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85)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85화(185/392)
< 안티 트러스트 (2) >
인생은 새옹지마다.
지금 느끼고 있는 행복이 영원할 것 같지만, 좋은 일 뒤에는 언제나 나쁜 일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쁜 일이 계속되다가도 언젠가는 또 좋은 일이 찾아오기에.
우리네 사람들은 희망이라는 단어를 마음 한편에 품고 다닌다.
“이 왕자님.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나의 본가에 막 도착한 록펠러.
한참 마음고생하며 서부로 달려왔을 그에게 나는 기분 좋은 소식부터 알려 줬다.
“하하- 하하-”
록펠러는 환하게 웃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그는 진심을 듬뿍 담아서 자기 조카의 임신을 축하했다.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이 왕자님.”
“고맙네.”
“곧 넷째가 태어나겠군요. 아니지. 쌍둥이를 낳은 여인은 또다시 쌍둥이를 낳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거, 잘하면 다섯째도 함께 보실 수······.”
뭐야?
내가 급히 정색하자, 록펠러가 너스레를 떨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튼, 왕자님께서는 정말이지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아니, 이리도 정력이 좋으신 분이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사셨답니까?”
록펠러의 시선이 내 아랫도리 쪽으로 향했다.
살짝 뻘쭘했다.
하지만 나는 당당했기에, 샤이-아시안처럼 그곳을 손으로 가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뒷짐을 지어 보이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러자 록펠러가 무언가 떠오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 이 왕자님.”
“말하게.”
“그 있잖습니까. 동양의 만드라고라고 불리는 약재 말입니다. 이 왕자님 소유의 이화상사에서 이를 취급한다지요?”
“혹시 홍삼을 지칭하는 것인가?”
“예. 요새, 뉴욕에서 아주 난리던데 말입니다.”
록펠러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에델이 있었다.
에델은 사촌오빠인 록펠러 주니어와 한창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사실 이 풍문을 진즉에 접했었는데 말입니다. 그땐 긴가민가했는데, 제 조카 놈을 보니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정력에 최고인 물건인가 봅니다.”
“시답지 않은 말은 그만하고 이리 와 자리에 앉게.”
아직도 서 있는 록펠러를 내 쪽으로 잡아당기며 그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이후, 록펠러가 관심 보이던 홍삼차를 메이드에게 내오라 명령했다.
“그나저나······.”
너무나도 직설적으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아서일까?
아니면 홍삼차를 내오라고 해서 그런 것일까?
록펠러는 눈알을 살짝 굴리며 내 시선을 회피했다.
나는 그런 록펠러를 두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 걱정했는데 다행이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대법원의 선고 때문에 크나큰 충격을 받으리라 예상했는데, 안색이 생각보다 좋아 보여서 하는 말일세.”
“아!”
내 말이 끝나자, 록펠러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해탈해서가 아닐까요?”
“해탈?”
“예.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현재 상황을 인정하니, 가슴을 꽉 억눌렸던 무언가가 사라지더군요. 이것이 해탈이 아니면 뭐가 해탈이란 말입니까?”
글쎄.
나는 록펠러의 불교스러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눈빛이 아직 살아 있어.’
표정도 그렇고.
나는 속으로 피식 웃어 댔다.
‘한 번도 상상 못 한 일을 겪는 것이랑 알고 이에 대응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지.’
스탠다드 오일의 강제 분할 가능성을 틈틈이 언급했기에.
록펠러는 예방 주사를 맞은 것처럼 빠르게 충격에서 회복하고 있는 듯했다.
“전하.”
“아, 가지고 왔군. 고맙네.”
나는 메이드가 막 가져온 홍삼차를 건네받았다.
이후, 그곳에 꿀을 넣기 시작했다.
“왕자님.”
“듣고 있네. 록펠러 대표.”
록펠러 역시 나와 비슷한 행동을 해 댔다.
그는 처음 마시는 홍삼차에 꿀을 넣은 후, 은으로 된 차 수저로 이를 젓기 시작했다.
이후 한 모금 마시며,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제가 왜 이곳에 온 지는 왕자님께서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이야기를 좀 진지하게 했으면 합니다.”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하고 싶은 말을 계속해 보라는 내 무언의 답변에, 록펠러가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실, 소송 초반에만 하더라도 주변에 있던 십중팔구는 다들 벌금형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아! 기억나는군. 호화로운 법무팀을 꾸리자, 다들 사방에서 지나치다고 난리를 쳤었지.”
“예.”
나 또한 록펠러가 초호화 법무팀을 꾸릴 때 조언하긴 했다.
물론 앞선 이들과는 다른 이유로 법무팀 규모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질 것이 뻔한 경기에서 소송비라도 아끼라 조언한 거다.
“제게 조언해 준 사람 중 오직 왕자님께서만 현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셨습니다.”
“······.”
