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8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81화(181/392)
< 알드리치 플랜 (2) >
7인회 회의가 열리기 한 달 전.
로스차일드 남작은 노회한 몸을 이끌고,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과 씨름 중이었다.
“남작님. 안에 계십니까?”
“들어오게.”
일주일째.
남작은 집과 사무실만을 오가며 열심히 보고서만 읽어 댔다.
남작이 말년에 이렇게까지 무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단순했다.
생애 마지막으로 참석할 아주 중요한 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리다.
“남작님. 쉬엄쉬엄하십시오.”
“······.”
“그러다가 진짜로 몸 상하십니다.”
가신들의 만류에도 남작은 꿈쩍하지 않았다.
눈이 아플 만도 했지만 남작은 자신의 돋보기를 쓱 닦은 후, 다시금 안경을 고쳐 매며 흐트러진 자세를 다잡았다.
이후, 매섭게 서류를 검토하며 종이 쪼가리에 적혀 있는 숫자들을 제 머리에 담기 시작했다.
“흠······.”
로스차일드 남작은 이번에 막 입법될 미국중앙은행, 즉 연방준비제도 설립안을 두고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미국과 영국.
두 나라의 경제를 비교하는 작업도, 함께 했다.
“허!”
남작은 십 년 전에 보았던 자료들을 회상하며 크게 탄식했다.
회계를 조금이라도 배운 이라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두 나라 경제 상황이 많이 차이 났기 때문이다.
“벌써 이 정도나 차이가 난단 말인가?”
남작의 오른손에는 영국의 경제를 요약한 보고서가 있다.
왼손에는 미국의 상황을 요약한 보고서가 들려 있고.
“십여 년 전과 비교해, 격차가 더 많이 벌어졌다니.”
그는 자신의 하인들이 뽑아 준 자료를 양손에 들며 번갈아 보다가 책상 위에 두 서류를 쾅- 하고 내던졌다.
이후 한껏 성난 머리를 식히기 위해 관련 서류를 책상 밑으로 확- 하고 밀어버렸다.
“아버지. 고정하십시오.”
영국 본섬과 미국 본토의 경제력 차이는 십여 년 전만 해도 2배 정도 났다.
하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 격차는 3배나 날 정도로 더욱더 벌어졌다.
국가 차원에서 조사한 통계는 아니었기에, 해당 자료가 딱 떨어진다고 신뢰할 수는 없지만.
로스차일드 가문 아래 있는 경제 연구소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기에, 정확한 수치는 몰라도 흐름 정도는 참작할 수 있었다.
“어찌하여 대영제국이 이리되었을꼬.”
로스차일드 남작은 영국을 그리 많이 사랑하지 않는다.
지금 그가 이리 화가 난 것은 영국 경제의 몰락 때문이 아닌 과거 자신의 선택 때문이었다.
“아버지!”
막 로스차일드 집무실에 도착한 월터.
그런 아들을 향해 해당 자료를 건네며 남작이 물었다.
“그래. 월터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남작의 양아들이었던 월터 로스차일드.
그는 제 아버지와 다르게 그 자신을 자랑스러운 영국인으로 여겼다.
그랬기에.
남작의 의견에 살짝 반기를 들며 그의 아버지를 위로하려고 했다.
“아버지.”
“말하거라.”
“아직 미국은 멀었습니다.”
“뭐라?”
“본섬의 생산력만 생각하면 미국과의 격차가 더더욱 벌어졌지만, 아국은 식민지가 있지 않습니까? 식민지들을 모두 다 더한다면 아직은 우리 대영제국이 미국보다 우위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작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본질을 외면하는 아들에게 역정을 냈다.
“어찌 본토와 식민지를 동일 선상에 두느냐?”
“······.”
“아직도 일곱 살배기 어린애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쯧쯧.”
남작은 혀를 차며 월터에게 제 의견의 근거를 제시했다.
“아국이 조장한 민족주의 바람이 유럽 대륙을 강타하고 있다. 아직은 발칸반도와 동유럽을 중심으로 그 바람이 불고 있다지만······ 그 바람이 언제 어떻게 아시아나 북미, 아프리카 쪽으로 번질지 모른다.”
“······.”
“인도 놈들이 독립을 요구하는 꼴을 보아라. 지금은 미풍에 그치고 있지만, 그 세력이 조금 더 커지고 아국의 국력이 약해지면 언제든 거대한 들불로 번질 거다.”
인도 이야기를 꺼냈지만, 한 동양인이 남작의 머릿속에 아른 거린다.
‘이강 그놈도 있고.’
