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36)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36화(236/392)
< 다시 동부로 (1) >
일본의 세계대전 참전 소식을 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본래 일했던 것처럼 평범하게 하루를 보냈다.
“이제 복귀한 것인가?”
“예.”
“손에 들고 있는 서류 뭉치들이 꽤 많구먼. 오늘 만났다는 브로커들 말이야. 생각보다 유능한가 보이.”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최현우는 매일 같이 각종 사교클럽을 드나들며 매니저들과 접촉했다.
“어디 쪽 정보를 누구에게서 입수하였는가?”
이 시대 정보는 금.
서구 열강의 자본가들도 이를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은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최대한 사용하여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실시간은 아니지만 최대한 빠르게 체크했다
‘다다익선이지. 일단은 최대한 정보를 많이 수집하는 게 중요해.’
내겐 익문사가 있으나, 그들이 입수할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는 법.
진출한 지 오 년도 안 된 유럽에서 생생한 전황 정보를 입수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나는 거액의 현상금을 걸며, 전국에 있는 정보 브로커들에게 유럽의 소식을 사들였다.
“7인회 구성원 중 하나인 와버그 은행장에게 받았습니다.”
피라미 같은 이들도 있지만, 개중에는 거물들도 몇 존재했다.
방금 최현우가 언급했던 자 역시 그중 하나.
“폴 와버그?”
“예. 그렇습니다.”
와버그는 로스차일드 본가, 그러니까 합스부르크 왕가에 줄을 댄 자였다.
“이리 줘보게.”
“예.”
당연하게도 와버그가 건넨 자료는 오스트리아군의 핵심 정보가 적혀 있는 문서였다.
양질의 자료였기에, 나는 번뜩이는 눈으로 빠르게 안에 내용을 살폈다.
‘오스트리아군 또한 러시아와 세르비아를 열심히 두들겨 패고 있군. 한편으론 이탈리아를 경계하면서 말이야.’
독일은 본디 3제 동맹.
오스트리아와 함께 러시아와 손을 잡으며 프랑스를 견제했다.
하지만 보불전쟁에서 승리한 후 러시아와 오스트리아가 갈등을 겪자, 같은 민족인 오스트리아의 편을 들며 3제 동맹을 파기했다.
그 대안으로 체결된 것이 바로 이탈리아를 끌어들인 삼국동맹.
하지만.
이탈리아는 세계대전이 일어났는데도 중립을 고수하는 중이다.
독일의 적인 프랑스와 밀약을 체결했기에, 어느 한 편도 손을 들어주지 않고 간을 보고 있는 거다.
이 때문에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를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며 조마조마 가슴을 졸이는 중이다.
자칫 이탈리아가 이번 대전에 참여라도 한다면, 오스트리아 역시도 독일처럼 양면 전쟁을 벌여야 하니까.
나는 와버그가 건넨 보고서를 다 읽은 후, 팔짱을 끼며 최현우를 바라보았다.
“참으로 재미나지 않는가?”
“어떤 것이 재미난다는 것입니까?”
영국과 오스트리아.
본거지는 다르지만 조상들은 같은 로스차일드 가문마저도 같은 전황 정보를 가지고 다르게 해석 중이다.
“같은 정보를 두고 누구는 동맹국이 유리하다고 해석하고, 다른 이는 협상국이 반격한다고 보고 있잖은가?”
내가 보기에는 둘 다 구렁텅이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데.
‘교착 상태가 시작되었잖아.’
적어도 서부전선은 그랬다.
동부는 러시아가 계속하여 졸전을 거듭해, 조금씩 전선이 동쪽으로 밀리고 있다지만.
서부전선은 개전 두 달 만에 참호전이 시작되며 전선이 완전히 고착되고 있다.
“그래서 예부터 다툼이 일어나면 양쪽 말을 모두 다 들어 봐야 한다고 했나 봅니다.”
“그래. 역시 정보는 교차검증을 해야 하네. 아! 그건 그렇고 브로커들의 정보원들 파악 건은 어떻게 되고 있나?”
두 달 정도 전황 정보를 입수하다 보면, 이놈이 가지고 온 정보는 어느 부대에서 새어 나온 정보구나 하고 예상을 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서만 유독 해당 브로커의 정보가 정확하다면 그쪽에 고위급 끄나풀이 있다는 것이니까.
‘슬슬 시작할 때가 되었지.’
시중에 풀린 정보를 입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게 사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판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자칫.
거짓된 정보를 오판하고 판세를 잘 못 읽기라도 한다면 크게 손해 볼 수 있으니까.
“여기 있습니다.”
최현우가 이를 정리한 자료를 내게 건넸다.
나는 하나하나 이를 체크하며 뉴욕의 자본가들이 현재 누구와 줄을 대고 있는지 파악해보았다.
“전하.”
“응?”
“와버그 은행장이 아시아 쪽 자료를 원합니다.”
“아아, 우리에게 할당된 정보. 그것들을 풀 때가 되었다는 소리로군.”
“예.”
