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0)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0화(20/392)
< 호구 or 선지자 (2) >
“하하, 맞습니다. 이리 단번에 알아보시다니······.”
나의 물음에 잭 마일로가 호탕하게 웃으며 반응했다.
그러곤 나를 흘깃 쳐다보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부동산에만 관심이 있으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왕자님께서는 주식에도 흥미가 있으신가 봅니다.”
나는 잭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문구에 조금 더 집중하며, 맨 위에 적혀 있는 회사명부터 소리 내 읽기 시작했다.
“동양합동광업주식회사? 이거, 광산과 관련 있는 회사인가 보군.”
잭 마일로는 제 가슴을 두들겼다.
그 후 내게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고백했다.
“사람들이 절 두고 뭐라 하는 줄 아십니까?”
“골드킹이라 하지.”
“맞습니다. 저는 금광 수집가지요. 그럼, 왜 이리 하나만 파는 줄 아십니까?”
“글쎄?”
“한평생 제가 해 왔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저는 모르는 것에는 일절 투자하지 않습니다. 이 원칙 하나로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아주 현명한 투자자네.
아는 것에만 투자하다니.
보통은 넘치는 탐욕 때문에 다른 분야에도 기웃기웃하는데.
하지만 내가 별다른 반응 없이 뚫어지게 종이 쪼가리만을 쳐다보자, 잭은 살짝 조바심이 생겼는지 또 하나의 서류를 품 안에서 꺼냈다.
“읽어 보십시오.”
“무엇인가?”
“방금 건넨 회사에 대한 관련 투자 설명서입니다.”
살짝 짜증이 났다.
뭔데 자꾸 내게 이런 자료를 줄까?
제 입으로 말하면 될걸.
“이걸 내게 전하는 이유가 뭔가? 금광은 그대의 전문인 것을.”
동양합동광업주식회사는 생전 처음 들어 보는 회사였다.
이강의 기억에도, 현대인이었던 나의 기억에도 전혀 단서가 없었다.
‘회사명만으로 보면 아시아에 있는 광산을 채굴하는 회사 같은데.’
잭 마일로가 어깨를 들썩이며 슬그머니 자신의 속내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왕자님께서 이 회사를 더 잘 아실 거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예. 사실 이 회사가 본사는 뉴욕에 있지만, 채굴하고 있는 주력 광산은 바로 대한제국에 있다 합니다.”
그가 건넨 자료를 읽으며 침묵으로 일관하니, 잭 마일로가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운산금광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그 금광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이 회사입니다.”
운산금광?
이강의 기억 속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쉬이 떠오르진 않았다.
하긴.
이강이 광산 전문가도 아니고, 대한제국의 광산 하나하나를 어떻게 알아?
“내게 조언이라도 구할 생각으로 이 자리에 온 모양이군.”
잭 마일로가 따라 놓은 술을 마시다 말고 무릎을 ‘탁’ 쳤다.
“맞습니다. 이 주식이 시장에 나왔다 해서요. 듣자 하니 이를 소유한 주주 중 하나가 급전이 필요한가 봅니다. 일단 소량만 사 두긴 했는데 말입니다. 이걸 다 인수해야 할지 고민이 되어서······ 왕자님께 찾아왔습니다.”
잭의 눈빛이 빛났다.
골드킹이라는 별명답게, 황금을 벌 기회가 오자 집중력을 끌어올린 거다.
“왕자님이 생각하시기에는 어떻습니까? 혹시 운산금광에 관해 아시는 게 있다면 제게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내가 어떻게 알아?
다만, 모르는 척하는 것은 하수나 하는 일이었다.
“글쎄.”
이럴 때는.
뜸을 들이며 역으로 물어보는 게 최고지.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여태껏 호탕한 표정을 지으며 술을 홀짝이던 잭 마일로였다.
그런데 갑자기, 제법 진지한 얼굴을 한 채 입을 열었다.
“사실······ 저는 이런 종아 쪼가리는 믿지 않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밑바닥에서 재벌까지 올라온 위인답게, 직접 몸을 굴리며 현장을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그럼 조선에 한번 가 보면 되겠군. 대사관에 언질이라도 해 주면 되겠는가?”
그러자 잭 마일로는 얼굴을 확 바꾸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타깝게도 여기 운산에는 차마 방문할 수 없습니다. 이리 보여도 사실 제가······.”
“배 타는 것이 두렵다?”
“정확히는 물이 무섭습니다. 어릴 때 고생을 좀 해서.”
그러곤 묻지도 않은 자신의 사연을 내게 들려주었다.
이민을 올 때 배가 좌초되어 죽을 뻔했단 이야기였는데.
장황했지만 요약하면, 트라우마가 강하게 생겨서 배를 못 탄다는 말이었다.