평소 꺼리는 인물이었기에, 남작은 애써 이강의 존재를 부정했다.
이후 남작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월터에게 경고했다.
“적어도 십 년 안에는 미국이 영국을 앞지르게 될 것이다. 경제력은 물론이고 군사력도.”
“예?”
월터는 이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경제력은 몰라도 군사력에서조차 따라잡힌다는 남작의 말에 반발한 거다.
“저 쭉정이 같은 미군 놈들이 우리 영국군보다 더 강해진단 말입니까?”
“그래.”
“그건 너무 나간 것 같습니다. 십 년은커녕 이십 년이 지나도 미군은 우리 영국을 따라잡지 못할 것입니다. 당장에 건조된 군함들 수만 계산해 보아도 우리가 압도적입니다.”
남작은 월터의 주장에 반박했다.
“군사력은 결국 경제력을 기반으로 꽃을 피운다. 아국의 경제가 이대로 저성장을 계속한다면 기존에 있던 군함들을 퇴역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작은 확신에 찬 표정을 지으며 월터를 바라보았다.
“이 큰 흐름을 뒤집을 수 없기에, 언젠가는 결국 그리될 거다. 더욱이 미국은 적이 없다. 태평양과 대서양이라는 천혜의 방파제가 양쪽에 있고, 기껏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잠재적인 적들이라고 해 봐야 캐나다와 멕시코뿐이다.”
“······.”
“하지만 우리 영국은 다르다. 독일과 프랑스, 러시아가 존재하지 않느냐?”
“…”
“한번 군사력이 폭발하기 시작하면 다시는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거다.”
로스차일드 남작이 한탄하며 제 아들이었던 월터를 바라보았다.
“내, 이십 년 전에 너를 뉴욕으로 보냈어야 했거늘.”
“······.”
“너를 좀만 더 신뢰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로스차일드 남작은 과거 모건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앳된 얼굴로 대서양에서 건너왔던 JP 모건.
남작은 미국보다 영국의 경제 성장이 더 가파르리라 생각하여.
월터를 뉴욕으로 보내지 않고 런던에 놔두었다.
그 결과가 지금 그의 앞에 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대리인으로서 미국에서 철도 회사를 관리했던 모건은 이제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어 세를 더더욱 키워나가고 있었다.
‘키우던 개가 주인을 물어뜯을 정도로 성장할 줄이야.’
단 한 번의 선택 실수로 이리된 거다.
남작은 이를 회상하며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똑똑-
“남작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가보겠습니다.”
월터가 눈치껏 빠진다.
아들이지만,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 남작은 보통 홀로 사람을 접견하기 때문이다.
“모건 가에서 사람을 보냈다고?”
“예. 남작님.”
로스차일드의 가신이 남작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냥 돌려보낼까요?”
“아닐세. 지금 들라고 하게나.”
* * *
“아직 회의까지는 한 달이나 남았는데······.”
남작은 방금 막 도착한 손님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이곳에 방문한 것이오?”
“로스차일드 경.”
모건의 최측근이었던 헨리 P. 데이비슨이 제품 안에서 서찰을 하나 꺼냈다.
“모건 대표께서 이 편지를 로스차일드 경에게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영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 투자한 모건 가의 금융주 투자목록입니다.”
데이비슨은 투자목록을 쭉 가리키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이중 관심 있는 종목을 가르쳐 주십시오.”
“왜?”
남작은 당연하게도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자신이 모건 가의 투자목록을 알아야 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를 값싸게 양도하기라도 할 생각인가?”
“역시······ 위대하신 로스차일드 남작님 앞에서는 무언가를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가 없군요.”
헨리 데이비슨이 버터 바른 것 같은 입술로 연신 로스차일드를 칭찬했다.
그는 한껏 로스차일드를 띄우며 모건의 했던 제안을 그에게 늘어놓았다.
“맞습니다. 모건 대표님께서는 유럽에 투자한 종목 중 상당수를 남작님께 양도하려고 마음먹으셨습니다.”
“그 대가로 미 중앙은행 설립에서 나의 지지를 받겠다?”
“예.”
“이거, 미국 금융시장은 모건이 전부 다 가져가겠다는 이야기로 들리는군.”
“······.”
“그 대신 유럽은 내가 다 먹고. 내 말이 맞는가?”
피식-
헨리 데이비슨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 들릴 수도 있겠군요.”
데이비슨은 한 단어를 강조하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
“최근 일련의 움직임 때문에 모건 대표님도 [독점]은 위험하다 생각하십니다.”
