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0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01화(201/392)
< 회수 (1) >
데일리 코리아는 미주에 세워진 최초의 한인 신문이다.
“유 기자!”
“나 팀장님.”
유만석과 나영석은 그곳에서 일하던 기자로서.
이민 초기.
이강이 합성협회를 세우고 한인 신문을 창설했을 때부터 함께 했던 초창기 멤버였다.
“그래. 근 5년 만에 고향에 다녀왔는데, 소감이 어떤가?”
“뭐, 그냥 그렇습니다.”
유만석은 살짝 서글픈 표정을 지어 보이며, 씁쓸한 감정을 한껏 그의 얼굴에 드러냈다.
이에 나영석은 유만석의 팔을 꼭 잡았다.
“늦었지만 선산에 방문했으니, 돌아가신 부친께서도 자네 불효를 용서해 줬을 것이네.”
“······.”
“수고했네.”
한인들이 높게 사는 최고의 가치는 누가 뭐라고 해도 ‘효’다.
부모님께 마지막으로 효도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임종 때 그들의 곁을 지키는 것인데.
이민자들은 대부분 그럴 수가 없었기에, 보통 유만석처럼 늦게나마 이렇게 고향으로 돌아가 불효를 용서를 빈다.
“얼굴 피게.”
“······.”
“표정 좀 풀라니까!”
나영석 역시 이런 사례를 주변에서 많이 접했기에, 현재 유만석이 얼마나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가를 잘 알고 있었다.
8도 창의군 대장도 삼년상을 치른다고 장군직을 내려놓던 시기기에.
나영석은 유만석의 등을 토닥이며 한 가지를 권했다.
“많이 힘들면, 잠시 휴직해도 좋네.”
“예? 괜찮습니다. 나 팀장님.”
“걱정돼서 하는 말일세.”
“진짜 괜찮습니다.”
나영석은 유만석을 보며 거울 좀 보라고 나무랐다.
삼 개월 전과 비교해 얼굴이 반 토막 날 정도로 홀쭉해졌기에, 그런 쓴소리를 한 거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졌다지만, 바다는 바다야. 대자연의 위대함 앞에 우리 인간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지.”
“······.”
“듣자 하니 올해 늦가을 바다는 유난히도 파도가 높아서 다들 고생이 많았다던데. 자넨, 그 넓은 태평양을 왕복으로 건너지 않았던가?”
“······.”
“이참에 푹 쉬며 여독을 빼게. 잘 쉬는 것 또한 좋은 기자의 덕목이니 빼지 말게나.”
이쯤 되면 수용할 만도 하지만.
유만석은 나 팀장의 조언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워커홀릭으로서, 일만이 오늘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처방 약이었기에.
그는 다음 취재 주제를 머릿속으로 마구마구 그려댄 것 거다.
“나 팀장님.”
“응?”
“이리될지 예상했지만, 제가 없는 동안에도 한인 사회는 아주 잘 돌아가고 있었군요.”
“응? 그게 무슨 말인가?”
나영석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러자, 유만석이 나영석의 집무실 위에 놓여 있던 오늘 자 신문을 집어 들었다.
“오늘 자 부고란을 보십시오. 텅텅 비어 있지 않습니까?”
“아······.”
“반면에 새 생명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닙니까?”
이 시대 지역신문들은 데일리 코리아처럼 부고 소식이나 새 생명의 탄생 소식을 한쪽 면에 실기도 한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에, 지역신문들이나 교민신문들은 해당 커뮤니티의 소식지 역할을 병행하기도 했으니까.
“전부 다, 의왕 전하 덕분일세.”
나영석이 뜬금없이 이강을 언급한다.
미국인이었다면 살짝 이해하지 못할 주장이지만, 유만석은 한인 교포였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 팀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긴, 팀장님 말씀이 옳습니다. 전하의 은덕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리 쉬이 미주에 정착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전부는 아니지만, 이민자의 상당수가 이강의 농장과 연결되어 있다.
더욱이 재미 한인 협동조합의 대다수 기금을 이강이 내놓았기에 했기에, 신규 창업자의 태반 이상이 이강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유만석은 이를 언급하며 돌아올 때 자신이 보았던 참상을 설명했다.
“아마도 절반 이상이 손가락을 빨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번에 대양을 건널 때, 밀입국을 시도하던 청나라 유민들을 대거 취재할 수 있었는데, 상황이 영 별로더라고요.”
1907년 대지진 이후, 이민 길이 닫힌 상황.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인들만 서부로 향할 수 있었는데, 청나라 유민들은 자신의 출신마저 위조하여 미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민국과 합성협회가 합동으로 내놓은 한인 검정 시험에서 대부분을 걸러져서 본국으로 재송환 당했는데.
유만석은 미국으로 돌아오며 이를 직접 옆에서 관찰했기에, 청나라 유민들이 얼마나 한인들을 부러워했는지를 기억했다.
