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0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09화(209/392)
< 대서양 저편에서 (2) >
“전하!”
늦은 밤.
최현우가 날 찾아왔다.
“무슨 일인가?”
집무실 소파에 앉자마자 최현우는 속에 담아 두고 있던 말을 쏟아 냈다.
“대형 언론사 사주들이 급히 모건의 집을 떠났다고 합니다.”
익문사를 설립한 후, 수많은 곳을 감시하고 있다.
그중 업무를 개시하면서부터 줄곧 관찰했던 곳은 딱 세 곳.
하나는 워싱턴 백악관이고.
다른 하나는 의회.
마지막은 지금 보고하고 있는 모건의 저택이었다.
“예정된 일정보다 두 시간이나 더 빠르게 파티가 끝난 모양입니다.”
매일 같이 모건의 뉴욕 집에 누가 드나드는가 기록 중이다.
오늘은 주요 인물이 방문하는 상황이기에,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들이 최현우에게 보고되는 중이었다.
수상함 움직임이 포착되자, 최현우는 내게 바로 알렸는데.
이에 옆에서 그의 보고를 같이 경청하고 있던 금고지기 우현식이 고개를 갸웃했다.
“전하, 뭔가 수상합니다.”
“수상하다?”
“예. 모건은 반독점법 판결 관련 예상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저들을 불렀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IMM과 US 스틸은 강제분할되지 않을 것입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말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석윳값 파동 때문에 여론이 바뀌었으니까.
적어도 내가 예상하는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모건의 기업은 분할되지 않을 거다.
“이리 좋은 날에 급히 파티를 파할 이유가 없을 텐데요. 뭔가,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게 된 것일까요?”
대충 언론사 사주들이 무엇 때문에 급히 모건의 집을 떠났을지 예상된다.
하지만 나는 전혀 이를 모르는 척했다.
아직 내게 관련 정보가 보고되지 않았으니까.
“전하! 전하!”
때마침.
익문사를 책임지고 있던 이위종이 오랜만에 우리 집에 들렀다.
선약도 없이 새벽인데도 이리 찾아왔기에.
미래를 알지 못하는 최현우와 우현식 역시 무언가 사태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전하! 대서양에서 큰일이 터졌습니다.”
“큰일?”
“예. 초호화여객선인 타이태닉호가 북극해에서 떠밀려 온 유빙에 부딪혀 침몰하였다 합니다.”
최현우와 우현식은 이제야 뭔가 확실히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댄다.
숨겨져 있던 퍼즐 조각을 발견한 느낌.
그들은 손뼉을 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언론인 사주들이 마치 썰물처럼 모건의 저택에서 빠져나간 것 또한 이 일 때문이겠습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의견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최현우가 먼저 이위종에게 물었다.
“이 국장. 혹시 피해 상황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게······.”
이위종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내가 비로소 나섰다.
“아직 상세한 내용은 입수하지 못했겠지. 시간이 많이 촉박하니까.”
“예. 그렇습니다.”
익문사는 만능이 아니다.
이제 막 사람을 구조하고 있을 텐데, 사상자가 얼마나 되는지 어찌 집계한단 말인가?
“자체적으로 구조선이 존재하기에, 승객들 모두가 바다에 빠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승객 대비 구조선 수가 너무나도 적어서 사상자가 제법 될 것 같습니다.”
“······.”
“더욱이 유빙에 부딪혀 침몰하였다고 하지 않습니까? 수온이 꽤 차가워서······.”
이위종의 분석은 정확했다.
이 시대 미합‘중국’은 참으로 중국다웠다.
안전불감증이 만연했으니까.
‘이로 인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소를 잃지 않고 외양간을 고치면 좋으나, 사람들은 무릇 한번 크게 데여야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일이 그 계기가 되는 사건이다.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거실 한편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전하.”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하던 말을 계속하라고 일렀다.
“이번 일로 모건이 크게 타격을 입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로이드사에 해상 보험을 들어 놔서, 직접적인 손해는 크지 않을 것이나······.”
최현우와 우현식.
둘은 술술 모건이 받을 피해를 예상했다.
나의 재정담당관답게 우현식은 자세한 수치를 들며 현 상황을 분석했고.
최현우는 주로 명망 쪽을 거론했다.
“그가 소유하고 있던 화이트 스타 라인 자체의 신뢰도가 크게 하락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게다가 한동안 피해자 보상도 해야 할 것이니 정신이 없을 것입니다.”
