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3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33화(233/392)
< 세계대전 발발 (2) >
합성협회 위원부 설치안은 하루아침에 졸속으로 통과된 안건이 아니다.
일 년이라는 제법 긴 시간 끝에 최종 완성되었는데.
나는 그간 틈틈이 이를 중간보고 받으며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그렇기에 세부안은 몰라도 큰 틀은 어렴풋이나마 기억하고 있었다.
‘이승만의 이름은 그 과정에서 단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었다.’
가장 중요한 런던 위원은 이승만이 아니고 안창호가 파견된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는 그리 남아 있었다.
흠.
그런데 이승만이라?
막바지 위원 선별 과정에서, 내가 모르는 변수가 발생한 모양이다.
“이 박사도 좋은 인물이긴 하지.”
나는 유길준을 쓱 바라보며 입을 뗐다.
“영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일세.”
“그렇죠.”
20세기 초.
서구 열강의 지도층들은 우생학에 심취해 있었다.
윗물이 이런 상황.
당연하게도 아랫물은 더 볼 것도 없다.
‘미국은 양반이지.’
대양 건너 유럽은 현재 내가 살고 있던 미국보다 더 심각했다.
그중 최고는 영국 놈들이고.
‘영국의 혐성이 어디서 나오겠어.’
기본적으로 영국 놈들은 천성이 음흉한 데다가 꼴에 지네들이 세계 최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21세기에도 그 선민사상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자해적 결정인 EU 탈퇴를 선택한 것을 봐라.
정말이지 웃긴 놈들이다.
‘이러한 경향 덕분에 [평범한] 유색인종은 상류사회 진입이 거의 불가능했지.’
예외가 있다면, 식민지에서 온 거물급 유학생들 정도?
인도에서 온 토후국 귀족이나 왕족들 정도 되어야, 그나마 나처럼 사람 취급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게 된다.
‘미국과 다르게 영국은 자국인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존재해.’
허울뿐인 왕정이지만, 공화정과 입헌군주제는 엄연히 다른 정치구조였다.
이러한 사회적 요인 때문에 인종차별 사상이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그런 곳에 영어 못하는 떨거지들을 배속시킨다면······.’
아무것도 못 하고 무시당할 테다.
당장 에델만 해도 그렇다.
미국 억양을 구사하는 평민 출신이라고, 지난 방문 당시에 런던 사교계에서 은연중에 따돌림당하지 않았었나?
물론 로스차일드 남작이 배후에서 슬쩍슬쩍 이를 부추긴 경향이 없지 않아 있긴 했지만.
아무튼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던 록펠러 가문의 여식 또한 차별받는 세상이 바로 영국이다.
그런 영국에서 영어를 어리숙하게 했다가는 딱 유인원 취급받을 것이 뻔했다.
이승만 정도의 언어구사력이 되어야 그나마 소통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
“이 박사만큼 영어를 잘 구사하는 이는 없으니, 분명 도움이 될 것이네.”
“소인 또한 그리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원안에는 도산이 파견 가기로 되어 있었던데?”
사소한 위원 임명 절차라서 내게 보고를 빠뜨린 것일 수도 있다.
하루에도 몇십 건씩.
사업보고서를 훑어야 했기에, 유길준 역시 내 상황을 알아서 요즘에는 큼직한 사건이 아니면 협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하지 않았다.
나는 유길준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내 기억이 틀렸는가? 내 기억이 맞았다면, 어찌하여 그러한 결정을 번복하게 된 것인가? 도산 또한 이 박사 못지않게 그 능력이 출중한 것으로 알고 있네만.”
순수하게 그 사유가 궁금했기에 나는 팔짱을 끼며 유길준을 바라보았다.
다른 놈이었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상대는 원 역사에서 초대 대통령.
이자가 유길준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그 과정을 알게 된다면 이승만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었기에.
나는 조심스레 상세 사유를 물었다.
“전하.”
“말하게.”
“도산이······ 도산이 이를 거절하였습니다.”
