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5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51화(151/392)
< 손님 (2) >
허버트 후버는 원 역사대로라면 미국의 31대 대통령이 된다.
“근 일 년 만에 다시 보는 것 같군.”
십여 년 뒤.
거물이 될지도 모르는 젊은 탐사꾼을 내 숙소로 불러들인 후, 나는 반갑게 악수를 했다.
“그간 잘 지냈나?”
“예. 왕자님은 어떠십니까?”
“나야 요새 뭐, 유럽 각국을 순방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지낸다네. 그나저나 자네 얼굴이 지난번보다 더 밝아졌는데 말이야. 최근에 좋은 일이라도 생겼는가?”
후버는 환한 표정을 유지한 채,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내 물음에 답했다.
“곧 있으면 거금이 제 손에 들어오지 않습니까? 당연히 기쁠 수밖에 없지요.”
“아! 그렇구먼.”
하긴, 돈이 최고지.
미래가 어찌 될지 모르기에, 나는 업계 최고의 조건으로 후버와 계약을 했다.
그와 좋은 인연을 맺고 싶어서다.
더 나아가 후버에게 살짝 빚을 지우고 싶기도 했고.
‘나의 배려 덕분에 후버는 곧 큰돈을 벌게 될 거다.’
그래서일까?
부자가 될 것이라는 흥분에, 후버는 발을 동동 굴리며 어서 빨리 이번 계약이 무사히 끝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이 왕자님. 여기 있습니다.”
후버가 준비해 온 서류를 내게 건넸다.
“아 고맙네. 내 당장 읽겠네.”
“테일러 대표가 제안한 직산 금광 투자 건부터 확인하시지요.”
후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앨버트 테일러 덕분이다.
그는 충청도에 있는 직산 금광을 아주 싼값에 일본인 원주인에게서 사들였다.
이후 내게 투자를 의뢰했는데.
나는 다른 보고서들보다도 직산 금광 관련 서류를 가장 먼저 확인하며, 정말로 이곳에 투자할 가치가 있나 우선하여 살펴보았다.
“기존 운산 금광이나 대유동 금광보다는 매장량이나 수익성이 모두 적군.”
“왕자님께서도 아시다시피 두 금광은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선두권에 있는 거대 금광입니다. 두 금광과 여기 있는 직산 금광을 동일선에 놓고 비교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운산 금광의 주주 중 하나로서, 해당 정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무튼 투자해도 손해 볼 금광은 아니란 말이군. 직산 금광 역시도.”
“예.”
후버는 보고서 끝에 있는 숫자들을 하나씩 설명하며 최적의 투자 플랜을 내게 제시했다.
“왕자님께 한 가지 조언을 해 드리겠습니다. 대략 오 년에서 십 년 정도 이를 들고 있다가 해당 광산의 주식을 매각하십시오.”
직산 금광의 일 년 채금량이 그때 정점에 이른다고 한다.
이후에는 채굴되는 금의 양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했다.
일부 성미가 급한 투자자들은 광산의 미래 생산량을 예측하지 못하고 아주 비싼 값에 이를 매입한다나 뭐라나.
‘일본인들이 요새 그런다지?’
잘 기억해 두어야겠다.
그래야, 그들을 상대로 다시 한번 덤터기를 씌울 수 있을 테니까.
“성과금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받겠다고? 그럼, 자네 역시도 도중에 지분을 매각할 생각인가?”
“예.”
“자네는 언제쯤 매각할 계획인가?”
후버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계획을 있는 그대로 밝혔다.
“왕자님보다는 조금 더 빨리 팔 생각이었습니다.”
“어째서?”
“왕자님은 대주주시고 저는 소액주주니까요. 소규모 금광이라 시장에 풀리는 유통 주식 물량이 적은 상황인데. 왕자님보다 제가 주식을 늦게 이를 판다면, 많이 손해 보지 않겠습니까?”
전문 분야는 광물 쪽이지만, 경제도 잘 아는 모양이다.
하긴.
그러니 대통령이 되기 전에 백만장자가 되었겠지.
‘이런 똑똑이가 대공황은 극복하지 못하다니.’
대공황의 해법이었던 뉴딜 정책은 기존 경제 패러다임과는 정반대의 새로운 길이었다.
성공한 기업가였던 후버는 자신의 성공 가도를 회상하며 계속하여 시장주의 정책을 고수했다.
‘과거의 성공이 그의 발목을 잡은 꼴이로군.’
나는 잠시 미래를 생각하다가 후버의 다음 말에 이내 집중했다.
“여기 이쪽에 따로 분류해 놓은 보고서들은 남만주 인근에 있는 광산들을 탐사하고 분석한 결과물들입니다.”
나는 수많은 광산 중 몇 가지를 골라서 후버에게 요청했다.
“무순 광산과 천보산 광산 탐사 보고서부터 건네주게나.”
“아! 지난 샌프란시스코 피습의 대가로 일본에 이 두 광산을 배상으로 받지 않으셨지요?”
“그래.”
후버는 살짝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보고서 하나를 건넸다.
“무순 광산은 정말이지 탐이 나는 광산입니다. 저라면 그곳을 하루라도 더 빨리 개발할 것입니다.”
