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7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73화(173/392)
< 따로 또 같이 (4) >
록펠러 대표가 다리를 놓아 준 미국 군부 인사들은 약 한 달 뒤에나 나와 만나게 된다.
이 말은 즉,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좋네. 내 한번 들르도록 하겠네. 그나저나 어디서 테스트를 할 셈인가? 여기 뉴욕과는 가까운가?”
“디트로이트 외곽 쪽입니다.”
“디트로이트? 그 자동차들의 도시를 말하는 건가?”
“예.”
어째서 디트로이트 인근에서 시연하는지, 이회영은 이를 아주 간략하게 내게 설명했다.
“최근에 L&H 모터스 산하에 닷지 모터스가 설립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내 밑에서 일하고 있던 디젤은 유난히도 닷지 형제들과 죽이 잘 맞았다.
엔진 쪽에 종사하는 공돌이로서 서로 공통점이 많았으니까.
그래서일까?
따로 엔진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닷지 형제는 나의 밑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두 형제 지분은 50%.
나머지 절반의 주식은 내 소유의 L&H가 보유하며 합작 회사를 하나 차리기로 약조한 거다.
‘닷지 모터스의 경영은 기존 L&H 자동차 운영진이 맡기로 했다지?’
닷지는 L&H의 자회사 내지 사내 벤처 개념으로 보면 된다.
아무튼.
닷지 형제의 신작이 내년쯤 나온다고 하니, 포드나 GM과 정면 승부는 원 역사보다 3년은 더 일찍 시작되겠네.
“내년에 출시할 닷지-1의 모델이 디트로이트에서 생산될 예정입니다.”
“인근에 L&H의 군사연구소를 설치했나 보군.”
“예. 그래야 보안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군수 공장 또한 그쪽에 지을 생각인가?”
“맞습니다. 그편이 비용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L&H 군수 공장에서 생산한 대부분의 무기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팔린다.
서부에 공장을 세우면 물류비가 장난 아니게 들기에, 수운을 이용할 수 있는 일리노이주 디트로이트에 생산 기지로 낙점했다.
디트로이트는 서부와 그나마 가까우면서 물류비용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도시니까.
“디트로이트까지 가려면 잠시 에델과 떨어져 있어야겠군.”
“아마도 그렇겠지요?”
적어도 일주일은 뉴욕을 떠나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자못 아쉬운 표정을 지어 댄 후, 이회영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그럼 자네, 떠나기 전에 우리 딸내미들 얼굴 좀 보고 가게나.”
“예?”
“첫째는 아까 보았겠고. 온 김에 둘째와 셋째도 봐야지. 자, 어서 일어나게.”
이회영이 갑자기 피식 웃는다.
또다시 도진 나의 팔불출 행동에 아까부터 참고 있던 함박웃음을 내뱉었던 것이었다.
“왜 웃는 것인가?”
“······아, 아닙니다.”
이회영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방금 터져 나온 웃음의 이유를 이리 설명했다.
“전하께서 이리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주실 줄 몰랐습니다.”
“그래?”
“예. 바늘로 콕 찌르면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으실 것으로 보였는데 말입니다. 역시 전하께서도 아버지셨군요.”
교민들 앞에서는 의도적으로 굉장히 강인한 모습만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회영 앞에서 이런 팔불출 모습을 자꾸 보이니 그가 나를 다시금 새롭게 보는 것 같았다.
“나 또한 사람일세. 강철로 된 인간이 아니야.”
측근들에게는 이런 인간적인 면모도 가끔은 보여 줘야 할 것 같다.
너무 강철 인간 같은 모습은 내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 * *
이회영과 함께 북동부에 자리한 디트로이트로 향했다.
이동 수단은 기차가 아닌 배였다.
“전하.”
“말하게 우당.”
이회영은 디트로이트로 이동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무언가 억울한 표정을 지어 댔다.
“미국은 참으로 축복받은 나라인 것 같습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지?”
“나라 곳곳에 이런 수운 시설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남부로 내려갈수록 이런 수운 시설은 거미줄처럼 더 촘촘하게 존재한다고 합니다.”
수운과 해운은 증기 기관이 발달하기 전까지 미국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이회영은 이를 언급하며 부러운 표정을 지어 댔다.
“더욱이 미국 남부지방은 기후가 좋아서 한겨울만 제외하면 강이 얼지 않습니다. 증기 기관이 발명되어서 수운의 중요성이 살짝 퇴색되긴 했지만, 이러한 거미줄 같은 수운 시설 덕분에 넓은 땅덩어리에 온갖 물산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것이 아닐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회영의 분석에 동의했다.
“그래. 자네 말이 맞네. 미국은 참으로 축복받은 땅일 가지고 있네. 부러울 정도로 말이야.”
우리 선조들은 어쩌다가 사기를 당해서 그런 덥고 추운 곳에 터전을 잡았을까?
