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98)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98화(198/392)
< 결자해지 (1) >
“중원의 상황은 어찌 돌아가고 있는가?”
철도 국유화 조치가 발표된 이후로 청나라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중이다.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나는 가용할 수 있는 익문사의 모든 자원을 최대한 중원에 투입했다.
“보고부터 해 보게.”
“이위종 국장이 마침 오늘 새벽에 관련 자료를 놓고 갔사옵니다.”
“그래?”
대놓고, 눈신호를 보냈다.
이위종에게서 건네받은 것들을 전부 내게로 가지고 오라는 뜻이었다.
최현우는 이에, 사람을 시켜 오늘 받은 서류들을 내 집무실 앞으로 대령했다.
“사천성 전역이 반군들 손에 넘어갔다고?”
“예. 어제 전보로 두 번이나 확인한 사실이기에, 거짓일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됩니다.”
최현우는 수북이 쌓인 문서 더미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각양각색의 중원 지방 지형도 수십 개가 책상 위에 흩뿌려진다.
그 가운데 하나를 최현우가 집어 들고는 이를 내게 건넸다.
“사천을 장악한 반군의 세가 대단한가 보군.”
“예. 이를 진압하기 위해 청 조정이 애를 쓰고 있지만, 잘 먹히지 않고 있다 합니다.”
쯧쯧.
그래서 옆에 있는 성에서까지 병력을 차출했구나.
사천 내에서 해결이 안 되니까.
“이 경로를 따라 호북의 주둔 중인 청나라 신군이 성도로 진군 중인가 보군.”
“맞습니다. 노란색으로 표시한 것이 청나라 신군의 군세고, 붉은색으로 표시된 원이 반군을 표시한 상징입니다.”
호북성에서 사천성으로 대규모 군사가 이동 중이다.
지도에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나는 이를 확인하다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이것들은 무엇인가?”
청나라 군대가 빠진 곳으로 붉은색 점들이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아! 또 다른 반군입니다.”
“반군?”
“예. 사천과 별개로 호북의 신사들이 봉기를 일으켰다 합니다. 청군이 사천으로 이동한 틈을 타 호북의 중심지인 우칭을 습격 중이라고 합니다.”
우칭(우한)?
아아.
어째 익숙하다 했는데 말이다.
바로 그곳이었구나.
‘현대인이라면 익히 아는 그 병. 그 병이 최초로 유행한 도시잖아.’
우한은 이 시대에도 호북의 중심지였다.
양쯔강의 각 지류가 한데 모이는 교통의 요지.
철도가 아직 완벽하게 전국에 부설되지 못한 근대 중국은 대부분 수로를 이용하여 물류를 보급한다.
그게 가장 값싸고 빠르니까.
남중국의 물류는 거의 양쯔강 수로를 이용해 각지로 퍼져 나가는데.
우한은 이런 양쯔강 수로의 중심지라고 볼 수 있었다.
‘우한이 위태롭다?’
이러한 우한이 반군에 함락된다면, 청 왕조의 남중국 장악력은 급속도로 사그라들 거다.
‘남과 북으로 나뉘게 되겠군.’
남쪽은 반군 손에 쉬이 넘어갈 거다.
하지만 북쪽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중국 내에서 최강으로 불리는 북양군벌이 북쪽에 주둔 중이니까.
“어제까지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반군이 장악한 지도를 하나 더 만들게나.”
“이를 쑨원에게 건네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쑨원은 현재 미국에 있다.
4월 광저우 혁명의 실패가 자금난 탓이라고 여겨서, 대뜸 대양을 건너왔기 때문이다.
‘남중국이 거의 먹힌 상황이다.’
수도인 베이징은 아직 청 왕조의 손에 남아 있다.
하지만 지도상으로만 보면 중원의 상당수가 반군 손에 떨어졌기에, 쑨원 없이 혁명이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돌아가는 상황을 우리보다 더 모른다. 미국에 홀로 있으니까.’
더욱이.
뉴욕에서 베이징까지는 아무리 빨리 이동해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쑨원 역시 이를 잘 알 터.
‘단 한 달 만에 남중국이 반군들 손에 떨어졌다. 돌아가는 한 달 동안에 베이징이 함락될지 또 누가 알까?’
진짜로 베이징이 함락되어서 혁명이 완전히 성공해 버린다면?
미국에 있는 쑨원은 뭐가 되어 버리겠는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혁명 동지들에게 장담했던 자금 또한 못 끌어들인다면?’
