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14)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14화(214/392)
< 보헤미안 in 뉴욕 (3) >
“후보자님. 안에 계십니까?”
선거 진행 요원이 똑똑 노크를 한 후,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휴즈는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살짝 초조한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결과는?”
“여기 있습니다.”
“이리 주게.”
타자기에서 막 찍어 낸 결과표를 건네받은 휴즈.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막 수령한 결과표를 확인했다.
[5차 투표 결과]로버트 M. 라폴레트 101표.
찰스 워런 182표.
레너드 우드 158표.
프랭크 오렌 로덴 369표
찰스 에번스 휴즈 95표.
기권 및 무효표 55표.
휴즈는 안도했다.
느리지만, 처음 투표를 시작했을 때보다 자신의 표수가 줄어들지 않고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었으니까.
‘이번엔 얼마나 늘었지.’
지난 1차 투표 결과부터 5차 때까지.
휴즈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선거인단의 민심을 계산했다.
그는 초조한지 연신 마른 입술을 훔쳤는데, 그의 비서관들은 휴즈의 표정을 보며 안쓰러운 듯 조용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후······ 이번엔 열두 표가 늘었구먼.”
꼴등이지만 좋다.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표가 늘어나는 것은 휴즈의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는 루스벨트, 그리고 모건을 중심으로 한 뉴욕 자본가 세력들.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유일한 후보였다.
[최선을 선택할 수 없다면 차선을, 최악을 선택하기보다는 차악을!]이라는 선거 모토는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휘하게 되는 전술이기에.그는 느리지만 진득하게 전당대회에서 뒷심을 발휘할 준비를 해 가며 유력인사들과 계속하여 접촉을 시도했다.
‘저놈의 기권표.’
평정심을 찾고자 했던 휴즈.
하지만 계속하여 한 그룹이 그의 신경을 탁탁- 건들인다.
‘선거인단의 총수는 940명이다.’
55명이 되는 기권 그룹.
적다면 적지만.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규모였기에, 투표가 시작된 이래로 휴즈는 이들의 세력이 누구 세력인가 파악 중이었다.
‘만약 저들이 로덴에게 붙는다면.’
모건이 미는 로덴은 대통령 후보 선출까지 딱 46명만 더 확보하면 된다.
라폴레트, 찰스 워런, 레너드 우드는 모두 다 루스벨트 계열.
반면 휴즈는 중립 세력이었다.
‘뻔해.’
로덴은 상극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공화당 내 진보파를 설득하기보다는 휴즈의 세력을 공략할 것이다.
그렇기에 로덴보다 먼저 이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어느 정도, 한 백여 명 이상의 표를 확보해야······ 그나마 대안 세력이라는 것을 어필할 수 있다.’
휴즈는 현재 꼴등이다.
다음 선거 때 자신을 지지하는 표수가 줄기라도 한다면, 그의 선거 전략이 먹히기도 전에 다른 세력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기에.
휴즈는 한시라도 빨리 기권을 계속하고 있는 그룹을 흡수하고 싶었다.
“록펠러 이사장이 휴즈 후보님과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래? 왜 날?”
“기권한 55명의 선거인단의 표를 록펠러가 가지고 있다 합니다. 이를 확보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여기에 적혀 있는 곳으로 오시라는데 말입니다.”
예상은 했다.
록펠러의 수족과도 같았던 몇몇 인물이 기권표를 연신 던져 댔으니까.
‘록펠러와 손은 잡는다······.’
휴즈는 법조인 출신으로 살아생전, 깨끗한 정치를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몇 차례 록펠러나 이강이 야합을 제의했을 때 이를 에둘러 거절했다.
‘저놈들만 내 세력에 끌어들일 수 있다면······.’
하지만 대권이 그의 눈에 아른거리고 있다.
선거는 멀쩡한 사람도 변하게 할 만큼 굉장히 무서운 이벤트다.
휴즈 역시도 사람이었기에, 이런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출세욕 또한 대단했기에.
미국에서 최고의 자리라고 말할 수 있는 대통령 자리를 누구보다도 원했다.
‘다른 놈들도 다들 파벌 싸움을 해 대니까. 나라고 안 할 이유가 없지.’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끝마친 휴즈.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비서실장에게로 다가갔다.
“그래 어디라고?”
“의회 근처에 있는 한 민가입니다.”
“따라붙는 자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잘 감시하게.”
“물론이지요. 저만 믿고 이쪽으로 가시지요.”
* * *
9차 투표 결과.
로버트 M. 라폴레트 31표.
찰스 워런 268표.
레너드 우드 142표.
프랭크 오렌 로덴 169표
찰스 에번스 휴즈 330표.
기권 및 무효표 0
휴즈는 9차 투표 결과 보며 고무되었다.
록펠러와 밀실에서 야합한 직후부터 자신에게로 표들이 쏠리고 있어서다.
