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35)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35화(235/392)
< 세계대전 발발 (4) >
1914년 8월.
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약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무사하셨군요.”
현재 베를린 왕궁은 오랜만에 북적였다.
군부에서 이름 좀 날린다고 하는 장성들이 죄다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었으니까.
“헉!”
“전하. 오셨습니까?”
“이쪽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주인공은 본디 가장 늦게 도착해야 하는 법.
그런데 말이다.
아직 전달받은 시간이 한참이나 남은 상황에서, 카이저의 장남이자 독일제국의 황태자였던 빌헬름 폰 프로이센이 베를린 왕궁에 모습을 보였다.
카이저는 아니지만, 제국의 후계자가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기에.
다들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빌헬름 황태자에게 고개를 숙여 댔다.
“반갑구려. 어?”
황태자는 독일군을 이끄는 사령관들이랑 악수하며 부산하게 움직이다가, 이내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한 남자와 격하게 악수를 해 댔다.
“왕족 중에선 내가 제일 부지런한 줄 알았는데. 이거 나보다 빠릿빠릿한 분이 계셨다니 놀랍습니다.”
황태자와 격이 없이 대화하고 있는 상대는 바이에른 왕국의 왕세자였던 루프레히트 바이에른이었다.
“내, 왕세자의 승전 소식을 멀리서나마 들었습니다.”
옛날에는 독립된 개별국가였지만, 지금은 독일제국이라는 큰 지붕 아래에서 수백의 왕국이 함께 살게 되었다.
바이에른 왕국도 그중 하나.
그래서일까?
왕세자라는 칭호는 실권은 하나도 없는 허울뿐인 직위였다.
하지만 아예 쓸모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증명서였으니까.
일반 평민들이나 융커들과는 다른, 왕가 출신만의 고귀한 혈통이라는 것을 호칭으로 널리 알려 주니까.
“제6군이 프랑스 놈들을 그리도 몰아붙이고 있다면서요?”
봐라.
황태자가 콕 집어서 루프레히트를 언급하는 것을.
같은 왕족이었기에, 우대해 주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루프레히트는 한껏 거드름을 피워 대며 회의장을 한번 쓱 관찰했다.
“아닙니다. 아직 파리까지 갈 길이 멉니다.”
“이거 우리 5군 또한 분발해야겠습니다. 잘못해서 크게 뒤처지기라도 한다면, 폐하께 크게 혼쭐이 날 수도 있으니까요.”
하하 호호.
서부전선을 담당하고 있던 사령관들이 두 왕족의 대화에 알랑방귀를 뀌어 대며 한마디씩 거둔다.
이들의 증언대로 독일군의 초반 전황은 아주, 아주 좋았다.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5군 역시도 선전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독일의 초반 선전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 크다.
지상군이 프랑스나 벨기에, 영국군과 비교해 그 수준이 살짝 더 나은 것도 있고.
“지난주 5군에서 띄운 폭격기의 공격으로 프랑스군 사령관 하나가 죽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말입니다.”
“아! 그 소식 들으셨군요. 겁도 없이 전선 근처에 지휘 본부를 설치했다가, 그리된 것이 아닙니까?”
더불어 이강의 회사에서 수입한 군수품들을 그들이 아주 잘 활용해서이기도 했다.
“L&H의 폭격기 덕분에 프랑스 놈들이 움찔움찔하는 것 같습니다.”
“예예. 저 또한 들었습니다. 트라우마가 꽤 센지, 폭격기만 떴다 하면 다들 머리를 박고 벌벌 떤다고 합니다. 무려, 지휘부 장교들이 말입니다.”
L&H에서 수입한 비행기들은 아주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었다.
황태자를 비롯한 독일의 장성들을 이를 잠시 언급하다가 이내 표정을 싹 바꿨다.
“좋은 소식이긴 한데······ 우리 또한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아, 그렇죠. 적들도 자체적으로 폭격기를 생산한 후, 이를 배치하고 있으니까요.”
프랑스군의 폭격기는 독일군이 애용하고 있는 L&H의 폭격기보다 성능이 안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체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군의 전투기와 대공포가 적의 폭격기들을 격추하고 있지 않습니까?”
원 역사와 다르게 초반부터 제공권 싸움이 시작되었다.
눈엣가시 같은 폭격기를 격추하려고 프랑스 측이 하늘을 누비는 전투기를 띄웠는데.
이에 독일 군부 역시 응전하며 수백 기의 전투기들이 하늘 위에서 기관총을 갈겨 댔다.
