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26)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26화(226/392)
< 야누스의 얼굴 (3) >
“이야! 엄청 두껍네요. 진짜로 만물의 지식이 모두 쓰여 있나 봐요.”
“세계 만국박람회를 기념하여, 우리 브리티시 출판사에서는 이번에 출판된 백과사전을 절반 가격에 판매하고 있답니다. 한 세트 구매하시겠습니까?”
현대인들은 참으로 축복받은 삶을 영위하며 산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뚝딱뚝딱 이를 쉽게 검색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시대에는 오직 책과 신문으로만 지식을 탐구할 수 있었다.
“이곳이 프랑스의 수도, 파리예요?”
“우와! 사진으로만 보고 있는데도 예쁘다.”
“대박! 이게, 에펠탑을 천분의 일로 축소해 놓은 모형이라고요?”
“실제는 얼마나 크다는 거예요?”
21세기에는 저 멀리 떨어진 지구 반대편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으면,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하여 이를 간접 경험할 수도 있지만.
작금의 일반인들은 그저 사진으로 인화된 흑백사진만을 바라보며 이를 상상해야 했다.
물론 이마저도 최근에 발명된 신기술이다.
그 예전에는 화가가 직접 그린 그림을 보며 ‘이곳은 우리와 이점이 다르구나!’ 하고 감상해야 했다.
“전하. 세계 만국박람회 행사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참 많군.”
“전하의 말씀대로 구경꾼들로 너무 붐비는 것 같습니다. 서부에 사는 사람들이 죄다 샌프란시스코에 몰려온 듯한 느낌입니다.”
그럴 수밖에.
교통수단마저 불편한 이 시대에, 수천의 세계인이 대양까지 건너가며 이곳에 집합했다.
각자 자신들이 개발한 신기술들을 뽐내면서 제 조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황.
이 때문에 평소에는 볼 수도 만져 볼 수도 없었던 기물들이, 행사장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
더욱이 서부는 뉴욕이나 워싱턴이 자리하고 있는 동부와 비교하여 더 벽지 같은 곳이다.
그렇기에 다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이 나서 이틀이고 사흘이고 이곳에 머무르는 것이겠지.
“우아아아- 아저씨! 이게 비행기라는 기물이에요? 라이트 형제가 발명했던?”
“그렇단다.”
“진짜 멋지다. 같은 미국인으로서 정말이지 자랑스러워요.”
“이거 타면 정말로 저 높이까지, 하늘을 날 수 있어요? 새처럼?”
“물론이지. 가끔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볍씨를 뿌리기 위해 비행기가 날아다니기도 하는데. 그건 못 봤니?”
행사장 어디에나 사람들이 북적인다.
하지만 내 소유의 회사들이 설치한 전시 부스에, 유독 구경꾼들이 몰렸다.
“죽인다- 이거, 저희도 타 볼 수 있어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안 되지만, 밖에서 만져 보는 건 가능하단다. 저쪽에 한 명씩, 한 줄로 서서 기다리다가 너희 순서 때 번호표를 들고 이쪽으로 오렴.”
“예!”
특히나 실제 비행기를 전시한 리&라이트 부스에는 청소년들로 가득했다.
예나 지금이나.
하늘을 나는 상상은 동심을 아주 거세게 자극하니까.
“이것 좀 봐. 네모난 상자에서 차가운 바람이 나와.”
“여기, 이쪽으로 와라. 가을인데도 얼음이 얼어 있어.”
비행기 전시장 옆에 자리한 전자기기 부스.
이곳에는 유독 여인들이 많았다.
20세기 초.
바깥 활동보다 실내에 자주 머물며 살림을 도맡았던 이 시대 문화 특성상, 주부들이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
다들 최근 보급되고 있는 에어컨과 냉장고에 관심을 가지며, 이를 한 번씩 체험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가전 부스와는 다르게 남탕이로군.’
포드에서 막 출시한 모델 T.
그리고 닷지 형제들의 신차들을 다 큰 남성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며 입맛을 다셔 댔다.
남녀노소의 관심사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나는 그들의 열의에 찬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내 미래의 고객들.’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자동차나 가전제품들은 일부 부유층들만의 사치품이다.
일반 노동자들이 월급이 50달러가 채 안 되던 상황 속에서 자동차 한 대를 뽑으려면 최소 천 달러는 손에 쥐고 있어야 하니까.
언감생심 꿈도 못 꿀 기물들.
하지만 조만간 한 명씩 우리 회사 제품을 사게 되리라.
세계대전 때문에 생겨난 초호황기.
가파른 경제 성장 속에, 일반 미국 서민들의 소득수준 또한 높아지니까.
더불어.
컨베이어 벨트 때문에 생산비용이 저렴해져서 판매단가 역시 비약적으로 싸지게 될 거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 구경하러 온 다수는 십 년 내에 내 고객이 될 것이다.