나 역시 한탄을 하며 저 멀리 미국 동북부 풍경을 보았다.
노을이 지고 있는데, 그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몇 번이고 보았는데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 * *
“전하. 오셨습니까?”
디트로이트 외곽에 도착한 후, 나는 자동차를 타고 우리 군사연구소가 있는 부지로 향했다.
선착장에는 내 연락을 받고 미리 대기한 김종림이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보면 볼수록 제이(Jay)랑 닮았단 말이야.’
김종림은 빙의 전 내 절친이었던 제이의 할아버지다.
그는 미국에 갓 온 1세대 이주민 출신으로 원 역사에서는 농업 재벌이었다.
하지만 바뀐 역사에서는 나의 권유로 농기계 사업 관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L&H 모터스가 자동차로 회사로 변모하며, 그 역시도 자동차 회사의 부대표로 위치가 이동했다
나는 차로 이동하며, 그간 궁금한 점을 김종림에게 하나씩 물어보기 시작했다.
“어째, 직원들은 모두 충원했는가?”
“예. 타사 대비 임금이 1.5배 높아서 너나 할 것 없이 L&H에 취직하려고 안달입니다. 더욱이 노동 환경도 다른 회사와 비교해 좋기에 사람들이 끝도 없이 몰리고 있습니다.”
극악의 노동 환경이 만연한 이 시대.
L&H 모터스는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었다.
“생산 인력들 말고 고급 연구 인력 수급은 어떤가?”
“이름 좀 날렸던 자동차계의 거물들 역시 하나둘 L&H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김종림은 살짝 흥분하는 목소리로 나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이게 다 전하 덕분입니다.”
“내 덕분이다?”
“예. 런던에 머무르실 때, 자동차경주팀 창설을 주문하시지 않으셨나이까?”
“그랬었지.”
“전하께서 경주팀 창설 예산으로 백지수표를 내밀었다는 소문이 미 전역에 파다하게 퍼졌나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경주용 자동차 좀 조립할 줄 아는 인재들이 여기저기서 지원서를 내고 있습니다.”
김종림은 이를 자랑하기 위해 이번에 면접을 본 지원자 명단을 내게 보여 주었다.
“음?”
그중 눈에 띄는 이름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존 월터 크리스티?”
“아! 이자요.”
김종림은 신이 난 듯 목소리를 높여 댔다.
내 절친이었던 제이와 비슷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이를 신기해하며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크리스티 이놈, 정말이지 레이싱에 미친 놈입니다. 교통사고 때문에 몸이 아직 성치 않은데, 계속하여 경주용 자동차 제작에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종림은 크리스티의 이력을 쭉 늘어놓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크리스티와의 면접 일화도 내게 들려줬다.
“새로운 경주용 차를 만들다가 돈이 떨어졌는지, 후원자를 찾고 있나 봅니다. 저희는 후원보다는 자체 팀을 꾸릴 생각이라고 하니까 시무룩하던데······ 예산이 무제한이라고 하니까 다시금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지더라고요.”
“그래?”
“예. 참으로 특이한 자였습니다.”
나는 크리스티에 관한 이력을 한 번 쭉 읽어 본 다음 김종림에게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이자는 필히 고용하게나.”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마음에 들지 암.
지금은 아니지만, 크리스티는 십 년 정도 뒤부터 미국 전차계의 아버지가 된다.
이런 인재를 미리미리 싸게 써먹을 수 있다면, 땡큐지.
“자체적으로 차량을 제조할 정도면 손기술이 좋다는 것이니까. 우리 L&H 모터스에 도움이 될 자일세.”
“예. 아, 시연 장소에 도착한 모양입니다. 전하. 내리시지요.”
우리 일행은 군사연구소 인근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연구소 인근에 거대한 공터가 하나 존재했는데, 그곳에선 이미 시연을 하고 있는지 시끄러운 총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루이스.”
“어, 킴! 그리고 리! 자네들. 출근했는가? 그나저나 옆에 데리고 온 자는 누구지?”
이회영이 재빠르게 앞에 서 있는 서양인의 정체를 소개했다.
“전하. 이자는 이번 경기관총 개량 프로젝트 사업에서 총책임자 역할을 맡은 아이작 뉴턴 루이스라 합니다. 루이스 인사드리게. 지난번에 내가 말했던 의왕 전하일세.”
“오! 이 왕자님. 반갑습니다. 루이스라고 합니다.”
김종림도 질세라 루이스에 관한 이력을 쭉 나열하기 시작했다.
“전하. 루이스는 미군 병기국에서 중령까지 지낸 엘리트입니다.”
김종림은 조용히 내게로 다가와 한국어로 속삭였다.
“여자 문제로 예편한 모양입니다.”
“그래?”
“예. 하지만 아직은 그 문제로 크게 말썽을 일으키지는 않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반성하고 있나 봅니다.”
“알겠네.”
