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05)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05화(205/392)
< 뉴 페이스 (2) >
이른 아침.
아메리카 신탁 본사에 사람들이 집결했다.
뉴욕에서 난다긴다하는 금융인들.
그들은 현재 모두 이강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
“예?”
“기다리기 지루해서 그러는데. 저기, 아래층에서 신문 좀 가져와 줄 수 있나?”
막 면접대기실에 들어선, 앳돼 보이는 젊은 사내를 향해 콧수염이 가득한 중년의 남성이 잔심부름을 요구한다.
이에.
젊은 사내는 손에 들고 있는 방문증을 보이며 자신 역시 같은 면접자라는 것을 밝혔다.
“아! 미안하군. 내 자네가 너무 젊어 보여서 같은 면접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네. 면접 도우미로 착각한 모양이야.”
중년의 남성이 벌떡 일어나며 악수를 청했다.
이는 사과의 의미기도 했기에, 중년의 남성은 아주 정중하게 자기소개까지 했다.
“제임스 질렌할이네. 하노버 은행에서 일하고 있네.”
“조지프 케네디입니다.”
이름만 떡하니 밝히고 가만히 있으니, 질렌할이 살짝 고개를 갸웃한다.
보통 금융인들은 자신의 소속까지 언급하는 것이 관례기에 그런 것이다.
이에 케네디 역시 빠르게 다음 말을 덧붙였다.
“아직 학생입니다.”
“아······.”
여러모로 최약체인 면접자가 면접대기실에 들어왔다.
다들 기다리느라 지루했는데.
한데 모인 면접자들은 잘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화에 껴들기 시작했다.
“케네디?”
“케네디면 아일랜드 쪽 성이 아닌가?”
“그쪽에서 이민 왔나 보군.”
“그나저나 아일랜드면 새빨간, 진저색(Ginger) 머리를 한 주근깨들이 득실한 곳이라 들었는데?”
“맞네.”
“아! 나도 소싯적에 한 번 그곳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먹을 것이라곤 감자 스튜밖에 내오지 않을 정도로 가난했던 곳이었는데 말이야. 지금도 그러나?”
살짝 악의적인 비아냥이 면접대기실에 가득 퍼졌다.
하지만 다들 이를 마치 고급스러운 블랙 유머처럼 포장해 가며 떠들어 댔다.
이 시대.
아일랜드 이민자에 관한 인식이 그랬고, 가톨릭교도에 관한 선입견이 존재하는 상황이었기에.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케네디는 살짝 체념한 듯 반박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들은 계속하여 케네디를 도발했다.
“그나저나 자네 혹시 면접장을 헷갈린 것은 아닌가?”
“그러게. 일반직 직원 면접은 두 개 층 아래에서 진행된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도발이 계속되자, 케네디는 그들의 입을 틀어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피식 웃으며 입을 다시금 떼기 시작했다.
“저 또한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신탁의 새 임원 후보자입니다.”
케네디는 궁극의 비기를 하나 꺼내 들었다.
“이 회사 주인인 이 왕자께서 다 생각이 있으시니, 이렇게 새파랗게 젊은 저를 이곳까지 초대한 것이 아닐까요? 설마 이 왕자께서 아무 생각 없이 저를 합격시켰겠습니까?”
이곳은 면접 장소다.
술집이 아니고.
기다리는 동안 유머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미래 고용인이 될 수 있는 자의 뒷말까지 허용된 곳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
“······.”
여기에 모인 면접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케네디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다시금 면접장이 조용해졌다.
“자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때마침 면접진행자가 대기 장소에 나타났다.
그는 안에 모인 이들에게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라고 권유했다.
“왕자님께서 막 여러분의 면접장에 도착하셨답니다. 개인 소지품을 들고 다들 일어나시지요. 놓고 가시면 분실하실 수도 있으니 나가시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면접진행자는 대기하고 있는 후보들에게 명찰을 나눠줬다.
“아! 그리고. 여기, 명찰들입니다. 면접장을 떠나실 때까지는 이것들을 꼭 달고 계십시오.”
1대1 면접이 아닌 집단 면접이 행해질 것이기에, 이를 배포한 거다.
임원 면접에서 집단 면접이 행해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지만, 미래 고용주의 뜻에 따라야 했기에.
그들은 군말 없이 가슴팍에 방금 나누어 준 명찰들을 달기 시작했다.
* * *
오늘 나는 여러 인물을 만날 거다.
그중 기대되는 인물은 하나였기에, 나는 서류를 뒤적이며 이번 시간에는 누가 들어오나를 확인했다.
‘저기 들어오는군.’
주시하고 있던 인물이 등장했기에, 나는 온몸에 힘을 주며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각자 자기소개부터 시작해 주십시오.”
옆에 앉아 있던 최현우의 진행 발언과 함께 면접자들이 각자 자신의 이력을 내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한 명씩, 한 명씩.
