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1화(21/392)
< 호구 or 선지자 (3) >
금광 수집가 잭 마일로와 공동 신탁회사를 세운 지, 어언 한 달.
“아직인가?”
“예.”
“알겠네······ 일단 밖으로 나가세나.”
아쉽게도 잭 마일로가 소개해 준다던 ‘아마데오 피터 지아니니’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성격 급한 잭이지만.
제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지아니니 소개를 차일피일 미뤘기 때문이다.
‘대지진 전에 그와 한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내가 지아니니를 애타게 만나려 한 이유는 하나다.
그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확 바꿀 선지자이자 혁신가였다.
이 시대 은행들은 상류층의 전유물.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있는 자들의 재산만을 담보로 취급해 가며 선별적으로 쉬운 대출만을 실행했다.
그것을 현대와 같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전체적으로 개혁한 이가 바로 지아니니였다.
‘뱅크 오브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미래사업소득을 담보로 취급했지. 마치 현대의 은행처럼.’
사람들은 지아니니를 두고 호구라 놀렸다.
소상공인들에게 그렇게 적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면 파산하리라고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지아니니는 대중들의 의구심을 경영 실적으로 불식시켰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으니까.’
그가 세운 뱅크 오브 이탈리아는 나날이 성장했다.
1만 달러였던 초기 자산은 1년 만에 무려 100만 달러가 되었을 정도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현대에서도 아직 그의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을 만큼, 그의 은행은 계속 성장했다.
‘현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상업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바로 그 증거지.’
2008년 금융위기 때.
휘청거렸던 메릴린치를 인수하며 미국 경제를 구제했던, 몇 안 되는 거대한 방파제 중 하나.
이 은행이 바로 뱅크 오브 이탈리아의 후신이었다.
나는 이런 기업을 최초로 만든 창업자를 내 ‘부하’로 만들고 싶었고, 안 되더라도 최소한 ‘동업자’로 두고 싶었다.
“저기 보이는 저곳이 뱅크 오브 이탈리아라고?”
“예. 보스.”
사람을 만나기 전에 그 사람의 취향이나 장단점, 강점과 약점 등을 알아두면 제법 쓸 만하다.
로비스트로 일하며 생긴 직업병.
그렇기에, 나는 항상 새로운 인물을 만나기 전에 사전 조사를 하곤 했다.
지금도 그랬다.
아직 약속을 잡진 않았지만, 나는 미리미리 지아니니를 조사하며 그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흠······.”
멀리 마차 안에서 뱅크 오브 이탈리아가 있는 건물을 바라보다가, 품 안에 있던 서류를 꺼냈다.
아일랜드 출신 삼 형제가 이 근처 술집을 돌며 지아니니에 관해 뒷조사한 자료들이었다.
나는 보고서를 다시 읽으며 지아니니에 관해 분석했다.
“딱히 문제 될 것 같은 일은 하지 않는 바른 청년입니다.”
아론이 내 옆에서 전체적인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다.
옆에 있던 막내 맥스가 제 형의 주장에 동의하며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뽀스. 이 자식 바람도 안 피우고, 제 가족에게 충실합니다. 이탈리아 출신인데 의외로 술도 적게 먹고, 출근도 제때제때 합니다.”
그렇겠지.
내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월가의 위인 중 하나니까.
‘월가 놈 중에선 그나마 멀쩡한 인물이야.’
로비스트 활동을 하며 제일 많이 만난 건 당연히 월가 놈들이었다.
노조도.
곡물 협회도.
제약 기업도.
방산 업체도.
다들 우리를 찾지만,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고.
월가 놈들만큼 로비스트 업계에 돈을 많이 쓰는 인간들도 없었다.
‘내 그놈들만 생각하면······.’
그들과 어울리며 참 못 볼 꼴들을 많이 보았다.
일반인이라면 단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을 일들이 그놈들과 함께 다니면 펑펑 터져 댔으니까.
비단 뉴스에 흔히 나오는 성, 마약, 금전, 여자 문제만이 아니다.
경쟁회사 도청은 기본이고 폭력, 사기, 살인 등.
아주 다양한 일들이 많았다.
온갖 진상들을 너무나도 많이 만나서, 뉴욕만 떠올리면 지금도 아주 치가 떨렸다.
“뽀스.”
“말하게.”
“지아니니 그놈. 다 좋은데······ 입이 좀 걸다고 합니다.”
