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37)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37화(237/392)
< 다시 동부로 (2) >
“전하. 슬슬 내리실 준비를 하십시오.”
“다 왔나 보군?”
“예. 승무원이 말하기로 한 시간 안에 도착할 것 같다 했습니다.”
길었던 이번 기차 여행도 끝이 보인다.
나는 들고 내릴 간단한 짐꾸러미를 챙기기 시작했다.
동시에 일행들을 잠시 소집하며 한 가지를 제안했다.
“자네들 바쁘지 않다면 잠시 워싱턴에 머물며 나와 함께 사람 좀 만나고 다니세나.”
나는 유럽으로 향하는 특별 위원들을 잠시 붙잡을 생각이다.
이유는 하나.
각국 대사들과 만날 때 이들과 동행하며, 함께 온 위원들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다.
“아이고. 이 왕자님. 다른 대사들도 많은데 저를 가장 먼저 찾아 주시다니, 정말이지 감개무량합니다.”
첫 만남 상대는 판페르시, 네덜란드 대사였다.
예전에 헤이그 왕궁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던 자로 부군이었던 헨드릭의 측근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나는 대뜸 헨드릭의 안부부터 물었다.
“헨드릭 공은 잘 지내는가?”
“예. 건강하십니다.”
하나뿐인 외동아들을 키우는데 정신이 팔려서 요즘에는 그렇게 좋아하는 골프마저도 잘 치러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암암.
그럴 수 있지.
내 자식들도 이리 이쁜데 헨드릭은 얼마나 더 하겠어?
그토록 원했던 아이가 결혼한 지 8년 만에 태어났다면, 나라도 애지중지 아이랑 놀아 주며 종일 아이 곁에서 떠나지 않을 거다.
“쌍둥이 공주님들께서도 잘 지내고 계시지요?”
“그럼.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다네.”
내 딸은 노리는 자들이 너무나도 많다.
헨드릭과 빌헬미나 여왕도 그중 한 무리였다.
나는 다섯 아이의 최근 사진을 보여주며 판페르시에게 자식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왕자님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십니까?”
네덜란드 대사를 만나는 자리.
그 자리에 나는 당연하게도 헤이그로 파견 갈 이준을 함께 데리고 왔다.
네덜란드 대사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와 이준을 번갈아 보았다.
나는 이준의 어깨를 두들기며 그와 강한 유대감을 보였다.
“지난 만국평화회의 때 함께 참석하여 나를 보좌했던 브레인이네만.”
“아아! 이 전에 헤이그에 특사로 파견 온 삼인방 가운데 한 분이시군요.”
“그렇다네.”
20세기 유럽의 인종차별은 21세기와 비교해 아주아주 매운맛이라고 볼 수 있다.
나야 왕족이었기에 이런 거지 같은 시대의 흐름에서 살짝 비껴 있다고 보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다.
“이번에 여기 있는 이 위원이 합성협회를 대표해서 헤이그로 파견되네.”
“귀하신 분을 제게 먼저 소개하려고 오셨군요.”
“그래. 내 따로 네덜란드 왕실에도 기별을 넣을 생각이지만, 자네 역시 본국에 서신 하나만 보내 주게나.”
“예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반갑습니다. 이 의원.”
그렇기에 이렇게 각국 대사들과 만나며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 줄 생각이다.
돈도 안 들고.
무엇보다 이런 행위는 리스크도 없다.
더욱이.
내가 소개하는 이들이 나의 도움으로 유럽에서 협상력을 좀 더 가지게 된다면, 나의 미래 계획에도 필시 더 힘이 실릴 터.
“휴, 오늘 수고했네. 부디 헤이그까지 무사히 도착하게.”
“예. 전하. 성실히 임무를 수행한 후,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래.”
한 놈은 끝났고.
아직 세 번이나 이 짓을 더해야 하는구나.
‘다음은······.’
아아!
김규식 차례로군.
* * *
“다프네 대사. 오랜만이오.”
중립국 네덜란드 대사를 만난 후, 그다음으로 만난 이는 프랑스 대사였다.
