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46)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46화(146/392)
< 최고이자 최악 (2) >
교통과 통신이 현대보다 많이 발달하지 않은 20세기 초.
다른 이들보다 한발 앞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은 투자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로스차일드도 남들보다 앞서 영국의 승전 소식을 전해 들어서 거액의 이익을 손에 움켜쥐지 않았던가?’
현재 나는 익문사를 통해 주요국의 최신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대한제국 본토도 그렇고.
내가 현재 뿌리를 내린 미국도 그렇고.
이미 구축한 익문사 점조직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시각각 데이터를 모으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인들의 주요 활동지인 중국과 일본 등지에도 조직원들을 파견해 조금씩 그 세력을 확대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익문사의 조직력이 약했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중요도가 살짝 떨어져서다.
예산과 사람은 한정되어 있기에, 진출이 살짝 늦어진 상황.
나는 최근 영국이나 독일의 정보 수집 근황을 보고 받으며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시작해 나가는 단계라지? 얼른 확장해야 할 텐데······.’
하지만 유럽에서 딱 한 나라.
러시아만큼은 예외였다.
“전하.”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촘촘한 익문사 네트워크를 자랑했는데.
이 모든 것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인물 덕분이었다.
“어서 오게, 주러시아 공사.”
이범진은 근 5년간 주러시아 공사 임무를 수행하던 외교관이다.
을사늑약 이후, 외교권을 박탈당한 뒤에도 귀국하지 않고 계속 러시아에 머무르고 있는 인물.
익문사의 주요 고위 요원 중 한 명으로 유럽 일대 조직망을 정비하고 지원해 주는 아주 중요한 소임을 수행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인사부터 받으시옵소서.”
이범진은 오랜 기간 타향 생활을 해 왔다.
한인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그 때문일까?
내 얼굴을 보자마자 너무나도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십여 년 전 이곳에 특파 대사로 오셨을 때, 그때를 기억하십니까?”
“그럼.”
이범진이 십여 년 전 추억을 언급했다.
빙의 전, 이강의 기억이다.
조각조각 나 있긴 했지만, 일부 기억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기에.
나는 이를 회상하며 이범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때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차르를 만나지도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지.”
“씁쓸했던 전하의 뒷모습이 아직도 꿈속에 가끔 나오시는데 말입니다. 결국 차르를 만나시게 되셨나이다.”
이범진과 나의 재회는 근 십여 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얼굴을 본다.
“어?”
“왜 그러는가?”
“의왕 전하.”
“말하게.”
“뭔가 달라지신 것 같습니다.”
이범진은 살짝 불경한 행동인지만, 나의 몸을 위아래로 훑다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몸이 많이 달라지셨군요.”
“그래?”
“예. 좋은 쪽으로 달라진 것 같습니다. 완전히 사내대장부가 되셨습니다.”
그는 내게 못 본 새 남성미가 넘치게 변했다며 나를 한껏 칭찬했다.
나는 이를 즐기며 이범진의 칭찬에 화답했다.
“내 오 년 전부터 열심히 운동하고 있네.”
“오! 그렇습니까?”
“그럼.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해지고 두뇌도 명석해지니까.”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건강이 최고이지요. 소인 또한 전하의 말씀을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두고 이를 두고두고 되새기겠습니다.”
잡담은 여기까지.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내 옆에 한 청년이 자신의 시간이 오기만을 고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오랜만에 재회인데, 내가 방해를 하고 있군.”
“······.”
“······.”
“자네 둘도 어서 인사를 나누게나.”
이범진은 내 일행 중 한 사람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의 행동에, 이번 러시아 순행에서 따라온 청년이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왔다.
“아버지,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아픈 곳 하나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너는?”
“저 또한 괜찮습니다.”
헤이그 특사 때 함께 했던 이위종이 이범진과 포옹을 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근 2년 만의 재회기에 두 부자는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며 부자지간의 정을 확인했다.
“자자, 두 부자가 오랜만에 상봉한 날이기도 하니, 이를 기념하여 거하게 마시도록 하세나.”
“저야 좋지요. 러시아에 오셨으니 러시아 전통술인 보드카가 좋겠지요?”
