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72)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72화(172/392)
< 따로 또 같이 (3) >
‘흠, 웨스트포인트라······.’
웨스트포인트(West-Point)라는 지명은 미국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역명이다.
당연하게도 지금 내가 있는 뉴욕주에도 동일한 지명이 여럿 존재했다.
그중 록펠러가 말하는 ‘웨스트포인트’는 허드슨강 인근에 자리한 육군사관학교를 뜻하는 단어였다.
‘별들의 요람에 방문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지.’
당장 내게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육사생도들과의 만남은 미래를 투자하는 행위기에, 언젠가 한 번쯤은 해야 할 일이었다.
‘더욱이 올해는 1910년이다.’
약 1년 뒤에.
수많은 별이 태어나는 별들의 기수 시대가 시작된다.
이를 전후로 웨스트포인트에 들른다면, 분명 내가 구상하는 미래에 도움이 될 거다.
‘졸업생 중 3할 이상이 별을 달았던 기수였어. 1915년 졸업생들은.’
막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 때문에.
더하여 졸업생들이 한참 장성으로 날릴 시기에 제2차 세계대전이 터져서 그런지.
이 시기 웨스트포인트 졸업생들은 다른 시기의 졸업생들보다 유난히 별을 많이 달았다.
‘대표적으로 아이젠하워와 브래들리가 있지.’
그중 아이젠하워는 대통령까지 지냈던 거물이었기에, 반드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생도 때부터 면을 트는 것만큼 좋은 접근은 없기에, 적어도 내년에는 한 번 미 육사에 들러야 했다.
그전에 학장을 만나서 면을 터 두는 것도 좋겠네.
‘그나저나 현 학장이 누구더라.’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한 방에 뒤집은 맥아더는 1919년에나 학장에 취임한다.
그렇다는 것은.
일단 맥아더는 아니란 말이다.
“······.”
“······.”
한참 기억을 떠올리며 혼자만의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가물가물한 기억도 몇 개 존재했기에,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이를 회상했다.
“별로, 내키지 않으신가 봅니다.”
그 때문일까?
록펠러는 내가 살짝 언짢아하고 있다고, 내 표정을 잘못 해석한 것 같았다.
“제가 베리 학장에게는 잘 말해 두겠습니다. 베리의 친지가 어려울 때 제가 나서 이들을 도왔기에, 저와 인연이 꽤 깊습니다.”
아, 베리라는 인물이 학장이구나.
누군지는 몰랐기에, 나는 계속하여 해당 인물의 정보를 회상해 보았다.
이에 록펠러는 내게로 조금 더 다가오며 현 웨스트포인트 학장과 자신의 인연이 얼마나 깊은지 강조했다.
“저를 생각해서라도 왕자님을 섭섭지 않게 대접할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랜 기억을 회상해야 했기에 집중력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얼굴을 피지 않자, 록펠러가 몸을 살짝 뒤로 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생각이 많아 보이시는군요. 이거, 제가 괜한 말을 꺼냈나 봅니다.”
“아닐세. 갑자기 잡생각이 좀 많아져서 그러네. 대화 중에 미안하네.”
급히 현실로 돌아와 록펠러에게 사과부터 했다.
“자네도 잘 알잖는가? 내가 한인들의 성공에 집착한다는 것을.”
“아, 예. 그렇죠.”
록펠러는 나와 혼인으로 엮인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서양인 자본가들보다 나를 더 많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교민협회 이름도 함께 성공하자는 뜻에서 합성협회라 지으시지 않으셨습니까?”
“맞네.”
록펠러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후 자신의 머릿속에 담아 두고 있던 추측을, 내게 조용히 발설했다.
“혹시 웨스트포인트에······ 한인 청년들이 입학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재미난 상상을 하셨습니까?”
뜨끔했다.
학장이 누구일까 고민했다가, 그다음에는 다음 별들의 기수에 어떤 한인을 입학시키면 좋을까 한참 고민했는데 말이다.
“제 추측이 맞나 보군요.”
“이거 부끄럽군.”
남에게 감춰 둔 속을 보인다는 것은 제법 창피한 일이다.
이를 부정할 수도 있지만.
록펠러와 나는 혼약으로 묶여 있었기에, 오히려 나는 이를 기회로 삼았다.
그에게 내 내면의 생각들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어, 록펠러에게 다시 한번 신뢰를 줄 수 있다 판단한 거다.
“우리 한인 중 하나가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하는 장면을 상상했네. 하하. 대화 중에 집중하지 못하고 너무 뜬금없는 짓을 했구먼. 미안하네.”
“아닙니다.”
록펠러는 고개를 도리도리 좌우로 흔들며 내 말을 부정했다.
“그보다 뜬금없는 상상이라니요. 왕자님의 바람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 동양인 청년 하나가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손뼉을 한 번 치며 생각이 난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아! 생각나는군. 필리핀계 동양인이었던가?”
“예.”
록펠러는 갑자기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청년을 예시로 들었다.
