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62)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62화(162/392)
< 크리스티&소더비 (4) >
미스터 갈리폴리가 음흉한 표정을 지어대며 악수를 청한다.
첫 만남이 기분 좋지 않게 시작되었기에, 나는 살짝 긴장하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칠, 이 새끼. 오늘은 얌전하네.’
남작의 집에서는 제 손에 있는 힘을 다 쥐어 가며 기 싸움을 해댔는데.
오늘은 파워 악수를 생략하고 사근사근하게 나를 맞이하네.
“이 왕자님. 아직, 런던에 계셨군요.”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처칠의 물음에 답했다.
이에 처칠이 조곤조곤, 자신의 궁금함을 질문했다.
“혹시 출국을 연기하신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크리스티와 소더비에서 대규모 경매 행사를 주최한다고, 로스차일드 남작이 내게 귀띔해 주더군.”
“아!”
“내게 언제 또 이런 귀한 기회가 찾아오겠는가? 런던에 다시 오려면 적어도 오 년은 있어야 할 것인데 말이야.”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내가 유럽에 다시 오려면, 대단한 각오를 해야 한다.
일단 오고 가는 데만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본업도 잠시 쉬어야 하고.
타지에 체류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추가로 소모된다.
“그래서 출국을 미루셨습니까?”
“그래. 이런 귀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처칠 역시 장거리 여행을 제법 해 본 적이 있는 최상류 귀족 출신 정치인이다.
나와 그는 사이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작금에 내가 처한 상황을 처칠 역시 경험했기에.
내 사정을 아주 잘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왕자님께서 예술 쪽에 관심이 있으시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요.”
“그래? 세간에 소문이 그리 퍼졌는가?”
“예. 솔직히 사실 여부를 알 수가 없어서 긴가민가했는데, 오늘 대화를 통해서 확신할 수 있게 되었네요.”
나는 갑자기 웃으면서 고개를 잠시 돌렸다.
처칠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주변에서 계속 내게 인사를 건넸기 때문이다.
“아, 반갑네. 내 잠시 처칠 장관이랑 이야기 중이라······ 다음에 또 대화하세.”
이는 처칠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 둘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으며 계속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번 크리스티 경매도 그렇고, 이번 소더비 행사도 그렇고. 원하시는 물품은 많이 구매하셨습니까?”
“물론이지.”
앞선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각종 서양 고대유물들과 보석류를 제법 많이 구매했다.
소더비 경매에서는 주로 미술품을 샀고.
“오늘만 해도 일곱 작품이나 사들였네. 아주아주 알찬 작품들만 골라서 구매했네. 나중에 한번 우리 집에 오게나. 내 자네에겐 특별히 내가 사들인 미술품들을 전부 다 보여 주겠네.”
“오호, 기대되는군요? 꼭 한번 가 보겠습니다.”
뭉크의 절규도 그렇고.
반고흐 작품도 그렇고.
미술관에서 메인 작품으로 전시될 만한 것들을 제법 많이 구매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지. 작가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며, 명함을 뿌리지 않았던가?’
뭉크도 뭉크지만, 조금 전에 만난 요한나가 알짜배기다.
그녀는 반 고흐 작품을 천여 점이나 소유하고 있는,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보물창고.
그녀를 후원해 주는 대가로 고흐의 작품 일부를 사들일 예정인데.
내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반 고흐 작품들을 전부 넘기지는 않겠지만.
개중 백여 점.
아니.
오십여 점만 따로 살 수 있어도 나는 엄청난 컬렉터가 될 것이다.
고흐의 주요 작품만 쏙쏙 골라서 빼먹을 자신이 있으니까.
“자네는 어떤가? 이번 경매에 꽤 질 좋은 미술품들이 많이 출품된 것 같은데 말이야.”
내 앞에 있는 처칠은 사실 굉장히 대단하고 유서 깊은 가문의 출신이었다.
그의 가문은 스팬서 가문.
현 잉글랜드 왕가보다도 역사가 더 긴 가문이었다.
다이애나비를 배출한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당연하게도 처칠은 명예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던 부 또한 대단했다.