이범진은 직접 진열장에서 술을 꺼내오며 싱글벙글 웃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건강 때문에 좀 줄였지만, 왕년에는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마셨는데 말입니다. 아! 전하는 주량이 어느 정도 되십니까?”
왜 뜬금없이 주량을 묻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범진은 사실 러시아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던 베테랑 외교관이었다.
러시아에서 술은 빠질 수 없는 사교 수단이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골프나 사냥하는 행위와 비견될 만큼 중요한 것이 술 마시기다.
그렇기에 별 오해 없이 그의 질문에 답했다.
“막 즐기진 않지만, 한번 먹으면 많이 먹곤 하네. 아마도 자네보다는 잘 마실 것일세.”
“글쎄요. 저 또한 누구에게 쉽게 지지 않은 주당인데 말입니다. 북촌에서 꽤 유명했었습니다.”
이범진은 지난 5년 동안 만난 사대부들과는 다르게 점잔빼는 성격이 아니다.
굉장히 호탕했다.
주먹 좀 쓰게 생긴 외관에 성격까지 괄괄하여 잘못 보면 왈패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
실제로 그는 어린 시절 한양 골목길을 주름잡았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가 대원군의 측근 중 한 명인 이경하였기 때문에, 아마도 이리 왈패 같이 굴어도 아무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겠지.
아무튼.
그는 어린 시절 북촌 인근에서 골목대장 역할을 했을 정도였고.
이런 외향적인 성격 덕분에 해외에서 적응하지 못하던 다른 한인들과는 다르게, 엄청나게 현지화를 잘한 몇 안 되는 사대부였다.
“그렇다면 오늘 누가 더 술이 센지 붙어 볼 수 있겠군.”
“그래. 오늘 누가 더 술이 센지 붙어 볼 수 있겠군.”
그는 여태껏 만나 왔던 다른 내향적인 사대부들과는 달리 ‘인싸력’이 충만했다.
“전하.”
막 술 대결이 이루어지려고 할 때.
이위종이 나와 이범진을 만류했다.
“오늘은 적당히 반주만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옆에 있던 우현식과 최현우 역시 이위종의 의견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맞습니다.”
“내일 러시아 차르를 만나시지 않습니까?”
이에 이범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이들의 말에 동의했다.
“하하하. 전하를 만나 뵈어서 그만 멧돼지처럼 흥분하고 말았습니다. 아들놈이나 여기 있는 최 비서관의 조언대로 오늘은 축하주 한잔만 하시지요. 내일 전하께선 원 없이 드실 테니까요.”
이범진은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현지 전문가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왕궁에서 주의할 점을 하나씩 언급하며.
특히나 내게 차르의 술버릇을 조심하라고 일렀다.
“차르가 권한다고 해서 너무 다 받아주지 마십시오. 잘못하다가는 큰일이 날 수 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세기에 나에게 이리 신신당부하며 삼십 분 동안 같은 말을 하는 것일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범진의 조언을 수용했다.
“알겠네. 내 명심하도록 하겠네.”
* * *
빙의 전, 로비스트로서 전 세계 각지를 다녔을 때.
살짝 꺼리던 의뢰인 그룹이 있었다.
중국인과 러시아인.
특히나 러시아인들을 극도로 피했었는데, 이는 만날 때마다 반주로 술을 마셔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독한 술들을.
“역시 술은 보드카가 최고지. 그렇지 않은가? 이 왕자.”
“예. 본인 또한 그리 생각합니다.”
“하하. 그런가?”
러시아의 차르였던 니콜라이 2세 역시도 그런 인물 중 하나였다.
최고의 아버지이지만, 최악의 군주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놈.
생각보다 미친, 술고래였다.
“돈도 많으니 미국으로 돌아간다면 보드카 주정 공장을 하나 세우게나.”
“예. 요새 포도주도 그렇고 대한제국 전통 술에도 관심이 생겨나고 있는데······ 러시아 보드카 공장 설립 또한 한번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술자리에서 싫어하는 타입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는 남이 술잔을 비울 때까지 계속 권하는 타입이다.
상대가 을에 해당하거나 별 시답지 않은 클라이언트라면 버티며 거절할 수 있지만.
