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78)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78화(178/392)
< US ARMY (2) >
“레너드 우드 장군.”
레너드 우드는 2년 뒤에 치러질 선거에서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세간의 주목을 한껏 받는 인물답게, 이자를 만나기 위해서 제법 큰 노력을 들여야 했다.
‘뭔 놈의 일정이 이리도 빡빡해?’
레너드 우드는 나보다 더 바쁜 놈처럼 행동했다.
계속하여 일방적으로 약속을 연기했는데, 그 횟수가 무려 세 차례나 되었다.
속에서 무언가가 살짝 끓어올랐지만, 나는 프로다.
전직 로비스트답게 사적인 감정은 저 깊숙한 심연 속으로 고이고이 숨겨놓은 후, 레너드 우드를 향해 활짝 미소를 지었다.
“만나서 반갑네.”
“저 또한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 왕자님.”
레너드 우드는 여태껏 만나 왔던 군인들과는 달랐다.
특유의 딱딱한 말투도 사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들유들한 자세로 날 맞이했다.
첫인상만 보면, 군인보다는 정치인 쪽에 가까운 것 같았다.
“이쪽에 앉으시지요.”
성공한 사업가이자 노련한 정치인이 되어 가고 있었지만, 나 또한 사람이다.
속에 살짝 앙금이 남아 있었기에, 본격적으로 근황을 묻기 전.
첫인상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그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우드 장군.”
“예. 왕자님.”
“그동안 매우 바빴나 보이.”
“예?”
“내 그대를 만나기 위해 약속을 세 번이나 미뤄야 했네. 그 기간만 따지고 보면, 무려 석 달이나 된다네.”
“하하, 죄송합니다.”
레너드 우드가 기름 장어처럼 요리조리 피해가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요새 저를 만나려고 줄을 서는 이들이 원체 많아서요. 그래서 시간 내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그래?”
“예. 더욱이 저는 본업에도 충실해야 하는 공무원이 아닙니까? 이 왕자님.”
레너드 우드가 갑자기 내 손을 꼭 잡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제 이런 사정을 왕자님께서 좀 이해해 주십시오.”
언뜻 이야기만 들어 보면,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전부 다 연기였다.
내가 입수한 그의 지난주 일정표는 지금 그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리 바빠서 지난주 일요일에 연방 상원 의원이랑 골프를 치러 갔냐?’
뭐.
나를 왜 안 만나 주느냐, 이것을 따지기 위해 이곳에 들른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재빨리 주제를 바꾸고자 했다.
하지만 눈치 빠른 레너드 우드가 선수를 먼저 쳤다.
“아! 왕자님.”
“말하게. 우드 장군.”
“최근 왕자님 소유의 리&라이트 사가 우리 군 폭격기 선정 사업에 입찰했다던데 말입니다.”
“······.”
지난해에 개발했던 플라이어 4.
이 신형 폭격기는 유럽에서 한창 잘 나가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물론 독일, 영국과 계약을 마쳤으며, 러시아나 이탈리아에서도 추가 도입 협상을 하고 있지 않던가?
덕분에 미국과 영국에 있는 리&라이트 군수 공장은 늦은 저녁까지도 불을 밝히며 설비 장비를 돌려야 할 만큼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빌어먹을 미군 놈들은 예전에 체결한 소규모 계약 이후에 영 소식이 없다.
시연도 몇 차례나 하고.
우리 회사 영업팀 사원들을 열심히 국방부에 보내 그들에게 로비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추가 계약을 미뤘던 거다.
“제 부하가 그리 보고하던데 말입니다. 제 말이 틀립니까?”
“흠흠. 자네 무언가 잘못 알고 있는 모양이군.”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리&라이트와 미 국방성과의 오랜 관계를 언급했다.
“최근은 아닐세. 예전부터 논의되고 있었던 계약의 연장선이지.”
“그런가요?”
“그래. 한 3년쯤 전부터 이야기가 오갔었네.”
“3년이나 되었단 말입니까?”
놀라는 우드를 뒤로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 기억을 회상했다.
“리&라이트 사의 초기 창업자는 라이트 형제들이네.”
“예. 그건 저도 잘 알지요.”
“그래. 그렇다면 해당 계약 건에 관해서도 들어 봤겠군. 그들은 초기 비행에 성공하자마자 바로 미 국방부와 가계약을 맺었다네. 하지만 스미스소니언 재단의 악의적인 비난으로 체결했던 계약이 기약 없이 미뤄졌지.”