“휴즈는 언제쯤 이곳에 방문한다고 했지?”
“사흘 뒤에나 도착할 듯합니다.”
“폐막식에 맞춰서 이곳에 들르겠구먼.”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1907년.
대지진의 피해를 극복하고 세계 만국박람회를 유치했다.
이 행사를 크게 관통하는 공통 주제는 당연하게도 부활이었다.
서부의 중심지 샌프란시스코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서부 이민을 홍보하는 것이 목적이란 말.
이 주제의 방점을 찍기 위해서라도, 미합중국 최고의 통수권자인 휴즈가 이곳에 방문해야 했다.
‘개막식 때 도착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휴즈는 미국의 최고 통수권자다.
그 역시 일정이 있기에 임기 초반 몇 주씩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았을 터.
겨우겨우 짬을 내어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무엇보다, 빈손으로 오는 것은 아니니까.’
가까운 곳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 저 먼 워싱턴에서 기차를 타고 일주일이나 걸려서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다.
거리가 있는 만큼, 방문하기 어려운 곳이 바로 서부다.
‘사전 조율은 끝났지.’
이번 방문이 임기 내에 마지막 방문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휴즈는 서부에 거주하고 있는, 지진으로 고통받았던 시민들을 위해 지원책을 가득 들고 이곳에 들를 거다.
‘서부에 사는 시민들은 대다수가 농민이거나 광부지.’
그가 들고 올 정책들은 주로 농업이나 광업 관련 정책들이었다.
가장 혜택을 많이 입는 자는 누굴까?
당연하게도 나다.
서부에 가장 많은 땅을 가지고 있으니까.
더불어 대지진, 경기침체로 서부 광산업이 불황을 겪던 시절.
틈틈이 주요 광산들의 관련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기에, 농업 말고 광업 관련 진흥책이 나와도 나는 이득을 볼 수밖에 없었다.
‘어딜 가나 정경유착은 존재하니까.’
티 나게 받아먹냐.
혹은 암암리에 지원받냐에 따라서 욕을 먹기도 하고 그냥 넘어가기도 하는 것이 이 세계 원리.
나는 피식 웃으며 계속하여 세계 만국박람회 전시 부스들을 관람했다.
“여보세요? 아비냐? 그래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암암. 네 어미도 아주 잘 지내고 있지. 지금도 내 옆에서 바가지 긁으면서 나보고 비키라고 한다. 네 어미랑 통화 좀 할 터냐?”
이번 박람회를 위해, 동부와 서부를 잇는 전화선이 설치되었다.
지금, 저쪽 부스에서 한 노인이 아들 녀석으로 추정되는 사내와 통화하고 있다.
‘저들은 알까?’
에델과 결혼 후, 록펠러 일가는 미국 전화 전신회사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며.
그들의 거미줄 같은 전화선 설치에 막후 후원자가 되었다.
‘투자 목적도 있었지만.’
주된 이유는 따로 있다.
나와 함께 서부에 살게 될 에델.
그녀와 록펠러 일가가 평상시에도 자주 전화로 통화하기 위해서, 미국 동·서부 횡단 전화선 부설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동부와 서부를 잇는 전화선이 원 역사보다도 2년 더 빠르게 개통되었다. 고작 한 사람의 안부를 묻기 위해서지.’
한 가족의 사적인 욕심 때문에 시작한 사업이지만.
어찌 되었든 저들 역시도 부가적으로 이와 관련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막후에 이런 비밀이 있다는 것은 나와 록펠러 일가만 알고 있었기에, 나는 이를 지켜보며 기분이 굉장히 묘해졌다.
“동부와 서부를 잇는 전화선이 개통되면서 미국 전화 전신회사(AT&T)의 주가 또한 마구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겠지.
통신사업은 인프라 사업이다.
초기 설치비가 많이 들긴 하지만, 한번 통신망이 깔리면 허튼짓하지 않는 이상 계속하여 수금을 할 수 있다.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확장기에 접어든, 그것도 거의 독점기업이나 다름없는 회사가 벨 시스템.
즉 미국 전화 전신회사였기에, 주가가 미친 듯이 상승하고 있었던 거다.
‘한동안은 끝없이 상승하겠지.’
록펠러 일가와 나의 지갑이 또 한 번 두둑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모건 일가나 다른 뉴욕의 자본가들 역시도 적게나마 이득을 보긴 했다.
통신사업이 유망하다는 것은 돈 좀 굴리고 있던 이들이라면 다들 알고는 있었던 정보니까.
“다들 전하의 투자 안목을 주목하면서 다음 투자처는 어디일까 눈알을 굴리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나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겠다.
손만 댔다 하면 잭팟이 터지니까.
내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소문만 터져도 해당 회사의 주식이 들썩이는 것 또한 그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한다.
“일본의 부스로군.”
