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88)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88화(188/392)
<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 (2) >
“제안에 앞서, 왕자님께 질문부터 하나 해 보고 싶습니다. 괜찮으십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제스처를 취했다.
이에 모건은 내 행동이 긍정의 답변이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계속하여 입을 놀렸다.
“왕자님. 록펠러 대표를 어떻게 이리도 잘 구워삶으셨습니까?”
“응?”
모건은 통제광이긴 했지만, 굉장히 귀족적인 성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귀족적 언행은 본디 빙글빙글 돌려서 말해야 한다.
이렇게 훅 직설적으로 쏘는 것이 아니고.
“록펠러 대표의 지난 기자회견 내용을 전부 뜯어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경영권 양도 이야기가 적혀 있었는데, 아들은 물론이고 조카들에게도 넘긴다는 말이 적혀 있더군요.”
평소답지 않은 모건의 언행.
이를 참고해 보면 현재 그는 굉장히 초조한 것으로 보인다.
“듣고 있네. 하던 말을 계속하게.”
“소문에는 에델 왕자비도 그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데 말입니다. 왕자비께서는 여성이시니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으실 테고. 그리된다면······.”
“결국에는 내가 경영권을 대리 행사하게 될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팔짱을 꼈다.
“그래서, 자네 말은······ 이 모든 결정 뒤에는 내가 있다는 뜻인가?”
“예. 반독점법 판결이 선고되자마자 록펠러 대표는 서부행 열차표부터 구매했으니까요.”
무언가 꿈틀거렸다.
내 안에 있던 개구쟁이가 고개를 든 거다.
“자네에게만 알려 주겠네. 사실 나는 동방의 비기라 불리는 최면술을 익혔다네. 지금도 이를 통해 록펠러를 조종하고 있다네.”
모건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뭐야.
이 반응.
진짜로 내가 최면이라도 걸어서 록펠러를 꼭두각시처럼 부려 먹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피식- 썩소를 날리며 모건을 쳐다보았다.
“농담일세.”
“······.”
“설마, 이를 믿는 것은 아니겠지? 어디 삼류 황색언론에서나 보도할 만한 기사 내용인데 말이야.”
나는 계속하여 모건을 놀려 댔다.
그러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하던 말을 이어 갔다.
“자네가 그리도 궁금해하니 내 선심을 써 비결을 알려 주겠네. 아! 이 모든 것은 전부 자네 덕분이라네. 내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예? 그게 무슨.”
“반년 전에 있었던 조지아주에서의 일을 까먹었는가?”
살짝 무례한 행동이지만.
나는 오른손 검지로 모건의 가슴팍을 콕콕 쑤시며, 부정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때, 자네가 사람들을 시켜서 록펠러를 모욕하지 않았던가?”
“제가요?”
“그래. 그때 록펠러 옆을 지켰던 이들은 나와 그의 가족들뿐이었네. 사돈이었던 알드리치 의원까지 등을 돌릴 정도였지.”
나는 오른손 검지로 내 관자놀이를 톡톡 치며 모건에게 생각 좀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록펠러는 아마도 이때 이리 생각하지 않았을까? 사람이라는 것은 믿을 것이 안 되는구나. 아! 가족이 최고구나 하고.”
“······.”
“이런 생각이 경영권 양도 결정까지 이어졌겠지. 남들의 손에 뺏길 바에는 제 친지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듯하니까. 생각해 보게. 그가 가지고 있는 스탠다드 오일 지분은 그리 많지 않다네.”
록펠러는 스탠다드 오일 전체 지분 중 약 27%를 소유하고 있다.
여러 회사를 사들이고 합병하며 그가 가진 기존 주식 비중이 크게 희석되었기 때문이다.
‘27%는 애매한 숫자지.’
크다면 큰 숫자지만 완전히 경영권을 장악하기엔 살짝 무리가 따른다.
예전에는 스탠다드 오일의 몸집이 워낙 커, 아무도 스탠다드 오일의 경영권에 군침을 흘릴 수 없었기에 별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회사가 서른 개 이상으로 쪼개진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지지 않았던가.
‘다행히도 동생인 윌리엄이 6% 지분을 더 가지고 있다.’
그래도 33%.
여기에 내가 가진 우호지분 7%를 더하면 40%.
‘문제는 내 주식은 유동적이라는 거야. 중장기로 투자하려고 들어온 자금은 아니니까.’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
하지만 일부 경영권을 툭 던져 주며 이를 묶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에델과 결혼까지 한, 가족이니까. 더욱이 그가 힘들 때 그의 옆을 충실하게 지킨 우군이기도 하지.’
록펠러는 제 회사를 지키기 위해 나를 백기사로 임명했다.
덕분에 나는 큰 어려움 없이 록펠러의 자회사 중 일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자네 때문에 나는 거액의 자금이 그만 묶여 버렸네. 살짝 치고 빠질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퉁명스러운 나의 다음 말.
이에, 모건은 살짝 떨며 부들부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토록 가지고 싶던.