슈퍼 갑이면 이것보다 곤혹일 때가 없다.
“옳지, 옳지. 그래! 쭉쭉- 쭉쭉 들이키게나.”
니콜라이 2세는 슈퍼 갑이다.
연해주에 이범윤이 이끄는 독립군이 주둔 중이지 않던가?
일본군은 러시아군 때문에 국경을 넘어 오지 않고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그런 상황에, 내가 차르에게 밉보이기라도 하면?
그가 우리 독립군을 연해주에서 추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니콜라이 2세는 돈이 엄청나게 많은 부자다.
러시아는 땅덩어리가 크고 인구 역시 많지만, 여타 다른 서구 열강 국민과 비교해 생활 수준이 낮고 가난했다.
하지만 러시아 왕실은 달랐다.
다른 서구 왕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유했는데, 해가 지지 않는 영국 왕실보다도 그 재산이 많을 정도였다.
이 막대한 재산을 관리할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다던데.
후보 중 하나가 바로 나다.
‘붉은 혁명이 일어나면······.’
러시아 왕실 일원들은 몰살당한다.
그 돈을 훔칠 수는 없지만.
이를 찾을 주인 또한 사라지는 셈이었기에, 어찌 되었든 거금은 해당 투자처 금고 안에 그대로 있게 된다는 말.
그렇기에 나는 이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했다.
내가 소유한 은행이나 신탁이 거대 금융 회사로 발돋움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좋아하지도 않는 보드카를 꾸역꾸역 삼키며 실실 웃고 있었다.
“자자, 모두 주목!”
니콜라이 2세가 잔을 들며 일어났다.
그는 은수저로 자신의 잔을 치며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잔을 비우게나. 여기 귀빈으로 온 이 왕자가 이리 잔을 깨끗이 비웠다네.”
다들 익숙한지.
연회장에 있던 러시아 고위 귀족들이 앞에 있던 술잔을 냉큼 비운다.
지금 마시는 이 보드카.
꽤 독한데.
다들 주당들만 모여 있는지 꽤 멀쩡한 모습을 보인다.
“이 왕자, 한마디 하겠나.”
“예?”
“뭐 하는가? 얼른 일어나서 축하사를 연설하게나.”
니콜라이 이 새끼.
하여튼 싫어하는 짓거리만 골라 하네.
“자네가 축하사를 끝낼 때까지 잔을 내리지 않을 것일세.”
니콜라이는 나의 속마음을 몰랐기에,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재차 권유했다.
“뭐 하는가? 빨리 아무 말이라도 하게.”
* * *
“하하하, 하하하, 좋은 연설이었네. 자자, 한잔 더 하게.”
시간이 지나고.
하나둘 취기가 올라오는지 연회장에서 사라진다.
일부는 버티다가 정신을 잃어 탁자에 머리를 박기도 했다.
내 옆에 있던 이범진이 그랬고.
나를 따라온 우현식과 최현우, 이위종도 똑같다.
이위종의 장인이자, 러시아 귀족이었던 발레리얀 놀켄 남작 또한 같은 행동을 벌였다.
“이 왕자.”
“말씀하십시오. 러시아의 유일한 지도자인 차르시여.”
이위종이 정신을 잃은 상황.
나는 차르가 붙여 준 새로운 통역가를 통해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러시아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던 것을 이제는 영어로 치환해 설명을 들으며 나는 계속하여 차르와 대화를 이어 나갔다.
“내 솔직히 좀 놀랐네.”
“뭐가 말입니까?”
“내가 사실 좀 선입견이 있어서······ 그대가 술을 잘 못 마시리라 예상하였는데 말이야.”
“혹시 제가 동양인이라서 그럽니까?”
“뭐, 그렇지. 내가 본 동양인들은 죄다 술이 약했으니까.”
하긴.
주변에 니콜라이 2세와 술을 마실 조선인은 이범진밖에 없을 테니까.
주당이라고 하지만, 러시아인들을 당해 낼 정도는 아니었기에.
니콜라이 2세가 저런 말을 할 만했다.
“하지만 그 선입견을 오늘 이 왕자 그대가 한 방에 부숴 버렸네. 저기 그대 옆에 뻗어 있는 이 공사도 그렇고, 이 공사의 아들도 그렇고. 다들 하지 못한 일인데······.”