“다행히도 우리 조종사들의 실력이 앞서서 이를 잘 방어하고 있다지만, 적이 신형 전투기를 내놓을 수도 있다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아! L&H 측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습니까?”
“신형 전투기 말입니까?”
“예.”
“아직 답변이 없습니다. 개발 중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별 성과가 없나 봅니다.”
황태자는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대며 장성들과 정보를 교환했다.
“우리 쪽은요?”
우리 쪽이라고 하면 독일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전투기를 말한다.
황태자의 물음에 여러 장성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댔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L&H보다 체공 시간이 현저히 짧습니다. 내구성도 약하고요.”
“허허.”
자칫.
L&H가 전투기와 폭격기 수출을 중단한다면 큰일 나는 상황.
다행히도 비행기 공장이 네덜란드에 있어서 해상봉쇄 영향은 없다지만.
황태자는 미간을 좁히며 최악의 상황을 우려했다.
“특별 조치가 필요하겠군요. 우리쪽 비행기 제조 회사들에 보조금을 좀 지원하며 관련 사업을 키워 봅시다.”
“관련 부서에 한번 요청을 해 보겠습니다.”
황태자는 조금 전에 했던 말을 다시금 꺼내며 독일 군부 측에 경고했다.
“아무튼 혹시 모르니 지휘 본부는 전선에서 좀 멀찍이 떨어트려 놓읍시다.”
“예예. 황태자님 말씀대로 전쟁도 중요하지만 우리 목숨도 중요하니까요.”
“그러니까요.”
그때였다.
문 앞에 시끌벅적해져서 다들 고개를 돌렸는데.
익숙한 얼굴들이 대거 베를린 왕궁에 도착했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파울 힌덴부르크, 에리히 루덴도르프 등등.
동부전선에서 활약하는 장성들이 하나씩 모습을 보였다.
최근 서부전선보다도 더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기에,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가득했다.
“설마, 제가 전하보다 늦게 도착한 것입니까?”
“이거, 결례를 범했군요. 정말이지 송구하옵니다.”
힌덴부르크와 루덴도르프가 황태자의 눈치를 보며 인사를 했다.
이에 황태자는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해대며 동부전선의 상황 역시 칭찬했다.
“소문에는 차르가 최근 연이은 패전에 몹시 화가 나서 직접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말입니다.”
황태자가 두 장군을 바라보며 히죽거렸다.
“장군들께서 러시아 놈들을 불알을 아주 세게 걷어차고 있다면서요?”
이에 기분이 좋아진 힌덴부르크가 얼굴에 웃음꽃을 만개하며 러시아 군부 세력을 싸잡아 비판했다.
“러시아 놈들. 몸집만 컸지, 별거 없습니다.”
“맞습니다. 러시아의 그 추운 겨울 날씨 하나만 경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문제는 방금 황태자가 말한 기후다.
천하의 나폴레옹도 자신만만하게 러시아를 공략하겠다고 칼을 빼 들었지만.
결국, 강추위에 발이 얼어붙어서 몰락하지 않았던가?
동부전선에 속한 사령관들은 이를 경계하며 앞으로 다가올 맹추위를 걱정했다.
그랬기에.
그들은 최대한 이번 가을까지, 전투를 끝맺음하고 싶어 했다.
“카이저께서 입장하십니다.”
그때였다.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 * *
빌헬름 집무실 한가운데 설치된 탁자 위에 커다란 세계 전도를 펴놓고는 무언가를 카이저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두 왕족의 보고에 카이저는 팔짱을 끼며 이를 감상하다가 표정이 밝아졌다.
“슐리펜계획이 무난히 성공할 것 같다는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폐하.”
이에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힌덴부르크가 미간을 좁히며 속으로 하나를 떠올렸다.
‘섣불리 설레발치다가는, 한번 크게 프랑스 놈들에게 혼쭐이 날 텐데, 이거 나 원······.’
진짜로 그리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
서부전선과 비교해 동부전선이 성과가 미비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힌덴부르크는 살짝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두 왕족의 브리핑을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끝끝내 이를 반박하지는 않았다.
자칫, 두 왕자의 예상이 맞으면.
질투에 눈이 멀어, 다 지은 밥에 재를 뿌린 좀생이로 찍힐 수도 있으니까.
“이 왕자의 공이 참으로 크구려.”
갑자기 카이저의 입에서 이강의 이름이 나왔다.
이강을 원체 좋게 생각하고 있고.
그의 회사에서 생산된 군수품이 전장에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 폐하. 이에 관하여 한 말씀 올리고자 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내부에는 이를 불평하는 이들 또한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납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
“예.”
