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7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79화(179/392)
< US ARMY (3) >
“미래, 미래를 알려 주십시오. 이 왕자님.”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해졌다.
해양학교 컨설팅의 대가로 미래를 알려 달라니.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이리도 진지하게 한단 말인가?
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듀이 장군을 쳐다보며 물었다.
“미래? 다가올 미래를 말하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계속되는 나의 부정적인 반응에, 듀이 장군은 재빨리 자세를 고쳐잡았다.
소파에 등을 기대며 살짝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였지만, 어느새 내 쪽으로 몸을 수그리며 좀 더 적극적인 대화 자세를 취한 것이었다.
“아이고. 이거 제가 너무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해 버렸군요.”
하하하-
듀이 장군은 우리 둘이 있는 사무실이 들썩거릴 정도로 크게 너털웃음을 지어댔다.
그래도 못마땅한 표정을 여전히 짓고 있자, 듀이 장군이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면, 이 다 죽어 가는 노인네가 좀 더 쉽고 직관적인 물음을 왕자님께 던져 보겠습니다.”
“계속하게. 듣고 있네.”
“저는, 왕자님이 상상하시는 미래 해군의 모습이 너무나도 궁금합니다. 정확히는 미 해군에 미래에 관해 듣고 싶지만, 특정하기 어려우시다면 그냥 해군의 미래로 퉁 쳐서 말씀해 주십시오.”
“······.”
입술을 꾹 다물었다.
듀이 장군의 진짜 의중을 파악해야 했으니까.
잠시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계산하며 그의 표정을 살폈다.
“어째서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해군 예비역도 아니고 일개 민간인일세. 그저 요즘 잘나가는 사업가일 뿐이지. 그런데 어째서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지? 내가 뭘 안다고?”
듀이 제국이 어깨를 들썩였다.
그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툭- 하고 내 질문에 대답했다.
“왕자님.”
“말하게.”
“저는 미 해군 이사회(General Board) 의장입니다.”
그는 자신의 새로운 소속 기관명을 말하며 내게 물었다.
“혹시, 미 해군 이사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십니까?”
“미 해군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아니던가?”
“맞습니다.”
듀이 장군은 고개를 위아래로 연신 끄덕이며 내 대답에 동의했다.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도, 이 주제를 두고 수많은 군부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지요.”
“그렇다면 자네에겐 새로운 직업이 참으로 천직이겠군.”
“예. 그렇습니다.”
듀이 장군은 내 대답으로 잠시 끊겼던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금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왕자님. 군 안에서만 논의하니, 금세 한계가 찾아오더라고요.”
“한계?”
“예. 다들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비슷한 이야기만 오가더군요. 요즘에는 놀라울 정도로 하는 이야기가 똑같아져서 매너리즘에 빠질 정도입니다.”
듀이 장군은 눈빛을 반짝이며 나를 보았다.
마치.
먹잇감을 보고 희열을 느끼는 늑대 같았다.
“그래서 관점을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내부보다는 외부에서의 시점에서 바라보기로요.”
“그 첫 대상이 나이고?”
“예. 그렇습니다.”
듀이 장군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침까지 튀겼는데, 그는 지금 대화에 집중했는지 이러한 무례를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어째서 본인이지?”
“왕자님께서는 미국에 오신지 5년 만에 대부호가 되신 분입니다. 민간인 중 누구보다도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는 분이지요.”
“······.”
“그런 왕자님과 함께 우리 해군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정말이지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 통찰력을 한번 이용해 보겠다는 심산이로군.
하긴.
미국에서 나는 좀 많이 유명하다.
대지진 사태를 준비한 자.
대불황에서도 돈을 번 자로 신문에 대서특필되곤 했으니까.
‘그래도 너무 뜬금없긴 해.’
분명.
어디서 무언가 주워들은 것이 있으므로, 내게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일 텐데.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나는 바로 확답하지 않고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혹시 내가 모르는, 나에 관한 이야기가 군부대 내에 돌고 있는가? 내 소유의 회사에서 최근 신무기를 쏟아 내고 있긴 한데 말이야.”
나의 물음에 듀이 장군은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듀이는 곧 입을 뗐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이 왕자님에 관한 소문이 최근 꽤 많이 군부 내에서 돕니다.”
좋은 소문도.
나쁜 소문도.
존재하기에, 듀이는 그가 알고 있는 것을 죄다 늘어놓지 않고.
그가 듣고 싶어 하는 것만 골라서 내게 말해줬다.
“말도 안 되는 소문도 있고, 흥미가 가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중 몇 가지는 왕자님께 직접 듣고 싶습니다.”
“무언가? 말해 보게.”
“작년에 독일에서 리&라이트 사의 신형 폭격기를 시연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때 행사 때, 우리 해군 관계자도 참석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그럼.
다만, 미 해군 관계자는 다른 유럽 열강의 군부 인사들과 다르게 소극적인 태도로 폭격기 시연을 관람했다.
그랬기에 인상에 깊게 남아 있지는 않았다.
