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67)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67화(167/392)
< 씨 뿌리기 (1) >
20세기는 21세기만큼이나 격변의 시대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현실이 이 주장을 잘 증명해 준다.
“록펠러 대표와의 통화는 어떻게 끝났나? 어째, 잘 마무리 했는가?”
“예. 전하.”
윌슨과의 대담이 끝나고, 나는 바로 호텔로 돌아가 록펠러에게 연락을 취했다.
전화선이 아직 미국 전역에 모두 설치되지 않았기에,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면 꿈도 못 꿀 일이지만.
대다수 인구가 몰려 있는 동부 해안가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지, 십 년이 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번거롭게 우체국에 들러 전보를 쓰지 않고 전화로 편히 록펠러와 소통을 할 수 있었다.
“그래. 지금 록펠러는 어디에 있다던가? 설마 주말에도 본사에 출근해 있는 것은 아니겠지?”
여느 성공한 CEO와 마찬가지로, 록펠러 역시 일벌레였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워커홀릭.
그렇기에 뉴저지 본가에 전화하기 전에, 스탠다드 오일 본사에 먼저 전화를 넣었다.
“뭐라? 지금 뉴저지에 없다고?”
나는 뜻밖에 소식을 입수했다.
록펠러는 부재중이었다.
“예. 록펠러 대표는 지난달부터 워싱턴에 머물며 장기 출장 중이랍니다.”
“워싱턴이라······ 아! 그래. 그 일 때문이겠군.”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구나.
그놈의 독점.
독점 기업이 뭐라고.
주말도 반납한 채 워싱턴 정계와 연방대법원을 들락날락하며 로비한단 말인가?
‘뭐, 이 시대 기업인들에게 있어서 독점 경영은 그야말로 유니콘과 같은 궁극의 이상향이니까. 쉽게 포기하긴 힘들겠지.’
나는 미래를 안다.
록펠러의 이런 끈질긴 노력에도 그는 슬픈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중도 쪽에 가까웠던 태프트가 원 역사처럼 대통령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고. 강경 진보계열의 시어도어가 아직도 백악관에 머물고 있지 않은가?’
1910년대 미국은 빈부 격차가 극에 달하는 시기다.
미국 시민들은 이런 암울한 현실에 분노하며,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에게 한 가지를 요구했다.
월가 놈들을 도륙해 달라고.
‘루스벨트는 기꺼이 국민의 염원을 들어줄 태세지.’
여타 다른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루스벨트는 자신만의 확고한 경제 철학을 가진 자다.
그는 ‘경쟁’을 제한하는 ‘독점’은 죄악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부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다.
‘록펠러도 그래. 내 말을 들으면 얼마나 좋아.’
록펠러는 스탠다드 오일을 선제적으로 쪼개라는 내 조언을 무시했다.
쇠심줄 같은 고집을 꺾지 않으며,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을 고수한 거다.
그렇기에 나는 더는 조언하지 않고 그저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이익만을 계산 중이었다.
“전하. 어디로 향하시겠습니까?”
“그야······.”
나는 잠시 머뭇거리며 고민하다가 차분하게 목적지를 말했다.
“뉴욕으로 가겠네.”
“현재 록펠러 대표는 워싱턴에 머무는 중이라 합니다. 그런데도 뉴욕으로 발걸음을 옮기실 것입니까?”
“아무리 장기 출장 중이라지만, 언젠간 뉴욕으로 돌아오겠지. 그자가 정치에 뜻이 있는 인간도 아니고.”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빠르게 다음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내가 뉴욕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알아서 내게로 찾아올 것일세. 논의해야 할 것이 있으니까.”
7인회 회동이 올해 가을에 열릴 예정이다.
연방준비제도 설립을 논의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였기에, 언젠가 한 번 입을 맞춰야 했다.
‘한풀이도 거하게 할 겸.’
속이 아주 답답할 거다.
나는 록펠러만큼은 아니지만 스탠다드 오일 주식을 잔뜩 들고 있는 이.
지금만큼은 누구보다도 믿을 만한 동지였기에, 이 주제에서만큼 록펠러는 나를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윌슨 학장에게는 뭐라고 이야기할까요?”
“뭐라고 하긴. 가만히 있게나.”
나는 피식 웃으며 어쩌라는 표정을 지어댔다.
“내 언제까지 록펠러를 소개해 주겠다고 확답해 주었던가? 그저 선거 전까지만 다리를 놔주겠다고 이야기했네.”
어차피 급한 놈은 윌슨인데.
정 애가 타면.
뉴욕으로 와서 나에게 다시금 요청하겠지.
더욱이 다음 대통령 선거부터 척을 질 놈이었기에.
너무 극진히 신경 쓸 필요까지는 없다.
그저 구색 정도만 맞춰 가며 간간이 기부금 정도만 보내 줘도 상관이 없을 터.
‘내 터전이 뉴저지도 아니고.’
