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1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19화(219/392)
< 푸조 청문회 (2) – 일부 내용 수정/20230214 – >
“친애하는 콕스 의원님. 방금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질문을 못 들었기에, 되물은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더불어 기가 차서.
상대방의 눈을 빤히 보며 다소 전투적인 억양으로 질문했다.
“공산주의자라고 말했습니다. 이 왕자님.”
“······.”
콕스 의원 또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되받아쳤다.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싶나 보다.
그의 강한 의지가 한참 떨어진 여기서도 느껴진다.
“대답이 없으시군요. 아! 이 왕자님. 혹시 공산주의라는 단어의 정의를 모르십니까?”
청문회에 참석한 이후, 처음이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외국인 취급을 받는 것은.
나는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며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했다.
“압니다. 공산주의.”
“그럼 답변해 보십시오. 이 왕자님께서는 공산주의자입니까?”
재미교포 2세 출신으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나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다른 일반 미국인과 별반 다르지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이민 오셨지만, 네 분은 한국인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셨기 때문이다.
‘특히나 조부모님들은 남다르셨지. 어릴 적 할아버지가 해 줬던 말이 기억난다.’
두 분은 고향이 북쪽이셨다.
할아버지는 개성.
할머니는 해주 출신.
한 가족이 된 후에는 평양에 새살림을 차렸다고 예전에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때 기억이 막 떠올랐다.
‘경성(서울)만큼이나 발전했던 도시가 바로 평양이었다고 하셨다.’
자원이 원체 많고, 연료비가 덜 드는 수력 발전소를 지을 땅이 많았기에.
해방 직후에는 북쪽이 더 잘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해방 이후.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빨갱이들이 소련에서부터 밀고 들어오며, 북한 쪽 지역은 급속도로 공산화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자본가’와 ‘지주’들이 피를 흘리게 되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가진 게 없어서 무사하셨지만, 그런 광기 어린 모습을 보며 두 분은 남쪽으로 내려가야겠다고 마음먹으셨다.
신탁통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
그러니까 남북 민간 이동이 본격적으로 금지되기 전.
두 분은 부산으로 이주하여 전란의 화를 피하셨다고 한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오셨고.
“본인은 공산주의자가 아닙니다.”
당연하게도 나의 조부모, 그리고 그 밑에서 자란 부모님들은 열렬한 반공주의자셨다.
그런 내게 공산주의자라고 묻는 것은 굉장히 실례가 되는 말.
나는 눈에 힘을 주며 콕스 의원을 노려보았다.
“친애하는 콕스 의원님. 개인적으로 살짝 궁금해서 의원님께 한 가지를 역으로 질문하고 싶습니다.”
“말씀해 보십시오.”
“공산주의자들은 본디 사회 변혁을 위해 계급 투쟁을 일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왕족과 자본가, 이 두 분류를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여기서 한 박자 쉬었다.
청중들은 이미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대충 예상하는 상황.
입에서 그 말을 듣기 전에, 이를 한번 머릿속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한 다음.
직접 내가 언급해.
청중에게 이를 두 번 듣게 하는 효과를 내고자 유도했다.
“본인은 공산주의자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왕족의 일원이자 자본가입니다.”
“······.”
“이쯤에서 살짝 궁금해지는군요. 의원님께서는 개인적으로 제가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 판단하신다면 그 근거를 대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쯤에서 물러설 수도 있겠지만.
콕스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이지요. 내 오늘을 위해 수백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유지하며 들고 있던 서류들을 뒤적거렸다.
이후, 준비한 질문지를 앞에 두고는 내게 이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 * *
“미국에 오신 후, 왕자님의 행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하신 일이 땅을 사들이신 것이더라고요?”
오호라.
뒷조사라?
하긴, 나도 하고 다니는데.
저 인간들도 할 수 있지.
“땅을 사랑하는 것이 죄는 아니라 생각합니다만.”
“뭐, 그렇죠. 부동산 구매는 투자 활동의 일환이니까요.”
나의 답변에 콕스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자님께서는 캘리포니아에 꽤 많은 황무지를 구입하셨지요. 제 말이 맞습니까?”
“그렇지요.”
“일반적인 투자활동 같아 보이지만, 그다음이 좀 다르더라고요.”
콕스가 목청에 핏대를 세우며, 준비했던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이 왕자께서는 미주로 이주 온 같은 동포에게 농토 개발을 전적으로 맡기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주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서요.”
“인근 시세보다도 살짝 저렴하긴 했죠.”
“살짝이 아니던데 말입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다 이유가 있다.
같은 동포를 상대로 고혈을 짜고 싶지 않았고, 내가 처음 사들인 땅이 황무지여서였다.