그동안 쌓았던 중국동맹회 내 쑨원의 영향력은 물에 닿은 솜사탕처럼 사르르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조급함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쑨원과 두 번이나 대화를 나누었다.
겉모습만 보면 사람이 참 착해 보이지만, 대화를 통해 그의 숨은 내적 성향을 알아봤기에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내면에는 권력욕이 가득한 사내였지.’
원래 내 것이었던 것을 빼앗기는 것만큼 아픈 것은 없다.
십여 년 동안 혁명을 주도했던 중국동맹회.
그 단체 내에서 쑨원의 입지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하지만 이대로는 가다가는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쑨원은 내가 내민 손을 반드시 붙잡을 거다.
“어서 이 지도를 쑨원에게 가져다주게나.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그자 역시 반응할 것이네.”
가지고 있던 한 줌의 권력이라도 쉬이 포기할 인사는 아니었기에.
나는 신해혁명 관련 정보를 넘기면서 쑨원의 조급함을 자극해 보려고 했다.
“전하.”
역시 예상대로.
쑨원은 내가 건네준 지도를 받자마자 반응했다.
그는 부리나케 내게로 달려왔다.
* * *
“이 은혜, 죽는 순간까지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쑨원은 내게 중국식으로 인사를 하고 뉴욕을 떠났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 측근 둘이 눈을 가늘게 떴다.
“결국 승낙했군요.”
“그래.”
예상대로 쑨원은 내가 건넨 지도를 받자마자 연락이 왔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그였으니까.
하루빨리 중원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더욱이 성과를 얻어 돌아가야 했기에.
그는 내가 제안한 조항 대부분을 수용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머리를 굴린 듯 보입니다.”
쑨원의 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내 재정관리인이었던 우현식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댔다.
“전하께서 제안하신 삼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키겠다고 약조하긴 했지만······ 뭔가 찜찜합니다.”
쑨원은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을 때, 이를 최대한 이행하겠다고 했다.
살짝 비틀어서 해석하면.
자신이 권력을 쥐지 않는다면 이를 보장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국부가 된다면 유지를 남기겠다고 약조까지 했지.’
나와 측근들은 쑨원이 왜 이런 단서를 달았나 이를 해석했다.
“아마도 쑨원은 전하의 지원을 지속해서 받으려고 고도의 술수를 부린 것이 아닐까요?”
“자네 말이 맞네. 우리에겐 끝이 난 일이지만, 그자에게는 이제부터 시작하는 일이니까.”
“······.”
“······.”
“생각해 보게. 그가 부재한 와중에 혁명이 성공했네. 물론 그동안 조직을 일구고 가꾼 그의 공이 크지만······.”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쨌든 쑨원이 중국에 없을 때, 신해혁명이 터진 것은 사실이니까.
“그런 상황 속에서 중국동맹회의 군사력은 빈약하네. 현시대 중원은 누가 더 세냐에 따라서 발언권의 세기가 달라지는 곳이지.”
가만히 듣고 있던 우현식이 근심 어린 표정을 지어댔다.
“그렇다면 큰일이 아닙니까?”
“어째서?”
“자칫 생돈만 날리게 된 셈이니까요. 쑨원이 자칫 정권을 잡지 못한다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네.”
나는 원 역사에서 중국이 어떻게 돌아갔나 회상하며, 다음을 유추했다.
“각 성의 군벌들은 서로가 그들 자신을 견제하고 있으니까. 그런 상황 속에서 얼굴마담을 하나 세워 두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지.”
최현우는 우현식과 다르게 좀 더 먼 미래를 걱정했다.
“쑨원이 약조했지만 말입니다. 이를 지킬까요? 국채 발행 건이야 체결한 조건이 확실하기에 빠져나올 구멍이 없어 보이지만, 전하께서 마지막에 언급하신 삼민 정책은 우회할 방법이 많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그래.
소수민족의 한족 동화 정책을 펼칠 수도 있고.
몽골이나 티베트가 자신들을 먼저 공격했다며 선동을 할 수도 있다.
사실 마지막 조항은 가만히 생각해 보면 허울뿐인 조항이다.
하지만 이를 굳이 남기려고 하는 것은 향후 중원 대륙 내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개입할 명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우리가 할 일은 두 가지이네.”
“뭡니까?”
“자체적으로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것. 더하여 중국 내에서 특정 세력의 힘이 너무 강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 주는 것. 이 두 가지이네.”
“전자는 우리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고 치더라도, 후자는······.”
측근들이 머리를 맞댔다.