뉴저지 주지사는 뉴저지에서만 왕이지, 다른 주에서는 일개 지역 정치인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나는 윌슨을 신경 쓰지 않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 갈 거다.
“뭐 하는가? 어서 빨리 뉴욕으로 떠날 준비를 하게.”
* * *
뉴욕에 있는 별채에 도착한 후, 나는 미국 각지에 풀어놓은 익문사 네트워크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유력 정치인들을 죄다 보고하라는 나의 요청에, 뉴욕에 머물던 이상설이 이를 한데 취합해 내게로 가져왔다.
“다음 대선에 이자들이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예. 그렇습니다.”
이 시대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은 죄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이다.
이들을 대차게 거를 생각이었기에, 지금 내 머릿속에 담아야 할 이들의 이름들은 죄다 공화당 출신 정치인들이었다.
‘아는 이름도 몇몇 보이는군.’
군부가 밀고 있는 레너드 우드.
모건을 후견인으로 두고 있던 보수 정치인 프랭크 로덴.
현 부통령이자 루스벨트의 오랜 친우인 찰스 워런.
하!
하나같이 나와 인연이 없는 정치인들일세.
“안면을 터놓은 인간은 이들뿐인가?”
뉴욕시장인 조지 매클렌런은 지난 자선 경매행사에서 만났던 인물이다.
현 뉴욕주지사인 찰스 에번스 휴스는 유럽을 왔다 갔다 하는 도중에, 록펠러의 소개로 한 번 인사를 나눴던 사이고.
“내 사람이 필요한데 말이야.”
정치인과 연을 쌓는 일은 시간과 돈 그리고 정성이 필요하다.
이강의 몸에 빙의한 지 5년 차.
그것도 초반에는 열심히 종잣돈 모으는 데 집중한 상황이었기에, 나는 미국 중앙정계와 영 연이 없었다.
나는 자못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어느 선거나 중요하지만······ 2년 뒤, 대통령 선거는 내게 정말이지 중요한 선거인데.’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지 않던가?
이를 지휘하는 이가 바로 이번 선거의 승리자다.
나는 이상설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게 다인가?”
“예. 아, 여기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목록입니다. 한번 살펴보시겠습니까?”
영향력이 적거나.
특정 정치 성향이 너무 강하여 견제를 받는 인물들.
별이 될 수는 없지만 그림자가 될 수 있는 인물들이 한데 모여 있다.
그곳에서는 나와 친한 이들의 이름이 몇 보였다.
그래서일까?
나는 살짝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조지 파디라.”
미국에 온 지 5년
성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나와 제법 끈끈한 인물이 부통령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을 보면.
‘인프라 국영화 주장과 반전 발언으로 월가의 자본가들과 군부에는 눈 밖에 난 인물이지만.’
진보주의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자.
‘부통령이라.’
중요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고귀하지만 존중받지는 못한.
그게 부통령 자리다.
대통령보다는 튀어서는 안 되며.
상원의장을 겸임하고 있지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혀서도 안 되었다.
그야말로 그림자처럼 지내야 하는 자리.
하지만.
단 한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빛이 나게 된다.
현직 대통령이 불의의 사고로 숨을 거둘 때.
만년 이인자가 단번에 선거 없이 새로운 별이 되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굉장히 낮지만.’
현직에 재임 중인 시어도어 루스벨트만 봐도 그렇다.
부통령으로 출발했지만, 윌리엄 매킨리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운 좋게 대통령직을 승계받지 않았던가?
‘조지 파디가 다음 유력 부통령으로 거론되는 중이라니까. 최선을 다하여 이자를 밀어줘야겠네.’
조지 파디는 이번에 캘리포니아 주지사직에 도전하지 않는다.
그 대신 연방상원의원 자리를 노리며 중앙정계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다음번 주지사직에는 그와 성향이 비슷한 하이럼 존슨이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었기에, 후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그랬기에 마음 놓고 이자를 후원할 수 있을 것 같다.
“계파색이 옅은 새싹을 찾아야 하네. 2년 뒤에 치러질 선거는 몰라도 차기나 차차기 선거에서는 나와 인연이 있는 이가 대통령 자리에 올라야 하니까.”
이상설이 건넸던 목록을 슬쩍 한 번 바라보며 내 의향을 물었다.
“누구를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누구라 특정할 수 없네. 기존 정치인 중 계파가 없는 자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씨를 뿌려야 하지.”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
나와 한인의 이익을 신경 써줄 만한 정치인으로 말이다.
‘월가와 루스벨트파, 모두 만족시킬 만한 인물이 차차기 대통령이 된다.’
“전하.”
“무슨 일인가?”
“후버가 돌아왔습니다.”
후버?
허버트 후버 말인가?
“오늘 중으로 전하를 뵙고 싶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다음에 오라고 할까요?”
“아닐세. 당장 들라고 하게. 시간을 뺄 수 있네.”
