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8)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8화(18/392)
< 데뷔 (3) >
연회가 열리고 있던 대저택은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대다수 손님은 1층에 머물고 있었는데, 다들 다과와 포도주를 즐기며 정신없이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달리 존을 따라 계단을 오르며 2층으로 이동했다.
주지사를 비롯한 핵심 귀빈은 위층에 머물고 있었으니까.
“캘리포니아 21대 주지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조지 파디이외다.”
키가 제법 큰 백인이 계단 바로 옆에 있는 접견실에서 나를 맞이했다.
나 역시 차분한 목소리로 내 소개를 하며 주지사에게로 걸어갔다.
“이강이라 합니다. 태평양 건너 대한제국에서 왔지요.”
조지 파디가 방긋 웃으며 나와 거리를 좀 더 좁혔다.
그는 처음 만났던 제인처럼 ‘대한제국, 거기가 어디야?’ 하는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프로 정치인답게 내 신상을 미리 파악했기 때문이겠지.
“반갑습니다.”
조지 파디가 자신의 오른손을 냉큼 건넸다.
서양식 인사였던 악수를 청한 거다.
“제가 할 말을 먼저 하십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지사님. 만나서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서로의 손을 한번 교차한 뒤, 눈빛을 교환했다.
그러자 주지사는 사람들이 모인 다른 방을 가리키며 나를 안내했다.
“이쪽입니다. 강 왕자님.”
주지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를 안내했던 존 맥스웰이 우리 둘 사이로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그 후, 주지사에게 접근하며 작은 목소리로 살짝 속삭였다.
“주지사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우리와 다르게 동양은 성부터 말한답니다. 그렇기에 여기 계신 왕자님의 성은 강 씨가 아닌 이 씨입니다.”
존이 주지사에게 내 정보를 바로잡아 주었다.
“헉!”
이에 주지사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름을 잘못 부르는 건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니까.
“죄송합니다. 이 왕자님. 제가 동양 문화에 무지해서······ 실례를 범했군요.”
주지사는 잠시 당황했다.
동시에 ‘진짜 조선인은 성부터 소개하나?’ 하는 놀라움을 얼굴에 드러났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고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표정을 바꾸었다.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이해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지요. 제가 다른 분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이 실수는 주지사의 무례함이나 무지 때문에 생겨나지 않았다.
내가 나의 이름을 잘못 부르도록 유도했으니까.
‘미리 언질을 받았겠지만.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나.’
내가 동양식으로 내 소개를 하니, 진짜 나의 성이 ‘강’이라고 착각했겠지.
‘일단 시작은 좋군.’
상대방에게 실수를 유도하는 것 또한 협상에선 흔히 사용한다.
아주 작은 팁인 셈.
생각해 봐라.
정치인도 사람이다.
마음에 부채가 하나씩 쌓이게 되면 부탁을 할 때, 수용되지 않을 제안이 구렁이 담 넘듯이 넘어갈 때도 있다.
물론, 내 성을 다르게 불렀다고 주지사가 엄청나게 미안해하며 처음 만난 나의 부탁을 들어줄 리 만무하지만.
이슬비에 옷이 젖듯, 천천히 그의 마음에 부채를 쌓으려고 했던 게 내 계획이었다.
‘다음부터가 중요하지.’
입맛을 다셨다.
본격적으로 사람들과 만나며 대화를 해야 했기에 마른 입술에 침을 묻힌 거다.
“이쪽은 샌프란시스코의 시장입니다. 이 왕자님이시네. 지난번 내가 말했던.”
“아! 안녕하십니까, 이 왕자님! 유진 슈미트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시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저 또한 진심으로 기쁩니다.”
“아닙니다. 제가 더 영광이지요. 듣자 하니 주지사님의 든든한 친구가 되셨다지요?”
파디의 비서인 존이 유진과 나 사이에 재빠르게 끼어든 뒤, 다음 말을 덧붙여 말했다.
“이 왕자님께서 오늘 또 2만 달러를 주지사님 선거캠프에 기부하셨습니다. 지난번 3만 달러에 이번 2만 달러를 합치면······ 총 5만 달러나 되는 거금을 기부해 주신 것입니다.”
원래 투자는 시기와 타이밍이 좋아야 한다.