“자칫, 전쟁이 장기화할 수도 있는데······ 이를 좀 깎아 달라고 이 왕자에게 요청하심이 좋을 듯합니다.”
표면상 이유는 가격이지만.
융커들의 자국산 사랑은 예부터 전통적으로 행해졌던 일.
대체할 수 있는 자국의 군수품이 상당히 시중에 많이 널려 있다고 판단했기에.
융커들은 L&H의 군수품을 견제하는 한편 대체할 수 있는 제품들은 자국의 무기로 국산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흠. 일리가 있군.”
빌헬름 2세가 뚝심 있는 사내라면, 이강을 믿고 이를 계속 공급받았겠지만.
그는 팔랑귀였다.
“내 미국에 전보를 보내겠네. 전보로는 부족할 수도 있으니, 직접 사람을 보내어 친서 또한 전달하라고 하겠네.”
“예.”
“더불어, 아국의 군수산업 현황을 정리하여 내게로 가져오게나.”
* * *
일반인들은 흔히 로비스트라고 하면, 무엇부터 생각할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달라서 무언가를 딱 특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의견을 모으다 보면 공통된 키워드가 나오기 마련이다.
‘대다수 사람은 로비라는 말을 들으면 부패부터 생각하지. 그중에서도 방산 비리를 가장 먼저 연상하고.’
사람들 대부분은 긍정적인 보도보다는 부정적인 기사를 더 잘 기억하는데.
로비와 연관된 기사 대부분이 방산 비리와 엮여 있기 때문이겠다.
더불어 원 역사에서 대한민국은 로비 행위가 합법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부정적인 이미지로 박힐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그쪽 시장이 크긴 했어.’
특히 건당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 다른 산업과 비교해 천지 차이였기에.
방산업계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들은 정말이지 숨 쉴 때마다 달러를 사방으로 뿌리고 다닐 정도로 부유했다.
‘그쪽 활동도 열심히 할걸.’
최근 들어서 더더욱 아쉽다.
방산 쪽 지식이 연구원급으로 해박했다면, 건 트럭으로 그치지 않고 무언가 턱턱 더 내놨을 텐데.
‘그쪽 업계에서 일했다면 혹시 알아? 탱크나 전투기에 대하여 더 잘 알았을지.’
그랬다면 내가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하여, 세계대전에서 좀 더 영향력을 키울 수도 있었을 텐데.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축산업체나 곡물회사는 수십 번 들리기보다, 록*드나 보* 같은 무기 제조 공장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아쉽다.
‘뭐, 애초부터 내 길이 아니긴 했지만.’
그도 그런 것이.
방산업계는 인맥으로 똘똘 뭉쳐져 있어서 외부의 신규 진입자가 쉽게 파고들기 어렵다.
뭐, 어디든 텃새가 있기 마련이다만.
이쪽 방면은 유독 전직 군인들이나 그쪽 관련 가족들이 해 먹는 경우가 많아서, 원체 진입장벽이 높았으니까.
‘뭐, 후회해서 뭐 하겠어.’
나는 서둘러 집무실에 지도를 피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사흘 전, 유럽의 전황이라?”
“예. 그렇습니다.”
군사학을 이수한 것이 아니었기에, 상세한 전황을 분석할 수는 없다만.
점령한 영토가 동맹군 측이 압도적으로 높았기에, 초반 두 달 형세는 독일에 크게 웃고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여기서 변수는.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철조망을 전선에 설치하며 참호전을 막 시작했다는 것.
이 때문에 요 며칠 동안은 독일군은 진격다운 진격을 못 하고 있다.
공격했다 하면 기관총에 드르륵 갈리니까.
‘시작되었군.’
원 역사대로 흘러간다.
양쪽 군 수뇌부들이 상상도 못 했을 초유의 장기전 망령이 꿈틀대기 시작한 거다.
“전하.”
“무슨 일인가?”
한참 지도를 보고 있는데, 최현우가 종종걸음을 한 채로 내게 다가왔다.
이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백악관에서 전화라도 왔는가?”
“아닙니다.”
최현우가 종이 쪼가리 하나를 내게 건넸다.
우체국에서 온 문서였다.
“동경에서 온 전보인데 말입니다.”
동경? 아, 도쿄!
일본 놈들이 내게 직접 전보를 보낼 리는 없고.
익문사에서 보낸 모양이구나.
전보 내용을 처음부터 쭉 정독하고 있는데, 미리 본 최현우가 중요 내용을 소리 내 읽었다.
“일본이······ 독일에 선전포고했다고 합니다.”
< 세계대전 발발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