“저야, 평소 마음에 두던 물건들을 조금 구매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래?”
“예. 왕자님과 다르게 저는 그리 부유하지 않으니까요.”
처칠은 겸양을 떨었다.
돈 자랑을 해 대기엔 내가 너무나도 부자였기 때문이다.
“아! 맞다. 지난번에 로스차일드 남작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자네의 이야기가 나왔네. 자네, 나와 따로 만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아······.”
“뭔가? 혹시 내게 질문할 거리라도 생긴 것인가?”
“예.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긴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해 보게. 이번에 영국을 떠나면 또 언제 이곳에 돌아올지 모르니까. 오늘 내 자네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돌아가고 싶구먼.”
궁금한 것은 풀고 가야지.
어정쩡하게 대화를 끝내고 가면 화장실에 갔다가 뒤처리를 안 하고 나온 것처럼 찜찜하다고.
“이 왕자님.”
“듣고 있네.”
처칠은 갑자기 탁 트인 연회장 중앙에서 나를 비교적 사람이 없는 곳으로 유도했다.
그러며 이동하는 도중에, 샴페인 두 개를 집어서 내게 하나를 건넸다.
“혹시 말입니다.”
무슨 비밀 이야기라도 말할 생각인가?
처칠은 뒷말을 살짝 끌다가 이내 자신의 머릿속에 담고 있던 한 가지 질문을 내게 던졌다.
“라듐에 관해 어떤 정보를 아십니까?”
* * *
라듐?
뜬금없이 무슨 놈의 라듐이야.
‘뭐야? 설마 라듐으로 정적들을 암살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아, 방금 생각했던 말은 취소.
이 시대 라듐은 만병통치약으로 통할망정, 위험 물질로는 인지되지 않았다.
처칠이 회귀자나 빙의자가 아닌 이상에야 이를 알고 있을 리가 없을 터.
나는 들고 있던 샴페인을 홀짝거린 후, 살짝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처칠에게 물었다.
“라듐? 그 밤에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야광 광물을 말하는가?”
“예.”
처칠이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어 대며 재차 내게 물었다.
“라듐이 매독 치료에 유용하다는 풍문이 있던데 말입니다. 항간에는 왕자님께서 이 치료법을 발견하셨다는 말이 있습니다.”
“······.”
“이에 관해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사항이 있습니다.”
미국의 기레기, 스티븐슨을 처리할 때.
내 측근이었던 아일랜드인 출신 맥스가 스티븐슨의 매독 치료로 라듐을 권한 적이 있다.
내가 슬쩍 라듐에 관한 정보를 흘리며, 맥스의 입에서 그 이야기가 나오도록 유도한 것인데.
이 소문이 계속하여 와전되어 시중에 떠돌고 있는 것 같았다.
‘전에, 내 결혼식 파티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었는데.’
계속하여 부인하고 있는데도 소문은 여전히 알음알음 번지고 있다.
물론 조선과 미주 한인들 사이에서는 아니다.
라듐은 창조주의 섭리를 위반한 악마 같은 광석이라고 내가 호언장담했기에, 그들은 라듐을 만지는 것조차 꺼렸다.
하지만 매독이 제법 많이 퍼진 서양에서는 이 이야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 퍼지고 있었다.
“글쎄.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예전에 내 결혼식에서도 그런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자네 역시 이 이야기를 하려고 내 귀한 시간을 뺏은 것인가?”
일단은 부인했다.
더불어 슬쩍 화도 한번 내 보았고.
진짜로.
이 이야기가 기정사실처럼 유럽 전역에 널리 퍼진다면, 나는 나중에 크게 욕을 먹을지도 몰랐기에.
먼저 대응을 한 거다.
‘그런데 처칠이 왜 라듐 이야기를 꺼낸 거지? 아, 맞다!’
대서양을 건너기 전.
유럽 각국의 주요 인물들의 신상을 따로 조사한 적이 있다.
영국의 왕실은 물론이고.
