 숙소에 찾아온 월터를 바라보았다.
그는 영국사람이고 차기 로스차일드 남작 위를 물려받을 후계자이지만.
샌프란시스코 피습 사건 때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인물이었기에, 내 말을 알아들으리라 생각하여 월터와 시선을 교환한 것이었다.
“일본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머리가 좀 크면 언젠가는 등에 칼을 꽂을 놈들인데 말이야. 그런 일본으로 나를 겁박하려고 하다니, 참으로 한심스럽구려.”
처칠의 얼굴이 더욱더 굳어갈 때.
“마지막으로······.”
나는 손가락 하나를 더 피며 하던 말을 이어 갔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이번 신형 폭격기를 파는 것은······ 귀국에 있어서 결코 손해 볼 일은 아닐세.”
내 마지막 말에 처칠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마지막 다시 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이 왕자님.”
“귀국이 손해 볼 일이 아니라고 했네.”
“어째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지요?”
“창이 있으면 방패가 있는 법. 폭격기가 있으면 그걸 잡는 무기 또한 존재하지 않겠나?”
처칠은 나의 주장에, 살짝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끼고 있던 팔짱을 풀었다.
방어적인 자세를 줄곧 유지해 왔는데.
저 고집쟁이 불도그가 드디어 내 말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무언의 제스처 같았다.
“그래서······ 이 왕자께서는 폭격기를 잡을 신무기 또한 발명했다는 것입니까?”
“그럼.”
나는 오른손 검지로 내 머리를 콕콕 찌르며 처칠에게 생각해 보라는 몸짓을 취했다.
이에 가만히 있던 월터가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를 영국에게 팔면, 독일은 그 많은 대금을 허투루 쓰는 꼴이 되겠군요.”
그렇다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이에 처칠이 입을 뗐다.
“장담할 수 있습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금까지 비행기는 기껏해야 정찰용으로나 쓰이던 기물이었네. 이를 개량하여 군사용으로 내놓은 회사가 어디인가? 이를 소유한 이는 또 누구고?”
나는 내 가슴을 통통 쳐 대며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전장의 형세를 바꿀 수도 있는 창을 만들었다는 것은 반대로, 그 창의 약점 또한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소리이네.”
“······.”
“말이 없어졌군. 이제 좀 흥미가 생겼나 보군.”
처칠은 한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내게 물었다.
“그래서 해당 신무기를 우리 영국군에게 파실 것입니까?”
“그럼. 다만.”
“다만?”
“독일 측에서 내게 돈을 더 준다면, 다시금 이를 파훼할 무기 또한 생산해 수출할 것이네.”
한 마디로 양쪽에 서 있으면서 무기를 팔아 대겠다는 거다.
처칠이 벌떡 일어나며 나를 노려보았다.
“이 왕자님.”
“왜 그런가? 처칠 장관.”
흥분한 불도그가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지껄이기 전에, 나는 빠르게 처칠이 아까 했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대가 오늘 이 자리에서 아주 당당하게 밝히시지 않았나? 영국만큼 땅덩어리가 크고 부유한 나라는 없다고.”
“······.”
“본인은 이를 똑똑히 들었네. 그렇기에 이리 제안하는 것이네. 그 많은 돈으로 나를 다시금 매수하라고.”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악덕 암흑상인 같은 표정을 지어 댔다.
“그럼 이를 파훼할 무기를 다시금 만들어 주겠네. 내 장담할 수 있네.”
“······.”
“더불어, 독일이 다시금 나를 매수하지 못하게끔 거금을 내게 베팅한다면······ 영원히 영국의 편에 서겠네.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처칠은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
마치 내가 냄새나고 혐오스러운 쓰레기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이에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진정한 혐성은 내가 아닌 영국놈들이니까.
“그러니 지금이라도 나를 겁박하기보단 매수하는 방법으로 방향을 틀게나. 그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세.”
“하하하. 하하하하.”
이번에는 처칠이 웃는다.
내가 지금 있는 집이 무너질 듯이 처칠은 크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배짱 한번 좋으십니다. 해가 지지 않는 아국을 상대로 이리 허세도 부리실 줄 알고.”
“······.”
“아무튼, 왕자님께서는 아국이 아닌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먼저 신형 폭격기를 인도하시겠다는 것이지요.”
처칠은 마치 최후통첩을 하는 것처럼 눈을 부라리며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긍정했다.
“하지만 좀 전에 제안했듯이 이를 잡을 수 있는 무기를 대영제국 군부에 납품하겠네. 육군도, 해군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그런 방어 무기를.”
처칠은 자신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살짝 묘했다.
“이는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보다시피 저는 일개 상무장관일 뿐입니다.”
“······.”
“총리께 오늘 있었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겠습니다.”
벼랑 끝 협상 전략이 통한 것일까?
아니면, 진짜로 프랑스와 더불어 영국은 이제 내 편이 아니게 되는가?
처칠은 모호한 답을 내게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러시아에 들렀다 영국으로 다시 돌아오신다 들었습니다.”
“그렇지.”
“다시금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지요.”
< 어머, 이건 사야 해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