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50)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50화(150/392)
< 손님 (1) >
왕실 금고에 차르의 비자금 오천만 루블이 잠자고 있다.
추가로 이천만 마르크 정도 되는 독일 정부의 채권이 그 옆에 나란히 놓여 있으며.
런던에 있는 차르의 개인 신탁 회사에는 육백만 파운드어치의 주식이 예탁되어 있다고 한다.
금본위 시대.
1파운드는 4달러이며, 10루블이고, 16마르크다.
나는 1909년 현재의 고정 환율을 기억해 내며, 간단한 사칙연산을 빠르게 내 머릿속에서 해 보았다.
‘대략 오천만 달러 정도 되는군.’
실망인데?
금괴만 10t이 있다며?
이거,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나?
‘이보단 더 많을 텐데.’
니콜라이의 재산은 미국 아침 방송에도 가끔 해외 토픽으로 언급될 만큼,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오래된 떡밥이었다.
특히나 시베리아에서 그의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는 그 관심도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여러 인물이 뉴스에 나와서 니콜라이의 재산을 돌아가며 언급했는데, 나는 이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차르의 재산을 다시금 추정했다.
‘영국에게 온 전문가는 현재 가치로 450억 달러라고 말했지. 그 뒤에 나온 또 다른 미국 분석가는 2500억 달러라고 칭했고.’
한화 60조에서 350조 정도 되는 재산 규모.
밝혀지지 않고 누락된 자산이 엄청난 많은 만큼, 추정치 오차만 해도 상당했다.
‘20세기와 21세기의 물가 환산은 평균적으로 20을 나눠서 생각한다.’
그렇다는 것은 차르의 재산이 적어도 이십억 달러는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여기 이 목록에 적혀 있는 재산은 겨우 오천만 달러였다.
너무나도 적었다.
물론 절대적인 면만 생각해 보면 절대 적지는 않지만.
나는 살짝 실망했지만, 이를 감추며 니콜라이를 바라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이 왕자?”
재산 목록을 보며 한동안 말이 없자, 차르는 무언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떠보았다.
“아닙니다. 별문제 없습니다.”
“그래? 아!”
차르는 제 옆에 있던 문서 하나를 내게 건네며 무언가 까먹은 표정을 지었다.
“방금 건넨 건 현금성 자산 목록이었네. 여기 이것이 진짜지.”
나는 급히 그가 건네준 문서를 읽어 보았다.
‘그럼 그렇지.’
차르는 건물주이자 대지주였다.
그의 재산 대다수는 부동산 형태였다.
러시아 남부의 수많은 기름진 농토가 죄다 그의 것이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거대 궁전들 역시 니콜라이 소유였다.
“여기, 해외에 예치된 내 예금들 말이야.”
니콜라이는 내 곁으로 다가온 후, 그가 처음 넘긴 목록을 가리키며 내게 주문했다.
“모두 아메리칸 신탁으로 옮겨 주게. 이 왕자, 그대가 이 돈을 책임지고 운용해 줬으면 하네.”
차르는 내게 현금성 자산 오천만 달러를 맡기고자 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한 가지 부가적인 조건 또한 내게 언급했다.
“독일 정부의 채권은 가족들에게 알려도 되네. 하지만 영국에 보관된 자금은 좀 성격이 다르네. 이것들만큼은 비밀로 해 줬으면 하는군.”
“아······.”
10분 전.
차르에게 두 가지 익명 계좌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차르는 이를 인용하며.
영국에 있는 4천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은 자신과 자신의 후계자 외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로마노프 왕조 대대로 이어져 온 비자금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
‘슬슬 차르가 집중력을 잃어 가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이 대화의 끝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는 거다.
이런.
이러면 예상보다 운용할 자금이 생각보다 적어지는데.
나는 뭐 더 현금화할 것이 없나 급히 살펴보다가 좋은 것을 발견되게 되었다.
“차르시여.”
“말하게. 내 그대의 고견을 경청하고자 하네.”
“차르께서는 외신을 재정 관리인으로 임명하고 전권을 부여하셨습니다.”
“그렇지.”
“목록에 나와 있는 부동산 중 일부를 제 임의로 처분하여도 되겠습니까?”
니콜라이가 자세를 바로잡는다.
짝다리를 집으며 긴장을 풀고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다.
그는 얼굴색을 급히 바꾸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 왕자.”
“예. 말씀하십시오.”
“내 일부 자산을 현금화할 생각인가?”
“예.”
“그대 역시 유동 자금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는가?”
전임 재정 관리인도 이런 지적을 했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예. 현금성 자산이 부동산 자산 대비 너무 적습니다.”
니콜라이가 러시아제국의 붕괴를 막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나도 모른다.
나의 등장으로 세계 역사가 묘하게 뒤틀리고 있으니까.
‘크게 세 가지 상황 중 하나로 귀결될 거야.’