석유회사를 내가 아주 값싼 가격에 록펠러에게서 건네받았기 때문이겠지.
“듣자 하니 왕자님께는 소칼(SOCAL – 스탠다드 오일 오브 캘리포니아)이 배당되었다지요?”
“그렇네. 에델의 오빠인 윌리엄 록펠러 주니어에게는 인디애나와 텍사스 쪽 경영권을 넘긴다고 하더군.”
이쯤에서 포기할 만도 하지만.
모건의 집착은 정도가 좀 지나쳤다.
“그 과정에서 지분교환이 행해지겠군요.”
“그럼. 왜? 내가 받은 경영권이 탐나는가?”
“예.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모건은 못 먹는 감 하나 툭 찔러 보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제안했다.
“소칼의 경영권을 제게 넘기실 수 있으십니까?”
“안타깝지만 그건 건네줄 수가 없다네.”
“이유를, 물어보아도 되겠습니까?”
“그야 당연히······ 록펠러 대표와의 의리 때문이네.”
“의리요?”
“그래. 남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 싫어서 내게 경영권을 넘겼는데. 이를 홀라당 남에게 팔아넘긴다면 록펠러가 날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나는 어깨를 으쓱대며 모건에게 그가 잊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을 언급했다.
“나는 기업가이자 투자가이네. 하지만 동시에 왕자이기도 하지.”
모건은 ‘왕자라서 뭐 어쩌라고?’ 하는 표정을 지어 댔다.
아는 이에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나는 누구보다 명예를 지켜야 하는 왕족일세. 비즈니스에서 명예라는 것이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적어도 동업자와의 신의는 지키자고 나 스스로 기준선을 그었다네.”
“그래서······ 소칼 경영권을 제게 넘겨주지 못하시겠다는 것입니까?”
“그래.”
모건은 잠시 고민하는듯했다.
나의 완벽한 논리에 더는 할 말이 없어 보였다.
“왕자님.”
“말하게.”
“주식 교환 후, 남은 주식들이 꽤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이것만이라도 제게 넘기시지요.”
부스러기라도 모아서.
록펠러의 다른 석유회사라도 인수하려는 모양인가 보구나.
나는 오른손 손가락을 쫙 핀 후, 모건을 바라보았다.
“5배.”
“예?”
“5배.”
“그게 무슨······.”
기존 가격에 5배나 달하는 프리미엄을 요구하자.
모건은 무슨 이런 양아치가 있냐 하는 표정을 내게 지어 보였다.
“왜 적정 가격인데······ 설마 푼돈으로 내가 가진 주식들을 전부 사들이려고 한 것은 아니겠지?”
진짜야.
4.5배는 족히 오른다고.
원 역사에서도 록펠러의 전 재산은 2억 달러에서 9억 달러로 4배 튀었다.
반올림하여 5배를 부른 건데.
“5배는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만.”
“뭐가 심한가? 다음 주면 석윳값이 배럴당 6센트에서 40센트로 오를 텐데. 그리된다면 5배는커녕, 헉.”
나는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한 손으로 내 입을 가렸다.
“이, 이것은 아직 발표하지 않은 대외비네. 자네만 알고 있게나.”
“······.”
모건은 크게 충격받은 듯했다.
그는 그 파급력을 계산하며 잠시 눈알을 굴려댔다.
“약속해 주게. 대외비라네.”
“아, 알겠습니다.”
모건이 허둥지둥 내 집무실을 떠났다.
나는 그런 모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 * *
“전하.”
“말하게.”
“모건 대표에게 석윳값 인상 정보는 왜 흘리신 것입니까?”
“그야······.”
나는 오른쪽 눈썹을 찌르고 있는 앞머리를 넘기며 계속하여 모건이 떠난 자리를 응시했다.
“모건을 잡을 기회는 아직 많으니까.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작을 잡을 기회는 많지 않다네.”
로스차일드 남작의 세력을 이참에 대거 축소할 생각이다.
완전히 몰락시키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미국에 뻗어 있는 그의 지사를 철수시키는 정도까지는 잘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모건이 필요하다.
누구보다도 약아빠진 그자가 남작보다도 더 빨리 공매도를 거두어들이기 시작한다면.
남작은 그야말로 덤터기를 쓰기 때문이다.
‘모건의 손자가 내 딸과도 결혼할지도 모르고.’
나는 한참 뒤인 미래까지 생각하다가 하던 말을 계속 이어 갔다.
“더군다나 모건은 예부터 스탠다드 오일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네. 아마도 내부에, 그자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많이 심어두었을 것일세.”
“US 스틸 때처럼 말입니까?”
“그래.”
모건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자다.
자신이 원하는 기업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수하려는 기업인.
마지막 퍼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스탠다드 오일에, 진즉 제 사람들을 심어놓았을 거다.
내가 아니라도 석윳값 인상 정보 정도는 발표 전에 알아냈을 것이라는 뜻.
물론 내 도움 덕분에 일 초라도 더 일찍 이를 알아내긴 했겠지만.
