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45)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45화(145/392)
< 최고이자 최악 (1) >
일본인들은 예로부터 남의 눈치를 엄청나게 봐야만 했다.
무사 중심의 수직적-전체주의적 문화가 그들의 삶 속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서다.
그렇기에 상대방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나 이를 지속해서 살피는 관음 증세가 다들 있었다.
같은 시기.
조선인들 역시 별반 다르지는 않은 경향을 보였지만, 이보다는 덜했다.
물론.
일본 제국의 눈치를 엄청나게 보아야 하는 현 한양 내각의 관료들은 예외였다.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내부대신.”
“일본에서 막 돌아오시는 길입니까?”
“예예. 짐을 풀기도 전에 입궐부터 했습니다.”
내각 총리 이완용.
농상공부대신 송병준.
법부대신 조중응.
학부대신 이재곤.
그리고 방금 도착한 내부대신 임선준까지.
친일 내각 구성원들은 교토나 도쿄에 기거하는 일본 정치인들보다도 일본 본토의 상황을 더 주시했다.
변화가 일어나면 빠르게 대응해야만 했으니까.
권력에 미친 놈들이었기에 가능한 처사였다.
부끄러움을 아는 이들이었다면, 진즉 사표를 던지고 귀향했을 거다.
“일본의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이런 말을 해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내부대신 임선준이 건물 안에 있는 참석자들의 얼굴을 쓱 하고 보더니 피식 웃었다.
“여기 계신 네 분을 믿고, 한마디 하겠소이다. 아사리판입니다. 개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외다.”
“허허.”
“그리도 심각합니까?”
임금이 없는 곳에서는 임금 욕도 한다고.
누구보다 친일 성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다들 일본 정치계 특유의 단명하는 정치 구조를 비판하며 열심히 침을 튀겼다.
“예. 사이온지 총리와 가쓰라 전 총리의 알력 다툼이 생각보다 엄청난 것 같습니다.”
“저런.”
“예상은 했지만 둘 사이 관계가 더 험악한가 봅니다.”
“예. 최근에는 육군대신이 총리 관저로 찾아와 군 예산을 원복하라고 사이온지 총리를 겁박하고 있고, 해군대신 역시 슬그머니 이에 동의하며 가쓰라 전임 총리와 회동을 했다고 합니다.”
친일 내각 일원들은 동시에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을 보였다.
육군은 그렇다고 쳐도.
해군이 사이온지 총리를 들이박다니 말이다.
“해군은 가쓰라 전 총리와 사이가 별로라 하던데 어찌하여.”
“본인도 그리 알고 있습니다만.”
“맞습니다. 전 총리는 육군 쪽에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야마가타 파벌 중에 한 인물이 아닙니까?”
내부대신의 입에서 새로운 정보가 튀어나왔다.
“사이온지 총리의 군축이 생각보다 그 규모가 더 커지지 않았습니까? 이에 육군은 물론이거니와 해군 측에서도 상당히 반발하고 있답니다.”
서로 진심으로 혐오하고 있지만.
공동의 적이 나타나면 가끔은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1930년대 이후에는 이런 모습도 드물어지지만, 아직은 그 정도로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기에.
일본의 육군과 해군은 서로 힘을 합심하여 사이온지의 군축 계획에 토를 달고 있었다.
“의왕 전하의 피습 사건 이후에 일본 육군은 그간 조용히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일본의 내각은 군부의 힘이 많이 작용하는 구조이외다. 유럽 쪽에서 일이 하나 터져서, 이를 핑계 삼아 군부 측 인물들이 들고일어난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 무슨 일이라고 생겼습니까? 전쟁이라도 발발했나 봅니다?”
저 멀리에 있던.
친일 내각도 이리 반응할 정도로, 현재 유럽은 굉장히 긴장이 팽팽한 상황이다.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
신흥 자유주의 공업 강국과 전통 제국주의 중상주의 세력.
그리고 민족 간의 갈등까지.
이 세 박자가 한데 잘 어우러져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것은 여기에 있는 이들도 모두 다 알 정도다.
“그건 아니옵고.”
내부대신 임선준이 일본에서 알아낸 따끈따끈한 정보를 다른 이들에게 알려줬다.
“의왕 전하께서 새로운 신무기 하나를 독일 슈체친에서 선보였다고 합니다.”
“신무기요?”
“예. 본인은 이에 관해 자세히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이것이 일본 군부에 영향을 줬다는 사실입니다.”
이강이 간도와 연해주에 있는 자칭 ‘독립군’들의 큰손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단한 신무기가 이강 소유의 회사에서 개발되었다는 것은.
곧 간도와 연해주에도 이것이 배치될 수 있다는 말이 되었기에, 일본 군부가 발작 버튼이 눌린 것처럼 발광하며 사이온지 총리에게 들이박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일본의 정치인들은 아직도 의왕 전하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주시하나 봅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암요. 누구 때문에 전임 총리가 총리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었습니까?”
“근데 그것은 내려올 만하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였던 것 같은데······.”
“내 생각도 같소이다.”