“그래. 먹고 살기 편하니까 아기도 낳는 것이 아닌가? 전하께서 아무리 격려를 하셨어도 사는 것이 힘들었다면, 이리 출산율이 급증하지 않았을 것이네.”
이강에게 있어서 한인 교민들은 힘이다.
그들의 머릿수가 늘수록, 서부에서 가지는 영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었기에.
이강은 출산을 축복이라고 홍보하며, 가능한 많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 나 팀장님.”
“듣고 있네. 유 기자.”
“의왕비 전하의 출산 예정일이······ 언제였지요? 수첩에 적어 두었는데 도통 찾을 수가 없네요.”
데일리 코리아의 기자들은 여러 부서로 나눠서 활동하고 있었다.
대한제국과 독립군들이 많이 활동하는 북간도, 연해주, 상해, 봉천 등을 취재하는 ‘본토부’.
미주 교민들의 삶을 보도하는 ‘미주 본부’.
이강이나 에델, 그리고 고종의 현 상황을 기사화하는 ‘왕실부’.
그밖에 미국의 경제, 사회, 정치를 보도하는 ‘경제’, ‘사회’, ‘정치부’.
그중 유만석은 왕실부에 해당하는 기자였다.
그래서 다음 취잿거리를 위해 이를 물어보았는데, 나영석이 한쪽 입꼬리를 슬그머니 올렸다.
“자네도 나이가 들었나 보이. 전에는 빠릿빠릿했는데, 이리 덤벙대는 모습도 보이고.”
나영석이 제 이마를 쾅 하고 쳤다.
아까 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 일하지 말고 쉬라고 했는데. 내 속을 뻔했군.”
“······그래서 안 알려 주시겠다는 것입니까?”
“그래.”
유만석은 씩씩대며 다시금 제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는 찬찬히 이를 넘기며, 수첩에 적어둔 정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휴. 다행히도 찾았네요. 다음 달 25일 정도에 새 생명이 탄생한다 적혀 있군요.”
“다음 달? 오! 벌써 그렇게 되었는가?”
나영석이 관심을 보였다.
이강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이강을 닮은 새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그에게도 기쁜 소식이었으니까.
“자네. 이를 취재하려고?”
“예.”
“관두게. 임자가 따로 있네.”
“예?”
본국에 다녀오는 동안, 유만석의 자리는 채워졌다.
나영석이 이를 유만석에게 언급했다.
“전에 미주 본부에 입사했던 이연지 기자 알지?”
“이연지 기자요?”
“그래. 그 똘똘하게 생긴 여기자 있잖은가?”
“아······.”
1910년도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낮았던 시대다.
언론사 역시 마찬가지.
대다수가 남자로 채워진 상황에서, 이연지는 홍일점이나 다름없는 후배였기에.
유만석은 쉬이 자신의 자리를 꿰찬 후배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 기자가 앞으로 의왕비 마마를 전담하게 될 것이네.”
“예?”
“귀가 먹었는가? 두 번 말하게 하는군.”
“······.”
“너무 서운해하지 말게. 그, 의왕비께서 특별히 요청하셨네.”
“요청이요?”
“그래. 다른 외간 남자들과 인터뷰 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신가 보이.”
“아······.”
“그래서 이참에 여기자를 하나 전담 배정했다네.”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조선과 비슷하게.
일부 미국의 상류층 귀부인들도 외간 남자와의 접촉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여자라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일도 잘한다네. 저번 주에 기삿거리를 하나 물어 왔지 뭔가.”
나영석이 아직 신문에 실리지 않는 기사 하나를 건넸다.
유만석은 이를 쓱 훑어보기 시작했다.
“의왕비께서 이번에도 쌍둥이를 임신하셨다고요?”
“그래.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상 이번에도 쌍둥이를 낳으실 것 같다더군.”
쌍둥이를 낳으면 그다음에도 쌍둥이를 낳는다는 속설이 있다.
미주 한인들은 개신교나 천주교를 믿지만, 대다수가 이민 1세대다.
하지만 그들은 조선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본토 한인들과 비슷하게 미신을 아주 맹신했다.
“임신 9개월 차인데, 배가 남산보다 더 크게 부른 것을 보게나. 더욱이 태몽 또한 쌍둥이의 탄생을 암시했다더군.”
“하늘에서 두 개의 별이 떨어져서 의왕비 전하의 복중으로 들어갔다고요?”
“그래.”
나영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유만석이 나영석을 향해 되물었다.
“의왕께서는 뭐라고 하십니까?”
“의왕께서는······.”
이강은 미신을 잘 믿지 않는다.
지난번에 꿨던 태몽만 하더라도 열심히 부인하고 다녔던 인물.
나영석이 이를 거론하며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흔들었다.
“의왕께서는 달리 생각하시는 것 같네.”
이강은 자신이 꿨던 꿈을, 웨스트포인트와 아나폴리스에 입학하는 두 생도와 연결했다.
황기환과 신성모.
두 생도의 미래를 높이 사며, 그들을 의도적으로 띄워 줬다는 뜻이다.