“아이고. 휴즈 후보자님.”
대세가 한번 형성되니, 상대편에 있던 선거인단들도 속속 그의 편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어서 오십시오. 슈바브 대표.”
베들레헴 스틸의 슈바브.
그리고 그의 주변에 있던 뉴욕의 자본가들.
그들은 모건과는 살짝 결이 다른 세력이었다.
주류는 아니고, 이제는 살짝 퇴물이 된 곁다리들.
예전에 흥했다가 몰락해 버린, 밴더빌트나 카네기를 지지했던 떨거지들 출신들이다.
일부는 슈바브처럼 재기하기도 했으나, 다수는 과거의 영광만을 기억한 채 벌어 놓은 돈으로 정치판이나 기웃거리고 있었다.
“휴즈 후보자님과 안 그래도 한마디 나누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잘되었군요. 아! 록펠러 이사장과 이 왕자님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 무슨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연방준비제도 법이라는 새로운 중앙은행 관련 법이 입안되면 빠른 통과를 약속하셨다면서요? 모건이 주도하는, 상원에 계류 중인 미국중앙은행법 말고 이 법을 통과시키기로 마음먹으셨다는데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회유하고픈 선거인단 위원을 만날 때마다, 계속하여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똑같은 말만 하는군.’
록펠러 이름은 항상 언급되었다.
간간이 이강의 이름도 나오고.
‘하긴. 그 둘은 모건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니까.’
새삼 록펠러가 얼마나 위대한 경영인인지 휴즈는 다시금 이를 깨닫고 있었다.
그는 슈바브와 악수를 하며 다시 한번 지난날 밀실에서 약조했던 공약을 언급했다.
“예.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연방준비법을 꼭 통과시키겠습니다.”
“오! 그렇다면 저기 있는 저희 표는 이제 후보자님의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나중에 한번 따로 찾아뵙겠습니다.”
“예.”
뉴욕의 자본가들 말고, 루스벨트를 따르던 진보 세력 또한 그를 찾아왔다.
“안녕하십니까?”
“오! 조지 파디 의원.”
파디를 중심으로 한 서부 출신 선거인단들.
휴즈는 웬 떡이냐 하며 그들을 반겼다.
“아아, 이제는 파디 의원이 아니고, 부통령 후보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혹, 이번 투표에서 이기신다면, 휴즈 후보자께서 제 상관이 되실 텐데······ 오히려 제가 잘 부탁드린다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렇습니까? 아! 앞선 투표에서 라폴레트 후보를 지지하셨던데 말입니다. 혹시······ 생각이 바뀌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오! 설마 저를 찍으실 생각입니까?”
“예. 라폴레트는 영 가망이 없어 보여서요. 갈아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제 후원자분께서도 휴즈 후보를 아주 좋게 말씀해 주셔서요.”
“이 왕자님께서요?”
“예. 그렇습니다.”
또 나왔다.
그 이름.
이번에는 이강의 이름이 단독으로 호명되었다.
“테디와의 정을 생각하면 워런 후보나 우드 장군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이 자리에 오른 것은 이 왕자님의 공이 크니, 이번만큼은 제 후원자의 조언을 한번 따라 보려고 합니다.”
“탁월한 선택입니다.”
휴즈의 머릿속에 이강의 이름이 확연히 새겨진 순간이다.
적어도 서부 출신과 협상을 할 때는, 이놈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 거다.
“이 왕자님께서도 조만간 연락하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예.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 * *
제28대 미국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지난 10번의 투표에서 찰스 에번스 휴즈는 꾸준히 자신의 표를 모으며 대세 후보들을 따라잡았다.
마지막 투표에서는 아슬아슬하게 과반 확보에 실패했지만, 이미 대세 여론이 형성되었기에.
다음번 결선 투표에서는 휴즈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자리를 꿰찰 것 같다.
“전하. 오늘 자 석간신문입니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동안.
우리 측.
그중에 록펠러 이사장은 무던히 워싱턴을 돌아다니며 수고했다.
막후에서 이견을 조율하며 휴즈에게 한 표라도 더 갈 수 있도록 움직인 것.
물론 그동안 나 역시 가만히 앉아서 포커만 치고 있지는 않았다.
내 사람들을 움직여서 나 또한 공화당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
『우드로 윌슨. 신입생 시절, 로버트 리 동상 앞에서 남부의 부흥을 맹세하며 지난날 펼쳐진 노예제 해방 비판.』
『우드로 윌슨. 지난 주지사 선거 때, 모건 측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 수수 정황 포착. 모건과 윌슨. 양측은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나, 목격자 다수 이를 증언해.』
이번 선거의 목표는 ‘내 사람’을 워싱턴에 앉히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하나.
원 역사에서 대통령이 되는 한 놈을 떨어트리는 거다.
‘우드로 윌슨. 그놈만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 분열되는 공화당을 어찌어찌 하나로 계속 묶어 두어야 한다.
