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80)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80화(180/392)
< 알드리치 플랜 (1) >
7인회 모임이 일주일 뒤에 열린다.
나는 변경된 회담 장소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집무실 책상 위에 미국 전도를 활짝 폈다.
“최 비서실장.”
“예, 전하.”
“이번에 열리는 회담 말이야. 어디서 개최된다고 했지?”
최현우가 지도를 쓱 한번 쳐다봤다.
그리고 바로 한 번에, 변경된 회담 장소를 찾아냈다.
“여기, 지킬 섬에 있는 모건 대표의 별장에서 열립니다.”
최현우가 오른손 검지로 콕콕 누르는 곳은 대서양 인근 해변에 있던 한 섬이었다.
“그래?”
지금 내가 있는 뉴욕이나 록펠러의 주 무대인 뉴저지 쪽은 아니다.
저 멀리.
동남부에 있는, 플로리다 반도와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
“조지아주라······ 추위 걱정은 좀 덜해도 되겠군.”
원래는 뉴욕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장소가 변경되었다.
본래 회담 장소였던 모건의 또 다른 별장이 며칠 전 화재로 전소되었기 때문이다.
‘난방 시설을 점검하다가 집을 태워 먹었다지?’
11월이지만, 이상 한파 때문에 뉴욕이 꽁꽁 얼어붙었다.
모건은 회담 장소의 사전 확인을 위해 보일러를 시범 가동했다고 밝혔다.
하녀가 그만 실수하여 별채가 홀라당 전소되었다고 전화로 설명한 것이 막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모건은 영, 신뢰할 수 없는 자라서······ 이렇게 직접 확인을 해야 하지.’
익문사가 올린 보고서.
그 안에는 재미난 내용이 가득했다.
모건의 그간 행적이 상세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약은 놈.’
JP모건은 현재 뉴욕이 아닌 워싱턴에 머물고 있다.
반독점법 로비를 위해서다.
뉴욕에서 회담을 열 것이었으면 진즉 올라와서 준비하고 있을 텐데.
그는 무슨 일인지, 워싱턴에 계속 머무르며 요지부동이었다.
‘치밀하게 준비한 모양이군.’
보통 대다수는 협상에서 자신이 우위에 서기 위해 다양한 수를 준비한다.
그래야 좀 더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될 테니까.
모건도 그랬다.
그는 자신은 익숙하지만.
다른 이들은 조금 불편한 곳으로 우리를 초대하며, 심리적인 면에서 시작부터 우위에 서려고 했다.
‘연방준비제도 법만큼은 기어코 제 뜻대로 관철하려는 모양이야. 하긴, 지가 이 나라의 중앙은행장이라고 생각하는 놈이니. 그럴 수밖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 뭐든 하는 놈.
누가 통제왕 아니랄까 봐.
자신에게 주도권이 있음을 나머지 6인방에게 아주 확실하게 알린다.
그는 노골적으로 자신만 아는 아지트에 우리를 초대하며, 나머지 7인회 구성원들을 압박했다.
‘쳇! 그럴 거면 금융 위기 때 전부 제 돈으로 막았어야지.’
JP모건이 얼마나 많은 돈을 기탁했는지는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나 록펠러 역시 엄청난 자금을 뉴욕 주식시장 정상화에 사용했다.
‘무려 천만 달러나 사용했지. 그것도 삼 년 전에 말이다.’
혼자 해낸 일이 아닌데.
모건은 자꾸 자신 혼자 금융 위기를 막은 척 으스댄다.
나는 JP모건의 탐욕과 광적인 통제 경향을 상기하며 뉴욕 해안가에 있는 선착장으로 향하고자 했다.
“슬슬 떠날 준비를 하세나.”
“예.”
* * *
뉴욕에서 조지아주 지킬 섬까지 가는 최적의 이동 수단은 배다.
철도로 이동해도, 최종 목적지는 섬이기에.
한 번에 경유 없이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을 강구한 거다.
“오! 록펠러 대표.”
“이 왕자님.”
