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12)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12화(212/392)
< 보헤미안 in 뉴욕 (1) >
대법원의 강제 분할 명령이 떨어진 지, 일주일.
모건은 기자 회견을 열고 IMM과 US 스틸의 향후 분할 계획을 설명했다.
“축하하네.”
이 소식을 듣고 수많은 인물이 기뻐했다.
모건의 정적들은 수백, 수천에 이를 만큼 많았으니까.
“근 일 년만인가? 모건, 그놈의 손에 넘어갔던 오하이오 석유회사를 되찾은 지가?”
가장 기뻐한 자는 내 주변에 있었다.
록펠러는 지난날, 원한을 곱씹으며 비릿한 미소를 보였다.
“일 년 조금 안 됩니다. 정확히는 344일하고도 6시간 정도 걸렸네요.”
“그, 그래?”
록펠러는 하루하루, 시각까지 재며 그 날짜까지 세고 있었다.
‘이날을 고대하고 있었나 보군.’
록펠러를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자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해할 거다.
애쏘나 소코니도 아니고.
스탠다드 오일에서 파생된 작디작은 회사에 왜 저리 집착하냐고 머릿속에 물음표를 그리겠지.
하지만 조금만 그 내막을 안다면, 더는 조롱 섞인 비아냥을 입 밖에 꺼내지 못할 거다.
‘재벌들에게 있어서 자신이 소유했던 회사는 그들의 장기와도 같다.’
이 시대 성공한 자수성가 자본가들은 평생 먹고 자는 시간까지 줄여 가며 기업 활동에 매진한다.
진짜로.
자식 키우는 것처럼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기업을 성장시키는데.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자신의 분신을 만드는 행위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미국의 상당수 부자는 사후에 자식들이 아닌 전문경영인들에게 이를 맡긴다.’
도덕적 의무감?
이런 것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죽은 다음에도 제 분신이라고 볼 수 있는 기업이 영원히 존속되게 하려고.
좀 더 뛰어난 놈에게 경영권을 물러주는 것이다.
‘모건은 그런 록펠러의 석유회사 중 하나를 빼앗았다.’
그러니 록펠러의 눈이 저리 뒤집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당하게 기업을 사들인 것도 아니고.
록펠러가 약한 틈을 타서, 냉큼 적대적 인수를 해 버리지 않았던가?
“그나저나 자네, 이리 좋은 소식 앞에서도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군.”
“이 왕자님.”
록펠러는 무표정한 자신의 얼굴을 유지하면서 내게 읊조렸다.
“제, 표정이 이래서 그렇지 저 지금 사실 되게 신납니다.”
“······.”
“사실, 모건 그놈과 같이 천천히 말라 죽을 생각도 해 보긴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러기엔 제시간이 너무나도 아깝더라고요.”
“그래?”
“예. 요즘에 가난하지만 능력이 출중한 아이들을 후원하면서부터 새로운 재미가 붙어서 그런가 봅니다. 자선 사업이 이리 재미날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록펠러는 한참 지난주에 후원했던 아이들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그는 이내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사업 이야기를 다시금 꺼냈다.
“이 왕자님. IMM이 소유하고 있는 파나마운하 지분 말입니다.”
옛말에 업보는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모건 역시 자신의 피 같은 기업들을 록펠러에게 반대로 매각해야 했다.
“모건이, 이 왕자님께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 들었는데 말입니다. 왕자님께서는 어느 정도까지 지분을 인수하실 생각이십니까?”
IMM은 부실 덩어리지만, 그 안에는 알짜 자산들도 상당했다.
그중 하나가 파나마운하다.
이집트에 설치된 수에즈 운하와 함께, 가장 수익성이 좋다고 볼 수 있는 수운 시설.
내년 초쯤 완공되는데.
상선이나 여객선으로 미국의 동부와 서부를 오가기 위해서는 이 운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렇기에 돈 좀 있는 이라면, 누구나 탐을 낼 수밖에 없는 자산이 바로 파나마운하였다.
“모건이 파나마운하 지분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더라? 다 합쳐서 한 55% 정도를 가지고 있던가?”
“그보다는 살짝 많습니다.”
나는 팔짱을 끼며 록펠러가 말한 숫자를 반으로 나눴다.
“자네가 절반 정도를 인수하게.”
록펠러 또한 파나마운하에 상당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한 10% 정도.
내가 제시한 지분을 그가 인수한다면, 전체 지분의 1/3 정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 왕자님께서 나머지 절반을 인수하실 생각이십니까?”
나 또한 5% 정도 가지고 있었다.
1907년.
금융위기가 미국에 닥쳤을 때.
모건의 제안으로 조금이지만 일부 지분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아니. 나는 남은 것에 반의반만큼만 인수할 생각이네.”
기존에 가지고 있던 5% 지분에.
13% 정도를 인수하면 18% 정도가 된다.
록펠러가 딱 33% 가지게 될 것이니.
둘이 합쳐서 51%.
과반을 점유하게 되는 것이다.
“다 빼앗아 가면 모건이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까. 어느 정도는 남겨두어야 운하는 건들지 않을 것일세.”