“아! 어쩌면 반독점법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겠습니다.”
이미 머릿속으로 몇 번씩이나 계산했던 내용이다.
나는 이런 것들 말고, 다른 것부터 확인하고자 했다.
“한인들의 피해 상황은 어찌 되었지?”
“예?”
“혹시 모르지 않는가? 한인들은 주로 서부에 정착하나, 동부 쪽에 새 터전을 잡는 이들도 제법 되네. 주로 농사를 짓지만, 일부 깨어 있는 이들은 무역 쪽에 관심을 보이니 한 번쯤 확인해야 할 것이네.”
“······.”
“······.”
우현식. 최현우.
“아······.”
그리고 이위종까지.
다들 나를 갑자기 존경하는 눈으로 쳐다본다.
“가, 가장 중요한 걸······ 저희가 잊고 있었나이다.”
“역시 전하십니다.”
“즉시 파악해 보겠습니다.”
이위종이 서둘러 나간다.
아마 승선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서일 거다.
“전하. 소인이 혀를 잘못 놀렸습니다.”
“돈보다는 사람이 우선인데······ 그걸 까먹다니. 송구하옵니다.”
이위종이 떠난 후.
최현우와 우현식이 고개를 숙이며 내게 사죄했다.
나는 이에 그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뉴욕이라는 도시가 그렇다네.”
“······.”
“······.”
“가장 중요한 것을 잊게 만드는 곳이 바로 여기 뉴욕이니까.”
나 역시도 미래를 알고 있지 않았다면, 내게 얼마나 이익이 될지 주판부터 튕기고 있을 거다.
수백 번.
수천 번.
머릿속으로 혼자 계산을 했기에 이런 여유를 부릴 수 있겠지.
“부디, 큰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군.”
둘은 마치 나를 성인군자 바라보듯이 쳐다보며 감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바로잡고 싶지만 딱히 이를 바로잡을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기에, 일단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저들의 뜨거운 시선을 피해 보기로 했다.
* * *
다음날.
큐나드 라인의 이스메이 회장이 우리 집에 방문했다.
대영제국 해운업계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모건의 IMM에 대항하여 주야장천 영업을 뛰고 있던 인물이었는데.
그는 우리 집에 찾아오자마자 사과 인사부터 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이 왕자님.”
“······.”
“불의의 사고 탓에 약조를 지키지 못하게 되었나이다.”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해서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이트 스타 라인은 모건 소유의 해운사.
타이태닉의 첫 항해는 모건이 야심 차게 준비한 이벤트였다.
거기서.
조심히 운행해야 한다거나 구조선을 더 실어야 한다는 등 어설픈 조언을 해 봐라.
씨알이 먹히겠는가?
‘오히려 나중에 오해 사기 쉽지.’
나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이상한 소문이 돌 수도 있다.
모건이라면 익히 내게 누명을 뒤집어씌울 인간이었기에.
나는 최악을 가정하고 그에게 딱히 조언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만은 그렇지.’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희생자들을 최대한 줄일 방법을 연구했다.
그중 하나가 구조선 파견이다.
‘큐나드사의 카르파티아 호가 타이태닉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선체였지.’
그래서 수를 섰다.
큐나드 사에 특송을 의뢰하며 도착 시간을 당긴 거다.
‘여섯 시간 더 일찍 유럽에 도착하도록 수를 써 놨지.’
미국에서 유럽까지는 약 일주일이 걸린다.
타이타닉의 사고 지점이 뉴욕에서 하루 거리니까.
열추 사고가 난 시점에 큐나드 사의 카르파티아 호가 원 역사보다 더 가깝게 항해를 할 수 있을 거다.
“피해자 대다수가 미국인들이었기 때문에, 이대로 오스트리아로 향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꽤 많은 홍삼을 카르파티아 호에 실었다.
이 시대 여객선은 사람을 실기도 하지만, 짐도 운반한다.
마치 한국 KTX가 특별수송을 함께하는 형식.
평소 각국의 왕실과 연락을 했고.
오스트리아 황태자의 부탁을 핑계 삼아, 내가 가지고 있던 홍삼 특송을 부탁했는데.
구조 활동 때문에 뉴욕으로 돌아와야 해서, 큐나드 사의 회장이 이리 내게 사죄를 하고 있는 거다.
적은 화물량이지만, 꽤 많은 거금을 지불했기에.
이리 저자세로 내게 사과까지 하는 것이겠다.
