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7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71화(171/392)
< 따로 또 같이 (2) >
나의 장인인 윌리엄 록펠러는 최근 대한제국에서 받은 귀족 작위를 반환했다.
나는 이 정보를 입수한 후, 에델을 떠보기 위해 그녀의 주변을 계속하여 어슬렁거렸다.
“······.”
“······.”
하지만 에델은 아까 전부터 내 시선을 교묘히 회피하며, 하고 있던 꽃꽂이에 열중하는 척 눈알을 뱅글뱅글 돌려 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찬다.
‘역시······ 눈치 하난, 나보다 뛰어나단 말이야.’
그런 에델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곰보다는 여우 같은 여성이 나는 더 좋다.
‘답답함은 밖에서만 느껴도 충분해.’
그녀는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계속하여 증명하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을 계속하여 먼저 하고 있지 않던가?
‘보그 사진 촬영도, 이번에 집안 단속을 한 것도 그렇고.’
아!
문뜩 한 가지 사실이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일본 신임 총리에 관한 기억이었다.
‘조용히 사는 줄 알았는데, 내 뒤에서 간계를 부릴 줄이야.’
이번 신임 총리는 가쓰라보단 이토를 닮은 모양인지, 머리가 제법 잘 돌아갔다.
아주 교묘하게 나와 록펠러 가문, 둘 사이 틈을 벌리려고.
장인과 처남, 처제에게 남작 위를 제안한 행동을 보아라.
‘수준급이야.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도 했지.’
일본은 내 장인에게 남작 위를 제안했다.
하지만 정작 본가 출신인 존 록펠러와 그의 아들 록펠러 주니어에게는 아무런 작위도 내리지 않았다.
본가와 방계 가문 사이에 의도적으로 차별을 둔 거다.
‘아마도 내부에서 분란을 유도하려고 그런 움직임을 보였을 거다.’
방계가 본가보다 잘나갈 때, 갈등이 생겨 나는 것은 역사책에도 숱하게 나온다.
다행히 일본의 시도는 에델의 선에서 마무리되지만 이런 시도가 또 언제 어떻게 우리 두 가문 사이를 갈라놓을지 모르기에, 주의가 요망되었다.
“넷째는 아들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한참 시선을 피하던 에델이 빙그레 웃더니 내게 말을 건다.
세쌍둥이를 낳고도 자식 타령을 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대단한 여인인 것 같다.
“나는······ 둘 다 좋은데.”
“예? 또 쌍둥이를 낳으라고요?”
뭐, 뭔 소리야.
나는 아들, 딸 구분하지 않고 그저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에델······ 그게 아니고.”
‘아니면 뭔데요.’ 하는 말과 함께 에델이 내 품 안으로 쏙 들어왔다.
쌍둥이를 낳는 것은 힘들다는 투정도 덤으로 하고.
‘아, 좋다.’
막 샤워를 마쳐서 그런지, 그녀의 정수리에서 품기는 비누 냄새가 참 좋았다.
아랫도리에 다시금 힘이 솟을 만큼, 아주 많이.
* * *
“어서 오게, 록펠러 대표.”
맡은 직책이 달라서일까?
존 록펠러는 나의 장인인 윌리엄 록펠러보다 2주나 더 뒤에 뉴욕으로 돌아왔다.
“많이 힘들어 보이는군. 자자- 긴장도 풀 겸, 차부터 한잔 마시게.”
동생이었던 윌리엄도 그렇지만, 나이가 더 많고 평소 지병을 앓았던 존 록펠러는 더더욱 세월의 풍파를 정면으로 맞은 듯했다.
나는 지리산에서 딴 어린잎 녹차를 그에게 권유하며 잠시만이라도 편히 마음을 가지라고 말했다.
“이 왕자님.”
“말하게.”
“이게 참······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기분입니다.”
록펠러는 사막의 신기루를 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간 워싱턴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내게 이야기를 했다.
“사법계라는 것이 다 그러네. 뭐든 판결 전까지는 모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그들의 특기지.”
쉽게 확답을 주었다면, 록펠러 역시 마음 편히 다음을 준비할 텐데.
평소 록펠러가 후원을 했던 사법계 인사들은 록펠러의 문답을 질질 끌며 여론만 살피고 있다.
“하! 지난날의 제가 원망스럽습니다.”
그러게.
사법부 쪽에 확실하게 기름칠해 두었어야지.
애매하면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원래.
“죄를 짓지 않아도, 우리 같이 가진 것이 많은 이들은 미리미리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네.”
“알지요. 그래서 대법원 쪽은 물론이고 법무부 쪽에도 제 라인을 하나 만들어 두지 않았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애매한 인맥은 위기 상황에서 별로 도움이 안 된다.
확실한 내 편만이 위기 상황에서 썩지 않은 동아줄을 건네 준다.
