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4)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4화(24/392)
< 대지진 (2) >
1906년에 발생한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세계적으로도 한 손에 꼽히는 역대급 지진이었다.
심한 곳은 지층이 6m나 이동할 정도로 지진의 파괴력은 상당했다.
드르륵- 드르르르륵-
올 초에 지은 내 집은 분명 내진설계까지 꼼꼼히 마친 새집이었다.
하지만 대지진의 파괴력 때문에, 집 전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씨발, 언제 끝나는 거야.’
덜컹덜컹-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리며, 그 안에 있던 물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방 기구들은 부엌 바닥에 뒹굴며 쇠 긁는 소리를 냈고.
‘끝나라, 어서 끝나!’
나는 탁자 밑에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머리를 보호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지진 대피 교육 때 배웠던 바를 그대로 실천한 거다.
‘응?’
10여 초 정도가 흐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방이 조용해졌다.
내 간절한 기도가 통하기라도 했는지, 지진이 끝난 듯했다.
“형님. 무사하십니까?”
김규식이 말을 걸었다.
“형님! 형님!”
이상하게도 가위가 눌린 것처럼, 손가락 하나 움직여지지 않았다.
지난날의 악몽이 아직도 내 몸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괘, 괜찮네.”
잠시 내 뜻대로 몸이 안 움직였지만, 나는 불굴의 의지로 이내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일단 뻥뻥 울려 대는 대포 소리 같은 소음이 더는 안 나지 않은가?
그 덕분에 심리적으로 좀 안정이 되었다.
“으아! 엄마!”
“다들 괜찮소?”
문을 열고 나가니, 배회하고 있는 교민들이 가장 먼저 보인다.
임시로 설치한 천막이 무너져 다들 잠을 깬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김규식에게로 시선을 돌린 후, 그에게 다음 명령을 내렸다.
“일단 경호원들부터 깨우게. 그들을 빠르게 무장시켜야 하네.”
“예?”
“이 집을 지켜야 하니까. 폭도들이 언제 어떻게 접근할지 모르지 않나?”
기록에 따르면 앞으로 사흘간.
경찰에 사살된 이들만 오백여 명은 족히 넘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할 일은, 약탈자를 경계하는 일이다.
“우리 교민이 아닌, 수상한 무리가 접근하면 위협 사격을 가하게. 무기를 버리고 조심스레 접근하면 이곳의 온 목적을 묻고. 내 허락 없이는 안으로 절대 들여보내 주지 말게나.”
“예!”
시외 지역에 피신처를 만든 것은 정말 좋은 생각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었다면 지옥이나 다름없겠지.
지금쯤 곳곳이 불타고 있으며, 부상자와 약탈자들이 뒤섞여 정신이 없을 테니까.
“저, 전하.”
뒤이어 안창호와 박용만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최대한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거기, 도산.”
“예.”
“다친 이가 있는지 살펴보게. 자네도 도산과 함께 가게나.”
“예.”
“아론!”
“예? 보, 보스? 저를 부르셨습니까?”
“그래.”
그렇기에 나는 한쪽 구석에서 멍하니 서 있는 아일랜드 삼 형제를 호출했다.
나는 공황에 빠진 그들에게 주의를 환기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그대는 건물 상태를 확인하게나. 혹여나 집안에 불이 났는지 점검도 해 보고.”
“예예. 알겠습니다. 맥스! 카플란! 날 따라와라.”
“알. 겠. 다.”
“형님! 가, 같이 가요.”
교민들 상황을 파악하러 갔던 안창호가 빠르게 내게로 돌아왔다.
천만다행으로, 그의 입에선 희소식이 흘러나왔다.
“놀란 이는 많으나, 부상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교민들을 한자리로 모으게나.”
지금은 4월이다.
그리고 이 지진은 새벽 5시에 일어났기에, 아직 밖은 제법 어둑어둑했다.
“모두 모였는가?”
미리 준비해 둔 횃불이 없었다면 불안감이 더 배가 되었을 텐데.
다행이다.
나는 대문 앞에 서서 교민들을 향해 현 상황을 설명했다.
“아무래도 지진이 일어난 것 같네. 내 기숙사 같이 살던 외국 동무가 하나 있는데, 그자가 증언했던 상황과 딱 일치하네.”