바이든이 한국을 순방할 때, 한국의 대기업들이 그동안 계획했던 대미투자계획을 바이든 앞에서 쏟아 내는 것처럼.
중요한 자리에서 그 사람과 만나기 직전에 해야 한다.
그래야 잊히지 않고 제대로 생색을 내지 않겠나?
“선거 초에 5만 달러라니······ 정말 감사합니다.”
이에 파디 주지사가 내게 다시금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에 나는 준비했던 다음 말을 이어 갔다.
“대한제국과 다르게, 미국은 투표를 통해서 수장을 뽑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요.”
“그렇다면 신념이 올바르고 재능이 있는 이가 우두머리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이곳이 부강해질 테니까요. 저 역시 이제 이 캘리포니아에서 새로운 제2의 삶을 일굴 계획이기에 다가올 선거에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선거 기부금을 더 내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 오래 머무르겠다는 나의 포부를 주지사와 시장 앞에서 밝혔다.
“오! 그렇습니까?”
“예······ 그렇기에 주지사님을 꼭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제 예상대로 유능하고 선량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요약 좀 하면 돈 좀 더 낼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차차 알아가면서, 주지사가 나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아보며 주겠지만.
주지사도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한껏 웃음기 가득 찬 얼굴로 나를 대하기 시작했다.
그때, 옆에 있던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한마디 거들었다.
“이거······ 부럽습니다. 저도 곧 선거가 코앞인데 말입니다.”
유진 슈미트가 부럽다는 눈빛을 마구마구 보낸다.
이에 나는 유진 슈미트의 명함을 받으며 그에게도 아는 척을 했다.
“아! 시장님 선거캠프에도 기부금을 낼 생각이었습니다. 조만간 제 비서에게 지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거······ 그러시지 않아도 됩니다. 괜히 제가 부담되는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닙니다.”
“흠흠.”
그때였다.
옆에서 헛기침 소리가 났다.
“아이쿠. 내 정신 좀 보게. 왕자님과 대화를 나누느라 다른 분들 소개를 까먹었습니다.”
주지사가 방에 있는 다른 인물들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쪽은 골드킹이라고 불리는 잭 마일로입니다. 여기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금광을 가진 거부이자 나의 절친한 친구이지요.”
정치인의 말을 잘 해석해야 한다.
절친이란 게 말 그대로 베스트 프랜드인 건 아니다.
아마 최고의 스폰서라는 뜻이겠지.
“여기 있는 키 큰 양반은 캘리포니아에서 제일가는 땅 부자입니다. 이쪽은 웨스턴 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하나같이 캘리포니아에서 이름 좀 날리는 인물들이었다.
나는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1층과는 다르게 2층은 완전히 고추밭이네. 물론, 파란 눈에 노란 머리는 기본이지만.’
아까 1층 연회장과 같은 곳인지 의심이 될 정도다.
분위기도 달랐다.
꽤 진중했다.
딱히 내게 시비를 거는 이 또한 없었고.
‘이곳은 제 잇속을 챙기러 오는 곳이니까.’
누굴 헐뜯으러 오는 곳이 아니니, 기분 나쁠 상황도 없었다.
‘물론······ 내가 이들의 적이 된다면.’
뒤에서 혹은 대놓고 내 흉을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갓 이 시장에 진입한 새내기였기에 나를 딱히 적대하는 인물들은 없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아! 자네! 지난번에 말했던, 동양에서 오신 귀빈일세. 왕자님, 이쪽은······.”
* * *
주지사는 신이 나 보였다.
나를 꼭 옆에 끼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다녔으니까.
‘나 주지사의 트로피가 된 걸까?’
나, 이만큼 능력 있고 유명해서 외국의 ‘왕자’도 이 자리에 왔어.
나, 이만큼 대단해.
이런 용도로 나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기꺼이 쓰임당해 주마.’
나로서도 나쁘지 않다.
사실 나와 주지사는 현재 서로서로 이용하고 있었으니까.
주지사는 자신의 영향력을 홍보하고 있고.
나는 주지사를 통해 여러 명사와 안면을 트고 있다.
특히나 주지사의 정식 손님으로 소개받고 있기에, 분명 따로 만났을 때보다 더 좋은 첫인상을 가지게 될 거다.
“이강 왕자께서는 최근 농업법인을 내셨다지요.”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만난 이와 대화를 나누는 거라 기본적으로 잡담이 오갔다.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가 대다수.