“먼저 와 있었군. 오래 기다렸는가?”
그 넓은 선체를 혼자 사용하는 것은 낭비라서 나는 동행할 인원을 수소문했다.
당연하게도 제일 먼저 연락한 자는 같은 편이자 가족이 된 록펠러였다.
회담에 참석하기 전에 말을 맞춰 두기도 해야 했기에, 록펠러와 사전에 접촉이 필요했는데.
참으로 잘 되었다.
이리 이동하며 대화하게 된다면, 좀 더 깊이 있게 관련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
록펠러와 인사를 나눈 후, 눈알을 굴렸다.
지금 그의 옆에 한 사람이 더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 이 왕자님. 이쪽은 이번 회담에서 의회 측 인사로 참여하게 된 알드리치 의원입니다.”
록펠러의 말이 끝나자마자 알드리치가 자신의 오른손을 쭉 하고 내게 내밀었다.
마치 록펠러의 소개가 끝나기만을 고대한 것만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이 왕자님.”
“반갑소. 알드리치 의원.”
“소문으로만 듣던 이 왕자님을 이리 직접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나 역시 그러오. 요즘 신문에 그대의 이름이 자주 오르락내리락하던데. 여기 있는 록펠러 대표보다도 말이오.”
다급하게 록펠러가 우리 둘 사이 대화에 껴들었다.
“여기 있는 알드리치 의원은 연방의회의 ‘상원’의원입니다. 더불어 국가 통화 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합니다.”
방금 소개했던 말에 다음 말을 록펠러가 바로 덧붙였다.
‘연방 상원의원’과 그냥 ‘지방 의원’은 격이 다르기에, 명확하게 알드리치의 직업을 내게 소개한 것 같다.
‘더불어 소위원회 위원장이란 자리는 그 권한이 막강하니.’
록펠러의 믿는 구석이 무엇인지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오! 그런가?”
“왕자님.”
록펠러는 무언가 자랑하듯이, 조금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지긋이 낮게 깔았다.
“더불어 사적으로는 제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의 아비 되는, 그러니까 사돈이기도 합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람 사는 세상이다.
최상류층들은 결혼이라는 오래된 제도로 서로를 연결한다.
한 식구가 된 그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데, 지금 내 앞에 있는 두 인물 또한 그런 모습을 보였다.
“아하! 그러니까, 한 가족이라는 소리로군.”
“예. 그렇습니다.”
“알드리치 의원. 나 역시도 여기 있는 록펠러 대표와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이네.”
“아! 들었습니다. 세 아이를 얻으셨다지요? 축하드립니다.”
“정확히는 조카사위 관계네. 아무튼, 잘 부탁하네. 한 가족으로서 말이야.”
“하하하. 저 또한 잘 부탁드립니다.”
한 다리 건너면, 그 역시 나와 인연이 있는 인물이라 생각해서일까?
알드리치가 손뼉을 짝- 하고 한번 친 후, 나와 록펠러를 번갈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저희 사위(록펠러 주니어)가 왕자님과 깊은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지요? 사돈?”
나는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알드리치의 시선을 다시금 내게로 향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여기 내가 있는데, 어째서 록펠러 대표에게 확인을 받으려는 것인가?”
“아! 송구합니다.”
“나와 록펠러 부대표(록펠러 주니어)는 각별한 사이네. 내가 생사를 오갈 때, 모건 부대표(모건 주니어)와 함께 나를 지켜 주었다네. 그러고 보니 그 자리에 남작의 아들도 있긴 했군.”
“와! 그랬습니까?”
서로서로 우리가 얼마나 특별한 관계인지, 열심히 강조해 댄다.
짧은 시간이지만, 효과적인 팀워크를 보이기 위해 한 팀인 것을 주입식 교육으로 상기시킨 거다.
“아! 알드리치 의원.”
“예. 이 왕자님.”
“이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네만······ 내 자네와 좀 가까워진 듯해서 하나 물어볼까 하는데.”
“말씀하십시오. 제가 아는 선에서 뭐든 답변하겠습니다.”