뭐, 지아니니도 잭처럼 밑바닥부터 시작한 인생이니까.
거칠게 살다 보니 입 또한 거칠 수밖에 없을 거다.
‘지아니니의 일화는 유명하지.’
곧 세워질 연방준비은행장 의장에게도 화끈하게 거친 말을 날릴 정도로, 지아니니는 입에 욕설을 달고 살았다.
“소문으로는 골드킹보다도 더하다는데 말입니다.”
현대인으로 살 때, 숱하게 많은 금융계 인물들을 만났다.
말이 험한 정도는 주의해야 할 축에도 속하지 못했다.
“아, 그리고 성격은······ 어떤 면에서는 뽀스와 좀 닮은 것 같기도 한데 말입니다.”
“응?”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맥스는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이 보았던 것을 말해 주었다.
“지아니니는 공동체를 아주 중요시합니다.”
“공동체?”
“예. 그자도 이탈리아계 이민자 출신이라 그런지, 같은 고향 사람들끼리는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매일같이 강조하고 다니는 듯합니다.”
하와이에서 합성협회를 만들며 나 또한 모두 성공하자는 신조를 정면에 걸었다.
지아니니도 비슷하게 활동하는 것 같았다.
“동향 사람들에게 사기 치는 놈은 끝까지 따라가서 복수한다고 고래고래 성을 내고 다녀 일부는······ 그를 두고 마피아라 부르기까지 합니다. 물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대 미국에서야 이탈리아나 아일랜드 계열도 백인으로 취급하지만, 지금은 좀 달랐다.
미국에 먼저 온 앵글로색슨 계열 이민자들은 이탈리아계, 아일랜드계 이주민들을 두고 ‘하얀 흑인’이라 비하했다.
그들을 사람처럼 취급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으니, 재미있지 않은가?
백인 내에서도 계급이 있다니.
‘그런 이탈리아 이민자들보다 우리는 더 못한 취급을 받고 있지.’
아무튼, 똘똘 뭉칠 수밖에 없겠지.
소수민족인 이주민이 살아남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을 테니.
“그들도 역시 차별받고 있으니 함께 으쌰으쌰하자는 뜻이겠지. 뭐, 그런 면만 놓고 보면 나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군.”
“그렇죠? 역시 제 눈은 틀리지 않습니다.”
맥스가 밝게 웃었다.
나는 그런 맥스를 향해 몇 가지를 더 물어보다가 이내 집으로 이동하고자 했다.
“아, 근데 보스. 방금 근처에 있던 건물, 지난번에 보스께서 막 사들인 건물 중 하나 아닙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론이 새로 사들인 건물을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그렇지.”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런데 말입니다. 저 건물은 왜 사신 것입니까? 솔직히 보스께서 사들이신 다른 건물은 제 머리로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데 말입니다. 저건 도저히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 나는 마부에게 잠시 멈추라 명한 후, 팔짱을 꼈다.
그 후, 아론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이쪽은 시내 중심가지만, 시립교도소 인근이네.”
“맞아요. 교도소가 있지요.”
맥스가 껴들었다.
나는 아론과 맥스, 둘을 번갈아보며 하던 말을 이어갔다.
“자네들은, 교도소 때문에 이 건물이 별로라 생각하는 걸 테지. 맞나?”
“예. 그렇습니다.”
“그렇지요. 뭔가 꺼림칙하잖아요.”
“나는 미래에 협동조합을 하나 차릴 것일세. 뭐, 은행을 하나 창립할 수도 있고.”
“혀, 협동조합? 은행이요?”
“그래.”
내가 손가락을 튕기며, 시립교도소 인근이 얼마나 유망한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찌 되든, 두 사업체는 돈을 굴리는 곳이네. 당연하게도 강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
잠시 허리춤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이때쯤 지나가겠군.”
아론과 맥스의 눈이 커졌다.
“저, 저자들은······.”
내가 방긋 웃으며 답했다.
“그래. 경찰들일세.”
“······.”
“······.”
“인근에 교도소가 있기에······ 경찰들은 수시로 이곳을 순찰하고 있지. 만약 탈옥이라도 했다간 이 도시가 발칵 뒤집힐 테니까.”
“오호······ 그러니까 다른 건 몰라도, 은행을 세우기에는 이곳이 딱이란 말씀이시군요.”
“맞네.”
“그런 깊은 뜻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이 인근의 환경을 유심히 관찰하지 않는다면 모를 수도 있지.”