“이상하군. 듣자 하니 남아프리카에 있는 광산도, 브라질에 있는 광산도 그대가 일부 투자했다던데? 그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게······.”
잭 마일로가 머리를 긁적였다.
“직접 눈으로 봐야 투자하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으면 그냥 넘어가기도 합니다.”
해외 광산에 투자할 때는, 그곳의 특권층이랑 같이 투자하여 리스크를 줄인다고 한다.
뭐, 듣고 보니 제법 훌륭한 방법이긴 하다.
그 지역을 잘 아는 이들과 함께 투자하면 적어도 손해 볼 가능성은 줄어들 테니까.
“그렇다면 여기 온 이유는 하나겠군. 여기······ 동양합동광업주식회사 주식을 공동으로 인수하자는 뜻 아닌가?”
“역시······ 왕자님이십니다. 척하면 척이군요.”
잭 마일로가 또 다른 서류를 내놓았다.
동양합동광업주식회사 투자를 위한, 새로 차릴 신탁회사와 관련된 서류였다.
“흠······.”
“굉장히 공정하게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읽어 보시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질문해 주십시오.”
계약서를 천천히 읽어 나갔다.
신탁회사 권리는 똑같이 반반.
언뜻 보면 잭이 내게 굉장히 호의를 베푸는 것 같았다.
‘이 새끼 보소.’
하지만 계약서를 언뜻 보아서는 안 된다.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뜯어 가며 신중하게 읽고 서명을 해야 했다.
‘특약을 걸어 놨군. 그것도 아주 교묘하게.’
기교가 보였다.
끄트머리에 적힌 한 조항이 내 시선을 끈 거다.
‘우선 인수권이라······.’
신탁회사를 세운 후 5년 동안 적용되는 조항.
간략하게 요약하면.
먼저 손을 터는 사람은 반드시 신탁회사의 다른 대주주에게 먼저 매각을 제안해야 한다는 거다.
초기 투자 금액의 75%로 말이다.
‘금융에 지식이 없다면 껌뻑 속아 넘어갔겠군.’
장기 투자를 위해서라 변명할 수도 있겠다만, 설사 그렇다 해도 이렇게 굳이 조항을 달아 놓을 필요는 없지.
이건 내가 호구로 소문이 났기 때문에 넣은 조항일 것이다.
하긴.
지금 서양인들 눈에는 내가 황금 고블린처럼 보일 테지.
기획부동산에 사기당한 피해자처럼 황무지 같은 땅을 마구 사들이고 있으며.
동시에 캘리포니아 유력 인사들이 제안한 사업도 몇몇 군데 투자하고 있으니까.
어리숙한 동양인의 돈 좀 빨아먹겠다는 심산일 테다.
‘현금이 마르면 가장 먼저 환급성이 좋은 주식을 처분하니까. 만약 이번에 투자하게 된다면 5년 이내에 이 주식을 팔 것이라고 예상하나 보군.’
웃으면서 코를 벨 생각을 하다니.
좀 괘씸했다.
“전하.”
때마침.
우현식이 찾아왔다.
“그래. 무슨 일인가? 혹 보험 중개인 때문인가?”
우현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살짝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고했다.
“전하의 친필 서명이 필요하다고 하도 난리를 부려서. 하, 제가······.”
알아서 처리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는 것 같았다.
이에 나는 급히 우현식의 말을 끊었다.
“잭.”
“예. 왕자님.”
“잠시 이곳에서 기다려 줄 수 있겠나? 내 금방 다녀오도록 하겠네.”
기회다.
운산금광에 관한 정보를 알아낼 기회.
맨 아래 독소조항만 빼면, 내게 득이 되는 거래 같긴 하니까.
운산금광이 얼마나 채산성이 있는지 알아보기만 되는 상황.
나는 사인하는 척 옆방으로 이동한 뒤, 약간의 시간 동안 이 정보를 다른 이들에게 알아낼 생각이었다.
“물론이지요.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잭.
시가를 연신 태우며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음 약속이 없다고 하니 느긋한 모양이다.
그는 내게 선물한 수사자 박제 근처로 이동해선 사자의 갈기를 만지며 내게 다음 말을 던졌다.
“저는 요 녀석과 잠시 있겠습니다. 막상 헤어지려고 하니 무언가 아쉽군요.”
“고맙네. 내 그럼 빨리 다녀오겠네.”
박제된 수사자와 잭을 남겨 두고, 나는 빠르게 일행이 있는 다른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금광에 관한 정보를 구해 보았다.
* * *
“혹 운산금광을 아는가?”
나의 물음에 우현식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우리 대한제국에 있는 금광입니까? 그건 왜 물으시는 것이옵니까?”
그도 딱히 아는 정보가 없어 보였다.