“노천 탄광, 철광이라 비용도 적게 나가고 채굴 속도 또한 타 광산 대비 빠르니까?”
“예. 더욱이 주변에 철이나 석탄 수요지가 많아서 이를 팔기도 쉬울 테니······.”
소유주는 정말이지 땅 짚고 헤엄치기지.
청나라에게서 이를 뜯어냈을 때, 일본은 얼마나 속으로 기뻐했을까?
반대로 내게 이것을 빼앗겼을 때는 얼마나 땅을 치고 후회했을까?
‘천보산 광산 인근에 고대국가 유적도 있다고?’
천보산은 간도 지역 안에 자리한 산지다.
그렇다는 것은.
‘설마 고구려의 유적인가?’
부여나 발해의 유적일 수도 있고.
언제 한번 이를 확인해 봐야겠다.
“수고했네. 아까 언급했던 대로 보수는 지난번에 계약했던 사항을 그대로 이행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예.”
나는 막 자리를 일어나려는 후버를 급히 앉히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아! 혹시 무단강 건너 연해주 쪽도 탐사를 좀 해 보았는가?”
“그쪽은 러시아 영역이 아닙니까?”
후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부정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러시아 놈들도 저기 섬나라 놈들만큼이나 자국 우선주의 사상이 팽배한 놈들입니다. 다른 서구권 탐사 전문가들이 접근하는 것을 썩 달가워하지 않아서 접근도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이에 준비해 두었던 한 가지 서류를 후버 쪽으로 밀었다.
후버가 이를 급히 확인했다.
“최근에 계약을 좀 맺었네.”
“계약을요?”
“그래. 북만주와 연해주 일대의 광산이나 유전 채굴권을 내게 일임한다는 러시아 차르의 교지를 받아 왔지.”
후버의 눈이 동그래졌다.
매우 놀랐기 때문이다.
“북만주는 몰라도 연해주는 탐사꾼에 있어서 미지의 땅인데 말입니다.”
후버는 큰소리로 웃으며 나를 부러운 듯 쳐다보았다.
“하하하- 저를 왜 이 추운 러시아까지 호출하셨나 했더니, 이런 깜짝 놀랄 일을 벌이셨군요. 러시아 차르면, 최고의 뒷배이긴 하지요. 축하드립니다. 이 왕자님.”
“유전 탐사는 나와 한 식구가 된 록펠러 가문의 도움을 얻을 생각이네.”
나는 잠시 뜸을 들인 후, 후버가 원하는 이야기를 한번 꺼내 보았다.
“광산 탐사 분야는 자네의 손을 다시 한번 빌려 볼까 하는데······.”
“저야 좋지요.”
역시나.
예상대로 후버는 내 제안을 냉큼 받아들였다.
연해주 인근에 매장되어 있을 무궁무진한 자원에 탐을 낸 거다.
“조건만 잘 맞춰 주신다면 다음 일정인 인도차이나 북부 쪽 탐사 이후에 바로 다음 탐사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네가 그렇게 해 준다면야······.”
나야 좋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이와 계속하여 연을 이어 가는데 누가 거절할까?
게다가 탐사 능력 또한 이리 출중한데 말이다.
기존 계약서를 바탕으로 급히 새로운 계약서를 하나 써 내려갔다.
변호사 공증이 필요하지만, 업계 최고의 조건을 다시 한번 받게 되자 후버는 입꼬리를 귀에 걸며 함박웃음을 지어댔다.
“하하, 믿고 맡겨만 주시지요. 제가 하나도 남김없이 다 찾아내겠습니다.”
* * *
와, 미친.
아직 11월밖에 안 되었는데, 바깥 기온은 벌써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발트해와 인접한 해안 도시이기에, 그나마 덜 춥다고 하던데.
모피를 입지 않으면, 도저히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다.
그 정도로 추웠는데, 러시아의 난방시설은 대단히 후진적이라서 안과 밖의 기온 차가 별로 안 나는 것 같다.
호호-
입에서 바람을 불면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였으니까.
‘아랫목에서 뜨뜻하게 몸을 지지고 싶다. 잠깐, 이거······.’
돈이 될 만한 아이템이 보이네?
미국 서부는 사시사철 따뜻하여 온돌 시스템이 필요 없었는데 말이다.
러시아도 그렇고.
미국 동부도 그렇고.
두 지역은 겨울철에 눈도 많이 내리고, 제법 춥기까지 하던데.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생각해 보니, 온돌의 수요가 꽤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개량된 현대식 온돌 시스템을 미리미리 개발해 두면,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써먹을 수도 있고.’
온돌을 생각하며 바들바들 떨다가 바깥을 바라보았다.
눈까지 조금씩 내리기에 나는 몸을 더욱더 움츠렸다.
‘오늘 산책은 쉬어야겠다.’
그때였다.
추운 날씨 때문에 사람 하나 없는 거리에 자동차가 한 대 나타났다.
이후.
한 여성이 차 안에서 내리더니 내가 있는 숙소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금발의 여인이네.’
누구일까?
잠시 고민하고 있던 찰나.
“전하.”
