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57)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57화(157/392)
< 트리플 크라운 (1) >
“소니아! 소니아!”
“예, 지금 가요.”
에델의 부름에 소니아는 1층에서 2층까지 냉큼 달려왔다.
“여기, 나 좀 봐봐.”
“예.”
“아니, 얼굴 말고 내 배 봐야지.”
요즘 따라 에델은 했던 질문을 짜증 나게 계속해대는 모습을 보였다.
“네가 보기에는 내 배 속에 있는 아이 말이야.”
“······.”
“아들 같니? 아니면, 딸 같니?”
이는 최근에 에델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실에 시집을 온.
왕가 일원들이 겪던 일을 그녀 역시 똑같이 경험하고 있어서다.
“말해봐.”
“부, 분명 왕자 아기씨일 것입니다.”
조선의 후계 승계 구조는 유럽과 아주 달랐다.
하지만 여자가 왕위를 계승하지 못하는 것은 유럽에 있는 살리카 법과 비슷했다.
“아들일 것이라고?”
“예. 옛말에 배가 작고 둥근 모양이면 딸이라고 하고, 넓게 퍼져있으면 아들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내 배가 넓게 퍼지긴 했어. 그렇지?”
“예.”
에델은 이번에 태어날 아이가 공주들이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배가 부르면 부를수록 그런 경향을 보였는데.
그녀는 이에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들을 불러서 자신의 복중 아이가 남자인 것을 확인했다.
“그나저나 쌍둥이를 임신했다고 쳐도, 내 배가 너무 부른 것 같지 않니? 다른 임산부들도 나처럼 이리 배가 툭 튀어나왔을까?”
에델은 다른 산모들과 다르게 배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었다.
소니아는 눈알을 좌우로 굴리며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솔직하게 말해주렴. 네 언니가 다섯이나 된다며? 다들 나처럼 배가 이리 불룩하게 나왔었니?”
소니아는 침묵했다.
에델의 배가 다른 이들보다 부른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이를 거짓으로 고했다가 한 하녀가 크게 혼이 난 적이 있었기에, 묵비권을 행사한 거다.
“후…”
에델은 이에 한숨을 푹 쉬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갑자기 신세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이리 살이 늘어났다가 다시 훅 빠진다면, 자칫 늘어난 고무처럼 축 늘어질 텐데······ 그리되면, 우리 왕자님께서 그 모습을 보고 날 싫어하겠지?”
“에이, 설마요.”
소니아는 에델을 어린아이 달래듯, 달래며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었다.
“운동하며 산후조리를 한다면, 금세 처녀 시절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으실 것입니다. 제 주변 사람들도 다들 그리 되더라고요.”
“그래?”
“예.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할수록 피부만 상한답니다.”
똑똑-
그때였다.
에델이 머물고 있던 콘월지방 별장에 사람이 찾아왔다.
“이 왕자비님.”
“어머, 캐서린.”
캐서린은 이강과 함께 러시아로 떠났던 에델의 측근이다.
이강을 챙길 겸.
동시에 러시아에서 무엇을 하나 감시도 할 겸.
에델이 억지로 우겨서 러시아 일정에 이강과 동행했는데.
그런 그녀가 막 에델 곁으로 돌아왔다.
“언제 돌아온 게야?”
“어제 막 런던에 도착해서 지금 이곳에 막 왔네요.”
“우리 그이는 어쩌고?”
“왕자님께서 명령하셔서 선발대로 이리 먼저 온 것이랍니다.”
“그래?”
“예. 러시아를 떠나시기 전에, 이 소식을 왕자비님께 먼저 알리라고 명령하셨어요.”
“어머, 이리도 다정할 수가.”
에델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캐서린을 한번 쳐다보다가 이내 옆에 서 있던 하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소니아, 그만 나가보렴.”
“예.”
혹시 모르는 일이었기에, 에델은 소니아를 자신의 방에서 내보냈다.
이후 그는 캐서린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반가워했다.
“캐서린.”
“예. 이 왕자비님.”
“우리 그이는, 내가 곁에 없을 때 러시아에서 뭘 했니?”
“아시다시피 러시아의 차르이신 니콜라이 2세의 연회에 참석하셨어요. 그곳에서 러시아 왕실의 신임 재정관리인이 되셨고요.”
“그리고?”
“스톨리핀 총리와 브라노벨 대표와도 회담하셨네요. 주로 석유 산업 관련 이야기가 오간 듯해요.”
그런 이야기들은.
며칠만 지나면, 다른 이들에게서도 들을 수 있는 정보들이다.
에델은 캐서린을 채근하며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정보를 물었다.
“여인들은? 다른 여인들이 우리 왕자님께 접근하지는 않든?”
“러시아 방문 초반에, 올가 공주가 잠시 왕자님과 이야기를 나누긴 했답니다.”
“뭐?”
에델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이에.
캐서린은 흥분한 에델을 달래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 일 외에는 다른 여성분들과 별 접점이 없으셨어요.”
“그래?”
“예. 왕자비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왕자님께서는······ 어린 여성분들보다는 농염한 여인을 더 좋아하시잖아요.”