“역시 의왕 전하다우신 발언입니다.”
“그렇지. 그나저나 나는 의왕 전하의 해몽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
“저 또한 동의합니다. 군부에서 ‘별’은 특별한 뜻을 지니기도 하니까요.”
해당 꿈을 꿨을 때가 딱 4월이다.
두 생도가 후보 생도로 확정되던 시기였기에, 이강의 해석도 틀리지만은 않았다.
“두 생도는 어찌 지내고 있답니까?”
“웨스트포인트에 합격한 황군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성적이 뛰어나다더군.”
“오.”
활짝 웃었던 나영석.
이내 살짝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바뀐다.
그는 아나폴리스에 입학한 다른 생도의 사정을 유만석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반면, 신성모 학생은 성적이 하위권을 밑돌고 있다고 하네.”
“저런.”
“다만······.”
“다만?”
“붙임성은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교우 관계는 대단히 좋다더군.”
“그렇군요.”
나영석이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며 유만석을 돌려보내려고 했다.
그를 환영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팀장님.”
“응?”
“혹시 타 신문 출신 기자들이 팀장님께도 접근하였습니까?”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나영석이 급히 유만석의 팔을 붙잡았다.
마지막 질문 때문이었다.
“요새 의왕 전하와 관련된 소문이 뉴욕과 워싱턴에 떠돌고 있다고, 은근슬쩍 저를 떠보던데 말입니다.”
유만석은 미주 대륙을 횡단하며 한 기자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나영석에게 알려줬다.
“워싱턴 의회와 뉴욕 자본가들을 연결 지으려고 애썼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두 세력 간의 정경유착설을 조사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 과정에서 전하와의 연관성도 확인하려는 것 같습니다.”
“흠. 그래?”
나영석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무언가.
그가 알지 못하는 수상한 움직임이 방금 그의 레이더에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겉핥기식으로 탐사 중인 듯한데······”
유만석이 말을 끌며 과거에 나눴던 대화를 회상했다.
“중앙은행법을 살짝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중앙은행?”
“예. 요새 모건 쪽에도 기자가 많이 붙였다는 말이 있던데. 그쪽에 쏠리는 것을 보면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을 발견하기라도 한 모양입니다. 혹시 의왕 전하 주변은 어떻습니까?”
나영석은 손깍지를 끼며 잠시 자리에 앉았다.
그는 생각을 정리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전하 주변을 서성이는 똥파리들은 아직 없다네.”
“다행이군요.”
“흠. 기자 놈들이 뉴욕의 자본가들과 의회 사이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전하도 살짝 언급한 모양일세.”
“그렇군요.”
“자넨 그만 가보게나.”
“예.”
무언가 거대한 폭풍이 올 것만 같은 기분이다.
나영석은 자신의 감을 믿으며 관련 부서 팀장이었던 김 팀장에게 전화를 돌렸다.
* * *
“이번 달 실을 미주 본부 소식이, 넘쳐 난다며?”
김태호 팀장은 나영석과 밥을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당(이회영)과 그의 식솔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으니까.”
“그래?”
“그동안 서부에 있던 방산 관련 회사들을 엄청나게 사들이지 않았던가? 소문에 의하면, 생산했던 무기들 전량을 청으로 수출한다고 하더라고.”
“의왕께서 다리를 놔주신 모양이로군.”
“그래.”
나영석이 김태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혁명군에 이를 판매하는 것인가? 아니면 청군에 무기를 대주는 것인가?”
“둘 다겠지. 중원은 중원이고 우리는 우리니까.”
“하긴. 대륙의 주인이 누가 되는가는 중요치 않지. 어느 세력이 우리의 독립에 도움을 주냐가 더 중요하겠지.”
“그래.”
나영석이 내일 자 데일리 코리아 편집본을 꺼내며 말을 이어 갔다.
“도산(안창호)이나 우사(김규식) 선생 또한 바쁜 모양이로군.”
“그렇지. 다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니까. 그나저나 워싱턴과 뉴욕에 사람을 보내야 한다고?”
“그래.”
나영석은 오늘 유만석과 나눴던 대화를 설명했다.
이에 김태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동의했다.
“알겠네. 내 우리 부서 쪽 사람들을 급히 두 동부 도시로 보내겠네.”
“고맙네.”
자신의 조언을 이리 잘 수용하는 김태호를 보며 나영석은 흡족해했다.
나영석은 그렇게 저녁을 함께하다가 한 인물의 얼굴이 급히 떠올랐다.
“그나저나 그자는 뭐 하는가?”
“그자?”
“그 한인 최초로, 박사 학위를 딴 그분 말이야.”
“아! 이승만 박사를 언급하신 거로군.”
“그래.”
김태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 뉴저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 후에는 별다른 활동을 안 하는 것 같은데.”
김태호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나영석이 무슨 뜻으로 이 같은 질문을 했는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번 취재해 봐야겠군. 이 박사가 뭘 하고 있는지 말이야.”
< 회수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