‘기존 농장주와는 시작점이 다르지.’
임대료는 그저 작은 푼돈에 불과하다.
빠르게 이를 옥토화시키면 땅값이 열 배 이상 폭등할 테니까.
나의 주 수입원은 시세차익.
그렇기에.
좀 더 값싸게 땅을 빌려 준 것인데.
콕스는 이런 이유를 싹 빼놓고 같은 동료의원들과 기자들을 선동했다.
“항간에는 그 모습이, 공산주의자들이 꿈꾸던 집단농장 같았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
“뭐, 소유권이 이 왕자에게 있고, 어느 정도 자금을 모으면 소유권을 이전해주기도 하지만······.”
뒤에 내가 반박할 말을 흐릿하게 덧붙여서 빠져나갈 구멍을 슬그머니 만드는 모습에.
나는 절로 혀를 내둘렀다.
잠시.
콕스의 이력을 회상하며 저놈이 어떤 놈이었나 기억해 보았다.
‘이놈도 허스트랑 같은 과지. 언론 재벌 출신 정치인······.’
콕스가 세운 콕스 엔터프라이즈는 나중에 미국의 거대 케이블 TV 회사가 된다.
콕스도.
그의 아들도 나름대로 경영 능력이 출중했기에, 망하지 않고 현대까지 존속할 만큼 성장한 거다.
“부동산 문제는 여기까지 하고, 왕자님이 운영하고 계신 기업들로 넘어가죠. 어휴. 아메리칸 신탁부터 케미컬투자은행, 소칼, 리&라이트, L&H 모터스 등등. 이거, 다른 거대 독점 머니 트러스트들과 규모가 비슷하군요.”
콕스는 TV쇼를 진행하는 MC처럼 능숙하게 자신이 쓴 대본을 읽어 가며 내게 질문을 해 댔다.
“이중 L&H 모터스에 관해 왕자님께 묻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아! 이곳 평균임금이 다른 동종업계 업체보다 3배 이상 많다는 것은 여기 있는 다른 의원들도 아실 테고.”
콕스는 해당 구절을 읽은 후, 피식 웃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은 웃지 못했다.
L&H 모터스의 평균임금이 동종업계 임금보다 3배 높다는 사실은 다들 오늘에서야 알았을 테니까.
“왕자님께서는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출산 휴가를 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2주 되나요?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이를 부여한다는데 말입니다.”
우리 회사의 어마 무시한 복지 정책을 듣자 다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루에 최대 10시간. 토요일과 일요일은 쉬고, 주5일 근무만 할 수 있게끔 강제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더 일하고 싶은데도 말입니다.”
콕스의 고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시간 일한다면, 5분의 휴식 시간을 가지게 회사 사칙을 바꿨다는 말이 있습니다.”
근로자들이 쉴 수 있는 쉼터를 조성했고.
고용인을 새로 뽑을 때, 지원할 수 있는 나이의 최저 연수를 두어 아동의 노동 또한 제한했다는 사실 역시도 저놈의 입에 의해 의회 내에 폭로되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입니까?”
“예.”
이때는 주6일, 12시간 근무가 일반적이다.
휴식도 공장 밖에서 널브러져서 쉬고.
아이들도 당연시되게 일하고.
제기랄.
이렇게 줄줄이 나열하니까.
나 진짜 공산주의자 같네.
현대에서는 당연시되는 노동환경을 선구자적으로 실현하다 보니.
뭐 이거 공산주의의 대부 같아 보인다.
“왕자님 소유의 금융 기관 중에는 보험회사 또한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 말씀하시지요.”
“해당 보험회사에서 사설 건강보험 또한 운용하고 있다던데. 왕자님 회사의 고용인들은 이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맞습니까?”
“예.”
“어째서죠?”
“회사 측에서 보험료의 80% 정도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의원들뿐만 아니라, 뉴욕에서 함께 포커 치던 자본가들까지 표정이 실시간으로 변해 갔다.
진짜로.
저 새끼 설마?
하는 표정이었다.
“근로자들의 노후를 위해 회사 측에서 연금보험 가입도 권유하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역시 회사 측에서 건강보험만큼은 아니지만 지원하고 있다는 풍문이 있던데 말입니까? 사실입니까?”
일부 퇴직금을 따로 떼어서 우리 계열사가 세운 연금에도 투자하게 권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자발적이었다.
아메리칸 신탁의 연금보험 수익률이 꽤 좋기 때문이다.
“사실입니다만······.”
콕스는 내 말을 끊은 후, 나를 바라보았다.
“이런 정책을 이 왕자 소유의 기업에서 행하고 있던데 말입니다. 그런데도 공산주의자가 아니란 말입니까?”