자기소개가 끝나고 제일 끄트머리에 앉은 젊은 청년의 순서가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조지프 패트릭 케네디라고 합니다. 현재 하버드에서 재학 중이며 이번 5월에 졸업할 예정입니다.”
이력 상으로는 제일 꼴찌인 사내.
하버드에 다니고 있긴 하나, 경력은 전무한 놈.
“제출한 서류나 레퍼런스 콜을 통해 그대들의 능력은 대충 파악해 두었네. 나는 그대들에게 딱 몇 가지만 질문할 예정이라네.”
다른 임원 지원자들과 비교해 경력이 떨어지는 이자를 이 자리에 초대한 것은.
원 역사에서 조지프 케네디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투자자가 되기 때문이었다.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그는 올해 졸업해서 내년에 지역 은행 하나를 인수하게 되지. 그것이 대박 나고.’
더욱이 그의 둘째 아들은 가장 젊은 나이에 미국 대통령이 된 사내다.
미남 대통령으로 유명한 그 케네디가 이 자의 아들인 거다.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루스벨트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좋은 인연을 쌓아야 하는 인물 중 하나.
‘더욱이 내 질문에 유일하게 답을 해내기도 한 자지.’
리버모어가 아메리카 신탁을 막 박차고 나왔을 때, 나는 사람들을 뽑기 위해 여러 이력서를 받았다.
그때 아메리칸 신탁은 어찌 대응해야 하냐는 질문을 공통 질문으로 제시했는데.
거의 유일하게 이자만이 공매도보다는 석유 시장에 투자하며 석윳값 상승으로 이익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류에서 컷 당해서 그 당시엔 이를 발견하지 못했지.’
해당 질문에 공매도가 아닌 답을 써낸 이가 있나, 다시금 찾아보라 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조지프 케네디가 우리 회사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나는 케네디와 시선을 교환하며 손깍지를 껴 댔다.
이후 그에게 개인적인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 * *
“이상입니다.”
1년 전.
뉴욕의 금융인들은 죄다 스탠다드 오일의 공매도를 추천했다.
하지만 대학생에 불과했던 케네디는 달랐다.
나는 이에 그가 왜 스탠다드 오일의 주가 상승을 예상했는지 물었다.
진짜로 궁금하기도 했지만, 유일하게 나 말고 케네디만이 이를 예측했다는 것을 여기 모인 면접자들에게도 알려서 그의 명성을 조금이라도 월가에 퍼트리기 위해서다.
“잘 들었네.”
나는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연신 위아래로 끄덕였다.
“대충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인데 말이야. 아, 입장을 반대로 바꿔 보도록 하겠네. 뭐, 더 궁금한 것은 없는가?”
조용하다.
미국인들은 토론 문화가 상당히 발달하여 마구마구 질문을 던질 것 같지만.
그들 역시 사람이기에, 고용주의 눈치를 한껏 본다.
그랬기에 다들 추가 질문을 하지 않겠다는 표정들을 지어 보였는데.
조지프 케네디가 이 적막을 깨고 손을 번쩍 들었다.
“케네디 군. 질문하게나.”
“이 왕자님. 지난해 3월 판결 때문에, 스탠다드 오일이 강제 분할되며 여러 자회사가 생겨났습니다.”
케네디는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어 대며 내게 물었다.
“왕자님께서는 그때 소칼을 인수하였는데 말입니다.”
“그랬지.”
“만약 US 스틸 또한 강제 분할 당한다면, 파생되는 자회사 중 하나를 또다시 인수하실 생각이십니까?”
투자 전략은 함부로 남들에게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자칫, 내가 사고 싶어 하는 물건값이 터무니없이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
‘조용한 것 보소.’
면접장에 모인 이들은 월가에서 다들 힘 좀 쓰는 실무자들이었다.
월가에서 일하는 이들의 입은 깃털만큼이나 가볍기에, 오늘 여기서 한 이야기는 분명 밖으로 새어 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굉장히 신중하게 이야기를 해야 했다.
“뭐, 값만 저렴하게 나온다면야······ 내 고국에선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네. 거저 나온다면야, 인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
이런 질문에는 유머로 넘기는 것이 최고다.
당연한 말로 이를 받아치며 딱히 관심이 없다는 것을 표현해야 했다.
그래야 진짜 인수하고 싶을 때, 값싸게 이것들을 싸게 사들일 테니까.
“아, 진짜로 양잿물을 마신다는 것은 아니네. 그럼 죽네. 다들 오해하지 말게나.”
“하하하. 그렇긴 하지요.”
“설마 왕자님께서 그러시겠습니까?”
한껏 웃음보를 터트린 다음.
여기 모인 이들과 시선을 나누었다.
다행히도 이상하게 오해하는 이는 없어 보인다.