“인종의 벽은 느리지만 하나씩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볼 때, 한인들도 곧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록펠러는 잠시 웨스트포인트를 지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하나하나 언급하며 입시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하기 위해선 여러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중 연방의원의 추천이 가장 까다로운 절차입니다.”
록펠러는 방금 언급한 조건을 말하다가 피식 웃었다.
그의 앞에 있는 나에게 있어서 이 조건은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보다 미 정계의 인물들에게 영향력을 투사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왕자님의 인맥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별거 아닌 조건인 것 같습니다. 왕자님께서는 현재 캘리포니아 정계 쪽을 꽉 쥐고 계시지 않습니까?”
내 입으로 나를 칭찬하기는 좀 난처했다.
계속 관련 정보를 이야기하기에는 썩 내키지 않아서 나는 급히 주제를 돌렸다.
“뭐, 그 일은 차차 생각해 보도록 하지. 일단, 당장 급한 일은 따로 있으니까.”
나의 답변에 눈치 빠른 록펠러가 다시금 원 주제로 대화 내용을 돌렸다.
“레너드 우드와 베리 학장 말고 또 누가 있을까요?”
하-
록펠러는 급히 한숨을 내쉬며 다음을 말했다.
“아, 너무 급하게 부탁하셔서 그런지 아니면 늙어서 그런지 당장 소개해 드릴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군요.”
록펠러는 내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자신의 군부 인맥을 점검했다.
그는 굉장히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여러 인물의 얼굴이 머릿속에 스치는 듯했지만.
별거 아닌 인물이나 인종차별주의자를 소개했다가는 내게 크나큰 결례가 될 수 있기에, 록펠러는 조심하는 듯했다.
“아! 그자들이 있군요. 퍼싱과 조지 듀이 장군은 어떻습니까?”
퍼싱과 듀이?
원 역사에서 둘 다 ‘대원수’를 단 미친놈들이 아닌가?
“그 둘도 제가 소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됐네. 레너드 우드 참모총장에 신임 웨스트포인트 학장만 해도 좋은데, 퍼싱에 듀이 장군까지 소개해 준다니. 자네가 너무 무리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네.”
이 정도면 진짜 괜찮다.
오히려 너무 많은 인물을 소개받으면, 일정을 짜는 것도 그렇고.
인맥 관리도 어려워진다.
“제가 그동안 너무 받기만 하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로는 그간 알게 모르게 도와주셨던 것들을 다 갚을 수 없을 텐데요.”
손사래를 치며 그만을 외치자, 록펠러는 겸양 쩍은 표정을 지으며 씽긋 웃었다.
그동안 반독점법 문제로 도움만 받다가 이리 내게 도움을 줄 기회를 오랜만에 가지게 되었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이니 좀 더 생색을 내고 싶나 보다.
“흠. 이 왕자님.”
록펠러는 무언가 내게 더 호의를 보이고 싶어 했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 중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잠시 찾다가 살짝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이건 아직 완전히 검증이 안 끝나서 왕자님께 언급하기 살짝 망설여지는데 말입니다. 사실이라면 왕자님께서 한시라도 빨리 아시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무리인 것 같지만 오늘 여기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수상쩍은 그의 행동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뭔가? 말해 보게. 판단은 듣고 난 후, 내가 하겠네.”
록펠러는 어느 때보다 내게 다가왔다.
그는 주변에 누가 있나 한 번 살핀 후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게 알렸다.
“왕자님 주변에······ 쥐새끼가 있는 것 같습니다.”
* * *
나는 뉴욕에 있는 별채로 돌아온 후, 한참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정리했다.
인연을 쌓아야 할 군부 인사도 정리해야 했고.
록펠러가 마지막에 언급한 말도 되새겨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신탁에 쥐새끼가 있다······.”
나의 중얼거림을 우연히 들은 우현식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내 재정관리인이기도 했던 우현식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전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쥐새끼라니요?”
내 신변이 걸린 일일 수도 있기에, 우현식은 살짝 과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그를 진정시키며 점심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우현식에게 알려줬다.
“록펠러 대표가 지나가듯 말하더군. 내 회사에 첩자가 있다고. 그 자식이 모건이나 록펠러 쪽에 내 자산 정보를 흘리는 모양일세.”
우현식은 분노하다가 이내, 차분한 표정을 지어 댔다.
그는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이내 내게 한 가지를 보고했다.
“최근에, 시장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긴 했습니다.”
“수상한 움직임?”
“예. 이와 연관된 일일 것 같습니다.”
“자세히 풀어 설명하게.”
우현식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무언가를 뒤진 후, 관련 서류를 내게 보여 줬다.
“전하께서 투자하신 종목들 말입니다. 최근에 공매도가 많이 붙지 않았나이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우현식이 빠르게 부연 설명을 해댔다.
“스탠다드 오일이나 아메리칸 타바코 같은 경우는 반독점 소송 때문에 그렇다고 쳐도 말입니다. 이번에 비밀리에 투자했던 벨 시스템이나 GE는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은 종목인데 말입니다.”