더하여 혹시 모르니.
우드로 윌슨의 명성을 될 수 있으면 깎아내려야 하고.
그렇기에.
민주당 전당대회가 막 끝나는 시기에 나는 캐비닛에서 가지고 있던 자료들까지 풀며 한 놈의 워싱턴 진출을 필사적으로 막고자 했다.
『모건과 윌슨. 양측 다 뉴욕 월드 사에 기사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다, 하지만 관련 증언을 뒷받침할 목격자 다수 등장.』
나는 윌슨의 강점과 약점, 두 가지를 모두 공격했다.
윌슨은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파에 속한다.
지난 4월에 일어난 타이태닉 사건을 독점기업의 행패 때문이라고 몰아세우며 집권 공화당을 때린 것도 이 때문.
원 역사와 다르게.
공화당 역시 진보파의 거두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정권을 잡고 있고.
두 번의 반독점법 소송에서 승리하며 이 프레임이 잘 먹히지 않으나.
우드로 윌슨은 계속하여 자신이 뉴욕의 자본가가 아닌 서민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선거 캠페인을 펼치고 있었다.
나는 이 논리를 단박에 부수기 위해 지금 가장 ‘핫’한 모건을 윌슨의 옆에 붙여 주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
더하여 남북전쟁 이래로, 민주당 후보들에게 꼬리표처럼 달린 약점을 더욱더 부각했다.
흑인은 물론이고.
지난 남북전쟁에서 희생당한 북부인들을 자극해 민주당의 정권 탈환을 사전에 막고자 한 거다.
‘남북전쟁이 끝난 지 오십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계속하여 그 꼬리표가 붙어있지. 민주당은.’
또 다른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에 의해 민주당이 새롭게 다시 태어나지 않은 한.
나는 계속하여 선거에서 민주당을 괴롭힐 거다.
그들은 정말이지 인종차별 집단이었기에, 하등 내게 도움이 안 돼서였다.
“전하.”
“무슨 일인가?”
“록펠러 대표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이사장 말고 주니어가 나를 찾아왔다고?”
“예.”
그자가 왜?
나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록펠러 주니어를 우리 집으로 불러들였다.
* * *
록펠러 주니어가 우리 집에 왔다.
제 아버지를 닮아서 경영 능력 하나만큼은 똑 부러졌던 자.
“이 왕자님.”
“무슨 일인가?”
“아버지께서 제게 전보를 보내셨습니다.”
록펠러 주니어가 내게 메모 한 장을 내밀었다.
그 안에는 암호처럼 내가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수두룩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를 다시금 보며 이를 해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버지께서 워싱턴으로 떠나기 전, 사전에 몇 가지 단어를 제게 알려 주셨습니다.”
예를 들면 홍관조(Cardinal).
이 단어는 휴즈를 뜻한다고 했다.
“홍관조가 난다는 뜻은, 휴즈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었다는 뜻인가?”
“예.”
록펠러 주니어가 확신에 찬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번 투표 때, 그자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될 것입니다.”
99%의 당선 유력과 100% 당선 확정은 비슷한 것 같지만, 살짝 궤를 달리한다.
“축하하네.”
나는 록펠러 주니어와 악수를 하며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휴즈를 밀고 있었는데, 이것이 확정되었기에 축하부터 한 것이다.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은, 모두 아버님과 이 왕자님의 치밀한 계획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록펠러 주니어는 작금의 공을 내게로 돌렸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경고했다.
“아! 아버님께서 이 왕자님께 한 가지를 당부하셨습니다.”
“청문회 준비를 착실히 하라는 뜻이로군.”
“역시······ 이 왕자님께서도 이를 미리 대비하고 계셨군요.”
당연하지.
모건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기업 총수들은 죄다 소환될 텐데.
가만히 넋 놓고 있으면 의원 놈들에게 두들겨 맞을 것이다.
‘크나큰 수모를 당할 수도 있는데,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록펠러는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속에 담아두고 있던 그의 생각을 줄줄이 읊었다.
“일부 진보파 공화당 의원들이 모건에게 날 선 질문을 던질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왕자님이나 저희 아버지께는 별다른 문답을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다만?”
“민주당 놈들은 다르겠지요. 민주당 진보주의자 놈들은 그놈들 신념대로 뉴욕의 자본가인 왕자님을 물고 늘어질 것입니다. 더불어 딕시 놈들은 딕시 놈들대로······.”
인종차별주의자니까.
청문회에 유색인종은 나밖에 없을 테니까.
이번이 기회구나 하면서 좋다고 달려들겠지.
“충고 고맙네. 내 지금부터라도 청문회 준비를 철저히 할 생각이네.”
“예. 대놓고 왕자님을 망신 주려고 이상한 질문을 퍼부을 수도 있습니다. 준비 단단히 하셔야 할 것입니다.”
< 보헤미안 in 뉴욕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