주의해야 할 관료들의 정보를 숙지했는데, 그중에는 처칠에 관한 보고서도 있었다.
‘랜돌프 처칠! 그래, 그자가 매독을 앓았었지.’
랜돌프 처칠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윈스턴 처칠의 친부다.
그는 윈스턴 처칠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젊은 시절 장관이 된 정치계의 샛별이었다.
하지만 난잡한 성생활로 매독을 앓게 되면서,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망하게 된다.
어느 매독 환자처럼 그의 말년 또한 참으로 비참했는데.
매독이 중추신경계까지 전이되며 미친놈처럼 옷을 벗고 거리를 활보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허망한 말년을 처칠은 어린 시절 지켜보았을 거다. 아주 적나라하게 말이다.’
이 시대 의학 수준은 지금처럼 높지가 않았다.
매독 역시 성병이 아닌 유전병 취급을 받았다.
그랬기에 처칠은 언젠가 자신 역시도 매독이 발병해, 미쳐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지금 내게 라듐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 또한 이 생각과 무관하지 않을 거다.
‘여기서 잘못하면, 영국의 전시 내각 지도자가 바뀔 수도 있겠군.’
그래 네 말이 맞아.
라듐은 세계 제일의 매독 치료제지.
하고 두 마디 했다가는.
처칠이 조기에 퇴장할 수도 있으니까.
방사능 후유증으로.
‘살짝 밉긴 하지만, 상대방을 죽일 만큼은 아니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충고를 해 주는 것이 옳은 것 같다.
나는 팔짱을 낀 후, 처칠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내가 파울 에를리히를 영입했네. 매독 치료제를 찾고 있는 아주 유명한 화학자네.”
“······.”
“그 때문에 소문이 좀 와전된 모양일세. 아니면, 영국에 있는 라듐 광산 소유주가 위기감을 느끼고 말장난을 좀 쳤을 수도 있고.”
처칠은 잠시 침묵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런 처칠을 바라보며 쐐기를 박았다.
“나는 현재 의약 산업에 거금을 투자하고 있네.”
“압니다. 러시아 황태자의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진통제 개발에도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 들었습니다.”
“그래. 이런 근거 없는 민간 치료법 말고 진짜배기를 찾기 위해 거금을 쏟고 있지.”
의약 분야에 내가 거금을 쏟고 있는 것도.
러시아 신임 재정관리자로 취임한 후, 진통제 개발에 힘쓰고 있는 것도.
이를 위해 여러 인재를 수집하고 있는 것도.
모두 다 사실이다.
그것도 비밀리에 행하고 있는 일이 아니고, 공식적으로 대중에게 발표해 가며 일하고 있었기에.
처칠은 내가 한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곧 있으면 결과물이 나올 것이네. 본래 인풋을 무지막지하게 투입하면 아웃풋이 나오기 마련이니까.”
결과가 시원치 않다면, 돈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나 의심하라는 명언도 있지 않던가?
‘살바르산은 올해 발견된다.’
만약.
나 때문에 역사가 바뀌었다고 하더라고, 조만간 튀어나오겠지.
원 역사에서.
살바르산의 화학식이 20세기 초에 발견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인위적으로 합성하거나 추출하기 쉽다는 뜻이니까
“이번에 영입한 파울 에를리히가 조만간 일을 낼 것 같네. 그러니 그 이상한 민간요법 따위는 믿지 말고 좋은 소식이나 기다리게.”
“충고 감사합니다. 이 왕자님.”
지난번과 180도 다르게 처칠은 오늘 내내, 내게 호의를 보였다.
조금 이상하다 싶긴 했다.
‘설마 내가 매독 치료제에 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사람이란 게 참으로 간사한 동물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이리 안면을 싹 바꾸기도 하고.
‘어?’
이거 잘하면······.
내 산하 회사들의 영국 진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네.
미스터 갈리폴리의 숨겨진 약점을 활용한다면 말이지.
“아! 처칠 장관.”
“말씀하십시오. 이 왕자님.”
“내 차후에 제약회사 법인을 영국에 하나 세우려고 하는데 말이야.”
