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94)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94화(194/392)
<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 >
“오래 걸리셨군요.”
“아론 그 녀석이, 쓰잘머리 없이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네.”
“하긴, 그 양반. 한 구절이면 끝날 이야기를 열 구절로 늘여 말하는 습관이 있지요.”
아론 상무장관과의 밀담을 끝낸 후, 나는 그 즉시 록펠러를 찾았다.
그가 부재중이었을 때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상세하게 풀어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흠. 아론이 그리 말했단 말입니까?”
“그래.”
특별난민과 부통령 후보 건.
이중 전자는 딱히 돈과 연관된 주제가 아니기에, 록펠러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조지 파디라·····.”
하지만 후자는 달랐다.
부통령이라는 자리는 미 행정부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자리니까.
“흠.”
조지 파디는 진보주의적인 성향이 살짝 강한 정치인이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주류였던 뉴욕 자본가들보다는 루스벨트 파벌에 좀 더 가까웠던 인물.
“뭐, 차기 부통령 자리는 왕자님이나 저나 둘 다 조지 파디를 후원하기로 말을 맞췄으니, 나쁜 거래 조건은 아니군요.”
본래라면 탐탁지 않아야 하지만, 조지 파디가 나와 워낙 인연이 있던 인물이었기에.
더불어 부통령이라는 자리는 사실 대통령의 유고 시 해당 직위를 승계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권한이 없는 자리였기에.
록펠러는 아론의 제안에 별다른 토를 달지 않고 쉬이 넘어갔다.
“조지 파디 그놈도 부통령 자리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거, 이번 거래로 그에게 큰 점수를 따시겠군요.”
자신의 힘으로 부통령 자리에 오르는 것과 남이 떠먹여 줘서 부통령 자리를 차지하는 것.
둘은 차원이 다르다.
향후 내가 조지 파디에게 얼마나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느냐가 많이 차이 난다는 말이다.
‘적어도 세 번 정도는·····.’
조지 파디가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까?
어떠한 요청이라도 말이다.
“뭐, 서부에서 내 영향력이 조금 커지는 정도에 그칠 것이네.”
“에이. 겨우 그 정도로 끝나겠습니까? 부통령 자리는 그리 염가에 팔릴 자리가 아닙니다.”
조지 파디는 전직 캘리포니아 주지사이자, 현직 연방상원의원이다.
더욱이 현 주지사인 하이럼 존슨이 조지 파디의 상원의원 자리를 노리고 있기에.
밀실에서 삼각 거래를 통해 여러 특혜를 약속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차기 주지사 후보를 내가 추천한다든지, 주 장관직이나 부 주지사직에 내 사람을 꽂아 넣는다든지.’
직접적으로 돈이 될 만한 공공사업을 따낸다든지.
제안할 안은 수북했다.
록펠러는 살짝 부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힐긋 쳐다보았다.
“그나저나 자리를 조금만 더 늦게 떴다면, 자칫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딪힐 뻔했습니다.”
“아마도 그랬겠지?”
“왕자님의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군요.”
이번 만남이 있기 전, 나는 록펠러와 미리 말을 맞췄다.
대충 아론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예상해 본 것이다.
‘록펠러가 회의 중간에 자리를 뜬 것은 나의 아이디어였지.’
은퇴하긴 했지만, 록펠러는 여전히 석유 업계의 거물이다.
관련 기사가 나면 항상 그의 이름이 맨 앞에 나올 것이며, 루스벨트 역시 록펠러의 이름을 대가며 언플을 해 댈 것이 분명했다.
‘나야 외국인이니까, 이번 논란에서 살짝 비켜 있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록펠러는 달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미국 국민의 고통을 호소하는 회담이었다.
그런 자리에서.
새롭게 ‘자선’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록펠러가 정부의 부탁에 호응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다고 생각해 봐라.
훗날 기사가 보도되면, 뒷말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본론이 시작되기 전에 록펠러가 자리를 박차고 나오도록 주문했다.
다행히도 록펠러는 내 말을 따랐기에, 루스벨트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무사히 회담 장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정말이지 왕자님의 혜안은 대단하신 듯합니다.”
록펠러가 손뼉을 치며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살짝 겸양을 떨며 빠르게 다음 주제를 꺼내 들었다.
“칭찬은 나중에 듣도록 하고 관련 대책이나 세우도록 하세나. 이번 회담을 통해 우리는 여러 가지 숨겨진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네.”
“현재 루스벨트의 상황이 매우 매우 급하다는 것은 회의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저도 피부로 확 느낄 정도였습니다. 꽤 심각해 보이더군요.”