‘자자, 서로 칼을 들고 싸워라.’
로스차일드와 모건.
둘이 서로 먼저 공매도 행렬에서 탈출하겠다고 아등바등하는 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는 이를 상상하며 미소 지었다.
* * *
신임 대표의 취임은 한 달 후에나 이루어진다.
그동안 록펠러는 스탠다드 오일의 분할을 총괄하며 자신의 회사를 제 손으로 쪼개야 했다.
“어째, 얼굴색이 아주 많이 밝아 보이는군.”
“복수의 순간이 코앞까지 다가오지 않았습니까? 좋을 수밖에요.”
록펠러는 씩 웃으며 자신의 집무실 한편에 배치된 신문들을 바라보았다.
각각의 신문들 1면에는 록펠러의 사진과 함께 석윳값 인상과 관련된 기사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석윳값 고공행진. 스탠다드 오일, 배럴당 6센트에서 40센트로 인상 예고.』
『스탠다드 오일. 회사 분할에 따른 부수적 효과라고 칭해. 이에 연방정부 법무부 당황. 스탠다드 오일에 관련 결정 재고 요청.』
“정권을 잡은 이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악몽은 인플레이션입니다.”
“하긴, 그 여파가 남다르니까.”
“예. 주식이 폭락해봤자 뉴욕에 있는 주색쟁이나 비명을 지르지만, 물가 상승은 그렇지가 않으니까요.”
20세기 초반은 아직 21세기와 비교해 석유의 영향력이 적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석윳값 상승은 물가에 영향을 준다.
1910년을 기점으로 등유보다 가솔린의 소비량이 더 증가한 것을 보면.
미 전역 곳곳에서, 특히나 산업계는 물론이고 일반 가정에서도 석유가 슬슬 활용되고 있었으니까.
“테디 그 녀석, 지금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백악관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을 것입니다.”
따르릉-
전화가 울렸다.
록펠러는 이를 보며 또 한 번 미소 지었다.
“이것 보십시오. 워싱턴에서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가 빗발칩니다.”
이 시대 전화가 설치된 곳은 몇몇 없다.
부유층들.
혹은 정부 고위 관료들이나 이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록펠러의 답변대로 지금 이 전화는 워싱턴에서 온 것 같았다.
“연방정부 관료들이 하나같이 제게 전화해서 애원해 댑니다. 석윳값을 좀 안정시켜 달라고요.”
록펠러는 괘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애꿎은 전화기를 노려보았다.
“금붕어들이 아닙니까? 자기들이 제게 어떤 수모를 안겨줬는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이를 까맣게 잊었나 봅니다.”
“······아버지.”
살짝 흥분하는 록펠러.
그 옆에서 그런 아버지를 말리는 록펠러 주니어.
나는 두 부자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내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네.”
“말씀하십시오.”
“이제 어쩔 셈인가?”
“예?”
“여기서 마무리 지을 것인지 내 궁금해서 그런 것이네.”
록펠러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왕자님.”
“말하게.”
“복수는 이제 시작입니다.”
“······.”
“제 자식 같은 스탠다드 오일이 어떻게 되었습니까? 저 빌어먹을 금수들에 의해 서른네 조각으로 찢겨 나갔습니다.”
록펠러는 씩씩대며 주먹을 꽉 쥐었다.
“다른 놈들도 응당 이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나는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록펠러를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록펠러의 집무실 한편에 마련된 책상 쪽에 기댄 후, 바깥쪽을 바라보았다.
“지난 두 차례 발표로, 우린 시장에 몇 가지 신호를 주었네.”
나는 천천히.
이를 해석하며 하던 말을 계속했다.
“그동안 자네의 스탠다드 오일이 유가 안정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것이 첫 번째고······.”
“스탠다드 오일에 공매도를 계속 치면, 인생이 좆될 수도 있다는 신호가 두 번째이겠죠.”
록펠러가 재빨리 받아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네. 자네의 두 번째 기자회견이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기에. 시장이 미적거리긴 하나······.”
나는 한 인물의 얼굴을 떠올리며 계속하여 부연 설명을 했다.
“일부는 이미 반응을 하고 있네.”
“저도 들었습니다. 모건 측 금융계열사들이 공매도를 멈췄다는 소문이 돌고 있더군요.”
“그래. 더 나아가 이를 회수한다는 말도 있고.”
“그놈의 코주부는 정말이지 눈치 하나는 세계 제일인 것 같습니다. 쳇.”
록펠러의 분노는 생각보다 거대했다.
모건의 완전한 몰락을 원하는 느낌이었는데, 나는 잠시 시간을 달라고 말하며 그를 달랬다.
“모건을 괴롭힐 카드는 아직 많네. 아무튼, 여기서 조금만 더 신호를 주게 되면 상황이 아주 재미있어질 것일세.”
“어떤 신호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록펠러의 아들놈이 우리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향후 스탠다드 오일 사의 대표가 될 놈이었기에, 나는 그를 바라보며 입을 뗐다.
<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