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3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39화(239/392)
< 재회 (2) >
백악관을 빠져나온 후, 나는 워싱턴 시내 중심부에 자리한 숙소로 복귀했다.
“으으.”
사적으로 안부를 주고받는 친한 관계라지만, 공식적으로 휴즈는 미국의 대통령.
그런 자와 저녁 내내 심층 대화를 나누었기에, 본의 아니게 심력을 많이 소모한 상태였다.
그래서일까?
나는 신발도 벗지 못한 채, 침대에 시체처럼 축 늘어져서 잠을 자야 했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스위치를 딱 끈 것처럼 바로 뻗어 버렸으니까.
“이 왕자님. 안에 계십니까?”
침대와 하나가 된 채 반나절 정도 지났을 때, 낯선 이의 목소리가 방문 밖에서 들려왔다.
덕분에 나는 눈을 비비며 밖에 누구냐고 소리칠 수 있었다.
“제너럴 호텔의 지배인인 젠킨슨입니다. 이 왕자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오게.”
끼익-
나의 승낙과 동시에 호텔 방문이 열렸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경호원들이 지배인보다도 먼저 내게로 달려온다.
혹시 모르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조금 극성스러운 나의 경호 절차에, 호텔 지배인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댔다.
‘젠킨슨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서부에서 일했던 자다. 더욱이 그전에 안면도 있던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더더욱 내 상황을 잘 알고 있겠지.’
일본 낭인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샌프란시스코 피습 사건을 그 역시도 잘 알고 있었기에.
내게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천천히 이동하며, 경호원들이 먼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젠킨슨은 나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희 호텔을 이용하시며 불편하신 사항은 없으십니까?”
본론에 앞서 내 안위부터 살핀다.
그 비싼 스위트룸 방값을 선급으로 지급한 거부로서, 이 호텔의 이번 분기 이익에 지대하게 공헌하고 있기에.
눈알을 떼굴떼굴 굴리면서 저리 싹싹하게 구는 거다.
“아주 만족하며 잘 지내고 있다네. 그래, 무슨 일로 날 찾아왔지?”
최현우나 우현식이 같은 층, 내 옆방에서 머무는 중이다.
이 둘이 지금 호텔에 머물고 있다면, 내게 이리 달려오지는 않았겠지만.
그들은 현재 곧 다가올 7인회 회동을 위해 물밑작업이 벌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배인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직접 보고했다.
“왕자님을 뵙고 싶어 하는 손님이 호텔 로비에서 대기 중입니다.”
“손님?”
“예.”
“이상하군. 오늘은 일정을 하나도 잡지 않았는데 말이야.”
“아······.”
호텔 지배인인 젠킨슨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왕자님과의 옛 인연을 들먹이며 로비에서 소란을 피웠기에, 제가 이를 직접 확인하고자 들렸는데······ 이거 역시나, 예상대로군요.”
젠킨슨은 자신의 부하들을 시켜서 로비에 있는 잡상인들을 내보내겠다는 뜻을 내게 밝혔다.
“사과 인사부터 올리겠습니다. 이 왕자님. 이 왕자님의 소중한 시간을 제가 빼앗아서 송구합니다.”
“······.”
“밑에 일은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젠킨슨이 내 방을 막 떠나라고 할 때, 나는 그를 급히 잡았다.
아까 젠킨슨이 언급했던 단어 중에 한 단어가 살짝 내 뇌리에 남아서였다.
“혹시 그자의 정체나 이름을 아는가? 옛 인연을 들먹였다기에,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일세.”
“이름을 따로 외우지는 않았습니다만, 명함을 한 장 받아놓긴 했습니다.”
젠킨슨이 제 품 안을 뒤적거렸다.
그 사이.
나는 잠시 머리를 굴려 봤다.
‘흠. 로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놈. 유색인종인가?’
호텔 지배인 되는 자가 자칭 로비에서 기다리는 내 손님 되는 자의 이름을 외우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는 것 자체만 보면.
돈 좀 쓸 만한 백인은 아니라는 것이겠지.
이 시대는 차별이 만연한 시대.
서비스라는 개념도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아서, 유색인종 손님은 종종 호텔 직원들에게 무시당하기도 한다.
나는 충분히 그럴 만한 소지가 있다는 것을 느끼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자칭 내 손님의 정체에 관해 추리하기 시작했다.
“여기 있습니다.”
“응?”
젠킨슨에게 막 건네받은 명함을 찬찬히 훑어보다가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일랜드 권익연맹.』
처음 보는 단체명은 익숙하지 않지만, 그 옆에 적혀 있던 이름은 왠지 모르게 많이 들어본 것 같다.
