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0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03화(203/392)
< 회수 (3) >
중년의 사내가 가리킨 곳은 대한옥이라는 술집이었다.
평소 한인들이 많이 방문하기로 유명했던 명소.
‘항간에는 이곳의 주인이 중국인이나 영국인이 아닌 한인이라던데.’
뜬소문은 아니었나 보다.
안중근과 김구는 중년 사내를 따라 대한옥으로 이동했다.
‘쳇. 우리가 모르는 개구멍이 있나 보군.’
그간 애국단 요원들은 대한옥을 유심히 관찰했었다.
그런 이곳에 민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먼저 도착했다고 한다.
낯선 인물이 이곳에 들어온 것을 관찰한 적이 없었기에, 안중근과 김구는 대한옥에 그들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뒷문이 있다고 추측했다.
“잠시만 대기해 주십시오.”
갑자기 덩치 큰 사내들이 안중근 일행이 이동하는 것을 막아섰다.
“이거, 사방에 경호원이 깔려 있군.”
“소문대로 재력이 상당한 모양입니다.”
안중근과 김구는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덩치들을 보며 그들을 관찰했다.
“다른 분들은 잠시 여기서 대기해 주시지요.”
그들을 안내했던 중년의 사내는 뒤를 돌아본 후, 가지치기를 실행했다.
“두 분만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아! 대한옥에 입장하기 전에 위험한 무기는 여기에 놓고 가십시오.”
“······.”
“······.”
민 대감이라고 불리는 자는 굉장히 신중한 자였다.
만나기 전 이렇게 소지품을 확인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쪽입니다.”
안중근과 김구는 호신용 무기를 경호원들에게 건넨 채 대한옥에 입장했다.
‘사람이 없군.’
원래는 바글바글해야 하지만.
오늘 대한옥 안에는 종업원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안중근과 김구는 확신했다.
이 술집의 주인은 민씨라고.
“대감마님. 영수입니다.”
제일 깊숙한 방 앞에 다다르자, 일행을 안내했던 중년의 사내가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들어오게.”
“들어가시지요.”
중년의 사내가 문을 열었다.
기분 좋은 냄새가 복도로 퍼지는 가운데.
방안에는 멀끔하게 생긴 한 신사가 한복을 입은 채로 앉아 있었다.
“어서들 오게나.”
“민 대감이십니까?”
“그렇다네.”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 있는 50대 늙은이.
그의 정체는 ‘민영익’이었다.
조선 시대 말기.
외척으로 유명했던 여흥 민씨 가문의 핵심 인물로.
그는 법적으로 중전 민씨의 조카였으며, 핏줄 상으로는 순종의 첫 부인인 순명효황후의 이복오빠이기도 했다.
“안녕하십니까? 민 대감. 저는 안태건이라고 합니다.”
“민 대감께 인사드립니다. 김창암입니다. 저희 둘 다 한인 애국단 소속입니다.”
애국단 요원이 된 순간부터, 실명은 최대한 숨겨야 했다.
그랬기에, 안중근과 김구는 평소 쓰고 다녔던 가명을 민영익에게 밝혔다.
“그래. 자네 둘이 이곳에 들어온 것을 보니, 두목과 부두목인가 보군. 자자, 술 한잔하게나.”
민영익은 애국단을 완전히 다른 집단으로 착각했다.
남중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무장세력, 나쁜 말로 말해 한량이나 길거리의 왈패 정도로 본 것이다.
“그대들이 상해와 홍콩에 머무는 교민들의 안전을 지켜 준다지? 내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남중국은 정글의 세계와도 같은 곳이었기에, 이강은 따로 자금을 내어 해당 지역의 한인들을 보호하라고 명했다.
이와 관련된 업무를 애국단이 맡아서 이행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대외적으로 한인 애국단은 매국노나 밀정을 암살하는 집단이기보다는 삼합회 같은 무력 집단으로 알려 졌다.
진짜 요원들 말고도 힘 좀 쓰는 남자들을 모아다가 한인들이 운영하는 상가를 자체적으로 호위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민영익이 안중근과 김구의 얼굴을 쓱 하고 훑었다.
둘 다 근육이 꽉 찬 무장 요원 출신.
그래서일까?
민영익은 한결 이들이 믿을 만해 졌는지 표정을 풀었다.
이후, 그는 속 안에 담아 두었던 묻고 싶었던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소문에는 자네들이 미주 합성협회와 연이 있다는 이야기가 돌던데······ 사실인가?”
“예. 그렇습니다.”
“도움이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김구가 품 안에서 사진과 서찰 하나를 꺼냈다.
“오호. 구당(유길준)과 함께 찍은 사진이로군.”
애국단은 익문사 산하에 존속하는 기관이다.
익문사는 이강의 밑에서 일하는 단체고.
하지만 두 기관은 비밀리에 활동해야 한다.
적어도 이강과의 연관성을 대외적으로 드러내서는 안 되었다.
그렇기에 한인의 대표 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합성협회 이름을 팔아서 활동하고 있었다.
