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8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89화(189/392)
<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 (3) >
“석윳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언질을 계속해서 시장에 주자는 것이네.”
“예를 들면요?”
“글쎄.”
흠.
뭐가 있을까나?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이후 애타는 눈빛으로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는 록펠러 주니어를 바라보며, 내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정리해 말했다.
“아! 그게 있군. 뉴욕과 시카고에 풍문을 하나 흘려 보세나.”
“어떤 풍문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전 세계 석유매장량이 생각보다 적다고, 그들을 슬쩍 선동해 보자는 거네.”
21세기에도 많이 행해진 마케팅 기술이다.
이른바 한정판.
새천년이 되자, 전 세계 사람들은 지구에 매장된 석유가 앞으로 30년 후에 고갈된다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2010년도에도.
20년이 지난 2020년도에도.
시점만 다르지 계속하여 같은 소문이 돌고 돌았다.
탐사 기술의 발전 때문이지만, 우리는 계속되는 이런 보도에 불안해한다.
이러한 거짓된 30년 마케팅은 왜 시장에서 사장되지 않고 계속해서 떠도는 것일까?
답은 하나다.
그야, 누군가 이로 인해 이득을 보고 있으니까.
판매가가 적정 가격 이하로 내려오지 못하게 만들려는 석유 판매자들의 짬짜미가 시장에 이런 소문이 계속하여 떠돌 수 있도록 만든 거다.
나는 이를 원 역사보다 좀 더 일찍 활용해 볼 속셈이다.
“먹힐까요?”
“먹히지. 좀 더 확실하게 루머를 대중에게 퍼트리려면, 전문가들의 소견을 인용하면 되네.”
나는 미소 지으며 스탠다드 오일의 경쟁 업체를 언급했다.
“더욱이 예시를 들 만한 좋은 사례가 주변에 널려 있는 상태네. 텍사코나 걸프 오일을 보게. 그들이 소유한 텍사스 유전이 어떻게 되었는가?”
텍사스에는 셰일가스를 비롯한 수많은 지하자원이 아직 많이 존재하지만.
탐사 기술이 발전하지 않아서 현재는 이를 모른다.
나는 멈춰선 경쟁 업체의 시추 설비들을 거론하며 미소 지었다.
“아! 그렇네요. 최근에 바닥났다는 소문이 돌긴 했습니다.”
”더욱이 내가 투자한 로열 더치 셸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나는 해당 소문에 신빙성을 추가해 줄 또 다른 사례 역시 언급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쪽에 신규 유전을 열심 탐사하고 있지만, 계속하여 허탕을 치고 있네.”
팔렘방이나 브루나이 쪽에 거대 유전이 존재하기에, 언젠가는 탐사가 성공하겠지만.
지금은 연거푸 허탕을 치고 있었다.
내가 이점을 언급하자, 록펠러가 대화가 끼어들었다.
“하긴. 스탠다드 오일도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번번이 유전 탐사에 실패하고 있으니까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자네 회사 역시 해외 광구 탐사를 진행했었나?”
“예. 그동안 주가에 악영향을 줄까, 따로 발표하지 않고 묻어 놨습니다.”
옳거니.
나는 유레카를 속으로 외치며, 오른손으로 핑거스냅을 쳤다.
“그래? 그럼, 그 실패 사례를 한데 모아놓았다가 이번에 발표하도록 하세나. 아! 그렇군. 자네가 취임할 때 이를 한번 거론해 보게.”
록펠러 주니어는 살짝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예? 제가요?”
“그래.”
“자칫, 주가가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이 왕자님.”
가뜩이나 대표 교체 건으로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하필 이 시기에.
자해하는 행동을 내가 록펠러 주니어에게 시켜서 그럴까?
그는 이해가 영 안 간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과연 그럴까?”
“······.”
“우리가 대중의 입맛에 맞게 정보를 흘린다면, 그들은 석유가 고갈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네. 나는 오히려 석윳값이 출렁거리게 되며 스탠다드 오일 사의 주식 역시 상승하리라 생각하네.”