“그래.”
집권 세력에게 있어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그야말로 악몽이다.
이미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남부 주들은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며, 루스벨트 정권의 실정을 성토하고 있다.
주식이 대폭락하고 실업률이 껑충 뛰었던 1907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그 규모가 더 컸는데.
이는 임기 말 레임덕과 겹치며 행정부 내에서 루스벨트의 영향력을 급속도로 축소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아마도 남부 쪽 시위 배후에는 민주당이 있을 것이네.”
“그렇겠지요.”
집권당을 향한 시위가 일어나면 가장 득을 보는 세력은 제1야당이니까.
현 민주당은 인종차별주의자들만 있고 많이 무능하긴 했지만.
이런 하늘이 내려 준 기회를 포착하지 못할 정도로 무식한 집단은 아니었다.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다음 대선에서 승기를 잡고 싶어 할 것입니다.”
“루스벨트는 코너에 몰린 상황이네. 아론이 했던 제안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하긴. 그가 그토록 혐오하던 모건에게 손을 내민 것을 보면, 왕자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록펠러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음 말을 꺼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 향후 행보겠군요.”
“그래. 이쯤에서 루스벨트의 제안을 받아 줄지, 아니면 그를 더욱더 몰아붙일지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질 테니까.”
록펠러가 고민한다.
그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온전히 록펠러에게 모든 것은 맡기는 것은 하수나 할 선택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록펠러가 움직일 수 있도록 그를 꼬드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명심하게. 루스벨트를 너무 몰아세우면 그대가 사랑하는 공화당이 몰락할 수도 있다네.”
아론이 제안한 것도 탐이 나지만, 그보다는 다음 대선이 더 걱정된다.
물가가 너무 급등하면, 미국 국민이 공화당이라는 정치 세력 자체를 비토할 수도 있으니까.
“민주당, 특히 이번에 뉴저지 주지사가 된 우드로 윌슨이 다음번 대통령 선거에서 자칫 승리할 수도 있네. 우리와 루스벨트, 두 세력이 싸우는 틈을 타서 말이네.”
록펠러는 뼛속부터 공화당원인 기업인이다.
뭐, 기업인이 어찌 당색을 가지고 있느냐 반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시대 미국인들은.
나아가 21세기 기업인들은 자주 자신의 정치 성향을 외부에 드러내며 기업을 경영했다.
록펠러도 다른 미국인과 다르지 않게 자신의 당색을 감추지 않고 외부에 알리고 다녔기에, 나는 이를 은근슬쩍 거론해 보았다.
“이를 원한다면야, 루스벨트가 곤란해질 때까지 더더욱 밀어붙여도 되겠다만·····.”
“아니면, 이쯤에서 잠시 휴전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래.”
시간은 우리 편이다.
금권은 헛짓만 안 한다면 영원하지만.
정치 권력은 기껏해야 4년.
길어 봤자 8년 정도거든.
루스벨트는 예외적으로 10여 년을 해 먹었지만, 이제 1년만 더 기다리면 그가 손에 쥔 권력은 마치 모래알처럼 사방팔방 흩어질 거다.
“산 권력에 손대는 것은 어려워도 죽은 권력에 칼을 겨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네.”
“훗날을 기약하라는 뜻이로군요.”
“안타깝지만 그게 최선이라네.”
미국 정치계에서 내려오는 관습 덕분에 루스벨트는 훗날에도 기소당하지 않겠지만.
그의 측근이 부패를 저질렀다면, 그들은 반드시 감옥으로 갈 것이다.
나는 이를 언급하며 록펠러에게 잠시 휴전을 권했다.
“그렇군요.”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록펠러는 술잔에 위스키를 가득 따르기 시작했다.
머리가 복잡하기 때문이겠다.
완벽하게 루스벨트를 몰락하게 만들 수 있음에도 멈춰야 하니까.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리 막판에 마무리를 짓지 않고 놓아줘야 하니 살짝 허무합니다.”
“·····세상은 안타깝게도 내 맘대로 돌아가지 않네.”
“그렇긴 하죠.”
록펠러가 눈을 부릅뜨며 안주도 없이 가득 찬 술잔을 비웠다.
“더욱이 저는 이리 몰락했는데, 모건은 계속하여 승승장구하고 있군요.”
“·····.”
록펠러로서는 루스벨트 역시 복수해야 할 대상이지만, 같은 뉴욕의 자본가이자 영혼의 라이벌이었던 모건 또한 응징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현 사태에 화가 날 만도 하지.’
반독점법 때문에 스탠다드 오일이 수십 개의 회사로 쪼개졌다.