알드리치가 눈알을 굴린다.
내가 무슨 질문을 할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는 것 같았다.
“내 듣기로 워싱턴에서 모건 대표가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던데 말이야.”
“······.”
“최근에 그의 주장이 미묘하게 방향을 틀었다는 소리가 있네.”
“그, 그렇습니까?”
“혹시 자네도 알고 있는 것이 있나 해서 한번 물어보고 싶다네.”
반독점법 소송.
록펠러의 발작 버튼이다.
“모건 대표의 수상한 행동이라니······ 이거, 본인도 구미가 당깁니다.”
역시나 록펠러는.
잔뜩 기대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와 알드리치를 번갈아 보았다.
“사돈. 여기 계신 이 왕자님은 아까 이야기했던 대로 내 핏줄이나 다름없는 에델과 혼약을 맺었소이다.”
“······.”
“그러니 속 시원하게, 거짓 없이 이야기해 주시지요.”
“아, 그게······.”
알드리치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록펠러도 무섭지만, 모건 역시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뒷소문을 말하고 다니는 것은 자칫 뒤에서 칼 맞을 수도 있는 일이기에 굉장히 신중해야 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 내 사돈께 알리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록펠러에게 일단 양해를 구한 후, 알드리치는 나를 바라보았다.
“이 왕자님. 최근에 모건 대표가 법원 쪽 사람들을 만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 그 소문 나도 들었네.”
알드리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다음 말을 이어 갔다.
“반독점법 때문인 것 같은데······ 소문으로는 이번 달 들어 모건 대표의 소송 변호 방식이 조금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자세히 좀 말해 보게, 사돈.”
록펠러의 재촉에 알드리치가 살짝 짜증을 내었다.
“그, 6년 전에 노던 시큐리티스 사가 소송당하지 않았었나?”
노던 시큐리티스는 모건 대표의 회사였다.
정확히는 철도회사.
이 회사는 1904년에 루스벨트에 의해 해체되었다.
지금 록펠러와 비슷하게 반독점법 위반으로 소송당하여 최종 패소했기 때문이다.
“그걸 법원 관계자들에게 언급하며 선처를 바라더군.”
“어떻게?”
“선고 일정을 2년만 늦춰달라고 호소하는 모양일세. 스, 스탠다드 오일과 함께 판결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뭐?”
록펠러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에 내가 나섰다.
“내가 들은 소문과는 살짝 다르군.”
“······.”
“듣기로 모건 대표는 그가 가지고 있는 US 스틸을 보호하기 위해 스탠다드 오일과 아메리칸 타바코를 희생양으로 삼을 생각인 것 같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왕자님?”
나는 꽤 진지한 표정으로 록펠러를 바라보며 답했다.
“이 두 회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여론을 바꿀 생각이지. 이 둘이 먼저 분할된다면 뉴욕 자본가들이 엄청나게 반발을 할 테니까.”
“······.”
“그렇게 시간을 끈 다음, 테디의 대통령 임기가 끝난다면 반독점 소송을 흐지부지할 생각인 것 같네. 소송 열기도 식을 테니까.”
정말이지 훌륭한 소송 전략이다.
뭐.
록펠러와 관계가 조금 틀어지겠지만.
모건으로서는 US 스틸을 지키는 꼴이 되니까.
“말도 안 돼.”
현재 록펠러와 모건은 협력하고 있었다.
적어도 반독점법 소송에서 루스벨트를 상대로 공동 전선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모건이 이리 뒤통수를 때리니, 록펠러는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어댔다.
“왕자님.”
“말하게.”
“혹시 이번에 모건 대표의 안건에 힘을 실어 주실 것은 아니시죠?”
우리 둘 사이에서 알드리치가 식은땀을 흘리며 눈알을 때굴때굴 굴러 댔다.
그는 마치.
이 자리에 없는 듯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만약 그자에게 힘을 실어 주신다면, 저와 다른 배를 타고자 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록펠러는 화가 많이 난 듯했다.