이것도 이유가 되긴 하지만, 말해 주지 않은 것도 있다.
시내 중심에 있지만, 이 허름한 구시가지는 대지진에 전부 불타 버린다는 것.
‘그때 재개발을 하며 몰라보게 환경이 바뀌지.’
아, 물론 저 교도소는 불타지 않는다.
다른 건물처럼 목제 건물도 아니고, 인근에는 보안 때문에 건물이 바짝 붙어 있지도 않아서 화재에 피해가 전혀 없었다.
‘재개발되어 확 바뀐 이 땅에······ 은행들이 입점하게 된다. 아주 비싼 임대료를 내고 말이야.’
그때 땅값이 한번 뛴다.
그리고.
차후.
시간이 좀 흐르고 치안이 확보된 후, 민원 때문에 시립교도소는 시외로 이전하게 된다.
그때, 땅값이 한 번 더 뛴다.
“보스. 도착했습니다.”
아일랜드 삼 형제의 경호를 받으며 집으로 들어오자, 최현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기쁜 소식과 함께.
“전하. 지아니니 측에서 드디어 연락이 왔습니다.”
* * *
내일 전설적인 인물을 만나러 간다.
미팅 전, 나는 그를 마지막으로 분석했다.
‘그가 내 밑에서 일하면, 금융 분야는 그에게 일임할 수 있을 텐데.’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지아니니에겐 확고한 경영철학이 하나 있다는 점이다.
‘한 사람에게 경영권이 집중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전신이었던 뱅크 오브 이탈리아.
그곳의 주주 가운데 초기 발행 주식 3,000주 중 100주 이상을 가진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창업주 지아니니도 현재 딱 99주만 가지고 있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이를 경계했어.’
기존 은행 시스템의 불신 때문이겠지.
지금쯤이면 JP 모건 그 자식이 혼자 다 해 처먹고 있을 테니까.
‘적어도 금융산업 만큼은 한 사람에게 좌지우지되면 안 된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지.’
지아니니의 평생 경영 원칙.
이걸 단번에 바꿀 순 없을 거다.
아니, 때려죽여도 안 된다.
현대에도 구전될 만큼 유명한 일화이기 때문이다.
‘협박이 먹힐 만한 인물도 아니고.’
강제로 묶어 놓으면 눈치 봐서 다른 곳으로 튈 놈이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자. 둘 다 만족할 방안을.’
머릿속으로 문장과 화살표를 그리며 생각했다.
『나는 돈을 벌고 싶다.』
『하지만 지아니니는 내가 대주주가 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테다.』
동시에 이를 만족하려면 어떤 기교를 부려야 할까?
‘아! 그 방법이 있겠군.’
그래. 우선주를 발행하면 되겠네.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배당을 따박따박 챙기는 그 우선주.
현대에도 많이 있지 않던가?
‘구글이 대표적인 예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세 가지 종류의 주식을 발행했다.
창업주가 가진 알파벳 B를 제외하면 알파벳 A와 알파벳 C가 거의 같은 비중으로 시장에 풀려 있는데, 그중 알파벳 C는 경영 참여권이 없는 우선주였다.
‘심지어 가격도 비슷하지.’
나는 돈만 벌면 된다.
적은 돈을 투자해서.
미래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우선주를 전주 쓸어올 수 있다면, 내게는 더 큰 이득일 거다.
어차피 경영 지식도 없는 내가 은행을 새로 만들어 운영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고.
잘하는 놈에게 그냥 맡기면 되지 않겠나?
‘굳이 똥물 묻힐 필요가 없지.’
지아니니의 경쟁자는 기존 은행들이 아니고 고리대금업자들이다.
이들은 보통 독한 놈들이 아니었기에, 괜히 내가 위험하게 전면에 나설 필요가 전혀 없다.
‘수틀리면, 대공황 때 후르르 짭짭 먹어 버리면 되지.’
그때는 아무도 무사하지 못할 테니까.
미래를 알고 있는 나만이 현금을 준비하며 빅세일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 * *
지아니니를 만날 생각에 나는 밤을 설쳤다.
새벽이 될 때쯤에 겨우 잠들 수 있었는데, 그 때문에 나의 다음 날 아침은 참으로 바빠지게 되었다.
다행히도 뱅크 오브 이탈리아에 제시간에 도착했다.
“아이고, 왕자님! 어서 오십시오.”
지아니니는 밖으로 나와 나를 맞이했다.