하지만 일부는 영양가 있는 대화도 있었다.
“땅도 사들이고 계신다면서요? 농업 분야에 관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숨길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이 자리에서 밝히면 더 좋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이야기에 동참했다.
“관심이 많지요. 그중에서도 특히 벼농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내 사람들이 벼농사 짓는 데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대한제국 이민자들이 그리 벼농사를 잘 짓습니까?”
“예. 제일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거 메모해 두어야겠군요.”
땅을 제법 많이 가진 남성이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좋았어.’
동포들이 캘리포니아로 많이 이주할수록 내 힘은 강해진다.
나는 현재 교민회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었으니까.
‘이주스폰을 서겠다는 이가 많아지면 나야 좋지.’
나는 미소를 지으며 우리 조선인들이 얼마나 벼농사를 잘 짓는지 계속 홍보했다.
“연방정부에서 실시하는 치수공사가 내년부터 시작된다던데······ 이거, 기회가 되면 그자들을 한번 고용해 보아야겠습니다.”
최근에 갑자기 땅이 안 사지던데.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
내가 방금 대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최근의 상황과 비교해 보았다.
그때였다.
“아······ 왕자님께서도 이번에 제법 많이 땅을 사셨다지요.”
“그렇습니다.”
“어디, 워싱턴 높으신 분에게서 언질이라도 받으신 것입니까?”
“······.”
무슨 소리야.
잠시 침묵으로 일관했는데.
“역시······ 왕자님은 다르시군요. 높으신 분과 인연이 있다니.”
“그래. 어디 땅을 사셨습니까?”
다들 내가 미리 정보를 물어와서 땅을 구매한 줄 안다.
물론, 나도 굳이 착각을 바로잡지는 않았다.
“인근에 있는 새크라멘토 분지의 땅들을 좀 샀습니다.”
“새크라멘토 분지라······.”
일행들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델타 외곽도 아니고 새크라멘토 분지 중심의 땅을 샀다고 하자 딱한 표정을 지어 댔다.
“다음번엔 제게 오시지요. 양심 있는 중개사를 한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마치 기획부동산에 사기당한 피해자 취급을 한다.
하긴.
이들이 볼 때는 그리 보이겠지.
새크라멘토 분지는 현재 황무지니까.
“박사님. 화장실을 한세월 다녀오십니까?”
한참, 땅에 관에 이야기하고 있는데.
새로운 얼굴들이 찾아왔다.
당연하게도 주지사가 내게로 다가와 그들을 소개했다.
“아! 인사하시지요. 프랭클린 히람 킹 박사입니다. 연방정부 농무부에서 일하고 있는 관료입니다.”
농무부 산하 토지관리국에서 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란다.
“이쪽은 에이든. 토지관리국에서 일하고 있는 주무관입니다. 왕자님.”
“반갑습니다.”
에이든이란 자가 내 곁으로 다가와선 물었다.
“옆을 지나다가 잠시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예.”
“왕자님. 벼농사에 관심이 많으십니까?”
“맞소이다.”
“저 또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국장님께 캘리포니아 쪽 토질 심층 탐사를 제안했습니다.”
옆에 있던 한 남자가 에이든의 말을 거들었다.
“왕자님. 이자, 조만간 일본이나 조선으로 출장을 다녀올 수도 있답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들에게 왜 그런 일을 추진하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어째서 관심이 많은 거죠?”
“그게······.”
에이든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다시금 제 입을 뗐다.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본을?”
“예. 일본은 예로부터 쌀을 주식으로 삼지 않습니까? 최근 인구가 폭증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식량이 많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그곳에서 쌀이 재배되고 그 쌀을 일본으로 수출할 수 있다면 보험 하나를 드는 셈이군요.”
내가 맞받아치자 에이든이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일본이 만주에 야욕을 부린다면······ 수출하고 있던 쌀로 그들을 제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에, 주변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에이든 주무관도 참.”
“일본은 우리의 친구네. 적이 아니야.”
그래.
현재 미국 주류의 정서가 딱 그랬다.
아직 일본이 조선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조선을 넘어 만주, 중국으로 시야를 돌린다면?
에이든은 그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만일을 대비하여 우리는 쌀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쯧쯧. 아직도 그 타령인가?”
사람들의 비난 속에서도, 나는 숨은 진주를 만난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놈 보소.’