영국, 러시아, 독일.
이 세 국가는 모두 해당국 왕실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어서 무언가를 협상하기가 수월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공화국.
여타 다른 유럽국가들과 정치 체계가 다르기에 주요 열강 중 나와 접점이 가장 없었다.
‘지난 유럽 순방 때도 거르지 않았던가? 계속 이리 홀대하면 나중에 아주 크게 토라질 수도 있어.’
프랑스는 뒤끝이 있는 국가다.
라이트형제를 도와 초기 플라이어 제작에 도움을 주었던, 기술유출자 샤뉘트를 회사에서 쫓아낸 후.
우리 회사와는 일절 거래하지 않는 모습을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좀스러운지를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이 왕자님. 안 그래도 한번 찾아뵈려고 했습니다만. 그런데 말입니다.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십니까?”
유럽 열강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그들과 언제까지 척을 질 수 없기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번에 김규식을 파리 위원으로 내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이쪽은 내 하나뿐인 친우인 김규식 위원이라고 하오.”
외교는 수식어 싸움이다.
별거 아닌 것도 크게 부풀리는 것이 외교적 화법이라고 볼 수 있다.
“왕자님의 하나뿐인 친우라고요?”
다프네 대사는 살짝 무례하지만, 김규식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스캔하며 이자가 진짜로 나의 하나뿐인 친구인가 하는 것을 탐색하는 듯했다.
이에 나는 거의 반나절 동안 김규식과 함께했던 유학 생활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김규식이 내게 어떤 존재인지를 자세히 풀어 설명했다.
“아이고, 이거 귀하신 분을 오늘 소개받게 되었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 위원님.”
비밀스러운 사생활까지 언급하며, 김규식이 나와 얼마나 격의 없는 사이인가를 설명하자, 프랑스 대사의 눈빛이 조금씩 바뀌어 갔다.
진짜로 프랑스를 우대하여 이런 최측근을 파견 위원으로 보낸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좋았어. 성공이군.’
프랑스에 이어 그다음 타자는 영국.
“제임스 대사. 여기 내 옆에 있는 청년은 이승만 위원이라고 하오.”
이승만도 마찬가지로 대사들과 만나며 소개하는 중이었다.
다른 이들과 비교하여 개인적인 인연이 별로 없다만, 그렇다고 해도 이승만을 띄울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여기 있는 이 위원은 정치학 박사학위까지도 딴 청년이네.”
한인 최초의 박사라는 것을 말하며 나는 이승만이 굉장히 똑똑한 인재라고 목소리에 힘까지 주며 강조했다
“아하, 그렇군요.”
제임스 대사는 ‘글 좀 배운 동양인이구나!’ 하는 표정을 아주 잠깐 지어 보였다.
현대인이라면 외교관이나 되는 자가 어찌 저런 표정 하나 숨기지 못하냐고 고개를 갸웃할 수 있지만.
이 시대에는 숨만 쉬면 인종차별을 해 대는 시기였다.
그나마 내가 옆에 있기에, 제임스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며 자신은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어필하는 중이다.
“내, 배가 아파서 그러는데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가?”
“저쪽입니다.”
“잠시 자리를 바울 동안 제임스 대사가 이 위원에게 여러 조언을 좀 해주게.”
“예. 믿고 맡겨 주십시오.”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가 다시금 연회장에 모습을 보였다.
제임스는 이승만에게 무언가를 많이 알려주는 듯했다.
하지만 내가 이내 얼굴을 비추자 그와의 대화를 멈추고 다시금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대의 본국에서 전쟁채권 발행을 검토 중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이후 제임스는 나와만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당당한 표정으로 허세까지 부리며 영국의 상황이 굉장히 좋다는 것을 강조했다.
“최근에 승기를 잡아서 우리 협상국 측이 동맹국 측을 반격하고 있긴 합니다만······.”
응, 거짓이야.
초반에 밀리며 파리까지 내줄 뻔하다가 겨우 참호전으로 들어서면서 한숨 돌리고 있으면서.
아주 입만 열면 거짓말이네.
