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9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91화(191/392)
< 두 개의 별 (2) >
록펠러는 지난 한 세기를 풍미했던 역사적 위인이다.
최근 그와 친해지며 경제 관련 이야기 말고도, 다른 여타 주제들에 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입학 전 예비 생도들을 한번 만나, 격려해주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중 하나가 바로 교민들과 관련된 대담이었다.
나이는 제법 들었지만, 록펠러의 명석한 혜안은 녹이 하나도 슬지 않았는데.
FOMC 설립과 반독점법 이슈로 정신없이 한 해를 보내고 있던 이때.
그는 아주 적절하게 내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주었다.
“최 비서실장.”
“예. 전하.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뉴욕에 있는 제집으로 록펠러가 돌아간 후, 나는 즉시 내 오른팔이었던 최현우를 호출했다.
그의 조언을 빠르게 수용하기 위해서였다.
“반년 전에 지시했던 양사(육, 해사) 사관학교 생도들 추천 건, 기억나는가?”
“예. 말씀하십시오.”
“관련 자료를 한번 확인했으면 하네. 내게 좀 가져오게나.”
“간략한 요약본이 필요하십니까? 아니면, 전 과정을 기재한 보고서를 원하십니까?”
“둘 다 내어 오게.”
최현우는 잠시 자신의 사무실에 들른 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류 더미를 내게로 가지고 왔다.
나는 일단 요약본부터 쓱- 보기 시작했다.
“흠. 최종 지원자 수가 생각보다 많았군.”
공고 초반에 지원자 수가 별로 없어서 걱정했었는데.
기우였나 보다.
“막판에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최현우는 서류 더미 속에서 보고서 하나를 뽑아 들었다.
주요 인물들의 동향이 적힌 보고서였는데, 최현우는 이를 간략하게 내게 소개했다.
“도산(안창호)과 우성(박용만), 우사(김규식), 우만(이승만) 등이 교민사회에 이를 홍보하는 바람에, 각지에서 지원 열풍이 불었습니다.”
오호.
그런 숨은 비화가 있었구나.
“덕분에 수백의 지원서가 합성협회 장학재단에 제출되어, 재단 업무가 한때 마비될 정도였습니다.”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관련 자료를 계속하여 읽어 갔다.
“하긴, 수백의 지원서가 일주일 사이에 들어온 셈이니······ 한 번씩 정독만 해도 며칠이 걸렸겠군.”
“예.”
최현우는 합성협회 장학재단에서 일하는 이들의 공을 거론하며, 막판에 왜 이리 사람이 몰렸는지를 부연 설명했다.
“우리 한인들은 본디 과거에 급제하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삼았습니다. 방금 언급했던 네 명의 주요 인물들이 이를 언급하며 교민들의 지원을 격려한 것 같습니다.”
이강의 조각 난 기억이 갑작스레 스쳐 지나갔다.
평생에 걸쳐 과거시험에 도전했던 과거시험 낭인들의 비화가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이었다.
“한양 정부는 이런 과거의 폐단을 타파한다며 이를 아예 없애 버렸지.”
“예. 그랬지요.”
새삼 느껴진다.
입신양명을 바라는 교민들의 열기가.
“그래서, 수백의 지원자 가운데서, 이 둘을 최종적으로 선발하였다?”
“예. 전하께서 정하신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이들이니까요.”
나는 요약된 관련 서류를 다시금 집어 들으며 세부 내용을 검토했다.
“흠.”
황인들의 사관학교 입학은 시작부터 고된 길이다.
거친 사내들 속에서 살아남는 것도 힘든데, 지금은 인종차별주의가 만연한 20세기 초.
이를 고려하면 이중, 삼중고를 인내해야 하는 셈이었기에, 내 얼굴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먹구름이 피어올랐다.
“전하. 어느 때보다 공정하게, 아래 후보생을 추렸습니다.”
“······.”
“······.”
예비 생도들의 미래가 걱정되었기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는데, 최현우는 내 표정을 읽은 후 다른 뜻으로 해석했다.
“전하께서 정해 주신 심사 기준대로 아주 엄정하게 선발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보십시오. 언어 평가 시험도 신설할 정도였답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살짝 안타깝지만, 조선 사회는 굉장히 부패한 사회였다.
최현우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내게 이들의 선발 과정을 하나하나 보고하며 이를 강조했다.