남은 13%의 지분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아예 다 사들이면.
모건이 콜롬비아나 멕시코 반군 쪽에 사람을 보내 파나마운하 운영 방해를 사주할 수도 있었기에.
소수 지분은 그의 손에 남겨 줄 생각이었다.
록펠러 역시 내 의도를 단박에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나저나 모건은 이 사태를 통해서도 뭔가 배운 것이 없나 봅니다.”
록펠러가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신문 기사를 바라보며 힐긋 곁눈질했다.
나 또한 고개를 돌려서 잠시 기사의 제목만 읽어보았다.
『JP모건, 대법원의 판결 수용키로. US 스틸. 기존대로 패더럴 스틸과 카네기 철강으로 분할 예정.』
『IMM 경우 막대한 적자 때문에 트러스트 해산까지 고려 중인 듯.』
『모건, 일선 후퇴는 없다? 대법원판결 이후에도 모건 사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듯.』
여러 신문 중 가장 밑에 놓인 신문의 기사가 내 눈에 들어왔다.
이를 살짝 정독하자, 록펠러가 그에 관한 감상평을 늘어놓았다.
“대표직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죽을 때까지 욕만 먹다가 지옥에 갈 것 같습니다.”
동의한다.
수많은 성공한 1세대 기업인들이 그렇지만, 모건 역시도 똥고집을 아주 거하게 부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제 별명답게 행동하는군.’
사람들은 모건을 두고 그의 이름 대신 뉴욕의 통제광이라고 부른다.
JP모건은 자신의 손에 결정권이 항상 있어야 했다.
천성이 그랬다.
모든 걸 쥐고 휘둘러야지만, 그 더러운 성격이 한결 누그러지곤 했으니까.
‘건강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던데······ 저러다가 진짜 훅 갈 텐데.’
뭐, 내 알 바인가?
모건 주니어나 그의 아들은 헨리는 몰라도.
모건과는 그리 막역한 사이가 아니기에, 대충 이 선에서 관심을 끊으려고 했다.
록펠러 또한 내 생각을 읽었는지 화제를 전환했다.
“아, 최근에 왕자님 회사에서 생산하는 전투기인가 폭격기인가 하는 기물이 그리 유럽에서 인기라면서요?”
록펠러의 말대로 리&라이트 사의 전투기와 폭격기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즉시 팔려 나가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발칸 반도의 여러 소국 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주변에서 언질 주더군요. 그, 오스트리아의 황태자도 홍삼을 자꾸 거론하며 왕자님과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는 것 또한 그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야 대놓고 전투기 이야기부터 하면 없어 보이니까.
유럽 상류층들은 21세기 중국인들만큼이나 체면을 중시한다.
그렇기에 그들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이 되어 버린 최상급 대한제국제 정품 홍삼을 언급하면서, 나와의 소통 통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흠.”
나는 들고 있던 신문을 젖히기 시작했다.
이내 국제면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유럽의 상황이 자세히 적혀 있는 기사 하나를 록펠러에게 넘기며, 하던 말을 이어 갔다.
“주변 정찰은 물론이고 전장에서 원거리 공격에도 쓰이니까. 더욱이 유럽은 전쟁 중이지 않은가?”
록펠러는 내가 건네 준 신문 기사의 비평 만화에 한번 쓱 눈길 주더니, 혀를 차기 시작했다.
“그렇죠. 한 해도 조용한 날이 없을 만큼 유럽은 시끄럽습니다.”
“그래. 작금의 유럽, 그중에서도 남유럽은 화약고와 다름없는 곳이지.”
세계대전이 발발하지도 않았지만, 지금도 유럽에서는 총탄이 오가는 중이다.
‘이탈리아와 오스만이 싸우고 있지?’
비단 이 두 나라만 싸우는 것이 아니고.
올해 말쯤에는 발칸 반도에서 또 다른 전쟁이 발발한다.
몬테네그로를 시작으로 불가리아, 세르비아, 그리스가 또다시 오스만과 한바탕 싸우며 남부 유럽에 전운이 다시금 끼기 시작할 거다.
‘프랑스나 독일, 영국과 같이 체급이 큰 나라들의 전쟁이 아니지만······.’
본래 싸움은 이런 덩치 큰 어깨들보다 소위 말하는 ‘좁밥’들끼리 싸울 때가 더 치열하고 피 튀긴다.
좁밥 나라들 다섯이 참전하는 전장.
후대 역사가들은 이를 두고 ‘발칸 전쟁’이라 명했다.
‘더욱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에 걸쳐서 싸우지.’
그래서일까?
발칸 전쟁은 세계대전의 축소판이자 예고편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도 저와 왕자님 자산이 몇 개 존재하는군요. 전에, 로스차일드 남작에게서 사들인 유전만 해도 그렇습니다. 여기, 루마니아에 있지 않습니까?”
모건이 파나마운하 일부 지분을 내게 넘겨 줬다면, 로스차일드 남작은 케미컬은행과 루마니아 유전 일부를 건넸다.
록펠러는 이를 언급하며, 최근 그의 회사에 제시된 새 제안을 언급했다.