도산이?
아니 왜?
“어째서?”
“······.”
“의문이 드는군. 교민들의 일이라면 도산은 불타는 초가집에도 맨몸으로 뛰어드는 사내일세.”
하물며.
이번 위원부 파견 건은 대한제국 독립과도 관련된 일이다.
수많은 파견국 중 ‘영국’만큼 중요한 곳이 어디에 있다고.
서서히 미국에 세계 패권을 내주고는 있다지만 아직 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세계를 주무르고 있는 영국의 끗발이 아직 유효하다는 말이고, 도산 역시도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어찌하여.
“······.”
“······.”
유길준은 그 이유를 바로 내게 알리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협회장 사무실 건너편 출입구 쪽을 쓱 한번 바라본 후 내게 다시금 다음 말을 꺼내 들었다.
“위원부에 파견될 위원들이 옆방에 대기 중이옵니다.”
“······.”
유길준을 한 박자 쉰 후 다음 말을 계속하여 이어 갔다.
“도산 역시도 다른 이유로 옆방에서 대기 중이옵니다.”
한 다리 건너서 듣지 말고.
직접 보고받으라는 뜻인가?
하긴, 건너 건너 들을수록 본의가 아주 미세하게 왜곡되기 마련이니까.
“알겠네. 이번에 파견될 위원들 말이야.”
“예. 전하.”
“모두 들라 하게나.”
* * *
주르륵-
김규식을 선두로 이범진, 이준, 이상설, 이승만, 박용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창호가 열에 맞춰 협회장 집무실에 발을 내디뎠다.
“내 런던 위원부 파견 위원 문제로 유 협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네.”
“······.”
“······.”
해당 당사자인 이승만과 안창호, 둘을 가리키며 내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오라 명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시선을 교환하며 허언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살피기 위함인데.
두 사내는 이런 나의 명령에 침을 꼴깍 삼키며 다가왔다.
“내가 검토했던 원안에는 도산이 런던으로 파견된다고 적혀 있었네. 그런데 지금 와서 살펴보니 이 박사가 그 자리를 꿰찼더군.”
나는 표정을 피며 각각 다른 손으로 두 사내의 손을 잡았다.
“내 이를 채근 하는 것은 아니네. 도산이나 이 박사나 둘 다 훌륭한 인재니까.”
“······.”
“······.”
“다만, 그 연유가 궁금해서, 자네 둘을 보자마자 이 주제부터 먼저 꺼내게 되었다네. 둘 중 누가 내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 줄 것인가?”
이승만부터 시선을 교환했다.
그는 찔리는 것이 있는지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멈칫했고.
안창호를 바라보자, 그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어 대며 내 물음에 답을 하기 시작했다.
“소인이 이를 거절하였습니다.”
“그래? 어째서 이를 거절한 것이지? 다른 일도 아니고 협회와 대한제국 신민들을 위한 길인데?”
평소라면 발 벗고 나설 건데.
왜 지금은 그렇지 않냐는 나의 물음에 안창호는 아주 정석적인 대답을 내어 놓았다.
“소인의 역량이 이 박사보다 미천하여, 이 박사에게 런던 위원직을 양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정말로.
진짜냐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 박사가 도산 자네에게 그리 부탁한 것은 아니고?”
런던에 자신이 가고 싶다.
그동안 미국에 건너와서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번 한 번만, 내게 기회를 달라.
나 또한 도산 그대처럼 대한제국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안창호를 설득했을 것이 뻔한데.
사람 좋은 도산이 이런 이승만의 간곡한 부탁을 외면했을 리가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안창호라면 말이다.
“······.”
“······.”
뭐야.
이거 싱겁게.
묵비권을 행사하네.
‘안창호는 방금 했던 말을 취소할 수가 없지.’
그랬다간 공개적인 자리에서 내게 허언을 고한 셈이 되니까.
‘이승만도 입을 다물 수밖에.’