레너드 우드는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그 이야기까지는 잘 알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
“그사이 내가 출자를 좀 하고, 스미스소니언 재단과 화의를 하면서 꼬인 실타래가 좀 풀렸다네. 국방부 관계자와 다시금 변경된 조건으로 가계약을 맺었고. 아, 그게 벌써 재작년 일이로군.”
계속하여 예전에 맺었던 계약 사항을 레너드 우드 장군에게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일단 우리 회사의 제품을 10대 인수하기로 계약했네. 이후 도버 해협을 횡단에 성공하면, 추가 계약을 맺기로 약조했지.”
이후 사정은 다음과 같다.
미 군부는 우리 회사의 신형 플라이어가 도버 해협을 횡단했는데도 불구하고 추가 계약을 차일피일 미뤘다.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말이다.’
리&라이트 사는 유럽에서 이미 잘 나가고 있는 기업이다.
더욱이 농업용 비행기 시장도 조금씩 개척해가면서 리&라이트 사는 미국 내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미군 쪽에 많이 집중하지 않았다.
밑에 있는 아랫것들에게 이를 전적으로 다 맡겼던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차일피일 계약을 미루는 동안 후발 주자가 나타났다는 거지.’
커티스라는 녀석이 미 군납 계약에 끼어들었다.
이놈은 정체 모를 투자자를 앞세워 미군 측에 접근했다.
이에 나는 커티스를 견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막 커가는 경쟁자는 초반에 싹을 틔우지 못하게 짓밟는 것이 최고니까.
‘특허도 없는 자식이······ 괘씸하게 여론몰이까지 하면서 이 시장에 끼어들려고 하고 있지.’
그래서 이를 빠르게 타개하기 위해 계약을 서두르고 있었고, 레너드 우드에게도 이를 부탁하려고 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다.
좀 더 스몰토크를 하고.
근황도 물어보고.
심적으로 긴밀해진 후에야 이 이야기를 꺼냈어야 했는데.
뭔가 꼬여 갔다.
“아, 그런 안타까운 사정이 있었군요.”
레너드 우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치인처럼 뭐든 들어줄 수 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딱 거기까지였다.
“왕자님.”
“듣고 있네. 우드 장군.”
“혹시 그 일을 제게 부탁하시려고 오신 것은 아니겠지요?”
나는 눈을 깜빡이며 레너드 우드를 바라보았다.
몸을 사리고 있는 듯한 레너드 우드의 태도에 말이 막힌 거다.
“군납 계약 관련 업무는 병기국 관련 업무입니다. 저는 육군 참모총장이지 병기국 국장은 아닙니다.”
“······.”
“왕자님께는 송구하지만, 제가 큰 도움을 드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자, 레너드 우드가 혼자 북치고 장구를 친다.
“아! 제가 결례를 범했군요. 미국에서 재력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시는 왕자님께서, 그런 일로 절 찾아오셨을 리가 없으실 텐데 말입니다. 더욱이 그간의 행보를 보면 더더욱 그렇지 않습니까?”
이 새끼 보소.
평소에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나였지만, 뜻밖에 공격에 내 눈썹이 살짝 흔들렸다.
‘이 녀석······.’
아직 대담 초반이고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대충 느낌이 온다.
레너드 우드, 이 양반.
지금 나를 의도적으로 홀대하고 있었다.
‘희한하군. 사전에 입수했던 정보에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적혀 있지 않았었는데.’
침착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원 역사에서 레너드 우드의 행보와 최근에 끝난 중간선거 결과를 조합해 본 것이다.
갑자기 내 머릿속에 느낌표 하나가 번쩍 생겨났다.
‘레너드 우드가 요즘 의도적으로 뉴욕의 자본가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던데.’
약속을 좀 미룰지언정 약속 자체를 엎지는 않아서, 그냥 세간에 떠도는 풍문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원 역사보다 이르지만, 마음속으로 작정한 모양이구나. 군인이 아니고 정치가가 되겠다고.’
주위에서 열심히 바람을 넣어서 이리되었겠다.
본디 대통령이 될 것 같으면, 똥파리들이 그 냄새를 어찌 맡고 다들 후보자 주변으로 집결하니까.
‘이전에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었던 태프트는 대법원장이 되어서 아웃 되었으니까. 자신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착각할만해.’
아무튼.
레너드 우드는 한 가지를 결정을 내린 듯했다.
지난주에 만났던 상원 의원이 루스벨트 계열 라인이었는데, 그쪽 파벌에 완전히 편입되려는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나를 이리 대할 수 없지.’
나와 뉴욕의 자본가들을 이리 홀대하는 것은 썩 좋은 선택이 아닌데.