“맥스?”
맥스 그리고 아일랜드.
두 단어를 조합하자, 한 사람의 얼굴이 내 머릿속에 틱-하고 떠올랐다.
이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로비로 향했다.
정말로 내가 알고 있는 그가 밑에서 대기 중인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 * *
“뽀스! 뽀스!”
1층에 도착하고.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호텔 로비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맥스?”
역시나.
내가 알고 있던 그 ‘맥스’네.
“보! 스!”
“이 왕자님.”
“아론, 카플란!”
초기에 나와 함께 일본에서 지냈던 맥스의 다른 형제들.
그들 역시 맥스의 옆에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뽀스! 뽀스! 오랜만입니다.”
촐싹거리던 막내 맥스.
그가 오두방정을 다 떨며 나를 격하게 환영했다.
“맥스!”
“아, 알았다고요. 귀 아파요. 그만 잡아당겨요. 아, 좀!”
진득한 맏형 아론이 물리력을 동원하여 맥스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막내 놈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를 조금 낮추기 시작했다.
“이 왕자님. 잘 지내셨습니까?”
“그래.”
아론이 삼형제를 대표하여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 왕자님.”
“말하게.”
“보는 눈이 많습니다.”
“······.”
“이리 탁 트인 곳 말고, 어디 조용한 곳에서 이 왕자님과 함께 회포를 풀고 싶습니다.”
내 앞에 있는 아일랜드 삼 형제는 나와 제법 인연이 있는 자들이다.
이강의 몸에 막 빙의했을 때,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을 때.
여기 있는 삼형제가 나의 경호원과 정보원이 되어서 나를 물심양면 돕지 않았었나?
“내 방으로 올라오도록 하게.”
그들을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대화를 나누고 싶은 쪽은 내 쪽.
그간의 근황이 궁금했기에, 나는 간단하게 위험한 무기를 가졌는지 신체검사를 한 후 내 손님방으로 들였다.
* * *
“그래.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지 한 4년 되었던가?”
접객실 소파에 앉자마자 나는 질문부터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지요. 왕자님이 영국으로 떠나실 때, 저희 또한 방을 비웠으니까요.”
이들이 내 곁을 떠났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를 회상하며 내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때가 생각나는군. 편지 한 장 달랑 남기고 날 떠났었지?”
나의 물음에 삼형제가 고개를 푹 숙인다.
나는 유리잔에 이들이 좋아하는 위스키를 가득 따른 후, 하나씩 건네며 이를 추억했다.
“자네들이 내 곁을 떠났을 때, 참으로 섭섭했네. 아! 인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때 나를 왜 떠났는가? 그대들과 재회하면 이 이야기부터 묻고 싶었네.”
설마 예전에.
영국 왕에게 강아지를 선물로 줘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
아일랜드는 영국과 상극이니까.
속으로 이 질문을 삼키며 내가 다시금 아까 했던 질문을 다시 물었다.
“날 왜 떠났는가? 그 이유를 알려 주게나.”
이에 맥스가 술을 쭉 들이켠 후 다음 말을 내뱉었다.
“뽀스는 예전의 뽀스는 아니니까요. 아아!”
맥스는 나를 예전처럼 대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왕년에 이강은 이들에게 자신을 왕자라고 부르지 말고 보스라고 칭하라고 했었는데.
맥스는 이를 아직도 기억하는지 왕자라는 단어 대신 계속 보스라는 단어를 써댔다.
“아, 잘못했어요. 이 왕자님이라고 꼬박꼬박 부를게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맥스의 생각이고.
좀 더 사회적 분별력이 있었던 맏형 아론은 이런 막내의 눈치 없는 행동을 물리적으로 제지하며 내게 거듭 사과했다.
“이 왕자님.”
“듣고 있네.”
“맥스, 이놈이 말을 투박하게 하고 다니지만······.”
아론은 머리를 긁적이며 하던 말을 이어 갔다.
“아까 했던 말은 사실입니다. 솔직히 이 왕자님께서는 예전과 비교하여 너무나도 큰 분이 되시지 않았습니까?”
“······.”
“더욱이 왕자님 주변에는 왕자님께서 믿고 일을 맡길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저희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들의 주장대로 나는 재미 한인들의 실질적인 수장이 되며, 한인들을 대거 고용하기 시작했다.
더하여 이전에 아일랜드 삼 형제들이 하던 일들.
경호와 정보 조사마저도 경호팀과 익문사 요원들에게 넘어가게 되었는데.
