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56)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56화(156/392)
< 장례식 (3) >
조선 통감부 헌병 대장이자, 경무부 경무총장이었던 아카시 모토지로.
“각하! 각하!”
그는 연신 소네 아라스케의 존칭을 고래고래 외치며 건물 안으로 벌컥 뛰어들었다.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습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아카시는 명동성당에 있다가 통감부 관저로 피난 온 소네 통감을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안부부터 물었다.
“나는 괜찮네.”
소네는 별일 아니었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헝클어진 옷맵시를 고치며 먼지를 털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몹쓸 놈들에게 당한 건, 내가 아니고 다른 이들일세. 이 총리와 송 농공상부대신이 그 자리에서 죽었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소네는 사실 굉장히 속이 심란했다.
그의 뇌리에 죽은 두 조선인의 얼굴이 계속하여 반복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아직도 현장에 있는 기분이군.’
가슴팍에 총알을 맞은 이완용도 이완용이지만, 송병준의 마지막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 그 자체였다.
두개골이 반쯤 박살 나며 바닥에 뇌수까지 흘러내렸으니까.
피격의 순간.
그의 체액이 가까이에 있던 소네에게까지 튀었다.
소네는 그때 그 느낌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기에, 속이 울렁거렸다.
“정말이지 다행이십니다. 하마터면 큰일 나실 뻔했습니다.”
소네의 그런 속사정도 모르고.
아카시는 계속해서 그때 그 일을 반복해서 언급했다.
“그나저나 죽은 그 둘, 제법 쓸 만한 패들이었는데 말입니다. 많이 심란하시겠습니다.”
“······.”
소네는 관련 사건의 피해자들 이야기를 더는 하기 싫어했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주제를 돌렸다.
“범인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 수는 몇이고, 배후에는 누가 있다던가?”
한참 들떠 있던 아카시가 조용해졌다.
그는 눈알을 팽글팽글 굴리며 소네 통감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송구하옵니다,”
“송구하다?”
“아, 아직. 아쉽게도 아직 체포하지 못했습니다.”
아카시가 저리 흥분한 척, 소네의 안위를 걱정한 것은 그의 무능을 덮기 위한 요행이었다.
소네는 평소 아카시의 품행을 잘 알고 있었기에, 눈을 가늘게 뜨며 그에게도 조금 다가갔다.
“어떻게?”
“······.”
“명동성당 주변에 우리 군이 몇백이나 주둔 중인데······ 쥐새끼들 하나 잡지 못했다고?”
“그게······.”
아카시는 뒷말을 질질 끌며 나름대로 생각해 온 변명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격한 이들이 상식 밖의 거리에서 표적을 맞혔습니다.”
“······.”
“더욱이 무슨 신무기를 달았는지, 그 소리 또한 적게 울려 퍼졌고. 무엇보다 조선인들이 협조를 안 하고, 범인들을 꼭꼭 숨겨 주고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뭐?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지껄이는 건가?”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소네는 어이가 없었다.
일본에 반감을 품은 이들이 한양에 수두룩한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범인을 찾아내라고 둔 것이 헌병대장의 자리지.
“빠가야로(바보 같은 놈)!”
“악!”
소네는 있는 힘껏 아카시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조인트를 까이게 된 아카시는 제 오른쪽 발을 잡으며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조선 놈들이 범인들을 감춘다면 한양에 있는 십만을 모두 사살해서라도 우리에게 협조하게 유도했었어야지.”
“······.”
“무능한 놈 같으니. 중요할 때 식충이처럼 행동을 해 대!”
급하기에 아무 말이 막 튀어나온다.
학살까지 언급하는 상황.
한양에는 꽤 많은 서양인 기자들이 파견되어 있기에, 아카시는 절대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소네의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였다.
“에잇. 내 꼴도 보기 싫네. 유키하라! 유키하라!”
“예. 통감 각하.”
소네는 아카시를 땅바닥에 기어 다니는 벌레처럼 본 후, 자신의 비서를 찾기 시작했다.
“저자를 끌어내게.”
“······.”
소네는 비서에게 괜히 악을 쓴 후, 한껏 씩씩댔다.
“한시라도 내 눈앞에서 쫓아내란 말일세. 어서!”
아카시가 소내의 명령에 깜짝 놀라며, 땅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그 후 그는 사죄의 인사를 했다.
하지만 소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의 비서에 의해 아카시는 밖으로 끌려 나왔다.
“통감 각하.”
“······.”
