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34)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34화(234/392)
< 세계대전 발발 (3) >
미국에서 한창 위원부 파견 준비로 이강이 열을 올릴 때.
지구 반대편에서는 원 역사대로 세계대전 참전국이 하나씩 늘고 있었다.
“많이 들게나. 전쟁이 격화되면 이렇게 여유 부리며 육지에서 식사하긴 힘들 테니까.”
“예.”
러시아 발트 함대를 이끌었던 니콜라이 폰 에센.
그는 현재 작전참모였던 알렉산드르 콜차크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초반 전황 소식을 보고받는 중이었다.
“맨입으로 음식을 넘기긴 좀 아쉽지? 자, 받게.”
”어휴. 감사합니다. 저 또한 한잔 올리겠습니다.”
“그래. 가득 따르게.”
러시아인들의 저녁 식사답게 둘은 보드카를 저녁 음식과 함께 음용하고 있었다.
크아-
40도가 넘는 도수 때문에 술을 위로 넘길 때마다 알코올이 식도를 뜨겁게 자극한다.
연거푸 보드카를 비운 에센 제독이 살짝 풀린 눈으로 자신의 부하를 바라보며 전황을 물었다.
“흉악하기로 소문난 영국 놈들이 참전을 선언했다고?”
“예.”
콜차크 역시 자신 앞에 가득 채워진 술잔을 비우며 하던 말을 이어 갔다.
“독일이 벨기에 영토를 침공했는데······ 별수 있겠습니까?”
마치 임진왜란 때, 일본이 조선에 당치도 않는 요구를 해 댔던 것처럼.
독일 역시도 벨기에가 절대로 수용하지 못할 괴상한 제안을 그들에게 요구했다.
“암, 개뿔 뜯어먹는 소리를 그리 싸 대는데. 몽둥이가 약이지.”
프랑스를 치는데 길을 좀 비켜 달라.
이른바 정불가도(征佛假道).
같은 동맹이었으면 그나마 수용할 수 있겠지만, 벨기에는 엄연한 중립국이었다.
가만히 있는 제3국에 이런 제안을 했다는 것은 마치 16세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해당국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였다.
“쯧쯧. 영국도 참 머저리 같은 짓을 했구먼. 그러게, 이럴 거면 진즉 우리 편에 합류했어야지.”
독일이 이번 전쟁에 오스트리아 편으로 합류했을 때, 본래대로라면 영국은 프랑스처럼 다음날 바로 베를린에 선전포고해야 했다.
하지만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영국은 머뭇거리며 협상국 측에 바로 합류하지 않았다.
양측에 무기를 팔며, 뒤에서 동맹국들을 조종하는 암흑상인 역할을 또다시 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던 차.
그동안 후견인 역할을 해 왔던 벨기에가 이번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더는 뒷짐 지고 볼 수 없는 상황.
그들은 이번 전장에 부랴부랴 뒤늦게 뛰어들었다.
“하여튼······ 좋아하려고 해도 좋아할 수가 없다니까.”
19세기 초부터 러일전쟁이 끝날 때까지, 근 백 년간 러시아는 영국과 으르렁대며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했다.
지금은 유럽의 떠오르는 강자 독일 때문에 잠시 손을 잡고 있다지만, 오랜 경쟁 구도 때문인지 서로를 향한 감정이 썩 좋지는 못했다.
더욱이 에센 제독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군인.
나이가 들수록 과거에 얽매게 되는 경향이 강한데, 그 역시도 이들 중 하나였기에 영국을 혐오하고 경계했다.
“하지만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 적이었을 때는 참으로 거대한 벽 같았는데 말이야.”
“같은 동맹이라고 생각하니, 정말이지 든든합니다. 적어도 바다에서만큼은 무적이지 않습니까?”
“그래.
에센과 콜차크.
이 둘은 러시아 해군에 소속되어 있었다.
육지에서는 몰라도 바다에서만큼 영국보다 강한 군대는 없다.
한때 남미를 제패하며 신대륙 황금을 독차지했던 스페인의 무적함대도 영국의 손에 쓰러졌으며.
서유럽을 통일했던 나폴레옹마저도 영국의 넬슨 제독에게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그 구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
“독일놈들은 어항 안에 갇힌 피라미가 된 셈이네.”
“맞습니다. 발트해 안에서 뻐끔뻐끔 입을 끔뻑대다가 서서히 말라 죽을 것입니다.”
거대했던 영토 때문인지 러시아는 발트해와 북극해, 흑해, 동해 등 여러 바다에 인접해 있다.
반면.
독일이 접하고 있는 바다는 크게 두 곳.
발트해와 북해다.
이중 북해는 영국의 앞마당이라고 볼 수 있는 곳.
그렇다면 남은 곳은 발트해인데.
이곳은 카테가트 해협이나 스카게라크 해협만 틀어쥐고 있으면, 독일 해군이 대양으로 나갈 수 없기에.