에델은 록펠러 가문의 일원이다.
결혼하기 전.
상대방의 옛 과거 연애 전적을 탐색할 수 있었는데.
에델은 이강의 옛 애인들 얼굴들을 몇몇 알고 있었다.
‘하긴, 어린 애들을 놔두고 이십 대 후반이었던 나를 택한 것만 봐도······.’
현대인과 20세기 근대인의 관점은 상당히 다르다.
더욱이 빙의전.
이강은 자신의 죽은 어머니를 그리워한 나머지 성숙한 여인들 위주로 연애를 했었다.
에델은 빙의전 이강이 사귀었던 여인들을 조사했기에, 살짝 이강의 실제 이상형과는 멀었는데.
에델은 이를 회상하며 안도했다.
“러시아의 제1 황녀인 올가 공주는 올해로 겨우 14살이랍니다. 왕자님께서 별로 흥미를 느낄 나이대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러게. 다행이네. 정말이지 다행이야.”
20세기 초는 마초의 시대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 불륜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고위층이든 저소득층이든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었다.
‘임신했을 때가 제일 위험하다던데.’
에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적어도.
사생아 걱정은 아직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안도하며 멀리서 이리로 오고 있을 그녀의 낭군 얼굴을 떠올렸다.
“그래. 사흘 안에 왕자님께서도 이곳으로 오신다고?”
“예.”
에델은 이에 자리에서 번쩍 일어났다.
헝클어진 머리도 다시 손봐야 하고.
푸석해진 피부도 관리해야 했으며.
더러워진 집안 또한 다시 한번 크게 청소해야 했다.
그렇게 에델은 이강이 돌아오기만을 한껏 기대하며 이강을 맞을 준비를 했다.
* * *
“에델.”
멀리서 보아도 에델은 상당히 많이 지쳐 보이는 얼굴이었다.
나는 그녀는 꼭 껴안으며 위로했다.
“오래 기다렸어요. 좀 더 빨리 오시지.”
에델의 투정에 나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가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후 에델의 전신을 살폈다.
“몸은 좀 괜찮소?”
“괜찮을 리가요.”
에델은 지금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를 세세히 설명하며 내게 투정을 부렸다.
“불룩 튀어나온 배 때문에 허리는 끊어질 듯 아프고, 가끔 속도 메스껍답니다. 손이랑 발은 퉁퉁 부어서, 걷거나 뭘 집을 때마다 시큰거려요. 무엇보다 체중이 많이 늘어나서 제 몸 같지가 않아요. 하! 왕자님도 이걸 함께 경험해야 하는데······.”
안다.
체중이 20kg만 늘어도 몸의 변화가 찾아오는데.
에델은 현재 아이까지 임신한 상황이 아닌가?
임신 막바지.
호르몬 변화가 엄청나게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기에.
그녀가 얼마나 힘들지 나는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나 때문에 그대가 이리도 고생하다니. 내 진심으로 미안하오.”
“에이, 왕자님 때문은 아니죠.”
너무 징징 짜기만 하면 매력이 없는데.
에델은 참으로 밀고 당기기를 잘하는 여자였다.
그녀는 살짝 의젓한 면도 보이며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저는 제가 선택해서 어머니가 되는 것이랍니다. 더욱이 우리들의 아이는 신의 벌이 아닌 선물이에요. 부모가 되는 과정은 때론 살짝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이를 인내하면 결국 우리에게 새 생명이 주어질 것이니 저는 조금만 더 참아보려고요.”
조선 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는 말이 있고.
에델이 계속하여 이쁜 말만 해대자, 나는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마음속에 생각해두었던 질문을 그녀에게 꺼냈다.
“혹······ 가지고 싶은 것이 있소?”
“가지고 싶은 것이요?”
“내 무엇이든 그대에게 사주리라. 원한다면 저 하늘에 떠 있는 별도 따다 주겠소.”
“에이, 농담도······.”
에델은 피식 웃었다.
이때 같이 웃으면 안 된다.
나는 꽤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진짜로 하늘에서 별이라도 따줄 수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제가 말하면 뭐든 다 들어주실 것인가요?”
“그럼.”
“그러면······.”
에델은 잠시 고민하다가 내게 부탁했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주세요. 아이들의 부모로서, 우리 자식들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전부 다 바치겠다고 약속해주셔야 해요.”
“물론이지. 내 약속하리라. 백번이고 천 번이고 할 수 있소.”
이런 기본적인 것 말고.
물질적인 것은 없나?
“또 다른 것은 없소?”
“흠······ 한시라도 빨리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미국으로?”
“예.”
에델은 살짝 넌더리가 나는 듯한 표정을 지어댔다.
“이곳 콘월은 런던보다는 덜하다지만······ 우중충한 날씨 때문인지 영국인들은 행동거지도 그렇고, 마음 씀씀이도 그렇고. 다 별로예요.”
“아······.”
“미국으로 얼른 돌아가고 싶어요. 아! 물론 몸을 다 추스른 후에요. 아플 때 이동하는 것은 싫어요.”
나는 더 없냐는 표정을 계속하여 지었다.
이에.
에델이 잠시 고민하다가 한 가지를 더 언급했다.