“고정하시지요. 흥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각하께서 덤터기를 쓸 수도 있기에, 신중 또 신중하셔야 합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일이 터졌을 때, 그 원인을 조사하고 관련 대책을 세운다.
하지만 현 일본 내각은 비정상적인 정부였다.
그렇기에 분명 책임자를 찾아내어 꼬리 자르기를 시연할 거다.
정무 감각이 뛰어났던 소네의 비서관 유키하라는 이를 언급하며 소네를 진정시켰다.
“더욱이 이 일 말고도 또 다른 골칫거리가 생겼기에, 내각에서도 이를 조용히 넘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소네의 얼굴에 갑자기 당황함이 가득 퍼졌다.
“무슨 일? 이 일 말고 또 다른 일이 터졌단 말인가?”
“예. 각하께서 통감부 관저로 이동하실 때쯤에 북촌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나이다.”
“폭발음?”
“예. 그 여파로 조선인 관료 하나가 숨졌습니다.”
* * *
죽어?
또 누가 죽어?
소네는 말은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눈빛만 보고 있자면 이런 물음을 연신 하는 것 같았다.
소네의 비서였던 유키하라는 빠르게 해당 사건에 휘말린 다른 피해자를 언급했다.
“통감께서도 아시는 인물인데, 그 예전에······ 조선에서 내무대신을 지냈던 이지용이라는 작자. 기억하십니까?”
소네도 익히 아는 인물이다.
조선의 방계 왕족 중 하나로 을사늑약 당시 내무대신을 지냈던 자였다.
이강이 일본에 잠시 머무를 때, 그와 만났던 몇 안 되는 한양 내각의 일원이지도 않은가?
“아! 그자?”
“예. 최초 폭발음이 그 집 사랑채에서 들렸다 합니다.”
“······.”
“이후에 커다란 화염과 함께 주변에 불이 붙었다고 합니다.”
“저런······.”
유키하라 입에서 끔찍한 피해 사실이 보고되었다.
“그 충격으로 이지용과 그 아들 둘이 사망했답니다. 일대로 번진 화재는 지금 진압 중입니다.”
소네는 살짝 충격을 받은 듯했다.
외국인이지만, 자신이 알고 지내던 이들이 오늘 셋이나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그는 관자놀이를 쥐어 잡으며 마치 꿈인 것처럼 현실을 살짝 부정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터진 거지?”
“전 내무대신은 본래 재물을 많이 탐하는 자였는데······ 지방행정관이 보낸 상자를 사랑채에서 열어 보다가 그만, 그런 변을 당했다고 합니다.”
“지방관이 보냈다던 선물 상자 안에는 화약이 가득 들어 있었나 보군.”
“예.”
그런 조악한 술책에 당하다니.
듣자 하니 조선에서는 삼십여 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대원군이 민씨 일가 중 하나였던 민승호를 제거했을 때도 동일한 방법으로 행해졌으니까.
“이완용과 송병준이 죽은 날에 이지용과 그의 일가가 몰살되었다······ 셋 다 한일합방을 지지하던 우리 측 대신들이 아닌가?”
대충 배후에 누가 있는지.
그 윤곽이 잡히려고 할 때.
비서관의 입에서 더욱더 충격적인 일이 보고되었다.
“다른 고위직 조선 관료 하나가 오늘 또 죽긴 했습니다.”
“누가 또?”
“지지난달에 동경에 방문했던 내부대신 임선준이라고······.”
“아! 내 그자와 함께 본국에 방문하지 않았던가? 그 수염이 인상적이었던, 서예를 잘했던 자 말인가?”
“예.”
유키하라가 두 달 전 일을 거론하며, 현 내각의 이인자였던 이의 이름을 거론했다.
“오늘 점심쯤에 임 내부대신이 유명을 달리했답니다.”
“어떻게?”
“그 집에서 일하던 하인이 임 내부대신을 칼로 난도질한 후, 도망갔다 합니다.”
앞선 사건들과는 다르게, 이 문제는 치정 문제가 엮인 것 같다.
하인의 부인을 대감이 빼앗았다가 칼 맞은 전형적인 조선식 치정극.
하지만 앞선 사건과 동 시간대에 일어난 일이라서 이를 마냥 개인적인 복수로 치부하기도 조금 그랬다.
“제 주인을 죽인 하인 놈은, 제물포 쪽으로 도망쳤다던데······ 아, 오늘 자에 상해로 떠나는 배가 하나 존재합니다. 이를 통해 조선을 떠나려는 것이 아닐까요?”
“당장 출항을 막게.”
“예. 당장 그리하겠습니다.”