나는 재빨리 입을 떼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추가로 내게 질문할 사람, 있는가?”
조용하다.
진짜로 끝낼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그럼, 오늘 면접은 이만 마치도록 하세나.”
* * *
“이 왕자님.”
“자네는······.”
“조지프 케네디입니다. 조금 전에 면접을 막 봤던, 아메리카 신탁 임원 지원자이기도 했습니다.”
면접은 한참 뒤에나 끝났다.
지원자가 더 있었으니까.
당연하게도 케네디가 집으로 돌아간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래. 기억나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제자리에서 멈췄다.
“집으로 바로 돌아가진 않은 것은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소리군. 그래. 무슨 용무로 날 기다린 것인가? 시간이 있으니, 지금 내게 질문해 보게.”
“왕자님께서는 저를 이례적으로 임원 후보로 선발해 주셨죠. 일단 이 점 감사드립니다.”
케네디가 고개를 꾸벅 한 번 숙인 후, 하던 말을 이어 갔다.
“객관적인 지표로만 보면, 저는 다른 이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낮습니다. 하버드에 재학 중이나, 아일랜드계이고 가톨릭교도니까요.”
부정할 수 없다.
아일랜드 인들은 20세기 초에 하얀 흑인으로 불리며 차별받았으니까.
“결과는 다음 주 중에 나온다고 공지했으나,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왕자님께 묻고 싶습니다. 왕자님께서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흠. 대충은 느낀 모양이군.”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자넨 탈락이네.”
“······.”
“아메리칸 신탁의 신규 임원 자리에는 다른 이를 뽑을 생각이라네.”
“어째서죠?”
“그야 백인이고 명문대를 나왔으며 그의 아버지가 연방상원의원이니까. 아메리카 신탁의 차기 임원으로서 그만한 인물은 드물지.”
케네디가 한껏 실망한다.
나는 이에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너무 실망하지 말게나. 그 대신 자네에게는 다른 자리 하나를 제시해 볼 생각이었으니까.”
“어떤 자리를 제게 제안하실 생각이셨습니까?”
“혹시 케미컬은행이라고 들어 보았나?”
“케미컬은행이요?”
“그래.”
“케미컬은행은 로스차일드 남작이 소유하고 있던 여러 미국의 은행 중 하나가 아닙니까? 뉴욕에 설립된 투자은행 중 역사가 제법 오래된 은행이긴 하죠.”
“그래. 최근에는 스탠다드 오일 공매도 건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보아서, 알짜자산들을 대거 팔며 세가 많이 축소된 상황이지. 내 이주 전에 이를 인수하게 되었다네.”
“왕자님께서요?”
아직 이 소식이 뉴욕 금융계에 완전히 퍼지진 않았기에.
케네디는 놀란 표정을 지어 댔다.
“거기서 자네가 좀 일했으면 하는데······ 첫 시작은 기업 투자 쪽 임원으로 출발하면 되겠군.”
“······.”
“왜? 의아한가?”
“예.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겠지.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이유를 케네디에게 설명했다.
“나는 점령군이네. 남작의 사람들이 아직 즐비한 곳에, 신선한 충격을 줄 필요가 있다네.”
“아······.”
“무엇보다 케미컬은행은 빈 껍데기밖에 남지 않았다네. 명패만 덜렁 걸려 있다시피 한 현재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여론의 주목을 한껏 받을 필요가 있지.”
아메리카 신탁은 스탠다드 오일 지분을 대거 보유했던 사실이 언론에 퍼지며,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투자를 잘하고 있다는 것이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으니까.
그렇기에 굳이 무리수까지 두어 가며 케네디를 고용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케미컬은행은 달랐다.
“그렇긴 하죠.”
“나는 자네를 제2의 리버모어로 홍보할 생각이네. 다들 반독점법 영향으로 스탠다드 오일의 하락을 점칠 때, 자네만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케네디는 살짝 뚱한 표정을 지어 댔다.
놀라서 그러는 걸 수도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걸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나는 부연 설명을 빠르게 덧붙였다.
“아, 혹시 대표 자리를 내주지 않아서 섭섭한가? 자네는 아직 경력이 없기에, 거기까지는 아직 무리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
“내, 그 대신 내 약속하지. 성과를 보인다면 1년 안이라도 대표 자리를 그대에게 주겠네.”
우리 회사 파격 인사 행보는 이미 세간에서도 알아주니까.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리버모어를 내가 픽업하지 않았던가?
케네디 또한 그리 꽂아 버리면 되었기에, 나는 목에 힘을 주며 강조했다.
“우리 함께 시장에 한 가지를 알려 주자고. 돈을 버는 능력은 인종이나 종교 따위가 아닌 미래를 보는 선구안이라는 것을.”
케네디는 이에, 주먹을 꽉 쥐었다.
“물론이지요. 믿고 맡겨 주십시오.”
< 뉴 페이스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