‘그러고 보면, 록펠러 당신은 참으로 운이 좋은 인간이군.’
확실한 그의 편이 가까운 곳에 하나 있으니까.
“록펠러 대표.”
“예, 왕자님. 말씀하시지요.”
“내가 자네를 위해 재미난 소식을 하나 가져왔네. 어떤가? 궁금한가?”
나는 피식 웃으며 록펠러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짓자, 록펠러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소식입니까?”
“기대해도 될 만한 정보일세.”
앞에 있던 녹차를 한 모금 홀짝인 후, 소파에 등을 기댔다.
이후, 한껏 록펠러의 애타는 표정을 감상한 후 입을 열었다.
“내 쪽 사람이 이야기해 주기로는 이번 소송의 결과가 늦어도 다가올 이번 겨울을 넘기지 않을 것 같다고 하더군.”
“겨울이요?”
“그래.”
내가 빠르게 다음 말을 이어 갔다.
“적어도 부활절 전까지는 소송 결과가 나온다는군. 교차 검증된 정보이니 믿을만하네. 내 생각에도 그때쯤 나올 것 같고.”
나는 소송 결과가 왜 부활절 전까지 나와야 하는지, 록펠러에게 풀어 설명했다.
“2년 뒤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네. 현 대통령인 루스벨트는 3연임을 하였기에, 이번에는 나올 수가 없지.”
“그렇지요.”
“그렇다는 것은 이번 전당 대회에서 새로운 대통령 후보가 탄생한다는 뜻이네. 루스벨트는 이때 자기 사람을 그다음으로 세우려고 노력할 것이네.”
“맞습니다. 아! 그러기 위해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반독점법을 마무리 지어야겠군요. 제물로 바치기 위해서요.”
“그래.”
하-
록펠러가 크게 한숨을 내쉰 후에 제 손으로 관자놀이를 마구 주물렀다.
평소 지병 중 하나였던 편두통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놈들만 문제가 아니군요. 당 내부에도 주의해야 할 것이 널렸습니다.”
“그렇지.”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거지들에게 표를 구걸하기 바쁘다니. 나 원 참. 기가 막힙니다.”
록펠러는 최근 일고 있는 루스벨트 파벌의 진보주의 물결을 힐난했다.
그는 본디 자수성가한 자본가였다.
그랬기에 평소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는 빵 한 조각도 건네주지 않아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록펠러 당신처럼 굳센 의지나 모험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노력이 필요하다.
록펠러같이 성공한 이들은 이를 쉬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랬기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를 참고하며 속 안에 담아 두던 말을 꺼냈다.
“선거 구호는 시대의 요구에 맞춰지곤 하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선거는 노동권과 임금 인상 이슈로 뜨거울 것일세. 민주당 또한 이를 이용하고 있으니, 공화당 역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
“압니다. 더불어 거대 금융 트러스트들의 지배 구조 이슈 또한 자꾸 거론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 앞으로 십 년간은 작금의 레퍼토리가 해당 선거를 계속 지배할 것일세.”
“그렇게 오래요?”
한때 한국에서도 유행했던 ‘경제민주화’란 단어.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여기 미국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루스벨트의 반독점 기업 강제 분할 소송도 이런 거대한 시류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이를 타개할 방법이 없습니까? 이 왕자님.”
그 거대한 파도에 록펠러와 모건이 휩쓸려서 죽게 생겼다.
그는 재차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모두가 잘살게 되면 되네. 노동자들의 월급이 올라가고, 근로 환경이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거대 담론으로 주제가 넘어가겠지. 하지만 이를 해내기 전까지는 어림도 없네.”
“예?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닙니까?”
가난은 신도 구제하지 못한다.
모두가 잘사는 사회.
내 입에서 이런 표어가 나오자, 록펠러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콧방귀를 꼈다.
‘그 힘든 걸, 십 년 뒤 미국이 해냈다니까?’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미국의 서민 수준은 여타 유럽의 중산층을 뛰어넘게 된다.
그 결과.
유럽에서는 파시스트니, 공산주의니 하며 난리가 나지만.
미국만큼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내며 한층 더 성장한다.
록펠러는 이 미래를 몰랐기에, 기겁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 말에 질색했다.
“아무튼······ 앞으로 십 년을 좌지우지할 큰 이벤트가 다가오고 있네. 연방준비제도법도 차기 대통령 통치기에 통과되지 않겠는가?”
“그렇지요.”
“그러니 각별히 유의해야 하네.”
나는 마지막 말을 강조하며, 록펠러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이를 위해 자네, 혹시 나랑 사업 하나 같이 하지 않겠나?”
* * *
“어떤 사업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여론조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생각이네.”
반독점법 소송 때문일까?
록펠러는 내 깜짝 제안을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흔쾌히 수락했다.