니콜라이 2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떠나지 않는다.
나는 살짝 그를 떠보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그럼. 마치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같으니, 마음 한편이 싹- 편해지는 느낌이네.”
사람의 호감을 사는 법은 다양하다.
돈으로 호감을 살 수도 있고.
유려한 언변으로 좋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다.
손이 이뻐서 좋아하는 이가 있듯.
내 앞에서 보드카를 홀짝이고 있는 이는 술이 센 자를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나와 주량이 비슷한 자는 그대와 라스푸틴뿐이로군.”
익숙한 인물의 이름이 언급된다.
얽히고 싶지 않은 자라서 딱히 그가 누구인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아. 이 왕자.”
“말씀하십시오. 러시아의 유일한 군주인 차르시여.”
“그대가 그리 돈을 그렇게 잘 굴린다며?”
살짝 무례한 질문일 수도 있으나 차르 역시 술에 많이 취했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질문이다.
“비결이 뭔가? 내게만 알려 주게.”
그는 몸은 살짝 비틀며 내게 물었다.
“딱히 비결 따위는 없습니다. 그저 기업과 산업계를 분석하고 이를 적시에 투자할 뿐입니다.”
“그래?”
“예. 일부 호사가들은 제가 내부자 거래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문을 퍼트리기도 합니다만······. 그런 부도덕한 일은 애초에 벌일 수가 없지요.”
나는 목소리를 한껏 높이며 강조했다.
“생각해 보십시오. 저는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입니다. 심지어 동양인이지요.그런 제가 속임수를 써 가며 재산을 마구 불린다면 미국 정부가 이를 가만히 보고 있겠습니까?”
“하긴······.”
인종차별주의가 만연한 시대.
러시아 역시 다인종 국가지만, 엄연히 백인우월주의가 존재했기에.
차르는 내 주장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대가 속임수를 썼다면, 진즉 미 정부가 이 왕자의 주머니를 털었겠지.”
“예.”
“뭐, 이 왕자가 크나큰 아량을 베풀며 속 좁은 그들을 이해하게. 100만 달러가 안 되는 쌈짓돈이 5년 만에 1억 불이 되지 않았나? 다들 시기에 눈이 멀어 그런 소문을 퍼트릴 만하네.”
니콜라이는 나를 위로하다가 재차 내게 말을 걸었다.
“아, 혹시 말이야.”
“말씀하십시오. 차르시여.”
“그대의 회사에서는 왕실의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역시.
관심을 보이는군.
술을 진탕 마셔 호감도 샀겠다.
본격적으로 영업을 한번 뛰어 봐도 좋을 것 같다.
“관심이 있으신가 봅니다?”
“뭐, 살짝?”
니콜라이가 흥미 있어 할 만한 것들을 나열하며 내가 지분을 100% 전량 가지고 있는 아메리카신탁의 특별 관리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일부 수수료를 추가하면 더욱더 특별한 서비스를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분기마다 투자 현황이 보고되며······ 투자자가 원한다면 계좌를 익명 계좌로 만들어서 투자금을 굴리기도 한답니다.”
“오호······.”
역시나.
익명이라는 단어에 꽂혔군.
“그리되면 투자금을 찾을 때, 그 절차가 조금 더 복잡해지겠지만······ 그만큼 보안에 신경 쓴다는 의미로 바꿔서 해석할 수도 있으니, 많은 부호가 이를 선호하고 있답니다.”
“그래?”
아까도 언급했지만.
러시아 왕실은 어느 왕실보다 부유하지만 국민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니콜라이는 자신의 재산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안 그래도 불안한 정세 속에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정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무를 생각입니다. 혹, 관심이 있으시면 제가 떠나기 전까지 말씀해 주시지요. 언제든 달려와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내 좀 고민해 보겠네.”
고민한다지만 표정만 보면 거의 다 넘어온 얼굴이다.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내지르며 남은 보드카를 홀짝였다.
술을 좋아하는 척하는 모습을 끝까지 차르의 뇌리에 남겨야 했기 때문이다.
< 최고이자 최악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