머릿속에 생각해 두었던 또 하나의 석윳값 올리기 방법을 나는 두 부자에게 밝혔다.
“정 불안하다면, 이참에 노후화된 석유 시추 시설을 정비하는 것도 좋네.”
“하긴, 노던-파이프라인의 유동 시설을 한번 정비할 때가 되긴 했죠.”
역시 록펠러다.
척하면 척.
록펠러 주니어도 뒤늦게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수요가 일정한 상황에서 공급을 흔들어 버린다면, 시장이 출렁거리겠군요.”
“그래.”
1870년대 석윳값은 갤런당 35센트였다.
1910년, 갤런당 6센트까지 석유 가격이 인하된 것은 모두 록펠러가 이 시장을 독점적으로 장악했기 때문이다.
미래 수요를 파악하며 공급을 딱 맞게 늘리는 형식으로, 아주 효과적으로 석유 시장 안정화에 이바지했는데.
나는 이런 황금 밸런스를 깨 버려서 석윳값이 미친 듯이 폭등하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남북전쟁 때는 35센트 하던 유가가 장중 13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물론 이때만큼은 미친 듯이 치솟진 않을 거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대적.
스탠다드 오일에 의해 저유가를 한껏 누렸던 만큼, 유가가 조금만 출렁거린다면?
피부로 체감하는 물가 상승 피로도는 상상 이상일 거다.
‘오펙(OPEC)이 하던 짓을 나라고 못 할 이유는 없지.’
“선물시장에, 투기 세력들까지 불나방처럼 붙는다면······.”
“일이 아주 재미있어지겠군요. 이 왕자님.”
“그래. 모건도, 루스벨트도, 로스차일드도. 모두. 피똥을 쌀 것일세.”
석유 관련 회사 주가들은 예나 지금이나 유가와 연동되어 있다.
석윳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면, 당연하게도 주가 역시 들썩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은 스탠다드 오일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내려간 상태니까.’
주가는 아주 조금씩이나마 오르고 있지만.
공매도 세력이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채 작업을 계속 치고 있기에, 더디게 회복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석윳값이 진창 올라 버린다면?
이후에 쪼개진 스탠다드 오일의 자회사들이 말도 안 되는 실적을 발표한다면?
‘잠수는 끝이다. 로켓 발사 타이밍이지.’
나는 아직 긴장하고 있는 록펠러 주니어를 보며 어깨를 두들겼다.
“본래 새 경영진이 취업하면, 기존에 있던 악재들을 털고 가는 법일세. 자네, 빅 배스(Big Bath)라고 들어 보았나?”
“들어 봤습니다. 그거 전형적인 악재 털기 기법이 아닙니까?”
새로 취임한 대표가 전임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기법.
이를 거론하며 우리들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면 되었기에, 여론에 두들겨 맞을 걱정도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록펠러 주니어의 물음에 답했다.
“그래. 자네나 나나,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대표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한번 지를 때가 왔네.”
“······.”
“이참에 모든 부실을 털어 버리고 시작하세나.”
록펠러 주니어가 제 아버지를 쳐다본다.
이를 행하다 보면, 자칫 록펠러가 욕을 먹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리하거라. 나 하나 희생하여 네가 새 대표로 안정적으로 취임할 수 있다면, 그리해야지.”
역시나 록펠러는 내 제안을 승인했다.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상황.
모건과 로스차일드, 루스벨트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는 것이 작금의 록펠러다.
“그럼 자네만 믿겠네.”
“예.”
아.
다음 달이 기대된다.
시카고 석유 선물시장은 우리들의 발표에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 * *
『프린스턴대 지질학과 맥 코일 교수, 석유 30년 안에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
『로열 더치와 스탠다드 오일, 잇단 해외 탐사 실패.』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유가, 배럴당 50센트 돌파.』
『소칼, 노던-파이프라인의 시설 정비에 이어 걸프 오일 석유 시추 시설에서 화재 발생. 이에, 요동치는 유가 더욱더 흔들어 놔.』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유가, 배럴당 70센트 돌파. 1달러가 코앞까지 다가와.』
“휴. 다행이군.”