“자칫, 전쟁이 길어질 수도 있기에 그 이후를 지금부터 준비할까 합니다.”
영국은 늘 이런 식이지.
빠른 기동력 거기에 효율적인 참모체계와 높은 사기가 독일군의 장점으로 손꼽힌다.
러시아는 추운 기후가 최고의 방패막이라고 볼 수 있고.
영국은 조금 달랐는데.
물론 강한 해군력이 영국군의 무기라고 볼 수 있지만, 가장 강력한 한방은 따로 있다고 볼 수 있다.
‘넉넉한 은행 잔고를 바탕으로 현질을 해 대는 것이 이들의 최고 강점이 아닐까?’
그 넉넉한 은행 잔고가 바닥을 드러낸다면?
20세기 기축통화라고 볼 수 있는 파운드화를 활용하여 한탕 크게 빚을 내어 따갚되를 하는 것이 영국군의 다음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곧 러시아와 프랑스에 파운드화를 펑펑 뿌려대겠군.’
스페인이 가지고 있던 해양패권을 영국이 가지고 온 이후에, 영국은 미국 독립 전쟁을 제외하고는 항상 이 전략을 구사해서 성공했다.
제임스는 이 전략이 다시 한번 시행될 수 있음을 예고하며, 만약에 이 전략이 구상된다면 내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고 언질 줬다.
“전하.”
“그래.”
먼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영국대사관에서 나오자마자 이승만이 참으로 친절하게 내게 아까 독대했던 내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런던에 파견되면 일본 관련 이슈를 자제하고, 내 사업이나 도우라고 했다고?”
“예. 조선인이 일본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제임스 대사도 잘 알고 있다 했지만, 지금은 전시상황이라며 영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는지를 설명하였습니다.”
이젠 시키지 않아도 척척 내게 이런 일을 알려 주네.
아, 그나저나.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제임스가 이승만에게서 헐레벌떡 시선을 돌리며 입을 꾹 다문 이유도 이 때문이었구나.
“그래서. 자네는 뭐라고 답했나.”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
진짜로 그리할 생각이냐는 나의 표정에 이승만이 피식 웃었다.
“그들과 첫 만남부터 반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리 대응했습니다.”
이승만은 내게 자신의 전략을 소개했다.
대 놓고 반목을 유도하기보다는 영국이 일본에 실망하도록 큰 그림을 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 거다.
지난날.
기차 여행을 하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는데.
오늘은 좀 더 상세하게 이를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듣자 하니 영국의 식민지들에서 파병 준비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지. 그 소식은 나 또한 들었네.”
워싱턴에 머물며 나름대로 이것저것 정보를 모았던 이승만.
그는 미국 언론들이 자투리에 기재한 몇몇 세계대전 기사를 거론하며 미래를 예측했다.
“아직은 이르나 전쟁이 길어지면 진짜로 식민지에서 병사들이 차출될 것입니다. 식민지의 인력도 끌어다 쓰는데 저 멀리에 있는 하나뿐인 동맹국에도 언젠가 손을 내밀지 않겠습니까?”
나는 이승만의 생각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은 중원 진출에만 관심이 있지. 산둥반도 점령은 그 시작이 될 터이고.”
“그렇습니다. 그들 역시 병사들 하나하나가 아까울 터인데, 저 멀리 유럽까지 파병을 보내겠습니까?”
그럴 리가.
준비 중이라고.
잠시만 기다리라고 시간을 질질 끌다가 군함 한 척 정도 보내는 선에서 자신들은 할 것 다 했다고 영국 정부에 으쓱대지 않을까?
안 봐도 뻔했다.
“이를 슬쩍슬쩍 예언할 생각이군.”
시간이 갈수록 급해지는 것은 영국이다.
만만한 동아시아 똘마니 일본이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속을 터지게 할 줄을 예상도 못 하고 있을 터.
‘처음에는 친분부터 쌓고, 어느 정도 교류하기 시작하면······ 이를 슬쩍슬쩍 흘리겠구나.’
그리고 일본에 관한 불신이 극한으로 치달을 때.