그래.
이상하게 최근 내가 투자한 종목마다 공매도가 붙긴 했어.
나 또한 수상쩍다는 표정을 짓자, 우현식이 확신에 찬 얼굴을 하기 시작했다.
“록펠러 대표의 말대로 진짜 첩자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정확한 것을 조사한 다음에, 그다음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보세나. 그전까지는 입을 다물고 있게나.”
공매도들이 붙은 종목들은 하나같이 미래가 유망하거나 반독점법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종목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웃는 이는 내가 될 것이기에, 나는 급하게 처리할 생각이 없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하나지.’
정보를 흘리는 첩자가 진짜 있다면, 이를 잡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랬기에, 신중하게 내부 감사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전하. 돌아왔습니다.”
내 비서실장을 맡고 있던 최현우가 돌아왔다.
먼저 집으로 돌아와 쉬고 싶었기에, 최현우를 록펠러의 집에 두고 돌아왔는데.
그가 지금 막 도착한 거다.
“그래. 록펠러 대표는? 군부 인사들에게 연락들은 다 취했다던가?”
최현우의 보고에 나는 잠시 침묵했다.
“당장은 바쁘다. 10월 말이나 되어야 시간이 난단 말이로군.”
“예.”
뭐, 어쩔 수 없지.
넷 다 그리 나온다면, 내가 맞춰 줄 수밖에.
‘한참 눈치를 볼 때니까.’
미국도 한국과 비슷하다.
군부는 선거가 다가오면 몸을 사린다.
결과에 따라 어느 파벌은 승진하고, 어느 파벌은 물을 먹으니까.
‘괜히 분란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선거 전까지는 몸을 사리겠다는 것이군.
그럼 시간이 남은 김에······
그들에게 보여 줄 선물 보따리나 한번 점검해 볼까?
나는 최현우를 바라보며 한 인물을 급히 찾았다.
“우당(이회영)은? 지금 어디에 있다던가?”
* * *
이회영을 찾은지, 일주일 만에, 그가 뉴욕에 있는 별채로 찾아왔다.
“오랜만일세.”
이회영은 나를 보자마자 꾸벅 큰절부터 했다.
한국식 인사는 오랜만에 받아 보는 것이기에, 기분이 살짝 묘해졌다.
“감축드리옵니다. 전하. 아! 안고 계신 분이 왕자 아기씨군요. 참으로 씩씩해 보이십니다.”
아이를 자랑하고 싶었기에, 나는 첫째를 안고 이회영과 차를 마셨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네. 우리 왕자님이 그만 오줌을 싼 모양일세.”
첫째가 계속하여 칭얼거렸기에, 이회영과의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에 이회영은 그럴 수 있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그 역시 아버지였기에, 이런 경험을 진즉 했으니까.
“나를 닮아서 그런지, 기골이 태어날 때부터 장대하긴 하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워낙.
첫째가 다른 아이와 비교해 쑥쑥 자라고 있기에, 나도 모르게 그만 기저귀를 갈다가 자식 자랑을 해 버렸다.
그런 내 모습이 쑥스러웠기에, 나는 급히 아이를 보모에게 넘겼다.
이후,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주제를 돌렸다.
“흠흠. 그래. 최근에 만주와 연해주에 들렀다지?”
“예.”
“지난번 출장 때는, 필리핀 마닐라 지역에도 들렸다는 풍문이 있던데… 정말이지 자네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세계 곳곳을 방문하고 있구먼.”
나의 칭찬에 이회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닙니다. 우리 독립군 동포들은 일본 놈들과 어렵게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수고쯤은 감수할 만하다고도 생각합니다.”
이회영이 국내 소식을 내게 알렸다.
별로 기분 좋지 않은 비보였기에, 나 역시 살짝 굳은 얼굴로 대화에 임했다.
“내 꼬박꼬박 본국 소식을 보고 받고 있다네. 최근에 연해주에 주둔한 우리 군이 크게 한 방 먹었다지?”
“예.”
언제나 승전만 있지는 않다.
게릴라전의 경우 상대에게 우리의 이동 경로를 들키게 되면, 크나큰 패전으로 이어진다.
이회영은 이를 지적하며 나를 언급했다.
“이 전투로 인해 소인은 비로소 전하의 깊은 참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째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경기관총 개발을 명하신 것이 아닙니까?”
맞다.
기존 기관총은 너무 무거워서 들고 다닐 수가 없으니까.
상대가 각 잡고 기관총을 배치한 채, 매복하고 있으면 화력 면에서 밀리고 들어간다.
그리고 이번처럼 크게 패전으로 이어지고.
이런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 편 역시 화력을 증강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 경기관총이 유용하게 쓰일 거다.
“그래. 내가 맡긴 일은 어찌 되어가는가?”
“개발은 대충 끝났습니다. 양산 전, 혹시 모를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나 이를 시험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회영은 나를 바라보며 한 가지를 제안했다.
“혹시 시험하는 현장을 한번 관람해 보시겠습니까?”
< 따로 또 같이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