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1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13화(213/392)
< 보헤미안 in 뉴욕 (2) >
이강의 몸에 막 빙의했을 때, 나는 몇 가지 중요한 역사적 기록들을 수첩에 적어 두었다.
그중 제일 위에 작성한 정보는 바로 미국 역대 대통령의 이름들이었다.
‘190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당선인들의 명단을 하나도 남김없이 꽉 채웠지.’
굉장히 쉬울 것만 같지만, 이 작업 역시 순탄치는 않았다.
중간에 있는 한 인물 덕분이다.
일순간 딱 한 놈.
한 놈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나는 한동안 머리를 싸맨 채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그놈이 바로······.’
워런 하딩이었다.
우드로 윌슨과 캘빈 쿨리지 사이에 껴 있었던, 역대급으로 인기가 없었던 대통령.
‘외모 하나로, 정확히는 잘생긴 얼굴과 간드러진 목소리 하나로 미 행정부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놈이지.’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법조 지식이 해박하거나 기업을 성공리에 성장시키거나,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오거나 하는 등.
적어도 한 가지는 특출난 능력을 갖춘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워런 하딩은 그런 능력이 진짜로 하나도 없었다.
오직 얼굴.
대통령 할 만한 잘생긴 외모 덕분에 그 자리에 올랐던 거다.
‘아! 간과한 게 있군.’
[운]도 능력이면 능력이니까.얼굴 말고 다른 한 가지 내세울 점이 더 있네.
‘하늘이 도운 놈이다.’
공화당 내 두 파벌 세력이 열심히 싸우다가 도저히 결판이 안 나서, 제삼자를 대통령 후보로 세우는데.
그때 이 혜택을 본 자가 바로 내 앞에 있는 이자였다.
본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할 수도 있었지만, 기가 막히게도 1920년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여성 참정권이 최초로 부여된 선거.
잘생긴 얼굴 때문에 하딩은 여성 유권자에게 몰표를 받았고.
그 덕분에 그는 손쉽게 아무 능력 없이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런 워런 하딩이, 지금 내 앞에 있다.’
후버나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앞선 두 인물을 처음 만났을 때는 ‘우와! 미래에 대통령이 될 거목들이 내 앞에 있다니!’ 하는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 하딩을 보면서 드는 감정은 ‘이자가 왜 이 자리에 있을까?’였다.
‘이번에도 운이 좋게, 이곳에 방문한 것일까?’
아닐 거다.
내 머릿속에 다른 인물의 얼굴이 빠르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자겠군.’
워런 하딩의 오랜 후원자인 정치 로비스트 ‘해리 도허티’.
그가 수를 쓴 것 같다.
‘지금 최고로 잘 나가는 허스트도, 뉴욕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력을 소유한 나 또한 이 자리에 참석한 상황이니까.’
눈도장을 찍어 둘 생각이구나.
2년 뒤.
1914년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하딩은 도전장을 내밀 것이니까.
원 역사대로라면 그는 상원의원에 당선될 것이고, 1920년에 대통령 선거에 나올 거다.
그렇기에.
워런 하딩 옆에서 찰싹 붙어서 그의 정치 커리어를 코치해 주고 있던 해리 도허티가 이 자리에 가라고 떠밀었겠지.
‘뭐, 나야 좋지. 하딩의 얼굴을 익혀 두는 것쯤이야 나쁘지 않으니까.’
하딩은 미국의 여러 정치인 중 역대급으로 무능한 인간이다.
미국엔 재앙이 될 인물.
하지만 내게는 오히려 득이 될지도 모르는 놈이다.
‘만약에 내가 이자의 최측근이 된다면, 암막 뒤에서 그를 쉬이 조종할 수 있을 거다.’
뭐, 그를 개인적으로 조종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워런 하딩의 당선은 그의 개인적 역량 때문이 아니라, 공화당 파벌들의 나눠먹기식 밀실 합의 때문이다.
정치적 기반이 전무한 자다.
그 말은 즉, 하딩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공화당 주요 세력들은 자신들이 사전에 할당받은 만큼 권력을 나눠 가지게 된다.
제 사람들을 하딩의 내각 일원으로 쓱- 밀어 넣을 수 있다는 말이다.
‘국무장관 자리에 내 사람을 앉힐 수 있다면······.’
그리된다면.
1920년대.