죄는 아니지만, 사적인 친분을 무기로 해당 직을 따낸 것이기에.
당당히 이를 밝힐 수는 없을 터.
‘키야. 몇 번 말 좀 섞어 봤다고 사람들 보는 눈이 생겨 버렸네.’
아! 그건 그렇고.
이 둘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다른 이들은 왜 이리도 긴장하는 것이지?
‘다들 처음 만났을 때랑 다르게 나를 어려워하는군.’
박용만만 해도 그렇다.
이전에는 술 먹고 취했을 땐, 고성까지 내지르며 자신의 독립론을 설파했던 자다.
그런 박용만 또한 일이 어떻게 돌아가나 전전긍긍하며 눈알을 열심히 굴리고 있다.
‘때굴때굴- 눈알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요새 자주 안 만나줬다고, 나를 이리 어려워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사람 잡아먹는 귀신도 아니고······ 아니 다들 왜 이리 나를 어려워하는가?”
“······.”
“······.”
“그보다 이리 일 초 만에 들킬 거짓을 왜 둘이 짬짜미해서 고한 것인가?”
“소, 송구하옵니다. 전하. 제 욕심이 과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나름대로 분위기를 풀려고 미소까지 지었는데.
마치 사형선고라도 받은 것처럼 이승만이 털썩 주저앉으며 낮은 자세를 취한다.
‘처음 봤을 때랑 많이 달라졌네.’
이전에는 속이 베베 꼬인 것처럼, 소인이라는 단어를 기피하며 나름대로 튕기는 모습까지 보였는데 말이다.
이제는 납작 업드린다.
‘최근에 달라진 모습을 보이더니.’
이승만은 마치 이단 심판관에 빙의한 듯이 서부를 쏘다니며 한 줌도 안 되는 서재필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작지만, 어느 정도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나를 광적으로 따른 놈들이 주축이라지?’
그 한줌의 세력이 없어질까봐 저러는 것일까?
그만큼 권력은 달콤한 것이기에, 이인자라 자리를 자처하며 자신만의 세력을 꾸역꾸역 유지하려는 것이겠지.
“이 박사.”
“예? 예! 전하.”
“런던 위원부에 파견되고 싶다고?”
“예!”
잘한 짓엔 상을.
못한 짓엔 벌을.
이승만의 행동이 내겐 이득이 되는 행위였기에, 그를 당장 내칠 이유는 없다.
“그래. 가서, 우리 대한제국을 위해······ 런던에서 열심히 봉사하게나.”
아까도 말했듯.
런던에서 일하려면 영어를 아주 박식하게 잘 구사해야 한다.
안창호 역시 능수능란하지만, 조금 더 고급스럽게 외교적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기술은 이승만이 한 수위.
딱 까놓고 언어 구사 능력만 본다면 이승만이 안창호보다 살짝 더 낫기에 나는 그를 지지해 주었다.
“다만, 원래 배정되었던 도산을 밀어내고 자네가 그 자리를 꿰찼으니······ 밥값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일세.”
나는 고개를 돌려 안창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산, 자네.”
“예.”
“유 협회장에게 들었네. 다음 달에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예.”
“그래그래. 미국의 의료진들 그리고 기술진들 파견이 코앞인 상황에서, 누가 이를 담당할까 살짝 우려되었는데······ 자네가 이를 책임져준다니 내 안심이 되는군.”
전쟁이 시작되었다.
본국에 설립된 공장들을 관리할 인력을 대거 파견해야 하는 상황.
“조만간 사람을 보내겠네.”
“사람이요?”
“본국으로 파견 갈 우리 대한상회, 대한방직 경영진들일세.”
“아······.”
“기업 운영은 잘한다지만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우리 본국의 상황을 잘 모른다네. 자네가 가는 도중에 그 치들에게 주의해야 할 것을 알려 주게나.”
“예.”
대충 위원 파견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 지어도 될 것 같다.
‘아!’
내 앞에 있는 자들은 한인 중에서는 제법 안목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자들이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자들은 이번 세계대전을 어떻게 바라볼까?