‘외국어 말하기 평가라······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구먼.’
현대 한국에서 보았던 몇몇 비슷한 시험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번에 신설된 여러 검정 시험을 확인하며 나는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몇 가지 요소들을 강조했다.
“언어 소통 문제는 기본 중에서 기본일세. 얼굴색이 다른 우리 교민이 기존 무리에 섞이려면 이 능력은 출중해야 하네.”
“예. 협회도 이를 고려하여 후보군을 추렸습니다.”
최현우는 최종 선발된 두 학생의 어학 능력을 칭찬했다.
“둘 다 미국으로 건너온 지 얼마 안 된 교민들이지만, 언어 능력이 얼마나 출중한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영어를 잘 구사합니다.”
“그래?”
“예. 더욱이 말하고 듣는 능력도 대단하지만, 독해 능력도 수준급이라 업무를 보고 교육을 받는 데도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체격은 평범해 보이는군.”
육사와 해사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운동능력 또한 평가받는 곳이다.
“한인들 사이에서는 거구지요. 다만, 현지인들과 비교한다면 살짝 밀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현우는 인종 간 태생적인 체격 차이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의지로 극복할 테니,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무엇보다 성격도 쾌활하고 둘 다 도전 정신이 투철합니다. 외적인 성향도 심사했지만, 내면 평가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듣다 보니, 무언가 조금 아쉽다.
지금처럼 바쁜 시기가 아니었다면, 내가 직접 나서서 이들과 대면을 했을 텐데.
‘남을 통해 관련 정보를 듣는 것과 직접 부딪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니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으니까.
지금은 동부에서 FOMC와 반독점법 관련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나는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불의에 참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전하께서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 부분에 대해 둘 다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여러 요소 중 가장 가점을 높게 배정한 평가 항목은 당연히 일본에 관한 적개심이었다.
미국의 고위 군관이 된다는 것은 조선인이 아닌 완전한 미국인이 된다는 뜻.
최악의 경우, 나나 그들이 태어난 조선과 이해충돌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최대한 같은 곳을 바라보려면 공통적인 관심사가 필요해.’
이들이 별을 달 때는 세계 제2차 대전이 한창일 시기다.
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일본이 세계대전을 일으켰을 때, 내 편이 되어 그들을 더욱더 압박하는 것이다.
그랬기에 나는 이러한 항목을 평가 항목으로 넣었다.
자칫 일본의 회유에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지금 내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셈이니까.
“그렇다는 말은 일본에 관한 적개심이 상당하다는 뜻이겠군.”
“예. 왜놈들에 의해 둘 다 가족을 잃었으니까요. 그렇기에 외부적인 환경이 그들을 흔들어도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복수심은 쉽게 꺼지지 않는 감정이다.
특히나 가까운 가족을 잃는 것은 내 영혼 일부가 소멸하는 것과도 다름없기에.
나는 최종 선발된 두 인물에 관한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그렇게 장담하니, 내 자네 말을 믿도록 하겠네. 그나저나 다들 인물들이 훤하군.”
사진으로만 보면, 다들 여자들 눈물 좀 흘리게 할 인상이다.
나는 최현우를 바라보며 두 생도의 사진을 건넸다.
“5월이 가기 전에, 이자들과 함께 저녁 한 끼를 하고 싶은데 말이야.”
“예. 약속을 잡겠습니다.”
“아, 될 수 있으면 가족들도 데리고 오라고 하게.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들을 입학을 축하하고 싶어서네.”
“알겠습니다. 전하.”
* * *
“아이고. 의왕 전하.”
한 노인이 내게로 다가와 큰절을 해 댔다.
“소인의 아들놈을 해군사관학교 생도로 추천해 주셔서 감사드리옵니다. 뭐 하느냐? 인사 올리지 않고.”
노인은 옆에 있는 제 아들놈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내게 굽신거렸다.
“안녕하십니까. 의왕 전하. 신성모라고 하옵니다.”
아나폴리스에 입학할 예비 생도가 내 눈치를 열심히 보며 큰절을 올렸다.
해사물 좀 먹고 머리가 좀 커진다면, 더는 큰절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기에.
신성모의 마지막 큰절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한국식 인사를 기꺼이 받았다.
“전하의 추천 덕에, 이번에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나이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옵니다.”
합격한 생도는 둘인데, 내 집에 들른 이는 하나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른 합격자를 수소문했다.