쓸 만한 놈을 하나 건졌네.
중앙 정부에 이런 말을 하는 인사가 있다니.
‘제대로 키워 보면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인재로 자라겠는데?’
농무부 직원인데······ 외교 관계에도 신경을 쓰고.
자금을 지원해 본다면 중앙정치 세계로 나갈 수도 있겠다.
‘새싹은 발견했고······.’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파티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아직 안 보였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그때였다.
연회장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왕자님.”
처음 보는 인물이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주지사에게 소개받지 않은 인물인 것을 보니, 연방정부 쪽에서 온 것 같았다.
“말하게나.”
“장관님께서 몸이 좀 안 좋으시다고 하시는군요. 아마 자리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허······.
그럼 보조금 이야기는?
“하지만 장관님께서 왕자님을 꼭 만나고 싶다 하셨습니다. 그래서······.”
언제 한번 워싱턴에 방문하면 연락을 주란 말이지?
이거 잘하면 농림부 장관은 물론, 더 높으신 분마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우현식은 얼굴을 피지 못했다.
“괜찮은가?”
우현식은 막 파티장을 떠날 때까지 울상을 지었다.
“왜 그러는가?”
우현식이 잠시 침을 삼킨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차마 목구멍까지는 넘어오지 않는 것 같다.
* * *
“왜 그러는가? 혹시 기대했던 것처럼 흘러가지 않아서 기분이 상했는가?”
“······예.”
농무부 장관과 만나면 보조금 이야기를 꺼내 볼까 했는데······.
그자가 아프다는 핑계로 연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런 돌발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에, 나는 우현식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를 위로했다.
“이 사람도 참······ 내가 이런 일로 꿍할 것 같은가?”
“······.”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시도하면 되고. 다음에 안 되면 다다음에 시도하면 되네. 나이 든 저들과 비교해 내게 유리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시간일세.”
로비는 절대로 단번에 먹히지 않는다.
최소 중기 프로젝트 정도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했다.
‘내가 미국 대통령의 아들이 아닌 이상은 원래 힘든 법이야.’
특히나 보조금 이야기는 그렇다.
현재 미국은 자본주의의 세계.
보조금은 사회주의에서나 하는 이야기로 치부하는 정책이다.
‘그래도······ 성과는 있다.’
일단 워싱턴으로 가면 농림부 장관을 만날 수 있지 않은가?
제임스 윌슨이 내게 사람을 보내 꼭 만나자고 했던 행동에도 다 이유가 있겠지.
‘주지사에게 보조금 이야기를 꺼냈고.’
최근 들어 가뭄과 홍수 등등 자연재해가 미국을 계속하여 덮치고 있었다.
재난 보조금 이야기를 꺼내며 피해받은 농민들에게 일시적으로 이를 지원해야 하는 프로그램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주지사는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했지.’
퍼주는 게 아니고 일회성이니까.
특히나 현금으로 뿌리기보다는 화재보험 지원 같은 우회적인 형태로 지원해 주는 것이기에 별 저항감이 없는 듯 보였다.
‘더욱이 캘리포니아 인근 여러 인사와 안면을 텄고. 그중 몇몇과는 다음 약속까지 잡을 만큼 친분을 쌓았어.’
더불어 연방정부 차원에서 캘리포니아 벼농사 재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에이든이었나?
이를 주도하는 인물의 이름까지 파악해 두었으니, 다음 계획을 짜는 데 좀 더 수월해지겠지.
‘지금 해야 할 일은 영향력을 키우는 거야. 물론 내 손에 들려있는 종잣돈도 불려야 하고.’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모든 이들에게 재앙이 되지만, 내게는 기회가 되는 날.
이제 곧 12월이다.
한 달만 있으면 1906년이고.
반년도 안 남았다는 말이다.
‘절대 잊지 못하지.’
현대인 박병준으로 살 때, 샌프란시스코는 나의 고향이었다.
미국은 원체 제 고향을 사랑하고 자신들의 역사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건국한 지 300년이 채 안 되기에 아주 세세하게 자신들의 역사를 가르쳤다.
‘그날이 다가오고 있어.’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지축이 사방으로 흔들리는 시간이 찾아올 거다.
‘이를 기회 삼아 한층 더 성장해야 해.’
나는 굳게 다짐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 데뷔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