“중원의 균형추를 맞추기 위해서는 여러 세력과 접촉을 해야겠군요.”
“그래.”
“당장 북양군벌에 연락해 보겠습니다.”
이번에 나의 지원으로 자칫 쑨원이 너무 강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견제를 위해서라도 북양군벌 역시 강해져야 했다.
‘무엇보다 만주 쪽은 우리 독립군들이 일본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하는 곳이기도 하니까.’
이를 위해서라도,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 만철 관리 문제로 연을 놓았으니, 그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중원의 돌아가는 상황을 체크해야 할 것이네.”
더불어 청 조정과 쑨원에게 신형 군함을 인도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물 인도는 원가를 얼마나 절감하냐에 따라서, 내가 돈을 얼마나 절약할 수 있을지 결정된다.
“마침 샌프란시스코 쪽에 조선소를 하나 인수했는데, 이를 활용하면 좋겠군.”
“신형 군함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주재료가 되는 철강을 싸게 사들여야 합니다. 관련 회사와도 접촉해야겠군요.”
“그래.”
현재 미국에는 여러 개의 철강 회사가 존재한다.
모든 이들이 익히 아는 모건의 US 스틸이 그중 하나다.
‘모건에게 돈을 벌 기회를 내줄 순 없지.’
US 스틸이 미국 내 1위의 철강 회사라지만, 요새는 이를 위협할 강력한 경쟁자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었기에.
굳이 모건에게 찾아가서 철강을 싸게 판매해 달라고 요청할 이유가 없었다.
‘베들레헴 철강소였나?’
세계 최초로 H빔을 발명하여 초고층 건물 건축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회사.
불과 5년 전에 창업하여 세를 불리고 있었기에, 이들과 손을 잡고 해당 건을 처리해도 좋을 것 같았다.
‘모건에게 이득 되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의 아들이 기업을 물려받을 때까진 말이야.’
* * *
10월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뉴욕에 있지만, 쑨원은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서부로 이동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상해로 가는 표를 막 발권했다고 하니, 한 달 뒤에 중국에 도착하겠네.
“응? 이 땅이 매물로 나왔다고?”
미국을 떠나는 쑨원과는 반대로 아직도 뉴욕에 머물고 있던 로스차일드 남작.
그의 근황을 알아보다가, 남작 소유의 자산이 시장에 나온 것을 확인했다.
뉴욕의 중심부에 있었던 아주 목 좋은 땅이었는데, 브로드웨이 인근의 부동산이었다.
‘이건, 못 참지.’
사 두면 백 퍼센트 오를 명당.
그렇기에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이를 인수하고자 했다.
“아메리칸 신탁으로 가세나.”
개인적인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었지만, 차후 중국에 거액을 빌려줘야 한다.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회삿돈을 이용해 이를 인수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어차피 아메리칸 신탁의 고객들도 내게 돈 좀 불려 달라고 자금을 맡겨 두었기에, 나는 거리낌 없이 이를 활용하려고 했다.
“왕자님.”
오랜만에 아메리칸 신탁의 본사에 들렀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회장 집무실로 향하려고 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왕자님!”
저기 입구에서.
한 남자가 내게로 뛰어오고 있었다.
“저 자식은······.”
아는 얼굴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아메리칸 신탁의 대표였던 놈.
그래.
맞다.
제시 리버모어였다.
‘빌어먹을 놈.’
1907년 금융위기 때 공매도로 나에게 많은 이익을 준 놈이었지만.
괘씸하게도 리버모어는 내 개인 자산 정보를 나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모건과 남작에게 팔아넘겼다.
그도 모자라 반독점법으로 뒤숭숭한 이번 봄에, 사표까지 던지고 로스차일드 남작에게로 도망쳤다.
“컥.”
따로 약속을 잡아 둔 것은 아니었기에, 다섯 명의 경비원이 빠르게 그의 뒤를 따랐다.
나의 경호원들과 합심하여 그들은 제시 리버모어를 때려눕혔다.
혹시나 총이나 칼을 들었나 등골이 오싹했는데 말이다.
나는 그제야 안심하고 리버모어에게로 다가갔다.
“자네가 이곳에는 무슨 일로 왔는가? 따로 나와 약속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네만.”
경호원들에게 몸수색을 명령했다.
리버모어에게서 별다른 무기가 발견되지 않자, 나는 살짝 거리를 둔 상태에서 포박을 풀라고 명령했다.
“이 왕자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리버모어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는 내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왕자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
“지난날의 정을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
< 결자해지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