“비극적인 이야기, 나 또한 오늘 아침에 보고 받았네.”
직접 나서는 방법도 있으나, 모난 돌이 먼저 맞는다고 너무 튀면 오히려 화를 부른다.
‘샌프란시스코 때 이미 한번 구조 활동을 했지.’
보험도 적극적으로 들라고 권유하고.
타이태닉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직접 배라도 구해 인근을 항해하게 명령한다면.
과거의 사건까지 소환되며 내가 예지자이니 아니면 미래를 본다느니 이상한 소문이 돌지도 모르기에 나는 우회하는 방법을 택했다.
나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잔뜩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였어도 그리 결정했을 것이네. 그깟 풀뿌리 말려 놓은 것보다야, 사람 목숨이 우선이니까.”
“이리 이해해 주시다니 감사드리옵니다.”
이런 나의 속마음도 몰라보고, 이스메이 회장이 활짝 웃으며 머리를 긁어댔다.
“오스트리아 황태자께는 제가 직접 사과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세계적인 해운사의 사장이니, 국제적인 인맥 역시 나만큼은 아니지만 꽤 갖춰져 있다.
납품 기한을 지키지 못한 상황을 이쪽 대신 설명해 준다는데.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다.
“뭐 그래 준다면야 나야 좋지. 아······ 구출한 생존자 중에 한인이 하나 타고 있다지?”
“예. 지금쯤 배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입니다.”
“배려해 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동양인이라고 무시당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한인의 위상이 원 역사보다는 살짝 좋아진 것 같다.
모두 다 내 덕분인가?
“듣자 하니 이 왕자님께서 올해 말쯤에 티후아나에 해양학교를 하나 세우신다지요?”
“그렇네만?”
“혹시 저희 회사에서 이를 교육할 기술자를 하나 파견할까 하는데 말입니다.”
큐나드 사의 회장은 내 눈치를 연신 보았다.
비행기를 제조하고 자동차 산업까지 확장한 나다.
차후 많은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나와 친분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현재 큐나드는 모건의 IMM과 경쟁하며 치열하게 점유율 싸움을 하고 있기에.
조금이라도 고객을 더 확보할 목적으로 저리 영업용 미소를 날리는 것 같다.
“그래 줄 수 있겠는가?”
“물론이지요. 저희는 함께 손을 잡은 파트너이지 않습니까?”
“그래. 그렇다면 내 그것도 부탁하겠네.”
* * *
오랜만에 뉴욕항에 들렀다.
‘어휴.’
원래라면 이리 붐비지 않았겠지만, 현재 뉴욕항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피해자들의 가족들.
이들에게 사과를 하러 나온 화이트 스타 라인 본사의 사람들.
그들을 구조한 큐나드사의 직원들.
해양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미국 연방 관리들.
그리고 이를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한데 모조리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 오는 거야?”
“설마 오늘도 안 나타나는 것은 아니겠지?”
오늘은 4월 18일이다.
사고가 난 지 만 3일이 지났다.
본래라면 하루 만에 회항해, 진즉 도착해야 했지만.
타이태닉호의 생존자들을 태운 카르파티아 호는 거북이처럼 꽤 느리게 뉴욕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앞선 사고로 인해 극도로 조심한 항해를 했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유빙이라도 보이면 운행을 멈추고.
짙은 바다 안개가 껴 있으면 속력을 낮추고.
폭풍 때문에 거친 파도가 선체를 흔들면, 이것이 멈추길 기다리고.
이런 식으로 계속 섰다 움직였다를 반복하니, 이리 늘어질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아, 좀.”
“저리 좀 가요.”
서구인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굉장히 중요시한다.
그렇기에, 다들 짜증 섞인 반응을 가득 얼굴에 보인 채 카르파티아 호를 기다렸다.
“어?”
“저 사람······.”
“이 왕자잖아?”
“저 사람이 왜?”
그런 상황 속에서 나의 등장은 기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큐나드 그리고 화이트 스타 라인과 아무런 접점이 없는 내가 왜 이곳에 나왔는지 다들 지방방송을 해 대며 수군거린다.
“어?”
“저기!”
하지만 그것도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
본격적으로 그들이 취재해야 할 카르파티아 호가 보이자.
모든 기자의 시선이 뉴욕항으로 막 접선하는 배로 쏠렸기 때문이다.
“흠흠.”
배가 부두에 접한 후, 가장 먼저 늙은 노신사가 배에서 내렸다.