순진하게 진짜 만약 제물포로 도망쳤다면, 일본 헌병에 의해 잡힐 것이다.
하지만 외부의 도움이 있다면?
미리 준비되어 있던 작은 조각배를 통해 다른 곳으로 밀항을 시도한다면?
이것까지는 막을 수는 없을 테다.
조선의 해안가는 꽤 기니까.
“그러니까 요약해 보면, 오늘 네 명의 조선인이 살해당했다는 말이지? 그것도 한날한시에.”
“예.”
“자네는 이 일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럴 리가요. 각하께서도 한 인물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
“그자가 분명 배후에 있을 것입니다.”
소네는 한숨을 푹 쉬며 이강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사건으로부터 무려 16개월이 지났는데······.”
어째 조용하다 했다.
이런 짓을 꾸미고 있었구나.
“이강 그자는 결국,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는 말을 실천했군.”
군자보구 십년불만(君子報仇 十年不晩).
소네는 오래된 동양의 사자성어를 혼자 중얼거리며 팔짱을 꼈다.
“이리 칼을 갈며 복수를 꿈꾸고 있었을 줄이야.”
이강 말고는 그 배후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리도 철저하게 소네 그 자신을 농락할 이는 이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큰일이 났습니다.”
“왜?”
“죽은 사인방 말입니다.”
소네의 비서관이 친일파 관료들을 언급하며 근심이 가득 찬 얼굴로 미래를 예상했다.
“우리 측에 가장 협조적인 내각 일원들이었습니다.”
“그렇지.”
“나머지는 겁이 많거나 시류에 편승하는 이들입니다. 혹은 아직도 분수를 모르고 머리를 꼿꼿이 세우는 이들이거나요.”
“······.”
“벌써 우리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관련 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이곳으로 조선 대신들을 호출하였으나 한 명도 이에 응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일합방을 성공리에 끝맺으려면, 타국의 승인권자가 이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
명목상 최고 통수권자인.
순종도.
고종도.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한양 내각의 일원 중 일부가 이를 대리하여 진행해야 하는데.
한일합방에 제일 적극적인 4인방이 모두 죽어버렸기에, 유키하라는 계속 한숨을 내쉬며 걱정했다.
그의 예상대로 나머지는 겁쟁이들이거나 애초에 한일합방에는 반대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각하. 각하.”
가쓰라가 추진하는 한일 한방이 이강의 묘수에 의해 좌초되고 있을 때.
“발신자를 알 수 없는 편지가 통감 관저에 도착했습니다.”
소네에게 편지가 하나 배달되었다.
“오늘 터진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저희가 먼저 안에 내용물을 확인해 보는 것이 나은 것 같습니다만.”
얇은 편지지에 뭔가 위험한 것이 들어 있지는 않겠지만, 소네는 신중해지고 싶었다.
그렇기에 비서들을 시켜 발신인 불명의 편지를 뜯게 지시했다.
“뭔가?”
“그것이······.”
소네가 냉큼 이를 건네받은 후, 안에 있는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곱게 본국으로 돌아가진 못하리라.』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
이에 소네의 온몸에 닭살이 돋기 시작했다.
“의왕, 이놈!”
끼익-
방금 괴이한 편지를 읽어서 그럴까?
창가에 울려 퍼지는 창틀 덜컹하는 소리에.
“흐익.”
소네가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이 개새끼가!!”
소네는 괜히 의왕을 욕하며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편지 하나에 겁먹은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 * *
모든 생명은 순환한다.
싹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가 생겨난 후.
낙엽이 지지 않던가?
죽음이 있으면 새 생명도 있기 마련인 법.
“출발하지.”
에델의 산달이 내달로 다가왔다.
나를 쏙 빼닮은 새 생명이 곧 태어난다는 이야기.
이에 나는 러시아를 떠나 다시금 영국으로 향할 생각이다.
“떨리시겠습니다.”
“떨리기는······.”
“전하를 쏙 빼닮은 쌍둥이가 곧 태어난다는데, 어찌 떨리지 않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초음파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에델의 복중에 쌍둥이가 진짜 있는지는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배가 부풀어 올랐고, 아기 심장 소리도 여러 개 들리고 있다.
그렇기에 다들 쌍둥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속히 짐들을 챙기게나.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영국에 도착하고 싶군.”
한시라도 빨리 아이를 그리고 내 아내를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나는 서둘렀다.
한반도에서 매국노들의 곡소리가 울려 퍼질 때, 나는 기쁨에 겨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러시아를 떠난 거다.
< 장례식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