“더 나아가, 선제적으로 기업 분할을 제안하셨지요. 그리한다면 제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요.”
맞다.
그때 록펠러가 내 말을 들었다면 이야기가 또 달라졌을 거다.
“혹시 말입니다. 왕자님.”
“왜? 또다시 내게 조언을 구하려는 것인가?”
“예. 왕자님의 혜안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오른손 검지와 엄지를 이어 붙였다.
“대가는?”
“제가 왕자님께 어여쁜 에델을 소개하지 않았습니까? 이 늙은이에게 또 어떤 걸 가져가시려고요.”
별 대가 없이 ‘퉁’ 치려는 록펠러.
양심 없는 행동을 하려는 그를 향해 나는 살짝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 같은 가족이기도 하고 이번 한 번만큼은 배려해 줄 수도 있으니까.’
진짜로 대가를 받고 도움을 주려던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자세를 고쳐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록펠러 대표.”
“예. 왕자님.”
“그대는 무엇을 원하는가?”
“······.”
“······.”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혹시, 복수를 꿈꾸는 건가?”
“······.”
록펠러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다 내려놓은 것처럼 말했지만, 자네를 망신 준 이들의 얼굴이 아직도 떠오르나 보군. 스탠다드 오일의 분할은 그렇다고 쳐도······ 개인적으로 모욕당한 일이 어지간히 자네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테니까.”
원 역사에서 록펠러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다.
지금처럼.
로비 과정에서 온갖 굴욕을 당하며, 없던 인간 혐오가 그의 마음 한편에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원 역사에서는 혼자였지. 지금은 내가 있고.’
나 때문에 록펠러의 말년도 달라지나?
뭐 어쨌든.
나는 록펠러를 바라보며 하던 말을 이어 갔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말이야. 한번 물이 엎질러진 이상······.”
나는 반쯤 남은 밀크티를 조심스럽게 주변에 쏟았다.
이후, 손수건을 펼쳐 들며 록펠러를 바라보았다.
“이를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네.”
“······.”
“자네의 일선 퇴진은, 일종의 바꿀 수 없는 하나의 상수가 되어 버렸네.”
앉고 있던 소파로 등을 댄 후, 록펠러를 향해 충고했다.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게. 자네는 뒤로 물러나서 자선 사업을 시작하고.”
* * *
“자선 사업이요? 경영에서 손을 떼고 기껏 하라는 것이 자선 사업입니까?”
굳게 닫혀 있던 록펠러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나는 그런 록펠러를 보며 팔짱을 끼었다.
“자네도 느끼지 않았나? 대중들이 자네를 얼마나 싫어하고 경멸하는지 말이야.”
“······.”
“······.”
조금 심하게 말해서일까?
록펠러의 얼굴이 벌게졌다.
“자네 정적이 자네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악마화한 것도 한몫했지만, 과거 자네의 실수도 크다네. 경쟁자들을 마구잡이로 합병하면서 온 국민에게 밉상을 샀지 않았던가?”
“그건······.”
“아네.”
나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세계가 바로 19세기 말 미국의 석유 업계 시장이지 않았나?”
“그걸 아시면서 저를 그리 힐난하시는 것입니까?”
나는 손깍지를 끼며 록펠러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방어적인 제스쳐 때문에 록펠러가 내 뜻을 오해할까 봐, 제2의 언어인 몸짓을 바꾼 거다.
“하지만 대중들은 나처럼, 이런 치열하고 무서운 월가의 속사정을 모른다네. 그저, 우리네처럼 성공한 자본가들이 탐욕에 가득 차서 기업을 인수했나보다 생각하지.”
“······.”
“다들 머리 아프게 속사정을 이해하려 하기보단 껍데기만 보고 지레 판단하네. 솔직히 그게 더 편하지 않던가?”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자선 사업에 치중하여 이미지부터 바꾸란 말입니까?”
“그래.”
나는 다시금 편하게 소파에 등을 대었다.
“돈 욕심에 찌든 스크루지 영감에서 키다리 아저씨로 변신하란 말일세. 그래야 자네가 어려움에 부닥칠 때, 대중들은 자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일세.”
나는 차와 함께 나온 과자 한 개를 집으며 록펠러 앞에서 이를 보였다.
“빈자에게 빵 하나 나누어 주는 것은 자네의 평소 신념과 상반되는 일이지.”
“예. 그렇습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것이 제 신념 중 하나니까요.”
이 시대 수많은.
성공한 기업인들의 신념이기도 했다.
그들은 노력 없는 대가를 극도로 혐오했으니까.
일종의 무상 복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들을 모조리 싫어했다.
“자선 사업은 여러 가지네. 아픈 사람들을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서 신약 개발에 이바지할 수도 있고, 교회에 돈을 기부하여 올바른 신앙이 여기 미국에 퍼지게 도울 수도 있지.”
“······.”