분위기가 많이 안 좋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움츠리면 안 된다.
진짜로 오해 사기 딱 좋으니까.
“으하하.”
그렇기에 나는 오히려 당당한 표정을 지어댔다.
너털웃음까지 지어대며, 나는 내가 뭘 잘못했냐는 식의 표정을 지었다.
“이 왕자.”
“말씀하십시오. 콕스 의원.”
“지금 그 태도는 뭡니까? 청문회가 우습습니까?”
나는 콕스의 불호령에도 차분한 표정을 지어댔다.
같이 버럭 화를 낼 수도 있지만.
이번 청문회는 거대 독점 자본을 규탄하는 행사.
자칫.
모건에게 쏠린 화살이 내게 쏠릴 수 있기에, 참을 인을 세 번 가슴속에 새기며 목소리를 낮췄다.
“이상해서 그렇습니다.”
“이상하다니요?”
“오늘 이곳은 타이태닉 사고의 진상을 밝히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거대 독점 머니 트러스트들의 본모습을 비판하기 위한 행사이기도 합니다.”
“······.”
“다른 기업과 비교해 본인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과 좋은 근로환경을 제공하였습니다.”
나는 슬쩍 콕스와 다른 의원들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으로 미국인들을 위해 본인은 누구보다 노력했는데 말입니다. 칭찬은커녕 자아비판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웃기지 않습니까?”
노블레스 오블리주.
서구의 최상류층들이 늘 이야기하고 다니는 도덕적 의무를 말한다.
투철한 도덕정신.
그리고 솔선수범하는 공공의식이 밑바탕에 깔린 귀족들의 규범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나는 이를 언급하며 한숨을 쉬어댔다.
“이 모든 것은 미국에서 배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
“본인에게 손해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책을 왜 밀어붙였겠습니까?”
출산 휴가 문제 같은 경우는 사백 년 전, 이미 조선에서도 시행되었던 정책이었다고 추가로 설명하기도 했다.
업신여겼던 동양의 소국에서 그런 정책이 이전에도 실행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의원들은 제법 놀란 표정을 지어댔다.
“하긴, 이리 들으니······ 망하지 않고 버틴 게 용할 정도라 생각되는데 말입니다. 이 왕자님.”
나의 주장에 반독점법 소송을 주도했던 언터마이어 심문관 또한 동의하는 표정을 지어댔다.
“콕스 의원의 심문 중에 죄송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왕자님께 질문을 하나 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예. 말씀하시지요.”
“이리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임금을 올려도 남는 것이 있습니까?”
“놀랍게도 본인의 사업장은 남는 것이 아주 많습니다.”
나는 목소리를 높이며 제 주장에 힘을 실었다.
“본인은 앞서 언급한 복지 사업만 실행하진 않았습니다. 업무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요?”
“혜택만 받아 챙기려는 얌체 같은 근로자는 바로바로 자릅니다. 인사 평가를 통해서 말이죠.”
나는 해당 정책을 시행하는 다른 이유도 언급했다.
“더불어 해당 정책을 펼치자, 연말·연초에 늘 행해졌던 파업이 게 눈 감추듯이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그로 인한 이익이 앞선 손해들을 충당시켜주고도 남죠.”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업기밀 누출.
그러니까, 직원들이 저지르던 부당행위 신고가 자체적으로 늘어나 스스로 자정작용을 하고 있었다.
애사심이 늘어서였다.
‘대놓고 밝히긴 그렇지만, 이미지 또한 챙길 수 있지.’
지금은 진보의 시대.
1900년부터 1914년까지 미국은,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서 사회적으로 혼란이 가중된다.
근래에.
전국적인 시위가 유독 많이 일어나는 이유도 그 때문.
‘이런 식으로 알려지게 될지는 몰랐지만······.’
청문회 때문에라도, 관련 소문이 빠르게 미 전역으로 퍼져나갈 거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21세기, 빅테크 기업들이 가졌던.
일하기 좋은 일터 이미지를 우리 계열사가 미리 선점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이 왕자님.”
“말씀하십시오.”
구석에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콕스가 다시금 청문회 심문에 복귀했다.
내가 생각 외로 선전하자, 살짝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지었지만.
다시금 심기일전하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앞서 말씀하신 이 좋은 정책들을, 왜 루스벨트 정부에서는 실시하지 않았을까요? 테디는 대외적으로 나름 진보정권을 표방하지 않았습니까?”
이 말을 하기 위해서, 빌드업을 쌓았구나.
콕스는.
“11년 동안이나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고작 한 일이······ 여기 있는 두 기업인에게 반독점법 소송을 건 것입니다.”