“필체 역시 구당의 것이 분명하군.”
민영익은 과거, 권력의 정점에 선 인물이었다.
중전 민씨의 조카로서 왕실의 갖은 총애를 다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과거 신진세력의 일원으로 활동한 유길준과도 연이 있었다.
“하긴, 협회의 지원이 없었다면, 단시일 내에 자네들이 이리 성장할 수 없었겠지. 왈패들이라도 활동비는 필요한 법이니까.”
민영익은 대단한 권세가였다.
그렇기에 아랫사람에게는 아주 자연스럽게 하대하며 무시하는 버릇이 있었다.
“혹시 자네들, 의왕 전하와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가?”
“예.”
“전하를 두 번 직접 뵈었습니다.”
미주 한인들은 이강을 평소 자주 만난다.
초기 이주 구성원일수록 이강과 대화를 나눈 경험이 많았기에, 굳이 이 사실까지 숨길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김구와 안중근은 만남 숫자만 적당하게 수정하며 이를 으스대는 척했다.
“오! 그래?”
민영익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이내 수긍했다.
“매주 시간을 내어 한인들과 만나신다는 풍문이 있던데······ 그 말이 사실인가 보군. 그래. 전하께서는 잘 지내시는가?”
“예. 그렇습니다.”
자연스러운 무시가 밑바탕에 깔려 있긴 하나, 안중근과 김구는 이를 개의치 않았다.
민영익에게 일말의 기대도 없었기 때문이다.
“의왕비 마마의 출산이 이번 달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혹, 아는 바가 있는가?”
민영익이 제 옛날 신분을 무기로 이강에 관해 아는 것을 캐내려고 했다.
그러자, 김구가 정색하며 말을 끊었다.
“송구하오나 민 대감.”
“······.”
“혹시 저희를 따로 찾으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대충 이야기해 보니 견적이 나온다.
잡설 할 시간은 끝났다는 말.
애국단이 그토록 찾던 민영익.
그가 상해에 있다는 것이 이번에 파악되었기에, 이제 선공은 당연하게도 애국단에게로 넘어왔다.
“저희도 눈과 귀가 있어서 그간 돌았던 소문들을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민 대감께서는 한인들을 쉬이 만나지 않는다던데 말입니다.”
“······.”
“그런데도 저희를 보자고 하신 것은, 따로 이유가 있어서겠지요. 예를 들면 미주 이민 같은······.”
“뭐, 뭐라?”
민영익이 당황한다.
김구와 안중근은 이에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역시 예상대로군요.”
“예상?”
“예.”
“어찌 내가 청을 떠날 것으로 추측한 것이지? 나는 이곳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네.”
“예. 압니다. 마치 망명 온 왕족처럼 떵떵거리며 지내고 계시더군요.”
김구가 피식 웃으며 지난날 민영익의 행태를 슬쩍 비꼬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청 왕조가 건재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지요. 작금의 중원 정세는 민 대감에게 불리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호, 홍콩과 상해는 영국의 조계지이네. 청이 몰락한다고 하든 뭔 상관인가?”
삼합회가 상해와 홍콩에서 세력을 넓혀 가고 있긴 하나, 이 두 곳은 엄연히 영국의 조차지다.
민영익의 반발에, 안중근과 김구는 동의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민 대감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금의 한인들은 영국 정부에 무국적자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
“차별받지는 않아도, 보호받지는 못한다는 소리이지요. 언제, 어떻게 암살을 당해도 이상치 않다는 것입니다. 지켜 줄 모국이 없으니까요.”
“더욱이 민 대감 목에 현상금이 걸렸다는 풍문이 있더군요. 일본이 뒤에서 이를 사주하였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민 대감께서 한동안 두문불출하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
민영익이 버럭 화를 냈다.
하지만 둘은 이 소문을 진즉 입수했기에, 민영익의 반응에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반응이 이상하군요. 처음 들으신 것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
“아시다시피 일본은 현재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민 대감은 상황 폐하의 뒷주머니를 관리하던 외척이십니다.”
일본은 고종의 비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박병준이 이강의 몸에 빙의했던 1907년만 해도, 이용익을 제거하며 일부 고종의 비자금을 회수하지 않았던가?
“민 대감은 그동안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습니까?”
“······.”
“일본은 현재 재정이 궁핍한 상황입니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세입을 어떻게든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민 대감이 관리하던 비자금을 착복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땡큐이지요.”
이번에는 김구가 민영익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민 대감께서 예전에 대한제국에서 건네 온 홍삼을 전매하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저희도 아는 사실인데, 일본이 이를 모르겠습니까?”
고종은 비자금을 만들 때 항상 홍삼을 끼고 만들었다.
조선에서 돈이 되는 상품은 홍삼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홍삼은 왕실에서 독점하던 상품으로 이를 청에 가져다가 팔면 엄청나게 이윤이 남는다.
이것들을 따로 떼어 착복하면 거대한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다.
19세기 말엽에는 민영익이 이를 담당했기에, 안중근과 김구는 이 사실을 거론했다.