꾸역꾸역 반란군을 막는다면 니콜라이는 계속 차르 직위를 수행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붉은 혁명이 일어나 성공한다면, 그는 원 역사대로 죽을 거다.
혹은 그 과정에서 운 좋게 외국으로 망명할 수도 있고.
‘전자라면 굳이 현 자산을 현금화할 이유가 없지.’
하지만 뒤에 있는 나머지 두 가지 가정의 확률이 맨 처음보다는 더 높을 거다.
니콜라이는 암군이니까.
‘될 수 있는 한 차르의 자산을 많이 현금화해야 해. 그가 외국으로 탈출했을 때 재기의 발판이 되게.’
뭐.
원 역사대로 역사가 흘러간다면, 내 소유의 아메리카 신탁 금고 속에서 평생 썩어 가겠지만.
‘우리 둘 다 도움이 되는 일이니, 적극적으로 밀어붙여야지.’
“원하신다면 조건을 붙여 주셔도 좋습니다. 구매자의 국적이나 작위 유무, 소유한 재산 정도 등 조건을 거신다면, 이에 맞춰 매각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
“부동산은 굉장히 좋은 투자처입니다.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같이 그 가치 또한 오르지요. 하지만 주식이나 채권만큼 막대한 수익을 차르께 안겨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더불어 환금하기도 쉽지 않고요.”
“그래?”
“예. 이에 저는 부동산 비중을 낮출 것을 건의합니다.”
“다른 것은? 다른 재산 중 매각할 것은 없는가?”
“차르께서는 러시아 각지에 퍼져 있는 미개발지 채굴 권리도 가지고 계십니다. 이를 민간에 판매해 보는 것도 좋을 방안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차르가 부정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계속하여 그를 설득했다.
“러시아 땅은 넓고 거대합니다. 땅속 안에는 무궁무진한 자원이 잠을 자고 있겠지요. 이를 직접 탐사하여 개발한다면 더없이 좋겠으나 알다시피 시간과 돈 그리고 사람은 한정적입니다.”
“흠······.”
“그렇기에 여태껏 이것들을 놀리지 않았습니까? 외국 자본이 꺼려진다면, 민간이 이를 주도하게 하시지요.”
차르는 잠시 고민하다가 과거의 일을 들춰냈다.
“내 예전에도 이를 주제로 한 번 논의한 적이 있었네. 주변에서 다양한 조언을 내게 해 주더군.”
“그렇습니까? 그들은 뭐라고 간언했습니까?”
“라스푸틴은 앞선 두 가지를 격하게 반대했네. 아국의 경제는 급격히 성장 중이니, 그 값어치를 올린 후에나 팔라고 조언하더군.”
벌써 요승에게 이런 조언까지 듣는단 말인가?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 라스푸틴에 관한 신뢰가 그리 깊지 않은지 니콜라이는 살짝 주저하듯 계속 말을 이어 갔다.
“황후 또한 라스푸틴의 의견에 동의했네. 내게 라스푸틴의 의견과 같은 이야기를 조언하더군.”
“황후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까?”
“그래.”
황후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지레 설득을 반쯤 포기했다.
니콜라이는 유명한 팔불출이었으니까.
“다만······.”
“다만?”
하지만 말은 끝까지 들어 보랬다고 니콜라이는 하던 말을 계속 이어가며 내 주장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스톨리핀 총리는 이 왕자 그대와 같은 의견을 제시하더군.”
“총리가요?”
“그래. 그동안 자영농을 육성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나? 국유지들을 매각하며 왕실 소유의 토지 또한 함께 현금화하라고 내게 건의했네.”
스톨리핀은 극보수주의자들이 보았을 때 굉장히 급진 개혁적인 인물이었다.
고용-의료보험, 미성년자의 노동 시간 제한 등 여러 진보적 법안들을 많이 내놓았으니까.
서구식 유럽 자본주의 또한 많이 들여오고 싶어 했다.
차르의 총애를 잃을 수도 있는 이런 왕실 재산 매각 문제를 간언하다니.
확실히 난 놈이기는 하다.
‘이거 본의 아니게 황제가 라스푸틴을 지지하나 스톨리핀을 지지하냐는 문제를 던져 줬군.’
러시아는 현재 양극단으로 갈려 있다.
개혁을 막고 싶어 하는 이들은 계속하여 총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라스푸틴도 그런 반대파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런데 그대는 스톨리핀 총리의 의견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군.”
자칫.
두 파벌 싸움에 내가 휘말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으로 잠시 주저하기도 했지만.
이대로 물러나면 오천만 달러만 가지고 러시아를 떠나는 것이었기에, 나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총리의 주장이 국가를 위해서도 더불어 니콜라이 자신을 위해서도 좋다고 그를 설득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게.”
“그리합지요. 어? 예?”
단번에 승낙할지는 몰랐는데 말이다.