“더불어 돈은 없지만 똑똑한 학생들의 학자금을 대 주어 그들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다네. 자네도 잘 알지 않던가? 작금의 대학 등록금이 얼마나 비싼지를.”
“······그렇긴 하죠.”
타협할 수 있는 목록들을 쭉 나열했다.
학생들 학자금 지원 같은 사업은 록펠러 역시도 수용할 수 있는지.
쭉 빼고 있던 주둥아리를 이내 안쪽으로 다문다.
“일선에서 물러서서 때를 기다리게. 이미지 개선도 함께하면서.”
“그러면 복수의 기회가 제게 찾아온다는 것입니까?”
“그럼. 당장 알드리치 의원이 다음 주에 미 중앙은행 법안을 내놓지 않던가?”
내가 못 먹는 건 남도 못 먹는다.
이를 훼방하는 행위 역시 복수 중 하나지 뭐겠어.
“복수는 그렇게 하는 것이네.”
“아! 지난번에 말했던 여론몰이 말입니까? 그 ‘정경 유착’ 프레임이요?”
“그래.”
어차피 반독점법 소송도 끝났겠다.
나나 록펠러는 거리낌이 없다.
“그때는 긴가민가했는데, 확신이 선 모양이군.”
“예.”
“자네 사돈인 알드리치 의원이 크게 타격 입을 텐데······ 괜찮은가?”
알드리치의 이름이 나오자, 록펠러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피식 웃었다.
“어차피 이번 회기를 마지막으로 연방상원의원직에서 물러날 양반입니다. 더욱이 지난 반년 동안 제게 해 온 짓도 있지 않습니까?”
사돈이자 친우였던 알드리치 의원에게, 어지간히 서운했나 보네.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하긴······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면 루스벨트 파벌이 이 일을 벌인 건지, 우리가 한 것인지 모를 테니까. 뭐, 자네가 허락했으니까 알드리치가 의회에 법안을 입법하자마자 뒤 작업을 시작하겠네.”
“저도 돕겠습니다.”
“그러든가.”
* * *
“아!”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록펠러가 이내 다시금 입을 뗐다.
“지난번에 제게 제안하셨던 것처럼 스탠다드 오일을 4개로 나눌까 하는데······ 왕자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본론이 아직 더 남아 있어서다.
기업 강제 분할이라는 본 작업이 아직 수두룩 남아 있었기에, 이 점 역시 내게 조언을 구했다.
“그래서야······ 미 정부가 만족할까?”
“예?”
“그때야 자발적으로 기업 분할을 하는 것이니까, 지역별로 4개로 쪼갤 수 있고. 지금은 강제 분할 명령을 법원에서 선고받은 상태네.”
“아…”
“그리 행동했다가는 또 다른 역풍이 자네를 고달프게 할 것일세.”
최대한 루스벨트 파벌에도 손해를 입어야 한다.
여기서 질문.
지금 정권을 잡은 세력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뭘까?
‘그야 최고의 선물은 물가 상승이지.’
기름값 올리는 것만큼이나 좋은 복수는 없지.
집권 세력에게는 그보다 피하고 싶은 일은 없으니까.
합법적으로 물가를 올리기 위해선 유통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면 되는데.
이와 관련된 자회사들을 수두룩하게 만들 기회가 생겼다.
적어도 석유 산업에 한해서는 말이다.
“스탠다드 오일을······ 한 30여 개 정도 회사로 쪼개게.”
“30여 개나요?”
“그래.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금 합병해서 그 수를 줄일 수 있네. 하지만 당장은 무한하게 기업을 쪼갤 때네.”
나는 한 가지를 강조했다.
“이를 실행하는 것은 최대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네.”
“예? 아직 6개월이나 남았는데 말입니까?”
“그 6개월이라는 시간은 자네에게 있어서 악몽 같은 시간이 될 것일세. 주식 시장에서 불확실한 변수만큼이나 최악의 악몽은 없을 테니까.”
시간을 질질 끌수록
고통받는 건.
나와 록펠러뿐이다.
“지금 스탠다드 오일의 주주들은 공황 상태네. 더욱이······ 자네가 나와 대담을 나누기 위해, 반독점법 소송 관련 인터뷰를 미루는 덕분에 더더욱 시장이 혼탁해졌지.”
“······.”
“지금쯤 뉴저지와 뉴욕에 있는 IR 부서는 성난 투자자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뺄 것일세. 당장 다가올 주주 총회만 해도 그렇네. 주총꾼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내 머릿속에 빤히 그려지는군.”
록펠러는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불확실성을 해소하라는 뜻이군요.”
“그래. 자네와 나의 적은, 지금 스탠다드 오일 사의 주식을 공매하느라 신이 났을 것일세. 우리가 한시라도 빠르게 대응한다면······.”
“저치들은 이익은커녕 손해를 볼지도 모릅니다.”
“맞네. 내 말이 그 말이네.”
< 안티 트러스트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