“여기 오면서 최 비서실장과 우 재정담당관이 걱정하더군. 본국에 투자한 것이 내게 독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주장하며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걱정하였네.”
나는 한 명 한 명 시선을 교환하며 물었다.
“내 오늘 아침에 중국에서 받은 전보일세. 상해 조차지에서 발송된 것들이지. 한동안은 영국제 면직물들의 중원 수출이 막힐 것일세. 해당 물량은 죄다 본국 군수품 제작에 쓰일 것이라더군.”
가슴팍에서 꺼낸 전보 종이를 팔랑팔랑 흔들며 말했다.
“상해에 있는 정보원이 이야기하기로 영국 정부는 석 달 정도면 이번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보고 있네. 그렇기에 상해에서는 이번 영국의 공산품 수출 금지 조치가 이번 연도를 넘기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있다네.”
정말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한데 모인 한인 지도자들을 향해 물었다.
“다들 그리 생각하는가? 어떤가? 자네부터 이야기해 보겠나?”
여기 모인 인원 중.
군재가 가장 뛰어난 이를 고르라고 하면 당연하게도 나는 가장 먼저 박용만을 꼽을 것이다.
비행학교 교장도 역임했고, 연해주도 자주 건너다니며 무장투쟁 운동에 힘을 싣고 있으니까.
“영국의 예상이 맞지 않겠습니까?”
“그래? 프랑스군이 정말 석 달 안에 베를린을 함락시키리라 생각하는가?”
약 30년 전에.
프랑스는 아직 통일되지 않은 독일에 흠씬 두들겨 맞은 후.
베르사유 궁전에서 상대국의 대관식을 치르게 하는 굴욕을 당하게 되었다.
이는 여기 있는 한인 지도자들도 익히 알고 있던 세계사다.
그랬기에.
다들 프랑스는 언급하지 않고 다른 국가들을 독일의 맞수로 지목하며 내 말에 반박했다.
“프랑스 말고, 브리튼 섬에서 상륙한 영국군이나 러시아가 독일군을 압살하리라 예상합니다.”
“그래?”
나는 고개를 돌려서 다른 이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대다수는 ‘영국’이라는 세계 최고 브랜드에 취해서 그런지, 박용만의 예상에 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이 박사도 그리 생각하나?”
“저는 아닙니다.”
“어째서지?”
“영국 놈들은 배나 탈 줄 아는 놈들이고 러시아 놈들은 추운 날씨에 의지하는 거 빼곤 하나도 강점이 없습니다.”
박용만과 이승만은 노선이 전혀 다르다.
이번 전쟁이 석 달 안에 끝날 수 있느냐 예상하는 것도 천지 차이로 달랐다.
“최소 일 년 이상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도산 자네는?”
“전하의 비행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곳이 바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입니다.”
“그렇지.”
“비행기라는 변수가 발칸 대전에서도 보여 주지 않았습니까? 그 거대한 오스만제국이, 어떻게 무너졌습니까?”
논리가 살짝 맞지는 않지만.
뭐, 그의 말대로 원 역사보다 빠른 비행기 활용이라는 변수가 이번 대전에서 어떠한 영향을 줄지 모르니.
아예 틀린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의견이 우리 사이에서도 갈리는구먼.”
나는 살짝 씁쓸할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뭐 어떤 결과로 귀결되든, 결론은 하나일세.”
“뭡니까?”
“이번 전쟁은 정말이지 유럽을 넘어 세계 각국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네.”
“······.”
“······.”
조용히.
내 말을 경청하고 있는 위원들을 보며 내가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 상황 속에서 우리 대한이 어떤 이득을 취하게 되느냐는, 전적으로 자네들 손에 달렸네.”
여기 한데 모인 한인 지도층들을 바라보며 부탁했다.
“모두 내가 대한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며 일해 주게나. 내, 자네들만 믿겠네.”
< 세계대전 발발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