한방에 그리하라고 하네?
내가 살짝 의아하게 보자, 니콜라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어댔다.
“자네는 고작 백만 불을 가지고 일억 달러로 불린 투자 천재이네. 그것도 무려 오 년 만에 그런 대단한 일을 해내지 않았던가?”
정확히는 4백만 달러에 시작하긴 했으나, 이것을 굳이 정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가만히 듣고 있자, 니콜라이가 계속하여 자신의 주장을 이어 갔다.
“자네보다 돈 냄새를 잘 맡는 이는 없겠지. 내 자네를 왜 나의 재정 관리인으로 임명했겠는가?”
하긴.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인 나를 재정 관리인으로 세운 것을 보면.
나에 대한 믿음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은 그만큼 돈에 관한 탐욕이 엄청나거나.
둘 다 내게 좋았으면 좋았지, 나쁜 것은 아니었기에.
이에 관한 사항을 추가한 후, 다시금 계약서를 황제에게 내밀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여기 추가된 조항입니다. 이곳에 폐하의 사인을 다시 해 주십시오.”
“흠······.”
차르는 사인을 마친 후, 뒷짐을 지으며 과거의 일을 하나 더 꺼냈다.
“예전에는 본인의 재산이 더 많았었네. 내가 제위에 오른 후, 원체 기부를 좀 많이 하고 다녀서 이리되었지.”
“국민을 위해 사용하셨단 말이군요.”
“그래.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지금도 투덜대고 있네.”
러시아 국민이 워낙 가난하여 황제의 기부가 티도 안 나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황제가 이런 선행을 뛰어넘는 삽질을 연거푸 계속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자네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국가를 경영하게 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
“지도자가 되면 어디에 어떻게 돈을 사용할지 고민할 때가 올 텐데, 꼭 사용한 티가 나는 곳에 자네 돈을 쓰게나.”
니콜라이는 러시아 국민이 왜 그에게 화가 났는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언행을 내게 보였다.
후······.
역사가 조금 바뀌어서 저놈이 황제 자리를 지키려나 아리송했는데.
최소 그럴 일은 없어 보였기에.
니콜라이 재산의 현금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 * *
“고맙소이다. 차르께서 그간 여러 이유를 핑계로 왕실 소유의 국유지 매각 결정을 미루셨는데 말입니다. 오늘 본인을 불러 이를 속히 처리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스톨리핀은 고개를 조아리며 계속하여 내게 인사를 해 댔다.
“이 결정에 이 왕자께서 깊숙이 개입하셨다는 말이 있던데 말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아니오. 본인은 그저 차르의 재정관리인으로서 황제의 재산이 너무 한곳에 쏠려 있는 것을 지적했을 뿐이오.”
스톨리핀은 나의 대답에도 극히 호감을 보였다.
그는 내가 제의한 광산 및 광구 민간 매각에도 흥미를 보였다.
“아, 이 왕자께서도 아국의 미개발 지역에 관심은 보이셨는데요. 특히나 연해주와 북사할린 쪽을 유심히 지켜보신 것 같습니다.”
“그렇소.”
“이 지역의 한인 교민들 활용하기 위함입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스톨리핀 총리는 역시나 내가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어 댔다.
“하긴. 이 왕자님의 최고 자산은 엄청난 자산이기도 하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이기도 하지요. 그들이 이 왕자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는 풍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는 옆에 있던 재무대신과 시선을 한 번 교환한 후, 들고 있던 서류를 동료에게 넘겼다.
“내각의 일원들과 이 제안을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해 보겠습니다. 빚을 진 것이 있으니 될 수 있으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 * *
“전하.”
대담을 마치고 막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우현식은 급히 내게로 다가오며, 부재중이었을 때 생겼던 일 하나를 급히 내게 보고했다.
“전하께서 총리 관저에 들리셨을 때, 전하의 숙소에 손님 둘이 찾아왔사옵니다.”
우현식의 입에서 굉장히 익숙한 이름 하나가 튀어나왔다.
“후버? 후버가 이곳에 왔다고?”
“예.”
원 역사에서 대공황으로 대통령 연임에 성공하지 못했던 불운의 아이콘.
후버는 다음 탐사 계약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한다.
내게 탐사 결과를 보고한 후, 바로 프랑스로 떠나기 위해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온 모양이다.
“다른 한 명은? 누구인가?”
“이름은 밝히지 않고 돌아갔사옵니다. 다만, 남성이 아니고 여인이었사옵니다.”
“여인?”
내가 아는 여인들은 전부 미국이나 한반도에 있는데.
누가 나를 찾아왔다는 거지?
“조만간 다시 이곳에 들르겠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래?”
“예.”
우현식은 묘령의 여인이 누구일까 고민하는 나를 힐끗 한 번 쳐다본 후, 다음 말을 내뱉었다.
“일단은 후버에게 연락을 취할까요?”
< 손님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