나는 그런 록펠러를 보며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이 시대 경영인들은 독점 기업을 이상형으로 삼고 경영했으니까.
완성형에 가까운 자신의 기업이 위기에 처했는데, 믿고 있던 동료는 자신의 회사를 지키려고 자신을 배신하려고 한다.
누가 봐도 눈이 뒤집힐 상황이다.
“어휴. 우리 록펠러 대표가 단단히 화가 났나 보이.”
“······.”
“내 이야기가 거짓일 수도 있으니, 사실을 확인한 후에 행동하게. 그나저나······.”
나는 피식 웃으며 록펠러의 어깨를 두들겼다.
“나는 언제나 자네 편일세.”
* * *
“이 왕자님. 축하드립니다.”
“세쌍둥이를 낳으시다니. 하나도 축복인데 한꺼번에 셋을 가지게 되었으니 기쁘시겠습니다.”
7인회 회원들이 하나같이 축하 인사를 하며 내게 다가왔다.
영국에서 조금 사이가 틀어졌던 로스차일드 남작 역시 내게로 다가와 덕담을 남겼다.
“감축드립니다. 이 왕자님.”
저 멀리.
모건 대표가 보인다.
록펠러는 노회한 경영인답게 자신의 감정을 하나도 드러내지 않으면서 모건과 자연스럽게 악수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누가 언뜻 보면, 진짜 십 년 만에 만난 절친을 대하는 모습처럼 보였으니까 하는 소리다.
“오셨습니까? 이 왕자님.”
“반갑네. 모건 대표.”
“오늘은 여기 오신 분들과 간단히 관련 주제에 관해 토론한 후, 저녁 식사나 함께할까 하는데 말입니다. 왕자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그때였다.
조용히 옆에 있던 로스차일드 남작이 손을 들었다.
“아, 회의를 시작함에 앞서서 한마디 하고 싶소이다.”
“······.”
“본인이 잠시 발언을 이어 나가도 되겠지요?”
난다긴다하는 인물들이 모여서 그럴까?
이상한 타이밍에 괜한 긴장감이 돈다.
“그러시지요.”
“감사합니다.”
로스차일드 남작은 천천히 일어서서 앞으로 나오며 7인회 구성원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 * *
“여기 있는 모건대표의 제안에 맞서서 본인은 비슷하지만, 또 다른 제안을 하나 제시했습니다. 다들 아실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번 모임의 주된 목적은 서로 간의 우호 쌓기가 아니다.
연방준비제도라는 미국중앙은행을 만드는 법을 논의하는 자리.
크게 모건의 안건과 로스차일드 남작의 안건이 올라와 있었다.
내용은 비슷하지만.
연준위원 수나 각 지역은행의 수가 미묘하게 달랐기에, 토론은 필수적이었다.
“그 이야기는 왜 하시는 것입니까?”
록펠러의 물음에 로스차일드 남작이 손깍지를 끼며 답했다.
“이곳에 오기 전, 대서양을 건너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난 금융 위기 때, 모건 대표가 얼마나 열심히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를요.”
살짝 분위기가 이상했다.
이를 다른 멤버들도 눈치챈 모양인지 다들 고개를 갸웃하며 남작이 무슨 말을 하나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금 여기 있는 모건 대표가 아니었다면, 뉴욕의 주식시장은 3년 전 그날 무너졌을 것입니다. 유동성 위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으로 도산 위기에 몰렸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재빨리 남작의 발언을 끊었다.
“하고자 하는 말이 뭡니까? 로스차일드 남작.”
“이 왕자님. 송구합니다. 제가 본의 아니게, 회의 시작 전에 말을 길게 했지요?”
남작이 고개를 살짝 숙인 후, 하던 말을 이어 갔다.
“아무튼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건 대표의 지난번 공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본인은, 지난 회차에 본인이 제안했던 안건을 철회하고자 합니다.”
남작이 피식 웃으며 다른 7인회 구성원들을 바라보았다.
이후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다들 이의는 없으시겠지요?”
< 알드리치 플랜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