어째서 이리 행동할까?
‘강성 루스벨트 파벌 세력에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인가?’
최근 중간선거에서 루스벨트 파벌 의원들이 대거 당선되었다.
민주당 역시 진보주의 세력이 약진했다.
상대적으로 공화당의 전통 세력이라고 볼 수 있는 뉴욕 자본가들의 대리인들은 이런 거대 흐름에 좌초되어 많이 낙선했고.
이런 중간선거 결과 동향이 이번 만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아무래도 여론은 루스벨트 파에게 활짝 웃어 주고 있으니까.
‘선거에서의 승패는 누가 뭐라고 해도 ‘돈’인데 말이다.’
의원 몇백 명 뽑는 것과 대통령 하나 뽑는 것이 어디 같으랴?
대통령 선거는 초대 대통령 워싱턴을 제외하면 보통 동원되는 선거자금에 의해 결정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루스벨트 파벌의 신념은 인정하지만, 현재 자금 동원력에 있어서 뉴욕의 자본가들을 넘을 수 있는 이들은 없다.
남북 전쟁 이후, 미 대통령이 공화당 출신으로 도배되었던 것도 다 이 때문이었다.
‘선택을 잘못하셨구먼.’
하긴.
원 역사에서의 레너드 우드 역시 줄을 잘못 서서 피를 몇 번 보긴 했다.
윌슨에게 잘못 보여서 유럽 원정군 사령관을 퍼싱에게 뺏겼으며.
1918년 그리고 1922년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될 때도 당내 파벌들을 통합시키지 못하여 결국 유력 후보로만 남았다.
레너드 우드는 중요한 순간에서 꼭 헛발질해 댔기에 이런 결과가 원 역사에서 벌어진 거다.
‘솔직히 군부 출신이라서 세계대전을 잘 이끌 것 같아서 이자에게도 호감을 품고 있었는데.’
이리 나온다면, 어쩔 수 없네.
원래 생각해 두었던 찰스 에번스 휴스에게 집중할 수밖에.
더하여 미국이 만약 세계대전에 참전한다면, 나는 유럽 사령관으로 퍼싱을 강력하게 밀 생각이다.
‘원래도 그럴 마음이었지만, 더더욱 확신이 든다.’
내 바람대로 윌슨이 떨어지고 이번 역사에서는 공화당이 계속 집권하게 된다면.
정말로 그리된다면, 사실 가장 유력한 유럽 사령관 후보는 레너드 우드다.
기존 군부 인사 중 공화당 지도층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물이 이자니까.
하지만 레너드 우드가 이리 나온다면, 완전 아웃이지.
‘이거, 아쉽게 되었네.’
이로써 원래 역사처럼 레너드 우드는 대통령 자리는 물론이고 대원수 자리마저도 다른 이에게 빼앗길 것이다.
“왕자님. 차 한잔 드시겠습니까?”
레너드 우드는 나의 속마음도 몰라보고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그의 운명이 방금 어떻게 정해졌는지 몰랐던 거다.
‘너 방금 내게 찍혔어.’
나는 속으로 그런 레너드 우드를 비웃으며 그가 건넨 홍차를 홀짝였다.
그에게 볼 장 다 보았기 때문이다.
* * *
“이 왕자님.”
지난번에 만났던 레너드 우드와 별로 안 좋게 끝나서일까?
전설적인 해군 사령관이었던 조지 듀이 장군과 만남은 참으로 시작부터 긴장되었다.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이 왕자님과 언제 한번 이야기를 꼭 나누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록펠러 대표를 통해 먼저 연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걱정은 기우였다.
듀이 장군은 친할아버지 같은 후덕한 인상으로 밝게 웃으며 나를 반겨 줬다.
“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그리 사람을 보내어 재촉하셨습니까? 더욱이 이제는 퇴역까지 하여 뒷방 늙은이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맞다.
조지 듀이는 한 달 전에 막 사임했다.
하지만 퇴임 후에도 미 해군의 주요 정책 기관인 미국 해군 이사회에서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었기에, 영향력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해양학교라······.”
조지 듀이는 제법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내게 물었다.
“비행학교와 군사학교에 이어 해양학교를 하나 설립하고 싶다고요?”
“그렇네.”
“그에 관한 조언을 지금 제게 구하고자 하시고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듀이 장군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다면 제게 무슨 대가를 지급하실 것입니까?”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미국은 더더욱 그랬다.
“무엇을 원하지?”
나의 물음에 조지 듀이 장군이 씽긋 웃어 보이며 입을 뗐다.
< US ARMY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