“혹시 그때 해 주셨던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다시 좀 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흠.”
전설적인 해군 제독이 이리 부탁하는데, 어찌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
돈이 드는 행위도 아니고.
“그 행사에 참석했던 대부분은 앞으로 건함 경쟁이 더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네.”
“그렇겠지요. 왕자님께서도 잘 알다시피 최근 독일은 영국을 따라잡겠다고 막대한 돈을 해군에 투입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말을 이어 갔다.
“이에 투입되는 군비 다수가 전함 제작에 사용되고 있지. 나는 이런 추세가 십 년을 채 못 가리라 예상했네.”
듀이 장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어째서 그런 예측을 하신 것이지요? 지금은 대양을 누비는 전함이 제일인 시대입니다.”
“그렇지. 자네 말이 맞네.”
나는 한쪽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옮기며 뒤에 조건을 달았다.
“다만, 그 큰 전함을 잡을 킬러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네.”
“예? 그게 무슨.”
“지난 시연회에서도 보지 않았는가?”
나는 살짝 놀리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듀이 장군을 바라보았다.
“아, 자네는 그때 그 자리에 없었군.”
“······.”
“우리 회사에서 만든 그 작은 폭격기가 거대한 선박 한 척을 침몰시켰다네. 이제 막 발명된 초기 모델인데도 말이야.”
여러 조건이 엇물리긴 했다.
타격하는 배에 가연성이 높은 기름이 한가득 실리기도 했고.
대공 무기도 존재치 않은 상태에서.
실전에서는 엄두도 못 낼 저공비행을 하며 해당 목표를 타격하지 않았던가?
‘뭐 어쨌든. 우리 조종사가 쏜 폭탄에 침몰한 것은 기정사실이니까.’
나는 그때를 회상하며 듀이 장군을 바라보았다.
“이거 영 모르겠다는 표정이로군. 내 언제 미 해군을 위해. 아니지, 미군을 위한 시연회 행사를 기획해 보겠네. 백 번 이야기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겠지.”
“······.”
듀이는 말없이 조용히 나만을 응시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나.
한 마디라도 흘리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아무튼 우리 회사가 개발한 신형 폭격기가 돈 먹는 고철 덩어리를 상대했다네. 더욱이 이 무기는 하늘을 날기에 저 멀리 육지에 있는 적국의 기지도 타격을 가할 수 있네.”
나는 비행기의 단점 또한 거론하며 내 주장에 객관성을 부여했다.
“아직은 항속거리가 시원치 않아서 저 멀리까지 이동할 수는 없지. 하지만 활주로를 단 수송선(Carrier)들이 비행기(Aircraft)들을 몇백 대씩 싣고 바다를 항행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항공모함(Aircraft Carrier)이라······.”
현대인에게는 익숙한 단어이지만, 이 시대 군인들에게는 생소한 단어.
듀이 장군이 이를 조심스럽게 반복하며 그 단어를 되새겼다.
그는 잠깐 진지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상상이 지나치십니다. 항공기를 싣고 다니는 수송선이라니요. 작은 전함 하나가 출현하기라도 한다면 1분도 안 되어 좌초될 것 같은 선체를 누가 운용한단 말입니까?”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살짝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표정을 하며 다음을 말하기도 했다.
“내 이를 위해 조선소까지 알아보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면 섭섭하지.”
“그래도 너무 나가셨습니다.”
“뭐, 나야 제안만 하는 거고. 운용은 그대들 같은 군인들이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튼, 전함의 시대가 가고 항공모함의 시대가 올 것은 분명한데······.”
* * *
조지 듀이는 이강과 만남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의장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그의 비서가 조지 듀이의 코트를 벗겨 주며 근황을 물었다.
“이 왕자와의 대담은 어떠셨습니까?”
“······.”
“듣자 하니 요새 해양학교 설립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던데······ 한마디 조언해 주시고 돌아오신 것입니까?”
말 많은 비서가 귀찮을 만도 했지만, 조지 듀이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즐겨 듣는 사람이었다.
그는 오늘 있던 이강과의 일화를 비서에게도 들려주었다.
“예? 이 왕자 그놈이, 그리 말했단 말입니까?”
“그렇다네.”
비서는 배꼽을 잡고 웃어 댔다.
그 역시 해군에서 일하고 전역한 예비역이다.
그로서는 이강의 예상이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공상 같았다.
“항공기가 전함을 잡는 시대가 올 것이라니, 그놈은 무슨 똥구멍 빠는 소리를 그리도 정성스럽게 한답니까?”
“······.”
“전함은 유사 이래 최고의 전투 병기입니다. 그 거대한 전함을 건조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데, 그깟 비행기 몇 대가 이를 침몰시킨단 말입니까?”
비서는 계속하여 이강의 예상을 비난했다.
“그보다 항공모함이라니요?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무기입니까? 그딴 것을 만든다고 해도, 의장님의 말씀대로 전함 한 척에 침몰할 것 분명한데 말입니다.”
“그렇겠지?”