“아마데오 피터 지아니니입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흠······.
이탈리아 출신들은 다 그런가?
지아니니의 첫인상은 잭 마일로와 굉장히 비슷했다.
성격이나 행동이 뭔가 꾸미지 않고 호탕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초다웠다.
“이강 왕자라 하네. 만나서 반갑네.”
“FXXX. 이런 누추한 곳에 귀하신 분이 오시다니······ 집에 가면 제 아들놈에게 자랑 좀 해야겠습니다.”
초면에 F word를 내뱉다니.
이거, 들은 대로 잭 마일로보다 더 화끈한 놈일세.
“이쪽입니다.”
지아니니는 내 팔을 잡아끌며 은행 접견실 안으로 데리고 가더니 소파에 앉게 했다.
그러곤 큰 소리로 자신의 부하들을 찾았다.
“아따 애들아, 뭐 하냐? 귀한 분 오셨는데 퍼뜩 커피 한잔 내오지 않고.”
“예. 형님.”
마피아처럼 생긴 은행원들이 지아니니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사라졌다.
그 후 1분 정도가 지났을 때, 덩치 큰 은행원들이 내게 다시 커피를 내왔다.
“하하! 왕자님. 제 동생들이 눈치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아······ 혹시 커피 안 좋아하시는 것은 아니죠? 지금은 낮이라 커피를 내오라 했는데, 혹시 술이 당기십니까? 그럼 동생들에게 폭탄주 한잔 말아오라 할까요?”
진짜 언행만 보면, 마피아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이전에 맥스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면 안 돼.’
저래 보여도, 이자는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서부를 제패하는 은행장이 된다.
10년이 더 흐르면 미국에서 2번째로 큰 상업은행의 대표로 또다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흐음······ 왕자님과 함께 마셔서 그런지, 씨발 커피가 존나 그레이트합니다. 아뜨뜨······.”
뜨거운 카페라테 향을 잠시 맡던 지아니니가 이내 단번에 쭉 들이켰다.
역시.
첫인상대로 성격이 보통 화끈한 게 아니었다.
“아! 왕자님. 잭 그놈에게 들었습니다. 왕자님께서 돈이 좀 필요하시다고요? 그래, 얼마가 필요하십니까?”
그래도 사업 이야기를 할 때는 좀 진지해 보였다.
지아니니가 눈빛을 번쩍이며 내게 물었다.
“저희는 담보보다는 미래 소득을 고려하며 대출합니다. 왕자님께서 벌이시는 사업이 어떤 것이 있는지 제가 알려주시면 우리 은행에서 빌려드릴 수 있는 대출 금액을 당장 이 자리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지아니니가 준 커피를 홀짝이다가 조심스레 오늘 온 목적이 대출 때문이 아니라는 걸 밝혔다.
“나는 그저 자네를 소개받고 싶었을 뿐이네. 잭 그자가 또 섣부르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나 보군.”
“예? 어쩐지······ 빌어먹을 잭, 그놈. 헛소리했군요. 하긴, 왕자님께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내로라하는 갑부실 텐데. 제게 돈을 빌릴 이유가 없죠. 씨벌. 괜히 얼마 준비해야 하나 어제부터 겁냈네.”
“······.”
“생각해보니까 짜증 납니다. 그 이야기 때문에, 금고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했는데 말입죠. 하! 잭, 그놈의 새끼. 엉덩이를 차버릴라. 하하하. 제 입이 좀 거칠죠. 죄송합니다.”
욕지거리를 한참 늘어놓던 지아니니가 내게 사과를 했다.
괜찮다고 하자, 잠시 잡담을 늘어놓다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런데······ 저 같은 놈은 왜 보자 하셨습니까? 대출도 필요 없으시다면 딱히 저를 만나실 이유가 없으실 텐데······ 아······ 설마 제 마누라 막냇동생 때문입니까? 하긴 비올라가 겁나 이쁘긴 하죠.”
“오해가 자꾸 생기는군.”
비올라가 얼마나 이쁜데······.
이강이었다면 단번에 그리 물어봤겠지.
하지만 나는 참았다.
자칫, 지아니니의 눈이 뒤집힐 게 분명해 보였기에 나는 오늘 오게 된 목적을 말했다.
“그대 성격도 화끈해 보이니, 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내 자네에게 투자를 좀 하고 싶네. 한 십만 달러 정도 먼저 투자해 볼까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 호구 or 선지자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