콕스는 모건과 록펠러를 한번 쓱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런 좋은 정책을 두고 말입니다. 이 왕자님의 주장대로라면 이 정책은 공산주의 정책도 아니고, 우리 미국을 부강하게 만들어 줄 자본주의적 정책인데 말이죠.”
“제가 행정 쪽 전문가가 아니라서······.”
“아이고. 묵비권을 행사하시는군요. 왕자님께서 죄인도 아닌데 말입니다.”
콕스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지막 발언을 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묻겠습니다.”
“말씀하시죠.”
“당선인 휴즈는 왕자님께서 실행하고 계신, 앞선 정책들을 제도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까?”
“캠프 관계자가 아니라서 딱히 드릴 말이 없습니다.”
“역시나.”
콕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왕자님, 그리고 여기 계신 기자분들께 말씀드립니다.”
“······.”
“휴즈 당선인과 다르게 저는 이 정책들을 제도화할 것입니다.”
오늘 콕스가 내게 왜 이런 질문을 던졌는지.
그 목표가 확연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는 청문회장에서 자기 PR을 열심히 해 댔다.
“제가 주지사직으로 있는, 오하이오가 어떻게 변하는지······ 잘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 * *
“이 왕자님.”
청문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대기실에서 막 나가려고 하는데, 아까 보았던 한 인물이 나를 급히 찾았다.
“아까 청문회장에서는 죄송했습니다.”
“······.”
“원래 이 바닥이 다 그렇습니다.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상처 되는 말도 막 던지는 세계죠.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올리겠습니다.”
그저 당하기만 했으면, 콕스가 말을 걸 때 모른 체하고 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이득을 보았다.
‘뉴욕의 자본가들이 살짝 내게 경계심을 보이겠지만.’
다른 일반 미국인들에게 아주 좋은 이미지를 남기게 되었으니까.
특히나 구직자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괜찮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감정이 상한 것은 사실이었다.
자기 홍보에 날 이용한 셈이었으니까.
나는 살짝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콕스가 했던 말을 되받아쳤다.
“자네 말대로 이 바닥이 다 그러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나는 이 말을 끝으로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콕스가 급히 내 팔을 붙잡았다.
“아, 이 왕자님.”
“말하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왕자님께서는 어느 당에도 가입하지 않으셨다는 말이 있던데 말입니다.”
정치인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허투루 말을 꺼내지 않는다.
당시에 했던 발언이 화살처럼 되돌아올 수 있으니까.
나는 콕스가 굳이 이 말을 지금 왜 꺼냈나 곰곰이 고민했다.
“미국과 내게, 도움이 된다면······ 나는 당 색과 관계없이 교류하는 편일세.”
지난번 선거를 회상하며 몇몇 인물의 이름을 거론했다.
“자네 나를 뒷조사했다고 한 모양이니 잘 알겠지만, 나는 민주당 의원들과도 교류하곤 한다네. 예를 들면 이번에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지원했던 것 또한 이 때문일세.”
“그렇군요.”
콕스는 청문회 때와는 달리, 세상 좋아 보이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며 호감을 보였다.
“다음번 취임식까지, 동부에 계신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말입니다.”
“그렇지. 왔다 갔다 하기 번거로우니까.”
“그렇다면, 언제 저랑 함께 식사 한 끼 하시죠. 앞으로 행해질 오하이오주 정부 운영에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친분 좀 쌓고.
기부금 좀 달라는 뜻일 테다.
‘지난 일은 잊고, 자신을 밀어달라고 부탁하는 건가?’
콕스는 기존 민주당 의원들과 다르게, 소수 인종에게 인종차별을 심히 하는 인물은 아니다.
굳이 다른 이와 비교하자면, F.루스벨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날 이용했다.
용서했다가는 다른 놈도 나를 우습게 보고 똑같은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거다.
‘어떻게 엿 먹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오늘의 굴욕을, 어떻게 이자까지 더하여 갚아줄 수 있지?
‘그 방안은 차차 생각하고.’
일단은, 콕스가 원하는 대로 정치 후원금을 조금 기부해 볼까?
적일수록 가까이 두는 것이 좋으니까.
무엇보다 나는 돈이 아주 많기에, 그깟 후원금 정도는 ‘버리는 돈이다’하고 뿌려댈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콕스를 바라보았다.
“그래, 자네는 언제가 한가한가? 주지사직을 수행하러 곧 오하이오로 떠난다고 하던데.”
“시간은 언제든지 뺄 수 있습니다. 당장 내일도 좋습니다.”
“그래?”
나는 피식 웃으며 최현우를 바라보았다.
내 스케줄이 어떻게 되나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후, 콕스와 약속을 잡은 후.
나는 뉴욕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 푸조 청문회 (2) – 일부 내용 수정/20230214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