“예. 그 좋은 것이 있다면, 영국 놈들이 먼저 만들지 않겠습니까?”
안타깝지만 이 시대 미국은 현대인들이 우러러보던 천조국이 아니었다.
경제는 대영제국에 비빌 정도로 그 규모가 많이 커지긴 했지만, 아직 군사적인 면에서는 한참 멀었다.
요새 한창 뜨고 있는 독일보다도 해군 군사력이 뒤질 정도였는데, 조지 듀이 또한 이 점만큼은 분하지만 인정하고 있었다.
“하긴······ 그리 좋은 것이라면 영국 놈들이 먼저 만들고 있겠지.”
듀이는 오늘 있었던 일을 빠르게 잊고자 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 이강과 했던 말이 계속하여 떠올랐다.
그는.
항공모함이라는 이강이 만든(?) 신조어를 계속하여 떠올리며, 그의 하루 업무를 다시금 시작했다.
* * *
『국경 인근에 존재하던 멕시코 유지들, 군벌로 성장. 일부 세력들, 멕시코의 가난은 미국 탓이라고 힐난하며 가난한 지역주민 선동 중.』
『어제 세벽 텍사스 접경지대에서 국경 침입 사건 발생. 연방정부, 멕시코 정부에 엄중 항의.』
퍼싱과 만남은 미뤄졌다.
국경 상황이 빠르게 나빠짐에 따라, 인근 부대를 지휘하는 퍼싱이 자리를 뜰 수 없어서였다.
“전하.”
“말하게.”
“소인은 가끔, 전하의 속뜻을 이해할 것 같다가도 고개가 아리송해지곤 합니다.”
“어째서?”
최현우가 머리를 싸매며 내게 물었다.
“베리 학장의 웨스트포인트 방문 제안을 단박에 거절하시다니요. 그간 지켜본 바에 따르면 전하께서는 어느 한인들보다도 웨스트포인트 방문을 희망하셨는데 말입니다.”
퍼싱과 만남은 미루어졌지만, 웨스트포인트 학장이었던 토마스 헨리 베리와는 저녁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베리 학장은 무려 세 번이나 나를 초청했는데 나는 이를 죄다 거절했다.
왜냐고?
지금은 별들의 기수라고 불리는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딱 1년만.
1년만 더 참으면 그때가 찾아오는데, 왜 굳이 1년 더 먼저 웨스트포인트에 방문하여 아이젠하워와 만날 기회를 놓친단 말인가?
피식-
나는 최현우를 향해 웃어 보이며 다음 말을 늘어놓았다.
“말은 정확하게 해야지. 거절이 아닐세. 방문 연기지.”
“그게 그거 아닙니까?”
최현우는 베리 학장이 언제 어떻게 갈릴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고 여긴 것 같았다.
‘그리 급하게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에서 나는 생각보다 거물이 되었으니까.
듀이가 조언을 청할 만큼 성장한 것을 보면, 너무 성급하게 조마조마하며 일을 설익게 하는 것보단.
확실한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봤다.
“그나저나 자네 손에 들고 있는 편지는 무엇인가?”
“아, 이 편지 말입니까? 퍼싱 장군께서 보내셨습니다.”
“그자도 참. 일정 한 번 연기했다고 벌써 편지를 다섯 통이나 보내다니······.”
똥파리들의 아부 때문에 한껏 기분이 들뜬 레너드 우드와는 다르게, 퍼싱은 참으로 예의 바른 사내였다.
일정 연기 때문에 사과 편지를 네 통이나 보낼 정도였으니까.
“흠.”
안에 내용을 읽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에 최현우에 내게 물었다.
“전하. 어찌하여 미간을 좁히시는 것이옵니까? 퍼싱 장군이 무슨 무례한 단어라도 사용했습니까?”
“아닐세. 지난번 약속 연기가 많이 미안한가 보이. 내게 추천서까지 써주겠다고 제안했다네.”
“예? 아,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할 때 사용할 추천서 말입니까?”
“그래.”
나는 최현우를 바라보며 그에게 명했다.
“익문사와 합성 협회에 사람을 보내게나. 우리 한인 청년 중, 쓸 만한 인물이 어디 있나 좀 살펴보라고 전하고. 육사와 해사, 각각 다섯 명씩 후보군을 추리게.”
조지 듀이 역시 내게 추천서를 써 주겠다고 확답했다.
아나폴리스(미 해군사관학교)에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가 이번 기회를 통해 알아볼 수 있겠네.
“직접 만나서 면접을 보실 생각이십니까?”
“그럼.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나는 최현우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부활절 전까지는 후보군을 끝내라고 전하게나.”
“예. 전하.”
곧 있을 7인회 회의에 집중해야 한다.
경제 쪽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 설립 법 논의가 다음 주부터 시작되니까.
미국 의회에서 난다긴다하는 상원 의원들까지 모이는 자리가 곧 시작될 터.
모건과 록펠러는 물론이고 두 로스차일드 가문의 인사들까지 속속 동부로 몰려들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군.’
< US ARMY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