록펠러 자신은 경영 일선에서 반강제적으로 물러나야 했고.
그에 반해 영혼의 라이벌이라고 볼 수 있는 모건은 아직도 정정하다.
더욱이 현 상황만 놓고 보면, 모건의 US 스틸은 강제 분할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들이 보기에는 말이다.
‘나야 이번 사태에서 이득을 듬뿍 보았지만, 록펠러는 그렇지 못하니.’
그렇기에 록펠러는 살짝 초조한 표정을 지어 댔다.
그가 원하던 복수가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여겨서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모건의 몰락도 시간 문제네.”
“·····과연, 그럴까요?”
내 위로에도 록펠러는 말없이 위스키를 다시금 따랐다.
나 역시 조용히 빈 잔을 록펠러가 따르고 있던 잔 옆에 놓으며, 술 한잔 달라는 무언의 제스처를 취했다.
꿀꺽-
본래 사람은 친해지고 싶은 이가 있으면 비슷한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해당하는 상대방이 하품하면, 같이 하품을 하고 싶고.
기지개를 켜면, 똑같이 같은 행동을 하기 마련이니까.
나 역시 록펠러를 따라 술을 마시는 행동을 보이며, 그에게 동질감을 부여했다.
나는 믿고 의지해도 좋은 동료라는 것을 다시 한번 무의식적으로 알려 준 거다.
“그동안 착실히 준비하지 않았던가?”
“그 정경유착 카드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슬슬 여론몰이를 시작해야 할 것이네. 반독점법과 중앙은행법을 교묘하게 연관시키면서 둘을 묶어 보세나.”
“이후에 알드리치와 모건 그리고 저의 관계를 기사화하며 판을 엎고요?”
“그래. 중앙은행법을 좌초시키는 것이야말로 모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복수니까.”
모건은 호랑이와도 같은 거대한 사냥감이다.
그를 쓰러트리려면 적재적소에 덫을 설치해야 하기에, 시간이 좀 필요했다.
“그 전에 남작을 확실하게 처리해야겠네요.”
“그렇지. 둘이 서로 돕게 된다면,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을 테니까.”
남작이 미국에 온 상황이다.
이번 공매도 사태로 인해 피해 본 금액이 꽤 될 터.
현재는 어찌어찌 버티고 있다지만, 시간이 갈수록 옛 스탠다드 오일 사의 주식들이 계속하여 오를 것이기에.
언젠가는 나와 록펠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버티겠어.’
남작이 미국에서 손을 떼는 순간이 바로 모건의 제삿날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속으로 비릿하게 웃으며 밖을 바라보았다.
‘여름철 무더위가 뉴욕에 기승을 부리는군.’
올가을이 지나기 전에 남작이 항복하겠지?
나는 속으로 이를 계산해 보며 록펠러와의 대담을 끝마쳤다.
* * *
오랜만에 블러디 메리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요새 나온 책은 뭐가 있나 열심히 글을 읽고 있었는데.
“%^$%(*((*%%$$%!!”
그때였다.
우리 집 앞마당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는데. 밖에 어느 누가 난동을 벌이고 있는가?”
“그게·····.”
최현우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전하를 꼭 만나야 한다는 외지인이 찾아와서 말입니다.”
외지인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교민은 아닌 것 같은데.
‘로스차일드 남작의 일행인가?’
드디어 내게 항복이라도 할 생각인가?
궁금하며 창가 너머를 쓱 쳐다보았다.
“응?”
밖에는 웬 동양인 한 명이 우리 집에서 일하는 이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영국인인 남작이 동양인 사생아를 낳았을 리는 만무하고.
많고 많은 요일 중 하필 일요일에.
우리 집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놈의 정체는 누구일까?
“전하.”
“말하게.”
“조금 전까지 집 앞에서 소란을 피웠던 자 말입니다.”
팔짱을 끼며 가만히 이를 듣고 있자, 비서실장인 최현우가 다음 말을 꺼냈다.
“태평양 건너 청나라에서 왔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광저우에서 왔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최현우가 침을 꼴깍 삼켰다.
워낙 빠르게 말해서 입이 마른 듯싶다.
“잠깐!”
외지인의 이름을 듣자 나는 머리가 아파져 왔다.
원 역사에 내가 알 만한 인물이 우리 집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저기, 내 집 앞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 인물이····· 쑨원(孫文)이라는 작자란 말인가?”
“예. 그자가 약속도 없이 전하를 꼭 한번 뵙고 싶다 찾아왔습니다. 어찌할까요?”
<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