미국 쪽 외교 파트를 내가 장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본을 압박할 또 다른 카드를 한 장 손에 쥐게 되는 셈.
‘후버’나 ‘프랭클린 루스벨트’와는 살짝 다르게, 내게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었기에 나쁘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서서히 준비해야 해.’
대한제국과 살짝 결이 좀 다르지만,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을 독립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를 해 왔다.
나 역시 언젠가는 대한제국으로 돌아갈 의향이 있었기에,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서구 선진국들에 내 영향력을 키워야 했다.
‘쉬운 일은 아닐 거다.’
제1차 세계대전에 일본이 동맹국.
그러니까 독일 측 편에 선다면, 대한제국은 손쉽게 독립을 쟁취할지도 모른다.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의 식민지들을 대전 이후에도 식민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동맹국이 소유하고 있던 식민지들 일부는 해방을 맞이하기도 했으니까.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깝지만.’
역사가 바뀌어 동맹국이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독일은 아시아까지 전장을 넓히지 않을 거다.
이래저래 일본의 마수에서 대한제국은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뜻이다.
‘1차 세계대전 후에 독립하려면, 정말로 기가 막히는 외교술이 필요해.’
만약 그 시기를 놓치면, 제2차 세계대전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루라도 더 빠르게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선.
중일 전쟁을 원 역사보다 더 빠르게 일으키는 방법밖에 해결책이 없다.
‘뭐가 되었든, 미국 대통령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 둬야 한다. 득이 되면 득이 되지, 해가 되지는 않을 테니.’
일어나지 않을 새로운 미래를 내 머릿속에 잠시 그려댔다.
그래서일까?
한동안 나는 말없이 살짝 멍한 표정을 지어댔다.
“이 왕자님.”
“어?”
“아까 저희가 했던 질문의 답을 듣고 싶습니다.”
“무슨 질문? 아, 내가 IMM 공매도로 얼마나 벌었는지 이야기해 달라는 것인가?”
잠시 정신을 팔아서일까?
엉뚱한 답을 내놓자, 허스트가 히죽 웃으며 내 앞에 있는 빈 잔을 살짝 자신 쪽으로 당긴 후, 위스키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
“그것도 좋지요.”
허스트는 다시금 가득 채워진 잔을 내 쪽으로 살짝 밀며, 아까 했던 질문을 상기시켜줬다.
“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답을 듣고 싶습니다.”
“다른 답?”
“예. 사실 여기 모인 저희는 이번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누가 이길지를 두고 내기를 하고 있답니다.”
“내기?”
살짝 놀라는 척을 하며 술을 한 모금 홀짝였다.
크-
역시나 맨해튼에 사는 부자들의 모임답게 위스키의 향이 참으로 감미로웠다.
“예. 각자 지지하는 후보들이 다른데, 누가 이번에 최종 후보가 되느냐를 두고 돈을 걸었습니다. 판돈이 점점 불어나서 오십만 불 정도가 되었는데 말입니다.”
미국인들의 고혈을 쪽쪽 빨아먹던 뉴욕의 자본가들답게.
내기의 스케일 역시 제법 컸다.
물론.
이번에 나온 여섯의 후보 중 겹치는 선택을 한 자가 제법 되었을 것이기에.
한 놈이 이를 전부 다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다.
“왕자님이 보실 때는 어떤 후보가 당선될 것 같습니까?”
다들 기대감 넘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세간에서 나의 평은, 미래를 제법 잘 예측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겠다.
점성술사처럼 막연하게, 미신의 힘에 기대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고.
기존에 넘쳐 나는 정보를 잘 조합하여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글쎄. 어떤 후보가 당선될까? 아! 그보다 지금 내가 특정 인물을 거론하면, 나 또한 자연스럽게 내기에 참여하는 것인가?”
“예예. 그렇습니다. 판돈만 내신다면야, 어느 누가 왕자님의 참여를 반대하겠습니까? 다들 아니 그런가?”
“그렇지요.”
“암암.”
나는 턱을 괴며 잠시 고심하는 척했다.
내가 쉽게 입을 열지 않자, 다들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거론하며 나를 열심히 떠보았다.
“저는 현 부통령인 찰스 워런이 더 가능성 있다고 봅니다.”
“허스트 대표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최근 레임덕을 겪고 있었던 테디(루스벨트)가 타이태닉 사고로 인해 부활하지 않았습니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봅니다.”