한참을 기분 좋게 둘러보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기쁜 일만 있는 것이 아니듯, 행사장 안에는 반갑지 않은 일행들이 존재했다.
“저들이 나누어 주던 지도가 수정된 것 같습니다.”
초기에는 Sea of Japan.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은 물론이고, 일본을 나타내는 영토의 지도 색과 대한제국의 색상이 똑같게 칠해져 있었다.
‘미 서부에서 나의 영향력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지.’
미 전역을 전부 커버하지는 못하나, 적어도 캘리포니아에서만큼은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리라.
이번 박람회가 열렸던 장소는 샌프란시스코로, 당연하게도 캘리포니아주 안이다.
더욱이 만국박람회 최대 후원자가 나였기에,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상황.
그랬기에 일본은 그들이 나누어 주었던 지도를 전부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동해가 공란으로 표기되고.
대한제국과 일본의 영토 색깔이 매우 비슷하긴 했지만.
구분할 수 있는 정도까지 수정되었기에, 만족할 만한 결과라고 치부할 수 있었다.
“이, 이 왕자님.”
아카모토 샌프란시스코 영사가 우리 일행을 알아보고는 전시 부스에서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들은 한껏 예의를 차리며 내게 굽신댔다.
“저희 부스도 한번 구경해 보시겠습니까?”
슬쩍 보았다.
전시된 품목은 일본 고유의 전통 복과 몇몇 기물들.
볼거리가 별로 없어 보이기도 했고, 내키지도 않았기에 콧방귀만 뀌고는 다른 부스로 향했다.
“아, 안녕히 가십시오.”
아카모토 샌프란시스코 영사의 표정이 참으로 볼만했다.
근심이 가득해 보였는데, 이는 지난날 나누었던 대화가 지금도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혀 놓고 있어서겠다.
* * *
“지난번 내 동생의 암살 사건 말이야. 일본 측에 관련 정보를 슬그머니 찔러보았나?”
“예.”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휴식공간.
나는 그곳에서 미리 싸 온 음료를 들이기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마실 거리를 팔고 있었지만, 암살 위험이 도사리기에 집에서 가지고 온 음용수를 홀짝였던 거다.
“그래. 어떻게 반응하던가?”
“그게, 조금 이상했습니다.”
“이상? 무엇이 이상하단 말인가?”
“아시지 않습니까? 일본인들 특유의 오만함.”
내게는 굽신거리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특히나 일본 본토에 오래 있던 일본인일수록 그러한 경향은 짙어진다.
“그런데 이번 일은······ 그 반응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를 마주한 것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며 이상하게 대응해댔으니까요.”
대충 예상이 된다.
아마도 일본인 특유의 버릇 때문일 테다.
매뉴얼에 안 적혀 있거나 갑작스럽게 무슨 일이 발생하면 뇌가 정지한 것처럼 버벅거리니까.
전부 자신에게 피해가 튈까, 책임회피를 하기 때문이리라.
“현지에 파견된 익문사 요원들의 증언 또한 일치합니다.”
“그래?”
“예. 일본 내각에서는 오히려 역으로 화를 내며 통감부에 진상을 보고하라고 역정을 내었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인가?
‘하긴······.’
처음부터 의심스럽긴 했다.
일본이 내 동생을 암살할 이유는 없으니까.
‘아버지를 겁주기 위해서라면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긴 했지.’
내 동생 말고도.
가까이서 그를 모시던 내관이나 상궁을 암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으리라.
언제든 네놈이 다음 타깃이라는 것을 인식시킬 수 있으니까.
‘새로 태어난 나의 이복동생은 오히려 일본이 두손 두발 들고 환영할 아주 좋은 카드였다.’
내 형님이신 순종.
그분의 뒤를 이어 공식적으로 후계자로 책봉된 이는 바로 내 또 다른 이복동생이었던 영친왕.
일본은 현재 영친왕을 유학이라는 명분 아래 일본에 머물게 하고 있었다.
말이 유학이지, 열 살밖에 안 된 아이를 볼모로 잡고 있었던 것.
‘내 동생이 어떻게 자랄지 모르니까.’
아버지처럼 기회가 되면 일본에 반항할 것인가.
아니면, 형님처럼 순종할 것인가.
아직 열 살 정도밖에 안 되기에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이를 교체할 수 있는 카드가 생겼다.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여인들의 자식 사랑은 참으로 대단하단 말이야.’
최근에 중궁전에서 일하던 상궁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일과 관련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관련되었다면 꼬리를 자르는 과정에서 같이 희생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군.
중세 유럽에서도 이런 일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중세 시대에서나 통하던 일이 아닌가?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으리라.’
마치 야누스의 얼굴처럼.
내가 기획하고 있던, 계획들도 비슷했기에 무언가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계속하여서 한 여인을 회상하다가 이내 입을 뗐다.
< 야누스의 얼굴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