모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신문을 내려놓았다.
그의 머릿속에 한 인물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는데.
그는 스카치를 한잔 마시며 지난날 이강과 나눈 대화를 회상했다.
‘이 왕자의 실언 때문에 살았어. 아니지. 실언이 아니고 조언일 지도 몰라. 나랑 완전히 척을 지려는 것은 아닌 듯싶으니까.’
모건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눈이 돌아간 록펠러와는 달리.
그나마 그의 파트너인 이강은 아직 이성의 끈을 놓지 않은 것 같다고 여긴 거다.
‘감히 나랑 척을 지긴 싫겠지.’
미국 재계는 현재 모건의 세상이다.
모건이 진출하지 않았던 두 산업 중 철강 산업은 진즉 모건화되었고.
그간 고전했던 석유 산업마저도 오하이오 스탠다드 오일을 인수하며 조금씩 모건의 영향권에 잠식되고 있었으니까.
모건은 거미줄처럼 연결된 자신 소유의 기업들을 표로 정리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때였다.
모건의 오른팔인 헨리 데이비슨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대표님. 이거, 잘하면, 잭팟을 터트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이럴 줄 알았으면 쌀 때 좀 더 쟁여 놨어야 했는데. 아쉽구먼.”
스탠다드 오일의 공매도는 진즉 멈추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가지고 있던 공매도 계약도 전부 상환했다.
오히려 모건은 현재 스탠다드 오일의 주식 10%를 소유 중이었기에, 오르는 주가를 보며 미소 지었다.
“어찌어찌, 오하이오 스탠다드 오일은 인수할 것 같습니다.”
“그래?”
전체 주식의 10%를 소유하고 있기에, 록펠러가 반항한다고 해도 몇몇 자회사는 모건이 꿀꺽할 수 있다.
기존 소액주주들과의 주식교환을 비싸게 하며 분할된 스탠다드 오일의 일부 자회사를 거머쥘 수 있었는데.
모건은 이번에 인수한 회사들을 US 스틸과 합병하며 덩치를 더 키우고자 했다.
“이를 기반으로 석유 시장을 장악하도록 하세나.”
“예. 대표님.”
그때였다.
모건의 앞에 비서가 달려왔다.
“모건 대표님. 제가 만류를 했는데.”
쾅-
뒤이어 성난 사내가 모건의 사무실에 등장했다.
“모건 대표!”
케미컬은행의 왓슨 은행장이다.
로스차일드 남작의 수하로 유명한 인물.
“어떻게 그리 염치없게 행동할 수 있으십니까!”
왓슨은 핏대를 세우며 모건을 노려보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참으로 파렴치한 철면피 같이 행동하십니다.”
모건은 시장에 로스차일드 금융 계열사들의 재무 상황을 알렸다.
현재 스탠다드 오일 공매도로 잔뜩 물렸다는 사실을 공표한 것인데.
이는 시장에 떠도는 헛소문을 정면 반박하기 위함이다.
모건의 회사가 스탠다드 오일 공매도에 물렸다는 루머 때문에 뱅크런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자, 이를 로스차일드 계열 은행에 떠넘기며 제 살길을 찾아 나선 거다.
“우리 한배를 같이 탄 동업자가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현재 모건의 행동은 동업자보단 적에 가까웠다.
뒤지라고 고사 지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모건의 행동 덕분에 케미컬은행을 비롯한 로스차일드의 은행들은 타격을 입게 되었다.
가뜩이나 공매도로 입은 손해도 어마어마한데.
뱅크런이 일어나며 내부가 뒤숭숭해졌기 때문이다.
“응? 동업자?”
모건은 모르는 체하는 표정으로 귀를 파며 왓슨에게 대꾸했다.
“자네와 내가 동업자라고?”
“모건 대표. 남작님과 약속한 것을 잊으셨습니까?”