이에 아론을 비롯한 삼형제는 자신들의 줄어드는 입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독립하는 선택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래도 떠날 때 작별 인사는 하고 떠날 수도 있지 않은가?”
아론이 살짝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러면 저희를 잡으셨을 것입니다.”
그렇긴 하지.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떠날 때는 이야기 했어야지. 그간의 노고를 생각하여 내 그대들에게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었네.”
아론은 내 잔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이를 채우며 하던 말을 계속 이어갔다.
“돈은 많이 벌었습니다.”
“그래? 얼마나?”
“왕자님께서 주신 봉급들을 허투루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 두었으니까요. 더불어 1907년도 그때······.”
아론이 금융위기 당시를 언급하며 그들이 어떻게 큰돈을 벌게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리버모어 그 녀석이 방구석에서 홀짝 발가벗고 금융시장 붕괴를 외치며 공매도를 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지.
암.
기억하기 싫은 이름이 거론되자, 아론은 그자와 살짝 거리를 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하던 이야기를 이어 갔다.
“리버모어 그 자식이 그때 왕자님 돈을 운용하면서, 다른 주머니로는 제 돈도 함께 굴렸었는데 말입니다.”
“그랬지.”
“사실 그때 저희도 지아니니에게 쌈짓돈을 대어 주어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내게 손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이 정도는 나 또한 눈감고 넘어가는 때였다.
그래.
그때 아일랜드 삼 형제 역시 한몫 챙겼구나.
“왕자님의 주머니도 넉넉해졌지만 저희 역시 그 혜택을 많이 받았답니다.”
“······.”
“덕분에 이 왕자님이 별도로 퇴직금을 챙겨 주시지 않아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정도로 거부가 되었답니다.”
퇴직금을 지금이라도 주겠다는데.
뭐, 굳이 이를 안 받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네.
나는 과거의 추억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현재 이들이 뭘 하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그래. 요즘에는 아일랜드 권익연맹에서 일하고 있다고?”
“예. 본래 저희가 하던 일이 뭡니까? 왕자님을 만나기 전에도 남 뒷조사나 하며 살던 시궁창 인생이었습니다.”
조각조각 나 있던.
빙의 전 이강의 기억을 회상하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운 게 남 뒷조사였기에, 독립해서도 그 짓이나 하면서 살려고 했죠. 그런데 말입니다. 동부에서 이를 구상하던 도중에 아주 합법적인, 비슷한 산업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로비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인가?”
“예.”
아론은 이를 좀 더 상세히 설명하며 한 사람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 과정에서······ 운 좋게 귀인 또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귀인?”
“예. 저희에게 로비 일을 맡기더군요. 아일랜드 본섬 출신으로 그곳에서는 아주 유명한 인물이 말이죠.”
“그래?”
“최근에는 뉴욕까지 와서 우리 재미 아일랜드 교민들과 소통하기도 했습니다.”
이름은 로저 케이스먼트라고 한다.
아일랜드 쪽 역사는 나도 잘 모르는 역사였기에, 나는 아일랜드 본국에서 사람이 왔다고 생각하며 팔짱을 꼈다.
“그래서 그자 덕분에 이젠 아예 이쪽으로 튼 것인가?”
아론은 이에 살짝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뭐, 합법적인 일도 하고 불법적인 일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남들에게 떳떳하게 보일 수 있는 간판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아론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 왕자님.”
“듣고 있네.”
“최근 늦은 나이에, 역사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머리 쓰기 싫어하는 자네가, 공부를?”
내가 의외라는 표정을 짓자, 아론이 어깨를 으쓱했다.
“살기 위해서는 뭔들 못 하겠습니까? 아! 아무튼. 공부하며 몇 가지 재미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뒤늦게 무엇을 깨우치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뭔데 그리 진지한 표정을 짓는가?”
아론이 작심한 듯 나를 보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는 대한제국과 너무나도 많이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
“소위 선진열강이라고 불리는 이웃 국가에, 자국의 부를 쪽쪽 빼앗기고 있지요.”
나는 계속해 보라는 눈빛을 하며 아론의 말을 경청했다.
“그 가운데, 전쟁이 터졌습니다. 가히 세계인의 전쟁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고개를 끄덕이며 아론의 입에서 나온, 원론적인 주장에 동의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아론이 계속하여 자신의 주장을 이어 갔다.
“이 거대한 대 전장에 영국도 뛰어들었습니다.”
“그렇지.”
아론이 바싹 마른 입술을 훔치며 내 두 손을 꼭 잡았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것인데 말입니다.”
“······.”
“저희 아일랜드를,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 재회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