누구보다 친일에 진심이었지만, 가쓰라 다로의 이강 암살 미수 사건은 그들에게도 있어서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강의 신변을 걱정해서가 아니었다.
이로 인한 후폭풍 때문에 그들의 신변이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아, 의왕 전하의 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말입니다. 내 그대들에게 묻고 싶소이다. 의왕 전하께서는 현재 어디에서 뭘 하고 계신답니까?”
“유럽 각지를 순방하고 계시다가 현재는 독일의 슈체친을 막 떠나 러시아 제국의 수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셨다 합니다.”
친일 내각 구성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그래요? 러시아에서는 또 뭘 하시려고······.”
순수하게 호기심을 보이는 학부대신 이재곤.
“······.”
입을 꾹 다문 내각 총리 이완용.
“정말이지 열의가 넘치시는 분이 아니십니까? 이리 정처 없이 사방팔방 돌아다니시다니요.”
친일엔 진심이지만, 이강에게도 호의를 보이는 법부대신 조중응.
“그리 홀로 분투하신다고 하여도 역사의 큰 흐름은 바꾸지 못할 텐데 말이외다.”
“그렇지요.”
비관론자인 농상공부대신 송병준과 이 반응을 지켜보는 내부대신 임선준까지.
다들 개성 넘치는 반응을 보였다.
“그것보다, 가쓰라 다로가 총리 자리에 오른다면 중단되었던 [그] 일이 다시금 시작되겠군요.”
“그러게요. 한바탕 한양이 또 뒤집히게 생겼소이다.”
친일파 다섯은 한숨을 쉬며 다가올 폭풍을 대비하고자 했다.
이들은 우선.
고종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상황께서는 어찌 지내고 계십니까?”
“뭐 조용히 계시지요. 아시지 않습니까? 신임 통감이 얼마나 무식한 놈인지 말입니다.”
제2대 조선 통감인 소네 아라스케.
그는 이토 히로부미와는 다르게 친한파를 자처하지 않고 오히려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다.
고종이 이강의 위세를 뒤에 업고 다시금 권력을 되찾으려고 시도하자.
그는 고종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며 이를 초장에 찍어 눌렀다.
『상황 폐하, 살려 주십시오.』
『악! 폐하! 폐하!』
고종의 수족들을 고문하고 더하여 단번에 처형해 버리는, 어찌 보면 무례하고 무서운 짓을 초면에 해 버리자.
고종은 다시금 예전처럼 제 방에 콕 칩거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다행인 점은 저번에 새로 들인 특별 상궁이 폐하를 위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심한 고종이 자칫, 목을 매달기라도 하면 큰일이 난다.
하지만 겁쟁이 고종은 새로운 여자 품 안에서 위로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듯했다.
친일 내각은 이를 거론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지만.
동시에 살짝 걱정하기도 했다.
한일 병탄이 진짜로 본궤도에 오른다면, 권력욕의 황제인 고종이 또다시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종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재차 논의하기 시작했다.
* * *
“총리.”
“말씀하시지요. 송 대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송병준은 이완용에게로 다가가며 그의 가는 길을 막았다.
“이번 주에······ 의주에서 일어났던 그 소식을 혹시 들으셨소이까?”
송병준이 불안한 듯 눈알을 팽글팽글 굴리며 쭈뼛쭈뼛한 모습을 보인다.
이에 이완용은 미간을 찌푸리며 사흘 전에 있었던 일을 거론했다.
“반란군들이 한 집안 전체를 풍비박산 내었던, 의주 참변 소식을 언급하시는 것입니까?”
“예. 그렇소이다. 정확히는 반란군이 아니고 의왕 지지자들이지만······.”
이 이야기는 왜 꺼내는 것일까?
이완용은 고개를 갸웃하며 팔짱을 껴 댔다.
이에 송병준이 조심스레 관련 이야기를 풀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피해자였던 박가 놈 말이외다.”
“그 헌병 보조원으로 일했던 자를 말하는 것입니까?”
“예.”
헌병 보조원은 지난날 죽은 이토 히로부미가 만든 제도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굉장히 거창해 보이는 직업 같지만 사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헌병 보조원은 ‘밀정’ 짓을 하는 조무래기였다.
이완용은 송병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죽은 피해자, 혹시 대감의 지인입니까?”
송병준이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지인은 무슨. 내 처가와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일 뿐이외다.”
그게 지인이지.
하지만 이완용은 굳이 이를 바로 잡지는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 뿐이다.
송병준이 무슨 말을 계속하나 지켜보고자 한 것.
“하, 빌어먹을 자식. 밀고하려면 최대한 자신의 정체를 숨겼어야지. 머저리처럼 일을 처리해서 이 사달을 만들다니.”
송병준은 시선을 회피하며 이리저리 눈알을 굴려 댔다.
이완용은 이에 무언가를 눈치챌 수 있었다.
“혹시, 그놈 때문에······ 송 대감댁 처가와 송 대감 가문이 피해를 볼까 걱정됩니까?”
“그, 그렇소이다. 요새 하도 소문이 무성해서.”
이강의 극성지지자들은 한반도 내에서 1할은 족히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있는 시장에서도 친일파를 때려죽여야 한다고 공공연히 언급하는 족속들.