“약속? 아! 유럽에 있는 모건 계열사를 넘기는 대가로 연방준비은행 건에 협조를 구한 것 말인가?”
“그것 말고······ 우리 함께 스탠다드 오일을 공매 치기로 약조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남작님의 뒤통수를 치는 것도 모자라 대중에게 이를 알리다니요?”
“내가?”
앞선 계약은 서면으로 이루어졌으나, 뒤에 언급한 사항은 구두로 이루어졌다.
그래서일까?
모건은 계속 모르쇠로 일관했다.
“나는 그런 적이 없는데?”
“모건 대표!”
“······.”
“어찌 그리도 뻔뻔하십니까!”
모건은 이에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탁자 위에 자신의 두 발을 걸치며 무례한 행동을 여유 있게 보였다.
“왜 자꾸 내 탓을 하는가?”
“······.”
“누가 칼 들고 공매도 치라고 협박했던가? 좋다고 공매도 칠 때는 언제고 이제 와 어린애처럼 징징대는가?”
모건의 답변에 왓슨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빌어먹을.
월가에서는 누구도 믿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거늘.
왓슨은 주먹을 꽉 쥐며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사람들 눈이 두렵지 않소이까?”
“사람들? 누가?”
모건이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스탠다드 오일 주식을 10%나 들고 있는 2대 주주이네. 그런 내가 남작에게 공매도하자고 제안했다고?”
모건과 로스차일드는 스탠다드 오일을 보는 관점이 달랐다.
로스차일드는 온전히 공매도 대상으로 보았지만.
모건은 이를 인수하고 싶었기에,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는 주식을 보유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모건은 기존 스탠다드 오일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고.
로스차일드는 그렇지 않았다.
“그걸 사람들이 믿겠나? 더욱이 나는 반독점법 소송을 당한 피해자네. 자네 주인처럼 루스벨트와 손을 잡은 금수가 아니란 말일세.”
로스차일드 가문이 루스벨트와 손잡고 모건과 록펠러를 친 것은 조금 머리가 돌아가는 뉴욕 자본가들이라면 다들 아는 이야기다.
뉴욕의 웬만한 자본가들은 루스벨트를 싫어하는 상황.
“부디, 머리에 달린 것을 활용 좀 하게나.”
“······.”
스탠다드 오일 주식을 가지고 있고.
반독점법 피해자이기도 하며.
거기에, ‘미국’인이기도 한 모건의 말을 믿을까?
아니면 나름대로 남작이라는 귀족 작위를 가지고 있다고 으쓱대며 뉴욕 자본가들에게서 아니꼬운 눈총을 받았던 로스차일드의 말을 믿을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남작께서 이 일을 잊지 않으실 것입니다. 후회하실 게요.”
“후회는 무슨. 그보다 그대 은행 걱정이나 먼저 하게. 이번 사건으로 피해가 크지 않던가?”
“······.”
“듣자 하니 알려진 피해 규모만 해도 천만 달러가 넘는다는 말이 있는데. 더욱이 리버모어인지 리버티인지, 공매도 전문가를 초빙하여 일이 더 커졌다며?”
모건은 피식 웃으며 썩은 미소를 날려 보였다.
“뱅크런까지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더더욱 늘어날 테니, 나라면 이곳에서 행패를 부리기보단 서둘러 제 은행으로 돌아가서 관련 대책을 상의하겠네.”
왓슨은 부들부들 몸을 떨다가 이내 등을 돌렸다.
그는 모건의 사무실을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입술을 뗐다.
“모건 대표.”
“말하게.”
“언젠가 그대의 오만이 고스란히 그대에게 돌아올 것이오. 그대의 몰락을 바라는 이들이 수도 없이 많으니까.”
쾅-
왓슨 은행장이 모건의 사무실을 떠났다.
이에 모건은 시가를 태우며 왓슨이 떠난 곳을 한참이나 주시했다.
“쳇, 웃기는군. 패배자(Loser) 주제에 혓바닥은 길단 말이야.”
<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