다른 회사도 아니고.
제약회사 법인을 세운다는 말에, 처칠의 눈빛이 살짝 바뀌었다.
그는 계속 말해 보라는 표정을 지으며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대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네. 영국의 법은 미국과는 조금 달라서 복잡하니까.”
“그렇지요.”
“혹,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언제든 미리 연락을 주신다면, 왕자님의 편의를 위해 제가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 * *
진짜로 끝났다.
미술품은 미술품대로 다 샀고, 만날 사람 또한 다 만난 상태다.
나는 내가 머무는 숙소로 돌아가려고 짐을 챙겼다.
“이 왕자님.”
소더비의 부사장.
마이클 갠트리 소더비가 내 앞에 다시금 등장했다.
“오늘 이 자리를 빛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산 작품만 해도 일곱 개가 넘는다.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사람들을 열심히 만나기까지 했으니, 저런 말이 나올 만도 했다.
“뉴욕에서 8월쯤에 저희 회사 주최로 경매에 행해지는 데 말입니다.”
역시나.
또 다른 목적이 있어서 떠나는 나를 끝까지 챙겨 준 것이로구나.
나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때 역시 잘 봐 달라는 뜻인가?”
“예. 그렇습니다.”
소더비의 창업자는 눈을 초승달처럼 뜨며 내게 아부를 해 댔다.
“아무래도 미국이지 않습니까? 여기 영국보다 경매 참가자들의 안목이 심히 낮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나보고 다시 한번 활약해 달라는 뜻이로구먼.”
“그렇습니다.”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법이 있는 법이지.
나는 마이클에게 물었다.
“내게 돌아오는 것은?”
“······.”
“내게 돌아오는 것은 뭔가?”
“어, 어떤 편의를 원하십니까?”
크리스티나 소더비처럼, 거대 경매회사와 친해지게 된다면?
여러 이점이 존재한다.
살짝 불법적이지만, 내가 참여한 경매에서 편의를 봐줄 수도 있고.
어쩌면, 수수료를 할인받을 수도 있다.
다음번 경매 행사 때 어떤 물건이 나오나 사전에 그 목록을 통지받을 수도 있고.
‘남작처럼 말이지.’
지난 크리스티 경매 때를 보라.
로스차일드 남자는 그 행사에 내 조부의 석파란이 나올 것을 미리 알지 않았던가?
나 역시도 남작처럼 이런 편의를 충분히 받을 자격이 되기에, 나는 슬쩍 마이클에게 내가 원하는 바를 이야기했다.
“그대 회사에 가끔 대한제국 관련 유물이 접수된다지?”
“아, 예. 그렇지요.”
“그와 관련된 소식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입수하고 싶구먼.”
정상적인 루트로 반출되었다면, 내가 이를 사야겠고.
비정상적인 루트로 유물이 빼돌려졌다면, 경매 의뢰인을 알아내어 족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관련 정보가 필요했다.
나는 마이클에게 이를 부탁했다.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이로군요. 이 왕자님. 누구보다도 관련 소식을 왕자님께 먼저 보고하겠습니다.”
“고맙네.”
나는 활짝 웃으며 살짝 앞으로 나온 앞머리를 이내 넘겼다.
“아 그리고.”
“예. 말씀하십시오.”
“여기 이 작가들 말이야.”
“예.”
나는 작가들 명단이 적힌 쪽지를 마이클에게 건네며 권유했다.
“이 작가들 관련 작품들을 뉴욕에서도 보고 싶구먼.”
“······.”
“구해 줄 수 있겠지?”
사고 싶은 작품들도 더러 건넸다.
생존 작가들 작품이야 직접 찾아가서 직구매하는 것이 좋지만.
유명을 달리한 작가들은 그렇지 못하니까.
경매사나 갤러리를 끼고 사야 하는데, 다른 이에게 뺏기기 전에 이를 사들이고 싶었다.
마이클은 내가 건넨 명단을 쭉 한번 살펴보고는 꾸벅 인사를 해 댔다.
“물론입니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최선을 다해 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크리스티&소더비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