“독일 놈들 말입니다. 자기들이 보기에도 요새 좀 불안한지, 장기 계약을 운운하며 시세보다 비싼 값에 루마니아 유전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전량 수입하고 싶다고 제안했습니다.”
“소칼에도 비슷한 공문이 왔네.”
“그렇다는 것은 왕자님께도 다우닝가에서 사람이 방문했다는 뜻이겠군요.”
“그럼.”
칼만 안 들었을 뿐이지, 영국과 독일은 지금도 조용히 물밑에서 싸우는 중이다.
특히나 영국은 독일이 어떻게든 약해질 수만 있다면, 온갖 태클이란 태클은 다 걸고 다녔다.
루마니아 유전에서 생산되는 석유 수입을 방해하는 행위 또한 그 일환.
“흠······ 자네는 어찌할 생각인가?”
“그야.”
나의 물음에 록펠러는 잠시 숨을 고른 후,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던 말을 꺼냈다.
“돈 많이 주는 곳과 손을 잡는 것이 낫겠지요?”
“그래?”
“예. 우리가 남작처럼 영국인도 아니고. 영양가 하나 없는 다우닝가의 명령을 들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그렇지.”
소칼과 애쏘는 미국 회사다.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중립을 고수할 수 있는 처지란 말.
어느 편에 석유를 대든 돈 많이 주는 쪽에 이를 퍼줄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떼돈을 담을 시기가 오고 있군.’
세계대전이 코앞이다.
하루빨리 이에 대응해야겠지만, 그에 앞서 중요한 일 한 가지를 마무리해야 했다.
나는 이를 생각하며 다음 장소로 향했다.
* * *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어느 고풍스러운 별채.
나는 지금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이고. 이 왕자님. 어서 오십시오.”
나를 격하게 환영하는 이는 랜돌프 허스트였다.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언론재벌로 현재 그는 전성기를 맞이하는 중이다.
뉴욕의 터줏대감인 JP모건을 연일 난타하고 있었으니까.
뉴욕의 자본가들은 다들 허스트에게 ‘밉보이지 말아야지’ 하며 몸을 움츠리고 있다.
‘잔뜩 기세가 올랐군.’
난다긴다하는 모건을 저리 망신 줬으니, 허스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도 했다.
자본가보다는 언론인의 전성시대.
적어도.
타이태닉 사고 규명을 위한 청문회 때까지는 이러한 형세가 지속하리라.
“이쪽입니다. 이 왕자님.”
“안녕하십니까?”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모임에 참석한 이들의 면면들을 확인했다.
죄다 예전에 한 번씩 만나 보았던 얼굴들이었다.
“요새 통 저희 클럽에 방문해 주시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이리 동부까지 넘어왔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보헤미안 클럽에서 죽돌이 생활을 하며 카드나 쳤던 이들.
선거철이 다가와서 그런가?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그 결과를 알고 싶어서 그런지, 다들 동부로 잠시 여행을 온 듯했다.
“요즘 IMM 공매도로 돈 좀 버셨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왕자님께서는 참으로 돈복도 많으십니다.”
“맞습니다. 케미컬은행에 새로이 임명된 신임 본부장이 그리 실력이 좋다면서요?”
“그, 이름이 뭐였더라? 캐디? 아아, 케네디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역시나 뉴욕 물 좀 먹었다고.
냅다 돈이야기부터 꺼낸다.
속물들처럼 보이긴 했으나, 깨끗한 강물처럼 그들의 욕망이 투명하게 보였기에 나는 오히려 이런 이들이 좀 더 상대하기 쉬웠다.
“이 왕자님.”
“이번에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말입니다.”
“누가 차기 대선 후보가 될까요?”
다음번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는 가는 정말이지 중요하다.
딱 한 놈.
그 한 놈 때문에 정책의 방향이 엄청나게 달라지거든.
찰나의 순간도 기다리지 못하고.
내가 앉자마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어찌 되었든 지금 나와 록펠러는 한배를 탄 동지니까.’
900여 명에 달하는 선거인단 중 우리를 추종하는 이들이 상당수 존재했기에.
다들 우리 파벌은 어느 쪽에 배팅하고 있냐 묻는 것 같다.
“어! 자네.”
“어서 오게나.”
그때였다.
질문에 대한 답을 채 하기도 전에, 새로운 맴버가 허스트의 집에 나타났다.
“카드 게임 하는 곳에, 자네가 나타나지 않는 게 이상하지.”
“그래. 오늘은 판돈 좀 준비했는가?”
“재미난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되려고 하는 모양이로군.”
“맞네. 이쪽에 앉게나.”
주변에서 하는 말만을 들었을 때, 지금 막 이 자리에 도착한 이는 도박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 여기 계신 분은 이강 왕자님일세. 자네도 잘 알 거야. 아메리칸 신탁의 실질 소유주시네.”
아주 남자답게 잘생긴 남자가 손을 쭉 내밀며 내게 악수를 청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이 왕자님.”
“반갑네.”
사내는 미소 지으며 내게 자신을 소개했다.
“워런 하딩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 왕자님.”
< 보헤미안 in 뉴욕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