“다른 후보생은 어디 있는가? 아나폴리스 예비 생도는 여기에 있는데, 웨스트포인트 예비 생도의 모습은 안 보이는군.”
“전하.”
최현우가 살짝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다른 한 생도를 태운 열차가 그만······ 연착됐답니다.”
“저런.”
“그 때문에 행사 참여가 살짝 늦는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21세기처럼.
1분 단위로 열차가 도착하는 시대가 아니다.
사고로 연착되는 경우는 흔했고 심할 경우 본래 예정일보다 며칠씩이나 늦게 도착하는 경우 또한 존재했다.
바로 지금처럼.
“다행이군. 그래도 내 초대 때문에 입학에는 늦지 않겠구먼.”
처음 열차를 이용해서일까?
웨스트포인트에 합격한 예비 생도는 이러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 못했다.
지각하게 된 셈이었는데.
그래도 다행인 점은 육사에 들어가기 전에 이러한 실수를 했다는 거다.
“자네도 조심하게. 다른 평가들은 주관적 요소가 듬뿍 들어가지만, 근태만큼은 객관적으로 기록된다네.”
“예. 의왕 전하.”
“근태가 인사에 많이 반영되는 이유이기도 하네. 객관적이니까. 자네는 동양인이기에, 남들보다 두 배는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네. 이를 위해서는 근태 점수는 무조건 만점을 받아야 할 것이네.”
“예.”
신성모에게 성실성을 강조하며, 그의 미래를 응원했다.
“더러워도 백인들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그 방법뿐일세. 부디 거친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채찍질하게나.”
“명심하겠습니다.”
“저, 전하.”
헉헉거리며 한 사내가 도착했다.
청년의 일가친지는 전부 대한제국에 있어서 그런지, 신성모와는 다르게 혼자였다.
“늦어서 송구하옵니다. 전하.”
“이번에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하게 된 황기환이라는 학생입니다.”
최현우가 빠르게 청년의 정체를 내게 소개한다.
나는 오른손을 내밀며 미국식으로 인사를 권했다.
“그래. 반갑군.”
청년은 아직 정신이 없는지 얼떨떨한 표정을 한 채로 내 인사를 받았다.
이에 몇몇은 미국식으로 인사한 것이 못마땅한지 인상을 팍 짓기도 했다.
“자자! 두 주인공 모두가 이곳에 도착했으니, 슬슬 식사를 시작하도록 하세나.”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연회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두 주인공을 양옆에 앉힌 후, 포도주를 내오라고 명령했다.
* * *
‘신성모와 황기환이라······.’
21세기, 박병준으로 살 때.
그때를 기억해 보았다.
나는 두 인물 중 한 인물에 관한 기사를 읽어본 적이 있었다.
‘드라마상에서 유진이라고 불렸던 인물은 이자겠군.’
2018년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송출되었기도 했던 일제 강점기 배경 한국드라마가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작품 속에서 유진 초이라고 불렸었는데.’
황기환은 이 유명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이의 실존 인물이다.
한인 교민신문을 통해 이러한 정보를 입수했었는데, 나는 황기환의 원래 삶과 관련된 기사 내용을 회상하며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원 역사에서는 안타까운 삶을 영위하다가 결국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었는데······.’
이번 역사에는 어떤 인물로 성장하려나?
나는 제법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황기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진 군.”
“예?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의왕 전하?”
이런.
실수를 해 버렸다.
해당 관련 드라마를 연상하다 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다른 이름을 불러 버린 것이었다.
“아! 미안하네, 기환 군. 내, 다른 이랑 자네를 혼동한 모양일세.”
황기환에게 사과한 뒤.
나는 급히 고개를 신성모에게 돌리며 두 인물에게 물었다.
“황 예비 생도도 그렇고, 여기 있는 신 예비 생도에게도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말이야.”
“예. 전하.”
“말씀하십시오.”
“자네들은 어떤 운동을 가장 좋아하나? 사관학교 내에서는 한가한 시간에 운동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더군.”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신변거리를 언급하며 그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나는 최근에 유행하는 구기 종목들을 늘어놓으며 그들의 운동 취향을 살폈다.
“야구? 미식축구? 농구? 어떤 걸 가장 선호하지? 그보다, 누가 먼저 답하겠나?”
< 두 개의 별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