김종림은 다시금 루이스와 나 사이로 돌아온 후, 영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현장을 뛰었던 실무자답게 루이스는 여기 있는 연구원 중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한 자입니다.”
루이스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어필하기 시작했다.
“왕자님께서 사들이셨던 특허들은 하나 같이 중요한 핵심 기술들이었습니다. 다만, 이것들을 하나로 조합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손볼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
“예. 원제작자가 사용자 입장보다는 제조자 관점에서 이 무기를 디자인했기 때문입니다.”
양키들은 참.
자기 어필을 잘한다.
겸양이 미덕이라고 여기는 우리 한인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래서······ 무기는 완성되었는가?”
“이쪽입니다.”
루이스는 자신이 함께 참여하여 완성한 경기관총을 보여 주며 이번에 새로 개량된 신무기가 어떤 면에서 메리트가 있는지, 내게 설명했다.
“기존에 시판된 맥심 기관총이나 개틀링보다는 화력 면에서 약합니다. 하지만, 휴대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무기입니다.”
이회영이 빠르게 부연 설명을 했다.
“더욱이 이번에 개발된 신무기의 장점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반동이 무척 적습니다. 더하여 기존 기관총들보다 가볍기도 하여서 전투기에 설치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 * *
“전하.”
점심 만찬을 함께 한 후, 잠시 밖에 나와 오대호 인근 광경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
이회영과 김종림이 내게로 은밀하게 다가와 한 가지를 비밀리에 고백했다.
“전하. 루이스 중령에게는 알리지 않았지만, 경기관총의 활용성은 방금 보고한 것보다 더 무궁무진합니다.”
김종림은 내게 은밀하게 무언가를 건넸다.
서류 봉투에서 이를 꺼내어 보니, 흑백사진들이었다.
“이것은······.”
자세히 보니 차들이 보인다.
기존 L&H가 개발한 자동차는 아닌 것 같다.
다른 타사 차체도 아니고.
“내년도 출시를 목표로 하는 닷지-1입니다. 전하께서도 잘 아시는 닷지 형제의 최근 작품이지요.”
뭔데 이리 은밀하게 건네나 했는데.
아직 시중에 풀리지 않은 신차였기에, 이런 것이었구나.
이회영은 목소리를 작게 유지하며 흑백사진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후 그 안에 담긴 사진 속 모습을 내게 소개했다.
“이번에 발명된 신무기는 여기 닷지-1호에도 설치할 수 있습니다.”
흐릿해서 그냥 지나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닷지 사의 픽업 트럭 위에 기관총이 설치되어 있다.
‘이건······.’
탱크나 장갑차까지는 아니고.
건 트럭(Gun Truck) 비스름하게 생겼다고 볼 수 있었다.
위가 텅 비어 있어서 사수들이 적들의 총탄에 노출되어 있긴 하지만.
이쪽은 경기관총으로 무장되어 있기에 화력 면에서만 보면 훨씬 월등하긴 할 것 같다.
“기름만 충분하다면, 빠르게 이동하면서도 적을 공격할 수 있겠군.”
“예.”
“누가 이를 제안했나?”
“여기 김종림 대표가 제안했습니다.”
이회영의 보고에 김종림이 쑥스러운 표정을 지어 대며 머리를 긁적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농기계를 분해할 때부터 알아봤는데 말이야. 자네, 제법 손재주가 있구먼.”
“아닙니다. 그저 기존에 있던 것을 한번 붙여 보았을 뿐입니다.”
한국인들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연구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보이지만, 기존 장비를 개량하는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김종림이 아주 좋은 예시였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무언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듯, 나 역시 목소리를 작게 낮췄다.
“잘했네. 아니지. 아주 훌륭하네.”
기존의 존재했던 전쟁 패러다임을 살짝 바꿀 수도 있겠다.
이로 인해 기동전이 가능해질 수도 있으니까.
‘한반도 내에서는 조금 힘들겠군.’
그나마 활용한다면.
산악지형이 그득한 동북부보단 서해안 쪽이 낫겠네.
“이것들. 현재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가?”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보관 중입니다. 보안을 위해서 감시 인력들도 넉넉히 붙여 두었습니다.”
“그래. 잘했네.”
이회영은 살짝 고민하는 듯하다가 내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일단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써먹어 볼까요? 최근에 멕시코의 내정이 좀 혼란스러운 것 같은데 말입니다. 실전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잠시 고민해 보도록 하세.”
티후아나에는 독일 장교들이 있다.
교리와 전술을 우리 독립군 장성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잠시 파견을 나와 있지 않은가?
‘어떠한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몰라.’
독일 측 인사들이 이를 접하게 되었을 때, 그 영향도 생각해 봐야 한다.
뭐, 이미 나 때문에 역사가 많이 변하고 있다지만.
이번에 개발된 신무기가 제1차 세계대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몰랐기에,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 따로 또 같이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