“생각해보니, 가지고 싶은 것이 하나 있긴 하네요.”
“이야기해보시오. 내 다 들어주리라.”
“포도 농장을 하나 사들이고 싶어요.”
“포도 농장? 어디에? 이곳 유럽에?”
“아니오. 저는 유럽 말고 미국이 좋네요.”
“미국?”
“예. 동부와는 다르게 서부는 늘 따뜻하잖아요. 캘리포니아에서 포도를 키운다면 쑥쑥 잘 클 것 같은데.”
에델의 말대로 캘리포니아 해안가 인근 평야는 포도와 오렌지가 잘 자라기로 유명한 옥토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신대륙에서 미 서부 연안에서 생산된 와인이 순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품질의 포도주가 생산되는데.
에델은 이를 언급하며 자신은 포도 농장과 양조장을 원한다고 밝혔다.
“우리 가족이 더불어 왕자님이 마실 포도주를 그곳에서 직접 생산해보고 싶네요. 더하여 우리 아이들 이름을 딴 포도주도 만들어 보고요.”
21세기 로비스트로 살아가며, 별별 부자들을 다 만나 보았다.
개중에는 자신이 태어난 연도에 생산된 와인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후, 이것만 먹는 독특한 술 취향을 가진 이들도 존재했다.
에델 역시도 이런 경향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듯했다.
“좋소. 내 그렇게 하리라. 내 미국으로 돌아가면 포도를 심을 농지부터 찾으리라.”
“정말요?”
“그럼. 나는 대답하지 않았으면 대답하지 않지, 허언은 하지 않소.”
“왕자님께선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잖아요. 저 때문이라면 굳이 그러시지 않아도 돼요.”
“아니오. 내 예전부터 포도 농장에 관심이 있긴 했소.”
“진짜요?”
그럼.
나로 인해 역사가 바뀌어, 이번 역사에서도 금주법이 실행될지 모르지만.
술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은 자명하니까.
무엇보다 캘리포니아 와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품질이 좋아져, 프랑스 와인과 자웅을 겨룰 정도가 되기에.
투자한다고 해서 손해 볼 종목은 아니었다.
“그대 말대로 서부의 기후는 유럽의 지중해 쪽 기후와 흡사하지 않소? 프랑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쪽 와인과 견줄 만큼 훌륭한 품질의 포도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나는 굳게 믿고 있었소. 내 그대에게 가장 넓고 좋은 포도 농장을 사주겠소.”
에델이 감동하였는지 내게로 한 걸음 다가온다.
그때였다.
그녀가 입고 있던 드레스 밑단이 서서히 물에 젖어갔다.
“아······.”
에델은 굉장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어댔다.
마치, 내게 못 보일 꼴을 보인 것처럼 얼굴이 벌겋게 타들어 갔다.
“이, 이건.”
나 또한 당황했다.
내 앞에서 여자가 옷을 입은 채로 오줌싸는 것은 처음 봤으니까.
“저, 전하. 의왕비 마마의 야, 양수가 막 터진 것 같습니다.”
정정한다.
소변이 아니고 양수란다.
암튼.
우리 둘은 살짝 멘탈이 나가서 얼음 동상처럼 움직이지를 못했다.
“마마, 이쪽으로 가시지요.”
“전하. 미리 대기하고 있는 의원들을 부르겠습니다. 전하께서도 이쪽으로 이동하시지요.”
* * *
“으······ 으악!”
에델이 비명을 질러댄다.
이 때문에, 내가 머물고 있던 별채 천장이 무너질 것 같았다.
“악!”
“에, 에델은 괜찮겠지? 건강하게, 아이들을 순산해야 할 텐데 말이야.”
나는 아이를 얻었던 경험이 없다.
21세기에도.
20세기에도.
19세기에도.
그렇기에, 나는 덜덜 떨며 잠시 공황에 빠진 사람처럼 행동해댔다.
“응애! 응애!”
두 시간쯤 지났을까?
에델이 있는 방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 전하!”
조선에서 나의 수발을 들던.
지금은 에델의 한국 문화 교육을 담당하고 있던 임 상궁이 내게로 다가와, 내 첫 자식의 탄생을 알렸다.
“경하드리옵니다. 전하. 왕자 아기씨이옵니다.”
첫 아이가 태어났다는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응애! 응애!”
방에서 또 다른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2분 만에 둘째가 태어난 거다.
“전하.”
“그래.”
“공주마마께서 무탈하게 태어나셨습니다.”
“으악!”
응? 이거 뭐야?
아이가 둘이나 태어났는데, 에델은 계속하여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무, 무슨 일인가?”
“셋째가 태어나고 있습니다.”
“뭐라?”
조선 왕실에서 외국인 며느리가 들어온 것도 처음인데.
에델은 세쌍둥이를 낳는 기록까지 가지게 될 것 같다.
“공주마마께서 태어나셨습니다. 경하드리옵니다.”
단번에.
1남 2녀의 아버지가 되어버렸다.
나는 막 태어난, 쭈글쭈글한 아이들을 보며 제법 심란한 표정을 지어댔다.
< 트리플 크라운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