모건은 로스차일드 남작이 미국 금융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륙별로 잘라서 나눠 가지자, 딱 부러지게 제안하지 않았다.
“따라서 남작님 소유의 은행들은 미국에서 계속 쭉 활동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지금처럼 말이죠.”
“거절한다면?”
데이비슨은 품 안에서 또 다른 서찰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 안에 있던 목록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공매도 현황이었다.
“다른 거래 상대를 찾아야겠죠. 예를 들면… 이강 왕자 같은?”
“······.”
“그에게 힘을 좀 더 실어줄까 하는데 말입니다.”
현재 로스차일드 가문은 스탠다드 오일 등 이강이 투자한 전 종목에 공매도를 치고 있었다.
어찌나 큰 규모인지 해당 종목의 주가가 출렁거릴 정도였는데.
헨리 데이비슨은 이를 언급하며 남작을 바라보았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모건 대표님께서 그리 행동하셔도?”
* * *
“다들 이의는 없으시겠지요?”
로스차일드 남작의 갑작스러운 제안은 정말이지 마법 같았다.
하하 호호-
웃음이 가득했던 별장의 분위기를 단 1초 만에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
“······.”
다들 입을 굳게 다무는 가운데.
나 역시도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이들과 같은 행동을 취했다.
‘웃고 있군.’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찰나의 순간.
나는 참석한 이들의 면면을 한 명 한 명씩 확인했다.
그들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나 내 뇌리에 저장한 것.
‘입이 찢어지겠어.’
가장 먼저 확인한 이는 모임의 주최자인 JP 모건이었다.
표정만으로 그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현재 그는 작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사실 저런 표정을 지을 만도 했다.
로스차일드 남작의 깜짝 발표로 가장 이득을 많이 챙기는 자는 바로 모건이었기 때문이다.
‘웃는 것은 이해 가나, 그 직전에······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하나.
남작과 사전에 협의가 있었다는 말이겠지.
‘남작은 뛰어난 협상가이자 정치가야. 사전 조율 없이 즉흥적으로 이를 행할 리가 없지.’
쓱 고개를 돌렸다.
“······.”
“······.”
내 옆에 있던 록펠러는 정말이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크게 맞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건과 더불어 미국 최고의 부자였기에, 록펠러의 정보망은 익문사만큼이나 촘촘하다.
하지만 록펠러는 최근에 반독점법 소송에 올인하고 있다.
멕시코 상황조차 몰라보았던 그의 행보에 비춰 봤을 때, 이번 사건 역시 아무것도 몰랐을 가능성이 컸다.
“록펠러 대표.”
“······.”
“록펠러 대표.”
아까의 충격 때문인지 록펠러가 제대로 내 제안에 호응을 못 한다.
이럴 때는 이름을 콕 하고 집어가며 다시 한번 부르는 것이 제일이다.
“예. 왕자님.”
“정신 차리게나.”
“아, 예.”
록펠러에게 조그마한 소리로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나의 경고 때문일까?
록펠러는 이내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일단, 오늘 회의는 이만 마치지.”
나는 한 발자국 나서며 회의에 참석한 구성원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예? 그게 무슨?”
지금은 중요한 타이밍이었다.
로스차일드가 자신의 제안을 막 거둬들였으니까.
이의는 없냐는 질문 역시도 막 끝난 상황에서, 나는 이를 끝맺지 않고 다음으로 넘기자 제안했다.
이에 로스차일드 남작은 살짝 반발했고, 모건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여기 있는 록펠러 대표와 알드리치 의원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네.”
나는 나이가 많은 두 인물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오랜 항해로 인한 여독 때문에 많이 지친 모양일세. 다른 이들은 몰라도 본인을 포함한 우리 셋은 오늘에서야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네.”
“······.”
“······.”
“오늘은, 이쯤에서 대화를 마무리하고 같이 식사나 함께하세나. 록펠러 대표. 내 의견에 어찌 생각하나?”
“아! 마침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참이었는데, 이 왕자님께서 정말이지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그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생각하고 대책을 세울 시간도 있어야지.
잠시 휴식을 취하자는 내 제안에 모건이 화답했다.
“그게 좋겠군요. 제가 너무 서두른 것 같습니다. 그럼 식사부터 하시지요.”
모건도 동의했다.
궁지에 몰린 쥐보다 무서운 존재는 없으니까.
적으로 돌리지 않고 살살 달랠 생각이었기에, 우리에게 시간을 주는 모양이었다.
‘대책을 세워야 할 시간이 왔군.’
< 알드리치 플랜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