그때부터 하나하나씩 일본의 흠을 영국 지도부들에게 흘리겠지.
혐성질은 영국이 최고겠으나.
내 앞에 있는 이승만도 속이 제법 거뭇거뭇하여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었다.
“자네도 몸조심해서 다녀오게나.”
“예. 전하. 마지막으로 제 큰 절 한번 받아 주십시오.”
이승만은 넙죽 차가운 바닥에 엎드리며 내게 경의를 표했다.
서양식으로 악수 한 번 틱- 하고 헤어져도 되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조선인 티를 내며 전통 방식으로 인사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 박사 말이옵니다. 전하. 아주 예의가 바른 것 같습니다.”
봐봐.
벌써 내 측근들도 작게나마 한마디씩 하고 있지 않은가?
‘가서 영국 놈들이나 잘 요리하고 와라.’
이승만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기에, 그를 감시할 인력 몇몇을 영국에 미리 파견하긴 했다.
이들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승만의 영국 생활을 보고 받을 터.
나는 이승만이 런던에서 어떠한 성과를 낼지 기대하며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 * *
“이 왕자님.”
앞서 다른 대사들과 만났을 때.
나는 기분이 참 좋았다.
대부분 우리 회사 제품들의 추가 구매를 약속하며 내게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었으니까.
“폭격기와 전투기 납품가를 깎아달라고? 전에도 그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었나?”
“······.”
“겨우 한 달밖에 안 지났는데, 또다시 내게 그런 요청을 한다고?”
“소, 송구하옵니다.”
나는 팔짱을 끼며 뜨거운 콧김을 밖으로 내뱉기 시작했다.
“어제 샌프란시스코 소칼 본사에서도 연락이 왔네. 우리 회사 루마니아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 말일세. 5년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는 이것들의 납품가 또한 할인해 달라고 졸랐다면서?”
“소, 송구하옵니다.”
이건 송구하옵니다 앵무새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네. 리&라이트와 루마니아에 있는 소칼은 독일의 생명줄과도 다름없네. 영국의 해상봉쇄에서 유일하게 빗겨 있는 것이 이 두 업체이지 않은가?”
리&라이트의 비행기 공장은 현재 영국과 네덜란드에 각각 하나씩 있다.
영국에서 생산되는 비행기는 아주 당연하게도 협상국에 판매되지만.
네덜란드에서 생산되는 비행기는 양쪽 모두에 판매할 수 있다.
루마니아 역시 오스트리아에 국경을 접하고 있어서 지상으로 원유 판매가 가능한 상황.
내가 이를 언급하며 독일 대사에게 호통을 쳤다.
“송구하옵니다.”
아. 더럽게 일 못 하네.
동맹국 측.
특히 독일은 외교를 참으로 더럽게 못 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내게 추가 주문을 해대며 나를 유혹하고 있네. 독일에 납품하는 분량까지 웃돈을 주고 산다고 내게 제안하고 있지.”
“······.”
“그런데 자네의 조국은 어쩜 그런가? 나는 명예 독일인이 아니라네. 이점 명심하게나.”
돈을 퍼주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나 참.
이래서 딱딱한 게르만 놈들은 안된단 말이지.
“그대의 윗사람, 카이저에게 내 한 가지를 경고하고자 하네.”
1차 세계대전 이후.
대한제국의 독립을 바라기에 나는 은연중에 독일 대사에게 한 가지를 조언했다.
“영국의 해상봉쇄로 슬슬 숨통이 막힐 거야. 그대들은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이를 타개하려고 할 테고.”
“······.”
“주의해야 할 거야. 자칫, 미국인이 탄 상선이 격침되기라고 하면 미국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 협상국에 붙는 것은 독일에 있어서 사형선고나 다름없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네.”
“예예.”
동맹국이 이기기 위해선.
혹은 동맹국이 비등하게 협상국이랑 싸우기 위해선 미국이 세계대전에 참전하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한 가지 조건이 필수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그리되면 나 또한 모든 거래를 끊을 수밖에 없네. 이점 명심하게.”
< 다시 동부로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