우현식이 내 앞에 나타났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역시나.
내 시야에 사라졌던 금발의 여인이 내가 머물던 숙소 정문으로 이동했구나.
“마담 마리 앙투아네트가 전하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마담 앙투아네트?”
모르는 이름이다.
적어도 내가 박병준으로 살았을 때는 알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아······.’
원 몸주인 이강의 조각난 기억을 살피다가 한 여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급히 우현식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오라고 전하게.”
* * *
“울랄라! 이 왕자님!”
앙투아네트가 내게로 달려왔다.
“이 왕자님!”
“손탁 부인. 오랜만이구려.”
“어머머, 아직 제 조선식 이름을 잊지 않으셨군요.”
그녀는 힐끗 내게 프랑스식으로 볼 키스를 한 후, 한 걸음 떨어지며 나의 전신을 훑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풋풋한 소년이셨는데, 이젠 어엿한 남자가 다 되셨네요.“
”그런가?“
”예. 이렇게 가만히 저를 지켜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네요. 늙은 저도 이런데······.“
‘다른 여인들을 어찌 반응할지’라고 속삭이며, 손탁 부인이 눈웃음을 쳐 댔다.
“내 그대의 소식을 간간이 들었소.”
“정말이요? 제 소식을요?”
“그렇소. 조선에서 미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 조잘거리는 파랑새처럼 그대의 소식을 속삭였지.”
“그랬군요.”
“한양 중심부에 그대의 이름을 딴 손탁 호텔을 차렸다고 들었네. 내가 미국으로 떠나고 일 년 뒤에 이를 개업했다지?”
“예. 왕자님 말씀대로 호텔 하나를 차렸네요.”
손탁 호텔은 사랑방이 되어서 온갖 고종의 밀지들이 사방으로 전달되었던 장소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말이오. 어찌하여 그대가 애지중지 아끼던 호텔을 팽개치고 이곳까지 온 것이오?”
“그게······. 일본인들이 하도 귀찮게 굴어 대서, 지난여름부터 호텔을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
“예. 새로운 통감이 얼마나 저를 어찌나 못살게 괴롭히던지, 그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이만큼이나 빠질 정도였다니까요?”
손탁 부인은 동그랗게 팬 자신의 정수리를 내게 보이며 울상을 지었다.
“비단 저뿐만이 아닙니다. 알렌도 그렇고, 언더우드도 그렇고, 헐버트도 그렇고. 다들 집중적으로 감시당하며 활동 반경에 제약이 생겨나 제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언급된 외국인들은 다 친한파 인사들이다.
손탁 부인은 울먹이며 한 인물의 부고 또한 전했다.
“심지어 베델은 그 스트레스로 유명을 달리했답니다. 이 왕자님께서도 아실 거예요. 어니스트 베델.”
“알지. 대한매일신보의 창립자가 아니었던가?”
“예.”
“아바마마의 수족들을 모두 제거하고 있군.”
“예. 신임 통감은 폐하와 관련된 모든 인연을 끊어 버리고 있답니다. 외국인들도 예외는 아니지요.”
소네 아라스케.
이토에 이은 제2대 통감이다.
그의 악행은 멀리 있는 나에게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그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 니콜라이 황제께서 저를 부르셔서 이곳에 왔답니다.”
“통역관으로 고용되었나 보군?”
“예. 왕자님과의 비밀 대담 때 이를 통역해 주길 원하더라고요.”
손탁 부인은 살짝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아쉬워했다.
“원래는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호텔 정리가 생각보다 늦어져서 일정을 그만 지키지 못했어요. 그래서 계약을 해지당했네요.”
나는 씁쓸해하는 손탁 부인을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손탁 부인.”
“예. 이 왕자님.”
“이후에는 어찌 지낼 생각이오?”
“글쎄요. 일단은 고국인 프랑스로 돌아가서 한동안 잠시 저만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에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슬그머니 나를 바라보았다.
이후, 손탁 부인은 조심스레 나의 의중을 떠보았다.
“하지만 왕자님께서 동의해 주신다면, 함께 따라다니며 통역을 해 드릴게요.”
손탁 부인은 통역도 통역이지만, 호텔 경영 쪽에 일가견이 있는 여자다.
내게 도움이 될 인재란 말.
“통역 말고 다른 것을 하나 맡기고 싶소.”
“제게 왕자님 소유의 호텔을 하나 맡기실 생각이시군요.”
“그럼. 유능한 인재를 이리 썩힐 수는 없으니까.”
“아!”
손탁 부인이 품 안에 있던 서신 하나를 내게 건넸다.
“이건, 제가 조선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받았던 선황 폐하의 밀지랍니다.”
그녀는 내게 당부했다.
“상황이 생각보다 별로 좋지 못하답니다. 폐하도 그렇고 왕자님의 고국인 조선도 그렇고, 둘 다요.”
“그렇소?”
“예. 다시금 총리 자리를 되찾은 가쓰라가 아주 단단히 결심한 모양이에요. 내년 상반기까지 대한제국을 일본제국에 병합시키겠다는 목표로 두 나라 간 통합을 추진하고 있어요.”
< 손님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