하긴.
회계를 좀 볼 줄 안다고 해서 모든 투자 정보에 능통한 것은 아니니까.
급히 옆방에 있던 유길준과 두 아들도 불렀다.
하지만 그들 역시 고개를 갸웃했다.
‘아론과 두 동생도 모를 거야. 그들은 아일랜드에서 왔으니까.’
다행히도 1층에 있던 최현우가 나의 물음에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그는 여기 있는 이들과 다르게 최근까지 궁내부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운산금광이라면······ 폐하께서 알렌에게 선물로 주었던 광산이 아닙니까?”
호러스 알렌?
헐버트와 다르게 한양에서 이강을 깎아내리며, 귀비에게 힘을 실어 주었던 그 노랑머리 미국인?
고종이 왜 이걸 알렌에게 줬지?
그걸 묻자, 예상치 못한 답변을 받았다.
“뭐라? 민영익을 살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광산 채굴권을 주었다고?”
“예.”
빌어먹을.
광산 채굴권이 얼마나 값어치 있는 것인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처남 하나 치료했다고 그걸 준단 말인가?
“그래서. 알고 있는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말해 보게.”
“예. 전하.”
듣다 보니 기가 찬다.
예부터 금이 나기로 유명한 운산금광을 헐값에 팔아 버린 거다.
이 빙의한 몸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고종이 말이다.
“6년 전에 채굴권 권리를 연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왕실에서 가지고 있던 주식을 전량 매각했지요.”
미치겠다.
관련 서류에 따르면, 이곳에서 채굴되는 금의 양이 상당하다던데 말이다.
이거 죽 쒀서 들개한테 준 꼴이네.
최현우가 왜 그런 걸 갑자기 묻냐는 표정을 지으며 내 손에 들려 있던 서류뭉치를 건네받았다.
그는 관련 서류를 한번 읽더니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 관련 정보를 아는 인물이 더 없겠는가?”
최현우가 서류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아래로 고정했다.
“1층에 있는 인부 중 몇몇이 평안도 출신입니다. 그들을 불러서 관련 정보를 캐내 보면 아는 게 좀 나오지 않겠습니까?”
“당장 불러오게.”
“예.”
최현우는 허겁지겁 밖으로 나가선 인부들에게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부들이 내게로 다가왔다.
“그래. 운산이 자네 고향 근처라고?”
“예. 그렇습니다.”
“그래. 그럼 자네는 이 금광에 관해 아는가?”
“노다지로 유명합니다.”
“노다지?”
내 머릿속에 물음표를 그려졌다.
“왜인들이 이 광산에 투자했다고? 분명 서류에는 미국인들이 주도했다 적혀 있는데 말이다.”
홍구라는 사내가 내 오해를 정정하며 다음 말을 덧붙였다.
“아닙니다. 전하의 말씀대로 운산 금광은 왜인이 아닌 미국 양인들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노다지라 불리는 것은 다른 사연 때문에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파견 온 광산관리자들은 운산금광의 금맥을 사채(私采)하는 인부들을 바라보며, 노터치(No touch)라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고 한다.
이 단어가 인근 주민들에게 구전되며 운산금광은 그렇게 노다지로 유명해졌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금광이 정말로 대단한 곳이긴 하단 말이로군.”
“예. 그렇습니다.”
동양의 엘도라도라는 뜻인데.
이거, 투자할 수 있으면 투자해야겠네.
나는 관련 정보들을 확인한 후, 서둘러 잭 마일로에게 다시 갔다.
“미안하네. 내 보험을 체결하느니라 늦었네.”
“아닙니다. 덕분에 이 녀석과 마지막으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사자 갈기를 만지며 제 동생의 사냥감을 구경하고 있던 잭.
그는 천천히 내게 다가오며 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왕자님.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너무 오해하지는 마십시오.”
“무슨 말을 하려는데 그리 무서운 표정을 짓는가?”
잭이 낮은 목소리로 내게 충고했다.
“오지랖 부리는 걸 수도 있지만, 왕자님을 위해 한마디 하겠습니다. 혹여나 보험 사기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거 범죄입니다.”
보험금도 수령 못 하고.
자칫, 감옥에 갈 수 있단다.
“자금이 부족하시다면 제가 아는 아주 성실한 은행장이 하나 있습니다. 그자에게 대출을 부탁하는 게 어떠십니까?”
내가 많이 쪼들린다 생각했나 보네.
하긴. 그리 오해할 수 있겠다.
나는 대외적으로 요새 돈을 좀 많이 썼다.
기부도 하고.
땅도 사고.
건물도 사고.
사업도 열심히 벌이고 있다.
농업 법인을 세우며 이를 관리할 목적으로 사무실도 구했고, 부두 인근 창고들도 사들이며 외국으로 무역을 할 준비도 하고 있다.