선장은 굵고 묵직한 목소리로 좌중을 사로잡은 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카르파티아 호의 선장인 아서 로스트론이라고 합니다.”
“승객들은 무사한가요?”
“다들 어떻습니까?”
선장의 등장에 뉴욕항이 기자들의 질문 소음으로 덮여 갔다.
이에 로스트론은 소리를 빽 지르며 기자들의 입을 다물게 한 후, 정중하게 부탁했다.
“구조된 승객들이 지난날의 괴로운 기억으로 많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
“······.”
“다들 궁금하시겠지만, 지금은 그들을 여러분이 보호해 주셔야 합니다. 부디 이점 인지해 주십시오.”
무리한 항해로 물의를 빚은 타이태닉호의 선장과 다르게 아서는 참으로 품위 있는 선장이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고개까지 숙여 부탁한 후, 승객들의 하선을 지시했다.
“엄마.”
“여, 여보.”
구조된 승객들부터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다.
카르파티아 호를 타고 오스트리아로 향하던 이들이 먼저 하선한 후 내릴 것이라고 한다.
기존 승객들은 마지막까지 구조자들을 배려해 준 거다.
“수고가 많았네.”
“저, 전하.”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중간에 보였다.
승선 명단을 입수했고.
이미 얼굴을 알고 있는 이었기에, 나는 재빠르게 카르파티아 호를 내릴 동양인을 얼싸안았다.
“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살아서 돌아왔군. 자네 가족들에게도 연락해 두었네.”
“저, 전하.”
구조된 한인 승객은 처음 하와이에 도착했을 때 정명원과 함께 협회 임시 부대표를 받았던 임정수였다.
합성협회의 간부로서 잠시 영국에 들러서 홍삼 관련 무역 건을 처리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죽을 고비에서 살아나서 그럴까?
임정수가 나를 보자마자 왈칵 눈물을 보인다.
찰칵- 찰칵-
의도치는 않았지만, 주변에 있던 여러 기자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 셔터를 누른다.
가장 앞면에는 나오지 않겠지만, 4면이나 5면쯤에 우리들의 사연이 간략하게 기고될 것만 같다.
“여기 생존자 명단이라는데?”
생존자 명단에는 반가운 이름들이 많았다.
헤이그 평화회의 때 도움을 주었던 영국인 기자 월리엄 스테드도 생존해 있고.
모건과 대척점에 서 있던 여러 뉴욕의 부동산 부호들도 꽤 많이 생존한 것 같다.
‘원 역사보다 일찍 도착해서 그런가? 생존자가 더 많아졌다.’
하지만 제시간에 딱 맞추진 못했기에, 사망자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차가운 대서양 바다에 잠깐이라도 빠지기라도 하면, 쇼크사로 죽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많은 이들이 싸늘한 시체가 된 거다.
“응?”
“모건 주니어는 어디 있지?”
“설마 죽은 거야?”
임정수를 토닥이는 중에도 귀는 계속 열어 둘 수 있었다.
현장에서.
기자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나, 하나도 빠짐없이 이를 경청할 수 있었는데.
아주 익숙한 이름이 자꾸만 내 귀를 간지럽혔다.
“여기 봐. 승객 명단에 분명히 모건 주니어가 있는데, 생존자 명단에는 없다고.”
“제 아들이 죽었는데 이곳에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노회한 기자는 이미 몇몇 정보를 손에 넣었다.
개중에는 출항 날, 표 예매 목록 또한 들려 있었다.
그 기자는 동료들이 다 들을 수 있게 구시렁거리며 이번 사태의 책임자라고 볼 수 있는 모건 부자 일동은 도대체 어디 있냐고 비아냥댔다.
“뭐?”
“모건 부대표가 이번 항해에 그가 승선하지 않았다고?”
“그래. 막판에 마음을 바꿔 먹었다는 소문이 있더라고.”
황색언론들이 가짜 뉴스를 마구마구 쏟아내며 대중들을 선동하던 시대다.
“이거······.”
“잘만 하면 재미난 기사 좀 쓸 수 있겠는데?”
부둣가에서 구시렁대며 불만을 토로했던 기자들.
다들 좋은 먹잇감을 발견한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자신들의 일터로 복귀했다.
아주 맛깔난 재료를 발견했다는 눈빛을 형형하게 드러내면서 말이다.
이후.
뉴욕의 각종 언론사는 타이태닉과 모건에 관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 대서양 저편에서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