정말로 독일 해군은 횟집 수족관에 갇힌 횟감 같다고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쟁은 쉽게 쉽게 가겠군.”
“예.”
콜차크가 빈 잔을 채우며 슬쩍 에센 제독의 눈치를 보았다.
“다만, 주의해야 할 사항이 한 가지 있습니다.”
에센 제독은 콜차크가 무슨 개소리를 짖고 있냐는 표정을 지어 댔다.
세계최강 영국 해군이 같은 편에 합류했는데.
걱정할 것이 뭐 있다고.
“아!”
하지만 에센의 뇌리에도 무언가 한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미간을 살짝 오므리며 자신의 참모를 향해 물었다.
“그 폭격기인가 뭔가 하는 기물을 말하는 것이로군.”
“예. 그렇습니다.”
에센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연구하는 타입이다.
다른 러시아 고위 장교들처럼, 나이 좀 들었다고 술이나 마시며 띵까띵까 놀기만 하는 타입은 아니라는 말.
그는 최근에 보았던 폭격기를 회상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예전에, 수도에 갔을 때 그 기물을 한번 직접 보긴 했었네. 독일에서 열렸던 지난 시연회 행사에서 다 쓰러져가는 선박 하나를 운 좋게 격침했다며?”
“예.”
콜차크 역시 리&라이트 사에서 개발한 폭격기를 본 적이 있다.
정확히는.
지난 시연 행사 때 러시아 측 외교관과 함께 참석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는 그때의 기억을 다시금 회상하며 그날의 주인공 얼굴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이번에 사망한 프란츠 황태자 또한 그때 행사에 참석했었지.’
콜차크는 그때를 회상했다.
귀빈들이 다들 일어서며, 열화와도 같은 환호성을 보냈던 장면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조금 과장된 면이 있긴 하지만, 조심할 필요는 있습니다.”
“쳇. 그 조그마한 날파리로 뭘 할 수가 있다고.”
에센 제독의 주장대로.
러시아 해군도 리&라이트 사에서 이를 도입한 후 몇 번 이를 시도해 보았다.
단 한 번에 철갑으로 무장한 군함을 격침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수준 높은 비행술에.
고성능 폭약.
거기에 운까지 따라 줘야 해당 장면이 재현될까 말까였기에.
에센은 폭격기의 가치를 절하했다.
“조심해서 나쁜 것은 없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다만······.”
정말이지 운 좋게.
군함 유류 저장고에 폭탄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지난번 시연 행사 때처럼 용궁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 분명했기에.
주의가 요망된다.
이를 러시아 해군 수뇌부들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벌써 해안가 인근을 이동할 때는 주의해서 항해해야 한다는 경고가 있을 정도였다.
언제, 어떻게 폭격기가 날아올지 모르니까.
“‘이’인지 ‘위’인지 하는 노란 원숭이, 그놈 때문에 다들 고생이군.”
에센 제독이 리&라이트의 소유주, 이강을 힐난하며 그를 비난했다.
“이상한 것을 만든 것도 모자라서, 그것들을 독일, 오스트리아······ 양측에 대거 팔아넘기다니.”
“예. 그렇다고 합니다.”
리&라이트 사의 비행기를 수입하지 않은 나라는 오직 한 곳.
프랑스다.
초기 라이트 형제의 창업 파트너였던 옥타브 샤뉘트가 프랑스에 비행기 제조 공장을 설립하며 기밀을 빼돌리다가 실패하자.
그 반발감에 자체적으로 그들만의 전투기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에센 제독이 이를 언급하며,양쪽 사이에서 전쟁상인 노릇을 하는 이강을 비판했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공적인 자리에서만큼은 자중하셔야 합니다.”
“아네. 이 왕자는 폐하의 재정담당관이니까.”
“예.”
그랬기에, 에센 제독도 평소에는 조용히 이 문제에 관해서 언급하지 않다가 콜차크와 둘이 있을 때 이리 열변을 토한 거다.
제 부하만큼은 믿고 의지할 수 있으니까.
“나 참,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위대하신 차르 곁에는 자꾸 이상한 놈들이 꼬이는 건지. 나 원.”
이강이 방문했을 때, 예루살렘으로 성지 순례를 떠났던 라스푸틴.
그가 돌아오며 러시아 정계는 다시 한번 혼란에 빠졌다.
이강의 조언대로 혈우병에 치명적인 아스피린 처방은 더는 하고 있지 않으나, 근본적인 치료 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
아픈 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통제할 줄 알았던 라스푸틴만이 황태자 알렉세이의 병을 간호할 수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라스푸틴이 국정을 농간하고 있어서, 러시아 일반 시민들은 물론이고 군부 세력이나 황족 일가들까지도 라스푸틴을 저주하고 있다.