내 계획을 모르는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위험해 보이겠지.
현금이 말라가고 있으니.
“내 이전에 만난 이들의 부탁으로 보험을 하나씩 들고 있다네. 다들 보험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내게 이를 권했지.”
“그래도 너무 많이 드셨습니다.”
나의 해명에도 잭 마일로는 부정적인 표정을 유지했다.
‘그래, 많이 들긴 했지.’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럴 거다.
하지만 나는 무리하지 않고 있다.
끽해야 이번 연도부터 보험료를 낸다 쳐도 사 개월 정도 내는 셈이니까.
현대에도 비싼 아파트에 화재보험을 들 때 한 달에 겨우 오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이 나온다.
앞으로 회수할 보험금을 생각하면 이것은 새 발의 피.
‘절대 돈을 낭비하는 게 아니야. 두 달 뒤에 대지진이 찾아오니까.’
이 시대의 화재보험은 아직 현대만큼 오밀조밀하지 못했다.
일단 표준 약관조차 없다.
그 말은 즉, 회사마다 보상하는 약정범위가 다르다는 것.
‘원래였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지.’
현대였으면 화재보험의 보상은 정액이 아닌 비례보상이다.
비례보상은 여러 보험사에 보험을 들더라도 보상가액이 정해져 있다는 뜻.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여기서 한탕 할 수 있어.’
현재 미국에서 영업하고 있는 보험사는 크게 두 곳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영국.
다른 하나는 미국 자체 내 보험 회사.
영국은 그레이트 게임에서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조선을 일본에 던져 줬으며.
미국은 자국의 이득 때문에 필리핀의 우선권을 얻는 대신 일본의 야욕을 묵인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상당했다.
당장 이리 같은 일본이 조선 신민들을 착취하고 있지 않나?
내가 이 정도 이득은 취해도 되겠지.
이 돈을 굴렸다가 미래에 그들을 위해 쓸 수도 있으니까.
“자네의 충고대로 앞으로는 더는 보험을 들지 않겠네. 그나저나······ 자네도 사업장에 보험 하나 들어놓게나.”
의례적으로 잭에게도 보험을 권했다.
대지진이 온다면 그의 사업장 역시 무사하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잭 마일로는 내 권유를 단칼에 거절했다.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저는 그리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상남자답게 보험 없이 산단다.
응? 잠깐만.
보험을 하나도 안 들어놓았다고?
‘잭의 금광 대다수는 현재 캘리포니아에 있는데.’
대지진은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일어난다.
저택이나 농지에만 지진이 일어나는 게 아니다.
금광 역시 무사치 못할 터.
“아무튼······ 자네의 투자 제안은 고맙게 받아들이겠네. 내 바로 사인하도록 하지.”
“진심이십니까?”
“그래. 다만, 한 가지······ 변경하고 싶은 조항이 하나 있네.”
“말씀하시지요.”
“여기 마지막 말이야. 이 조항 설명 좀 해 주게.”
“아······ 이건 신탁의 장기적 운영을 위해서 의례적으로 넣어 놓는 조항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그렇구먼. 하긴, 오래오래 투자해야지. 일 년도 안 되어서 사업을 접는다면 상대방도 곤란할 테니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흠······ 그래서 말인데. 한 가지 제안하고 싶네. 이 마지막 조항 말이야. 우선 인수권. 최초 투자 금액의 50%로 낮추는 것이 어떤가? 그래야 조항의 구속력이 더 생길 것 같은데. 혹시라도 팔고 싶어지면 안 되니 말일세.”
잭 마일로는 웬 떡이냐는 표정을 잠시 지었다가 이내 내 제안을 수락했다.
“왕자님의 부탁이시니. 그리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이대로 신탁회사를 하나 차린 후, 관련 주식을 인수하겠습니다.”
“알겠네.”
참 아이러니하다.
막 고종의 비자금을 받았는데.
그 돈으로 다시 운산금광의 지분을 일부 사들이다니.
“아······ 떠나기 전에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게 있네.”
밖으로 나가려는 잭 마일로를 붙잡았다.
한 가지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다.
“말씀하시지요.”
“좀 전에······ 은행장을 하나 소개해 주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그자는 누구인가?”
“아마데오 피터 지아니니입니다.”
“지아니니?”
나의 물음에 잭 마일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뱅크 오브 이탈리아의 창립자이자 은행장이기도 한 사내입니다. 그자를 한번 소개해 드릴까요?”
미래에 거물이 될 자를 네가 안단 말이야?
“물론이지. 금융계 사람들은 알면 알수록 도움이 되니까. 내 가능하다면 빨리 그자를 만나고 싶네.”
< 호구 or 선지자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