“상해나 홍콩으로 망명 온, 상황 폐하의 다른 금고지기들이 하나둘 실종되고 있습니다.”
“민 대감 또한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실 수는 없을 것입니다.”
“······.”
민영익이 입을 꾹 다물며 두 인물을 노려보았다.
어찌나 이를 악물었는지 입에서 살짝 피가 나기도 했는데.
안중근과 김구는 이를 지켜보며 민영익을 더욱더 압박했다.
“그렇다고 머리를 굽히고 일본에 목숨을 구걸하기도 힘드실 겁니다.”
“맞습니다. 아시다시피 본토 곳곳에서 칼춤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많이 잊혔다고 하나, 여흥 민씨 일가를 향한 대한제국 신민들의 반감은 아직도 대단합니다.”
“거기에, 한 가지 사실이 더해진다 생각해 보십시오. 돌아가신 중전마마께서는 대감의 고모셨습니다.”
“중전마마를 누가 시해하였습니까? 바로 일본입니다. 그런 일제의 앞잡이가 된다는 것은······ 사실상 대한제국에서 망나니짓이라고 볼 수 있는 정치적 자살행위를 하는 것이니. 결국, 민 대감이 선택할 마지막 카드는 하나뿐입니다. 미주 이민요.”
한반도 안에서 활동하던 매국노들은 하나둘씩 처단되고 있다.
민영익이 대한제국으로 귀국한 후, 일본에 협조한다면 이완용 이상급으로 욕을 먹을 것이 뻔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그의 안전이 과연 보장될까?
‘불안해하는군.’
안중근과 김구는 매국노를 처단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만약 민영익이 일본으로 망명할 생각을 한다면 상해를 떠나기 전에 그를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지? 자네들에게 뒷돈이라도 조금 찔러 주고 당장 미국으로 향하라는 뜻인가?”
안중근이 이를 거론하며 압박하자, 민영익은 죽일 듯이 두 사내를 노려보았다.
“글쎄요.”
“저라면 사과부터 할 것입니다.”
“사과?”
“예.”
“과거에 잘못했던 것을 묻어 두곤 갈 수는 없지요. 대한제국 백성들에게 이를 사죄해야 할 것입니다.”
“······.”
“그 뒤 전하께 자비를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민 대감께서 살 유일한 길이라고 보는데 말입니다.”
이는 이강의 뜻이기도 했다.
안중근과 김구가 이를 민영익에게 간접적으로 전해 준 것인데.
민영익이 이를 듣고 잠시 고심했다.
“······.”
“······.”
“······.”
5분 정도 방 안에 침묵이 흘렀다.
“내 조만간 다시 연락하도록 하지.”
민영익이 벌떡 일어난다.
안중근과 김구는 결국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역시나······ 오늘은 대답을 듣긴 글렀나 보군.”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저자의 멱을 따고 싶습니다.”
“진정하게.”
안중근이 김구를 만류했다.
“그러면 상황 폐하의 비자금을 맡은 은행만 좋아할 것일세.”
비밀금고는 이를 맡긴 의뢰자가 직접 방문해야지만 안에 있는 물건을 받을 수 있다.
민영익은 분명 이를 이용했을 것이기에, 안중근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고 조언했다.
“소재를 파악했으니 오늘은 그것으로 만족하세나. 자자, 우리도 일어나세.”
* * *
‘민영익이라······.’
여러모로 꺼려지는 인물이 애국단의 레이더에 걸렸다.
‘나라를 망하게 한 민씨 가문의 수장.’
하지만 완전 쓰레기는 아니다.
을사늑약이 체결되자마자 자결했던 민영환만큼은 아니지만.
일본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민영준 같은 매국노와 비교하면 그나마 사람 취급은 해줄 수 있으니까.
‘상해나 광주에서 활동하는 한인 상인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고, 만주나 연해주 지방에서 활동한 독립군들에게 지원 자금을 기부했다고 하기도 했다.’
더욱이 남중국 쪽에 홍삼을 팔며 관련 지역에 유통망을 그자가 파악하고 있다.
더하여 망명하며 남중국 지방 고위 관원들에게 돈을 펑펑 뿌리기도 했기에, 광동성이나 상해 근방에 내부 인적 네트워크를 일부 구축해 놓았을 거다.
단박에 민영익을 죽이면 이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말.
나는 최대한 이를 인수하고 싶었기에, 최대한 그들 회유하고자 했다.
“전하. 전하!”
익문사의 활동 일지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최현우가 급히 내게로 왔다.
그는 떨리는 손을 감추지 못하며 내게 한 가지를 보고했다.
“에델 의왕비께서, 막 진통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그래?”
에델은 현재 그녀의 친정이었던 뉴저지 본가에 가 있다.
예정일보다 빠른 출산이었기에, 나는 급히 떠날 채비를 챙겼다.
“에델! 에델!”
뉴욕에서 뉴저지까지 빠르게 이동했다.
있는 힘껏 자동차를 이용하여 달렸는데, 내가 딱 록펠러 본가에 도착하자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회수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