“하긴. 통계들만큼이나 효과적으로 여론을 호도할 수 있는 수단도 없지요. 좋습니다.”
록펠러가 무언가를 회상하다가 이내 자신의 소유 기업 목록을 나열했다.
“아! 왕자님. 저는 이미 여론조사 기관 몇 개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지역 단위 말고, 전국 단위 회사는 아직 없지 않은가?”
록펠러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미 전역, 나아가 유럽과 아시아까지 진출할 생각이십니까?”
“그래.”
나는 살짝 비열하게, 음흉한 표정을 지어 댔다.
“일단은 우리 둘이 각자 회사를 세운 후, 시장을 어느 정도 장악할 때까지 키워 나가도록 하세. 이후, 두 회사를 합병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두어 우리 둘이 이 시장을 주도하세나.”
“괜찮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여론조사 시장 또한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테니까요. 저는 찬성입니다.”
“그래.”
할 말은 거의 다 끝낸 것 같다.
나는 마지막으로 록펠러에게 한 가지를 더 부탁하며 오랜 대화를 끝냈다.
“아! 앞으로 있을 7인회 회동 때문에 여기 뉴욕에 올해 말까지는 더 머물러야 하는데. 혹시 시간이 좀 있다면, 군부 쪽 인사를 좀 소개해 주게.”
“군부 인사를 말입니까? 어째서 그런 부탁을 하시는 것입니까?”
어째서긴.
곧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던가?
인디언이나 때려잡았지, 별다른 전쟁이 없던 미국이지만.
원 역사에서는 미국 역시도 이런 거대한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이번 역사는 바뀔 수도 있지만, 사전에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나는 핑곗거리를 하나 내세우며 록펠러에게 군부와 사다리를 놓아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볼 수 있는 멕시코 정국이 불안하네.”
“메, 멕시코가요?”
“그래. 이십 년 동안이나 대통령 자리를 해 먹던 디아스의 끝이 다가온 모양일세.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려고 온갖 방법을 연구하는 모양인데······ 반대편이 만만치 않게 이를 갈고 있는 모양이야.”
멕시코는 미국 자본가들의 뒷마당이다.
그곳이 혼란에 빠지면, 멕시코에 엄청나게 투자한 뉴욕의 자본가들 또한 위기를 맞게 된다.
“몰랐습니다. 이리 좋은 정보를 공유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반독점법에 집중해서일까?
록펠러는 뒷마당이었던 멕시코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친해도 맨입으로 호의를 받을 순 없으니까. 여기 하나 더 준비했네.”
나는 가지고 있던 보고서 하나를 록펠러에게 건넸다.
“여러 여론조사 기관들의 예측이 담긴 보고서네. 열 중 열이, 우드로 윌슨의 우세를 예측하더군. 그것도 오차 범위 밖에서.”
록펠러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진성 공화당원.
민주당 정치인이 잘되는 꼴을 누구보다도 싫어하는 자였다.
“제길. 우리 뉴저지에서 민주당 주지사 탄생이 유력하다니.”
“자네도 슬슬 준비를 좀 해야 할 것일세.”
스탠다드 오일의 본사가 바로 뉴저지에 있다.
나야.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활동하기에, 윌슨이 주지사가 되든 말든 상관이 없다만.
록펠러는 그렇지 않았다.
“혹시나 해도 모아 둔 것이네. 필요할 때 유용하게 쓰게나.”
그간 모아둔 우드로 윌슨의 약점 모음을 록펠러에게 슬쩍 건넸다.
이에 록펠러가 자못 감동한 표정을 지어 댔다.
“윌슨은 아주 영리한 자네. 애처가이고, 겉과 속이 다르지만······ 프린스턴의 학장까지 한 인물이니 쉽게 볼 상대는 아닐세.”
“왕자님이 이리 말씀하시니 조금 두려워지는군요.”
록펠러는 빠르게 현실에 순응했다.
그는 잠시 윌슨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록펠러는 서류를 냉큼 받은 후에 잠시 자신이 알고 있는 군부 인사들의 면면을 회상했다.
“흠. 누가 있을까요? 왕자님께서 하실 일은 제게도 도움이 될 것이니, 좋은 이를 소개해 드려야 할 텐데 말입니다. 당장 떠오르는 인물로는 레너드 우드 육군 참모총장뿐인데.”
“오, 레너드 우드라! 좋지. 좋고말고.”
록펠러는 조금 전 언급했던 레너드 우드로는 살짝 부족한지, 잠시 더 고민했다.
“아니면, 여기 뉴욕 근처에 있는 웨스트포인트에 한번 들러 보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웨스트포인트에?”
“예. 이번에 막 취임한 신임 학장과 제가 연이 좀 있습니다. 한번 들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는데 말입니다.”
< 따로 또 같이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