최근에 의주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그들은 밀정을 표적 삼아 하나둘씩 본보기로 암살하고 있었다.
많은 의병을 밀고한 이는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 보복하기도 했다.
“의왕의 수하 중 극단적인 종자가 하나 최근에 등용되었나 봅니다.”
갑오년(1894).
갑오개혁을 통해 연좌제는 폐지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존재했다.
“그자가 이번 사건을 주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본보기를 보여 추가로 생겨나는 변절자들을 막고자 가혹한 보복을 하는 것 같다.
“흐음.”
아무튼, 피습 사건 이후.
그 대응이 강력해진 것은 사실.
더욱이 그 과정이 치밀해져서, 범인을 쉬이 잡을 수도 없었다.
“내 가끔 이 때문에 악몽도 꾸곤 하는데······.”
친일파 관료들은 이를 보며 기겁하고 있었다.
다음 표적은.
자신들이 될 것 같으니까.
그나마 그들은 높은 담벼락 안에서 하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몸보신을 하고 있긴 했지만.
하나둘 죽어 가는 밀정들을 보며 일부 심약한 종자들은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긴. 여기 한양도 그렇고, 북쪽 지방은 더더욱 그렇지만. 의왕의 지지자들이 사방팔방에 가득 있긴 합니다.”
“내 말이요.”
이완용은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내무대신에게 일러 송 대감 댁 호위 인력을 추가로 충원하라 이르겠습니다.”
“가, 감사하외다. 총리.”
목표를 달성했기에, 송병준은 빠르게 제 종놈들을 찾았다.
하루빨리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궐도 그렇고.
탁 트인 거리도 그렇고.
안락한 집보다는 위험한 곳이니까.
“총리께서도 무사히 댁으로 돌아가십시오. 그럼 본인은 이만.”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가는 송병준을 보며 이완용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저리 겁이 많으면서 어찌 나라를 팔아먹을 생각을 하는지, 원.
그는 한참 속으로 송병준에 관한 뒷담을 하다가 이내 새로 뽑은 미국산 자동차로 향했다.
그 역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 * *
“소자, 인사드립니다.”
“그래. 왔느냐?”
송병준과의 대화 때문에 이완용은 기분이 안 좋았다.
이완용만큼이나 영민했던 이항구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걱정했다.
“궐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게냐?”
“안색이 어째, 평소답지 않아서 소자가 주제넘게 아버님의 건강을 걱정해 보았나이다.”
이완용은 자연스레 화를 낸 자신이 부끄러웠다.
화는 아들이 아닌 다른 이에게 냈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 하다가 고민이 생겨서 그렇다.”
한동안 두 부자는 침묵했다.
이완용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이항구를 보며 조언했다.
“너 또한 녹을 먹고 있으니 알 것이다. 일본이 가벼운 고뿔에 걸리면 우리 조선은 사나흘 몸살을 앓아야 한다.”
“그렇지요.”
“아무래도 수일 내 일본의 수뇌부가 다시금 가쓰라 다로로 바뀔 것 같다는구나.”
“또다시 말입니까?”
이항구가 조심스레 미래를 예측했다.
“다만······.”
“다만?”
“전임 총리도 지난 업보가 있기에, 그리 오래 총리 자리를 꿰차지는 못할 것이다.”
이완용은 정확하게 정세를 읽어 내며 아들과 이를 주제로 토론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속전속결로 마무리할 수 있을 거다.”
“총리의 과업 말입니까?”
“그래.”
대한제국과 일본을 하나로 묶는 것.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렇다는 것은, 병합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말이 되겠군요. 어찌하실 것입니까?”
“그야······.”
이완용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킨 후, 하던 말을 이어갔다.
“우리 가문에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해야겠지. 늘 해 왔던 것처럼.”
이완용은 자신의 관자놀이를 톡톡 두들기며 이항구를 바라보았다.
“다만, 걸리는 것이 하나 있다. 이를 결정하기 전에 한 가지를 확인해야 할 것 같구나.”
이완용은 이항구에게 가까이 오라고 명했다.
현재 별채에 아무도 없긴 했지만, 또 누가 들을 수도 있었기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거다.
“진심이십니까?”
“그래.”
이완용은 곧 태울 담배를 찾으며 이항구에게 말했다.
“확인할 것은 확인하고 넘어가야지. 그래야 다음 수를 두고도 후회하지 않을 거다.”
이항구는 동의했다.
그가 보았을 때, 그간 이완용의 결정은 뭐든 다 옳았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래. 아, 마침 통감이 조선인 관료 하나를 구하고 있다고 하던데 말이다. 이를 이용하면 되겠구나.”
이토 통감의 암살사건 이후, 지지부진한 제2차 러일 협상.
이 때문에 일본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더욱이 연해주 내 조선인 인구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
이를 견제할 문구도 이번에 함께 넣을 생각인데.
이완용은 이를 핑계 삼아 이항구를 러시아에 보내려고 했다.
“네가 수고를 좀 해야 할 것이다. 내 너를 적극적으로 추천할 테니, 몸 성히 잘 다녀오너라.”
< 최고이자 최악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