에센은 생김새만으로는 정통 백인이 아니라고 볼 수 없었던 라스푸틴과 이강을 한데 묶어서 싸잡아 비난했다.
콜차크가 다시 한번 주의하라는 무언의 눈 신호를 보내자, 그는 ‘간 큰 부하 놈이 또다시 눈치를 주는구나.’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독한 보드카를 다시금 입에 털어 넣었다.
따르릉따르릉-
현재 둘은 에센의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중이다.
고위 장교의 집답게.
전화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자네가 대신 받게.”
“예.”
에센 제독이 쓱- 자신의 참모를 바라보며 대신 전화를 받으라고 강요했다.
“예? 예예.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제독님께 잘 전달하겠습니다.”
저 멀리서 콜차크가 성큼성큼 다가온 후, 자리에 다시금 앉았다.
이에 에센 제독이 술을 채워 주며 그의 참모에게 물었다.
“표정이 별로 좋지 못하군. 왜 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벌어진 것인가?”
콜차크는 자신이 보고받은 내용을 있는 그대로 자신의 상관에게 전했다.
“뭐? 처칠 그놈이, 그따위 망나니짓을 벌였다고?”
“예.”
“이 반푼이 새끼가 기어코······.”
러시아는 거대한 영토를 소유하고 있다.
그중 국경을 접하고 있는 두 세력.
오스트리아와 독일, 이 두 나라와 현재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설마 이번 조치로 오스만이 이번 대전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요.”
유럽에서는 이 두 나라 말고도 다른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웨덴과 노르웨이, 루마니아, 오스만 등이 있다.
이중 한때 러시아와 치열하게 쌈박질을 했던 오스만이 문제.
영국이 크나큰 실수를 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깟 군함 2척이 뭐라고! 벌레만도 못한 버러지 새끼!”
오스만은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영국에 군함 두 척을 주문했다.
조선소에서 뚝딱뚝딱 건조하여서 오스만에게 배달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
하지만 처칠은 한 척이라도 해군력을 증강하려고 이를 반강제로 몰수하는 명령을 내렸다.
당연하게도 거금을 주고 주문했던 오스만이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여론이 크게 나빠지긴 하겠지만, 발칸 대전의 상흔 때문에 오스만은 중환자가 되었습니다.”
“그렇지. 더욱이 전쟁이 끝난 지도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지.”
“예. 그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독일 측에 붙겠습니까?”
오스만이 독일과 손을 잡으면 러시아는 러시아 나름대로 골을 썩이게 된다.
양면 전쟁을 치르게 되니까.
독일과 오스트리아도 버거운데.
캅카스산맥 일대에서 오스만과도 자웅을 겨루어야 했기에, 여간 거슬리는 일이 아니었다.
“으······ 흑해 쪽은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겠구먼.”
“예.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쉽게 쉽게, 가나 했더니만.
영국이 이렇게 똥볼을 차다니.
‘상부에도 이 보고가 전해졌겠지?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거다.’
처칠.
그 개새끼한테도 분명 거대한 압력이 전해질 터.
‘오스만이 협상국에 붙지 않기만을 기도해야겠지만.’
만약 진짜로 한바탕 붙게 된다면 러시아는 분명 영국에게 큰소리칠 거다.
다 네놈들 때문이다.
원죄가 있기에 가만히 있지만은 마라.
적어도 갈리폴리 정도는 먹어서, 오스만이 꽉 쥐고 있던 보스포루스 해협 봉쇄를 풀어 달라고 요구해야 그나마 숨통이 트일 테니까.
“그나저나 혹시 그 소식 들었나?”
“무슨 소식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에센은 한숨을 쉬며 점심때 입수했던 한 정보를 자신의 부하에게 늘어놓았다.
“차르께서 직접 전장을 진두지휘하실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네.”
“예?”
“주변에서 이를 극구 만류하여 뜻을 거두셨다지만······ 연거푸 패배라도 한다면 골치가 아파질 것일세.”
“그러겠네요.”
아니.
중세도 아니고.
황제가 직접 나서서 친정하겠다니?
콜차크는 살짝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댔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원상태로 돌렸다.
그는 러시아 제국에 충성심이 가득한 군인이었으며, 동시에 아직 일어난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차르께서 친정하게 된다면······.’
하지만 상상은 해 볼 수 있었다.
콜차크가 몇 가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의 주변에 있던 이들이 이득을 보겠지.’
라스푸틴을 말할 것도 없고.
차르의 쌈짓돈을 담당하는 재정담당관 이강 역시도 수혜를 볼 테다.
한 놈을 신뢰하면, 그놈만 끝까지 믿는 니콜라이 특성상.
이강의 회사에서 군수품을 마구마구 사들일 테니까.
‘그놈들만 노났군.’
콜차크와 에센은 제발 러시아 육군이 선전하기를 바라며 보드카를 빠르게 비워 댔다.
술이 참 썼다.
< 세계대전 발발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