유럽은 몰라도 한반도와 중국 쪽은 우리 익문사가 꽉 쥐고 있다.
나는 내 책상에 늘어진 문서 중 하나를 콕 집어서 지목한 후, 최현우에게 지시했다.
“최근에 익문사를 통해 입수한 산둥반도 쪽 정보를 7인회 구성원들에게 풀게나.”
“예. 이를 와버그 은행장 수하에게 바로 보내겠습니다.”
“그래.”
오늘 취합한 자료를 토대로 내 집무실 한편에 자리한 세계지도에 전황을 업데이트했다.
나는 거대한 타국의 영토들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일본의 참전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쉬워.’
독립으로 향하는 길.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꼬아 놓는 것이 바로 일본의 협상국 합류였다.
‘뭐, 정해진 수순이긴 했지만.’
샌프란시스코 피습 처리 문제와 요 몇 년간 국채 조기 상환을 종용한 탓에, 최근 일본 정계의 영미국가 반감은 어느 때보다도 거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은 끝끝내 협상국으로 합류하는 선택을 했다.
이는 독일이 조차하고 있는 산둥반도가 일본으로서는 참으로 탐나는 먹잇감이었고, 동시에 독일을 향한 반감이 영국이나 미국보다 더 컸기 때문이었다.
‘카이저의 황화론은 어디까지나 일본을 겨냥한 것이니까.’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주변에서 말리는 척하며 한 번씩 속을 긁는 시누이가 더 밉다.
독일은 얄미운 시누 짓을 넘어 일본에 대놓고 안티짓을 하는 사생 안티팬이었다.
나의 만국평화회의 연설을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 피습사건까지.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사건건, 제일 앞에서 일본을 맹비난했으며.
중국 조차지에서 일본인들이 저지른 작은 실수마저도 이를 프로파간다에 써먹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일본 정계에 자존심에 생채기 냈다는 것.
일본의 정치, 사회, 군사 시스템이 독일과 많이 닮아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필요에 의해서였고.
일본 고위층 다수는 아직도 영국의 유일한 동맹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둘 사이를 벌리려고 했으나, 안타깝게도 실패했지.’
일본은 영국을 동경한다.
과도하게 돈을 빌렸기에.
동시에 이강이라는 악마가 나타나서 영국과 일본, 둘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기에.
동맹 체결 당시보다는 사이가 벌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영국은 일본이 못마땅하지만, 전쟁이 터졌기에 내 편인 자들이 하나라도 아쉬운 상황.
어떻게 파고들 틈이 없다.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바로 독립하려면······.’
내가 주어진 선택지는 이제 두 개뿐이다.
협상국과 동맹국.
양측이 서로 궤멸적인 타격을 입어서 휴전하거나.
동맹국이 이기는 것.
왜냐고?
그야, 협상국이 세계대전에서 손쉽게 이기기라도 한다면.
종전 이후, 대한제국의 독립 가능성이 0으로 수렴하니까.
승전국의 식민지를 어느 누가 해방하겠나?
‘문제는······.’
동맹국이 이길 수 있느냐 혹은 비등비등하게 계속 물고 늘어질 수 있느냐다.
더불어 이 두 가지 가정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대한제국의 독립이 보장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골칫거리고.
‘일단은 빌헬름과 융커들이 언제 어떻게 삽질을 해댈지 모르는 것이 첫번째 골치거리야.’
더욱이 내 계획이 실제로 통한다고 해도 문제다.
부작용이 아주 크게 따라올 거니까.
양패구상 작전을 했다가 유럽 군중들의 뚜껑이 확 열려버리기라도 한다면?
때맞춰 붉은 혁명이 원 역사의 러시아를 넘어서 프랑스는 물론이고 영국과 독일에 분다면?
유럽은 전체가 붉게 물들 것이고 독립된 한반도는 소비에트 연방과 국경을 마주하게 되리라.
‘운 좋게 독립을 한다고 해도 그다음이 문제지.’
이후, 대공황이 원 역사처럼 터진다면 대한제국 역시 무사치는 못할 거다.
자칫.
한반도에서도 공산 혁명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애먼 놈에게 다 차려진 밥상을 통째로 뺏길 수도 있다.
그랬기에 아주 신중이 이번 1차 세계대전에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잘 계산해야 했다.
‘일단은······.’
원 역사보다는 동맹국을 은근히 밀어주며, 다음번 미국의 대선 때까지 전황을 살필 생각이다.
재선을 위하여 휴즈는 그때까지 적어도 중립을 유지할 것이니까.
『연방준비제도 법. 곧 상원 투표.』
『뉴욕의 노동자들,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
『멕시코 내란은 어찌 진행되고 있나? 뉴욕 월드의 심층 취재 소식. 전격 공개』
미국의 언론들은 현재 몇천만 명이 죽을지도 모르는 세계대전보다는 연방준비제도 설립이나 이웃 나라 멕시코의 상황에 더 지면을 할당하고 있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는 법.
전통적으로 미국인들의 외교관은 먼로주의에 입각한다.