“글쎄요. 저는 살짝 의견이 다릅니다. 그는 진보주의 계열에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뉴욕 자본가들에게 찍힌 자입니다.”
“제임스 말대로 저는 워런 부통령보다는 레너드 우드 장군이 이번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당선될 것 같습니다.”
“듣고 보니 그 주장도 옳네요. 하긴, 현 부통령보다는 레너드 우드가 좀 더 중도에 가까운 인물이긴 하지요.”
“하지만 그 역시 루스벨트 쪽 사람입니다.”
“맞습니다. 뉴욕의 자본가들이 꺼리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선호하지도 않죠.”
“그자가 대통령이 된다면 멕시코와 한바탕 전쟁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멕시코의 상황이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 않습니까?”
“어휴. 전쟁이라니.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멕시코와의 전쟁 이슈는 사실 뉴욕의 자본가들에게 있어서 썩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그들은 멕시코에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자했다.
전쟁이 터진다면 그들이 투자했던 인프라들이 망가질 수도 있는 상황.
조금 어지럽긴 하지만, 현상 유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굳이 도박까지 할 이유는 없었기에, 뉴욕의 자본가들은 레너드 우드를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선호하지도 않았다.
“맞습니다. 솔직히 뉴욕의 자본가들은 내심 프랭크 로덴이 대통령이 되길 바라고 있지 않습니까?”
“타이태닉 사고로 모건의 힘이 살짝 빠졌지만, 모건 또한 프랭크 로덴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모건의 입장은 이해가 갑니다. 로덴이 대통령이 되어야 결국 상원에 계류 중인 중앙은행법 또한 통과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중앙은행이 존재해야 금융 시장이 좀 안정되지 않겠습니까?”
“으······ 그렇다고 해도 모건이 미는 정치인이 백악관에 앉는 것은 좀 그런데 말입니다.”
“동의합니다. 부활한다면 모건은 또다시 뉴욕을 다시금 삼키려고 용을 쓸 것입니다. 그 때문이라도 로덴은 좀 꺼려집니다.”
“저희의 의견은 이런데······ 왕자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글쎄.”
한참을 떠들다가 침묵하고 있는 나를 모두가 바라보았다.
다들 표정이 한결같다.
모두 다 내 답변을 기대하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생각이 없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네.”
틀리면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다는 내 명성에 흠이 가고.
진짜로 이를 맞춘다면 자칫 음모론이 피어날지도 모르니까.
‘지금은 언론의 힘이 강한 시대다.’
자극적인 수많은 기사가 하루에도 몇백 개씩 쏟아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
나는 이를 통제할 힘을 아직 다 갖추지 못했다.
괜히 빌미를 줬다가 모건과 함께 마녀사냥을 당할 수도 있다.
반년 뒤, 워싱턴에서 열릴 청문회에서 그놈과 함께 화형에 처해질 수는 없었기에.
최대한 모르쇠로 일관했다.
‘실망하는 눈치군.’
그럴 수밖에.
다들 아무나 찍으라고 종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 사이에서 샌님처럼 뭐가 좋을까 고민만 하고 있으니 좋게 보일 리가.
‘그래도 이게 최선이야.’
그깟 오십만 달러가 뭐가 대수라고.
지금은 암막 뒤에서.
내 힘을 기르는 것이 최선이다.
나는 이를 되새기며 가장 궁금해하고 있는 허스트에게 한 가지를 물었다.
“혹시 기한이 있는가? 전당대회 전까지만 결정하면 되는가?”
“예예.”
허스트는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데, 제 놈이 어쩔 텐가?
“아! 그나저나 자네 워런 하딩이라고 했는가?”
“예?”
“생각 없이 카드를 치고 있었는데, 금방 판돈을 다 잃었군. 내 돈이 어디 갔나 했는데, 자네에게 다 가 있구먼.”
“하하. 제가 카드를 좀 잘 치긴 합니다.”
하딩이 이 자리에 참석한 이상.
오늘 이 자리에 온 목적은 하나다.
그와 친분을 쌓는 것.
“그나저나 자네······ 다음에는 언제 또 이 자리에 참석하는가?”
“예?”
“오늘 잃은 돈 좀 따려고 하는 것이네. 내 돈이 죄다 자네에게 가 있는데, 이를 다시 회수해 와야지.”
도박 좋아하는 놈과 친해지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계속하여 돈을 잃어 주면 되는 법.