나는 손님 맞을 준비를 급히 하며, 입고 있던 옷의 맵시를 점검했다.
“허버트 후버라······.”
그래.
그자라면, 191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써먹을 수 없어도.
1920년이나 1924년에는 써먹을 수 있겠네.
원 역사에서도 대통령을 했던 인물이니, 본 역량 또한 부족하지 않고.
‘서부 해안가 출신이기도 하니까.’
캘리포니아는 나의 제2의 고향이다.
어느 나라나 지역감정은 있기 마련.
미국 역시 어느 주 출신이냐를 몹시 따지는 나라였기에, 후버는 나에게 상당한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라도 슬슬 내 사람을 키워 볼까나?”
* * *
“이 왕자님.”
막 미국에 도착해서일까?
후버는 자못 피곤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곧이어서 내게 받게 될 성공 보수를 잔뜩 기대한 모양인지, 표정만큼은 밝았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네. 그래. 몸은 좀 괜찮은가?”
“염려해 주신 덕분에 아주 좋습니다.”
“앉게나.”
다짜고짜 본론을 꺼내는 것은 못 배워먹은 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좀 여유를 가지라는 뜻으로 따듯한 차를 내온 후, 후버에게 이를 권했다.
“향이 아주 좋군요. 역시 청나라산 차가 제일이지요.”
이 시대에는 중국 광동이나 사천에서 재배한 차를 최고로 쳐주었다.
나는 왕자로.
최고급만 쓴다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있기에, 후버가 그런 말을 한 것 같았다.
“이 차는 광동에서 재배된 차가 아닐세.”
“예? 그럼?”
“우리 대한제국에서 수확한 어린잎들일세. 지리산이라는 명산에서 따온 일 등급 찻잎이지.”
“아······ 그렇군요.”
후버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왕족은 본디 최고의 물건을 쓰기도 하지만, 자국산을 애용하기도 한다.
후자였을 것을 예상치 못한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는 것 같았다.
“최근에 홍삼이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지요?”
“그래?”
“예. 유럽에서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서······ 요새 뉴욕의 부유층들이 이를 애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군.”
자국이나 자국의 상품을 칭찬하는 것은 때론 말치레긴 하지만, 기분을 좋게 한다.
후버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나와 대한제국의 상품들을 거론하며 나를 열심히 띄워 댔다.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구먼. 돌아갈 때 내 잔뜩 챙겨 주겠네.”
“감사합니다.”
차를 마시며 잡담을 나눈 지 30분째.
드디어 후버가 자신의 서류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여기 연해주와 북만주 그리고 캄차카반도 인근을 탐사한 보고서입니다.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탐사를 동시 진행했기에, 탐사 기간을 짧지만 안에 내용은 꽤 알찹니다. 여기, 읽으시기 쉽게 따로 요약본까지 마련해 두었습니다.”
후버가 따로 건넨 요약본을 훑어보며 나는 첫 페이지 가장 위에 적혀 있는 사항을 언급했다.
“사할린과 북만주에 유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 시추하여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발견되었던 유전 정보들을 한데 모아 통계를 내 보았을 때, 높은 확률로 거대 유전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눈을 가늘게 뜨며 다른 사항도 확인했다.
“석유 말고도 다양한 광물들이 잠자고 있다? 특히나 철과 동, 유황 그리고 유연탄이 그리도 많다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북만주보다는 연해주가 자원의 보고로군.”
“맞습니다. 시간을 좀 더 주셨다면 더 세밀한 자원 상황을 알아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쉽습니다.”
후버는 입맛을 다시며 보고서 마지막 쪽을 봐 달라고 조언했다.
“연해주 지방에 매장된 광물들을 채굴할 인재가 많지 않아서,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래?”
“예. 아! 물론 연해주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을 이용한다면 상황이 달라지겠네요.”
나는 후버를 흘깃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 보고서 결과가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보안을 지키는 것은 탐사꾼의 기본 소양입니다. 자신의 이름값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자라면 쉬이 다른 곳에 토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불신하는 표정을 계속하여 짓자, 후버가 서류 가방에 보관하고 있던 또 하나의 종이 더미를 내게 내밀었다.
“여기 팀원들에게 받아 온 각서들입니다. 탐사 결과에 관한 비밀유지 조항이 가장 밑에 적혀 있습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나는 한 장 한 장 넘기며.
누가 이번 탐사에 참여했는지 확인했다.
“훌륭하군.”
“아닙니다.”
“내 그대에게 약조한 것들을 이행할 차례구먼.”
이번에 건넬 자금까지 치면, 후버는 꽤 많은 자금과 주식을 소유한 부자가 된다.
“그러려면 이를 공증할 변호사가 필요해질 텐데 말이야.”
“······그렇죠.”
“나와 함께 뉴욕 시내에 가지 않겠는가? 전에 함께 만났던 루스벨트에게 이를 다시 부탁할 생각이네만.”
< 씨 뿌리기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