대서양과 태평양 건너의 일은 내 일이 아니라는 소리.
그랬기에.
저 먼 유럽의 쌈박질보다는 국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옆에서 내란 중인 멕시코 놈들이 국경을 언제 넘어 약탈해 댈지 주시하는 것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그놈의 먼로주의가 아직도 영향을 주고 있다니.’
이 말은 즉.
일본이 산둥반도를 침공했다고 해서, 미국이 눈을 까뒤집고 흥분할 일은 없다는 거다.
일본이 중원 전체를 삼키려고 들지 않는 한.
미국은 그들의 전통대로 뒷짐 지고 이웃집 단속이나 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다음 대선이 있을 때까지, 얌전히 일본의 침략질을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지.’
나는 빠르게 최현우의 이름을 불렀다.
“최 비서실장.”
“예. 전하.”
“이번에 지명된 협회 위원들 말이야. 다들 출발은 했는가?”
최현우가 가슴팍에서 수첩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는 한인 대표들의 현황이 적혀 있는 페이지를 편 후, 빠르게 그들의 근황을 내게 알렸다.
“도산 선생과 우성 선생은 어제 상해로 떠나는 배편을 막 탄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래? 나머지는?”
“유럽으로 향하는 위원들은 아직 샌프란시스코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장기간 체류로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나 봅니다. 본디, 유럽행은 아시아행보다 손이 더 많이 가지 않습니까?”
그치, 그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달 있을 행사 하나를 내 입에서 언급했다.
“조만간, 백악관에서 만찬 행사가 열리지 않던가?”
“예. 그렇습니다.”
“우리 또한 동부로 곧 떠나야 하네. 가는 방향이 비슷한데 함께 가는 것이 낫지 않겠나?”
“아!”
최현우는 내 숨은 뜻을 빠르게 이해하고 수첩에 다음 할 일을 빠르게 적어갔다.
“유럽으로 가는 위원들에게 따로 연락을 넣어 보겠습니다.”
“그래.”
* * *
워싱턴으로 향하는 기차길.
지금 그곳 특실 전체는 동양인들로 가득했다.
이는 내가 해당 열차를 통으로 빌렸기 때문이다.
“이 박사, 자네가 해야 할 일은 뭐라고 생각하나?”
서부에서 동부까지 가는 길.
일주일이라는 꽤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랬기에 나는 한 사람 한 사람 심층 대화를 하며 이 지루한 이동 시간을 때우는 중이었다.
“일단은 영일동맹을 하루라도 빠르게 깨는 것이 소인에게 주어진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준, 이상철과는 어제와 그제 대화를 나누었다.
주로 헤이그에서 있었던 일을 추억하며 보냈다.
하지만 이승만은 달랐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기도 했지만, 그에게 개인적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었으니까.
“힘든 일이 될 것이네.”
고개를 끄덕이며 현실적인 목표를 이승만에게 부여했다.
“자네의 최종목표는 영일동맹의 연장을 막는 것일세. 더불어 그 두 세력의 관계를 벌려놓으며 영국 내 일본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것이고.”
“예.”
지난 샌프란시스코 사건 때문에 여기 미국에서의 일본의 이미지는 급격히 나빠졌다.
하지만 영국은 아니다.
“이번 전쟁에서 일본은 반드시 제 이득만 챙기려고 할 테야.”
“그럴 것입니다. 그간 일본은 영국과 미국에 막대한 외채를 빌리지 않았습니까?”
이승만은 돌아가는 국제 정세를 제법 잘 읽었다.
그는 지난날 안 좋았던 사건을 은근슬쩍 언급하며 내가 어떤 영향을 줬는지 언급했다.
“그때 피습사건 여파로 일본은 지난 수년간 그들이 빌렸던 국채의 조기 상환을 종용받았습니다.”
“그래. 알게 모르게 반감이 쌓였을 것일세.”
“예. 겉으로는 동맹으로서 전쟁에 참여한다고 하나, 앙금은 남았을 터. 그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얌체처럼 달콤한 과육만 쏙 빼먹고 나 몰라라 하겠지요.”
“그래.”
“이 상황을 아주 교묘하게 이용한다면, 두 나라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원 역사에서 이승만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다.
그 자리까지 오르려면 정치적인 식견은 물론이고, 정적들을 요리하는 법까지 능수능란하다는 것이겠지.
‘이간질과 선동에도 한 소질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 역사를 빠삭하게 아는 것은 아니었기에 확실할 수는 없지만, 정치인의 소양은 어느 나라를 가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출세욕이 그득한 이승만에게 이를 맡기며, 그가 어디까지 성과를 낼 수 있나.
더불어 도중에 딴 길로 새지 않나 감시할 생각이다.
그를 어디까지 써야 하는 가를 이번 사건을 통해 대충 가늠해보겠다는 뜻이다.
“내 자네만 믿겠네.”
“그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는 이승만과 악수를 하며 그를 한껏 치켜세웠다.
이에, 이승만은 야망에 가득 찬 눈빛을 보이며 이번 영국행을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다시 동부로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