“다음 주 수요일쯤 나오는데 말입니다.”
“오? 그래?”
미래에 미국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자다.
이자와 친해져서 손해 볼 것은 없었기에, 앞서 네덜란드 왕국의 부군과 친해졌던 것처럼 돈을 좀 써 가며 친구가 돼 보려고 했다.
“그럼, 다음 주에 한 번 보세나. 그땐 내 이리 쉽게 지지는 않을 걸세.”
“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 *
“아이고.”
“오셨습니까?”
포커 게임이 한창인 허스트의 도박장에 들렀다.
최근 들어서 이곳에서 넘버원 호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기에, 다들 벌떡 일어나며 나를 반겼다.
“이 왕자님.”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물론.
나를 반기는 이 중에는 워런 하딩도 있었다.
그의 옆에 앉자마자, 같은 테이블로 허스트가 끼며 나를 떠보았다.
“그 소식 들으셨습니까?”
“민주당 전당대회 소식 말인가?”
본디 야당이 먼저 전당대회를 치른다.
전당대회는 빨리 치를수록 유리한데.
기존 여당이 선거를 주관하기에, 그들에게 이 정도 베네핏은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여 어느새 관례처럼 굳어 버렸다.
“예. 38번이나 투표를 해 댔다고 합니다. 대통령 후보를 정하기 위해서 말입죠.”
뭘 그리 놀라나.
원 역사에서도 이런 일은 흔했는데.
‘19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44번이나 후보 경선 투표를 했다지?’
과반을 넘어야 하는데.
이를 넘지 못했기에, 계속하여 결선 투표가 치러진 것일 테다.
“우드로 윌슨과 윌리엄 J. 브라이언이 정말이지 치열하게 전당대회에서 맞붙은 것 같습니다.”
“결국은 우드로 윌슨이 되었다지?”
“예.”
민주당은 현재 두 세력으로 나뉘어 있다.
브라이언과 윌슨이 속한 진보주의 세력.
그리고 인종차별을 밥 먹듯이 하는 남부 딕시 놈들.
‘남부 딕시 놈들은 남북전쟁이라는 업보 때문이라도 결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요 몇 년간은 브라이언이 속한 진보주의 세력에서 후보를 내어 왔다.
윌슨의 강력한 맞수였던 브라이언은 3번이나 대통령 후보를 했던, 당내에서 기반이 강력했던 정치인이었다.
“브라이언도 이제 물러날 때가 되었는데, 끝까지 노욕을 부리더군요. 휴- 3번이나 대통령 선거에 나왔다가 패배했으면, 솔직히 정계 은퇴를 선언할 때도 되었는데 말입니다.”
허스트는 혀를 차며 지난날 민주당 전당대회를 평했다.
나는 이에 포커장 한편에 설치된 전화기를 힐끔힐끔 보기 시작했다.
“아, 슬슬 결과가 나올 때로군요.”
허스트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대표님. 1차 투표 표결 결과가 나왔답니다.”
부하직원이 공화당 전당대회 결과를 알려줬다.
허스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예상대로 과반을 확보한 후보는 나오지 않았군요.”
그는 나를 슬그머니 보더니 물었다.
“지금이라도 저희 내기에 판돈을 걸어 보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흠······ 모르겠네. 솔직히 아직도 누가 될지 영, 감이 잡히지 않는군.”
“크······.”
요 한 달 새.
허스트와 자주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때마다 이러한 반응을 보이니, 허스트가 답답해한다.
“다른 때에는 시원하게 말씀해 주시던데······ 이번 선거만큼은 신중하시군요.”
“나는 외지인이지 않은가? 익숙해질 때도 되었지만, 아직도 선거는 내게 생소하다네.”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술을 한잔 내오라고 명령했다.
“거기에, 내기에 거는 판돈도 돈이지 않은가?”
“아······.”
“이길 수 없는 싸움에는 돈을 걸지 않는 편이라네.”
세 시간 정도가 지난 후.
허스트 집에 설치되어 있던 전화기가 다시 한번 울렸다.
“2차 투표 표결 결과 또한 막 나왔습니다.”
“뭐, 이거 변한 게 없네요.”
“공화당 전당대회 또한 며칠간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이들은 그리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미묘하게 달라진 투표 결과를 보며 피식 웃었다.
사전에 합의된 대로 지금 경선 내에서 우리 측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 보헤미안 in 뉴욕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