상당수 교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진의 뜻을 아예 몰랐으니까.
“아이고······. 이를 어째?”
태풍이나 가뭄, 홍수, 화산폭발 같은 자연재해의 일종이라고 말하자, 이제야 내 말을 알아들은 교민들이 사방에서 곡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저, 전하! 그럼 제집은 이제 어떡합니까?”
“제 짐들도, 남은 재산도 모두 샌프란시스코에 있습니다.”
교민들이 급히 고개를 돌린다.
샌프란시스코가 있는 방향이었다.
“전하! 새, 샌프란시스코가······.”
내 눈에도 보인다.
리처드만 건너편에 자리한 샌프란시스코는 아직 전기가 많이 보급되지 않은 새벽녘인데도 환했다.
“아······.”
불타고 있다.
아주 활활.
지진의 후폭풍으로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한 거다.
“안 돼!”
“아, 우리 집······.”
죄다 내 집으로 몰려왔기에 다친 이는 없을 테지만, 다들 당장 제 터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에 다들 발을 동동 굴렀다.
“자네들, 화재보험은 들어놓았나?”
“아! 맞습니다. 그게 있지요.”
“전하께서 신신당부하시지 않았습니까?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고요.”
희비가 교차한다.
“사, 살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 보험만 있으면 굶어 죽진 않겠습니다.”
“전하의 조언 덕분입니다. 역시 높으신 분의 말씀을 잘 따르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던데······ 앞으로 소인은 전하만을 따르겠습니다.”
남아 있던 교민들은 다들 날 생명의 은인으로 칭송하며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런.”
“이, 이를 어째? 난 안 들어놨는데······.”
하지만 내 말은 무시했던 소수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계속 지어 댔다.
앞으로 살길이 막막해서겠지.
“조만간 내 협동조합을 만들 것일세. 일단 하와이와 이곳에 하나씩 조합을 설립할 예정인데······. 이번에 피해를 본 자는 거기서 재건 비용을 대출받게나.”
“저, 전하께서 구제해 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가, 감사합니다. 전하.”
“본국에 있을 때 폐하께서도 저희를 이리 살펴주지 않으시는데. 전하께서는 역시······.”
소수지만 내 말을 안 들은 이들.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있지만, 그랬다간 언젠가 나의 강력한 안티팬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겠지.
물론 공짜는 아니고, 대출로 이들의 살길을 풀어줄 생각이다.
협동조합이란 보통 조합원들이 어려울 때 도와주는 기관이니까.
화재보험을 든 자들만큼 얼굴이 펴지진 않았지만, 최소 나라 잃은 표정은 그만 거두었다.
“그 대신, 그대들은 오늘부터 날 좀 도와야겠네.”
공짜는 없다.
나는 오늘부터 이들을 최대한 부려먹을 생각이었다.
“예! 명령만 하십시오.”
“다른 이들도, 될 수 있으면 날 따라왔으면 하는군.”
내 권유를 뿌리치는 이는 없었다.
화재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전부 다 나 때문에 보험을 알게 된 이들이니까.
“예!”
“소, 소녀도 돕겠습니다.”
교민들 다수가 남성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여성들도 몇몇 존재했다.
그들 역시 가만히 앉아서 있지만은 않았다.
적극적으로 날 돕고자 했다.
“아, 여인들은 여기 남게나.”
“아닙니다. 소녀도 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아닐세. 아이들과 함께 여기 남아 있게. 그게 날 돕는 걸세.”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정말 폭도로 변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폭도들은 재물만 탐하지 않는다.
도와주니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놈도 있을 수 있기에, 일단 여성들은 여기 남아 다른 일을 하라고 명했다.
“음식과 식수가 대량으로 필요하네. 자네들은 내 집에 남아서 그걸 준비해 주게나.”
해가 뜨고 날이 밝기 시작하자 나는 남자들을 한곳에 모은 후, 그들을 이끌고 조심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뒤에서 총을 들며 따라오게. 불한당들이 언제 어떻게 우리를 위협할지 모르니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옛 오군영 출신과 착호갑사 출신 이민자도 넷이나 존재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내 곁에 바짝 붙어 이동했다.
“우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네.”
“무엇이옵니까?”
“마을 입구까지 도로 상황을 파악하도록. 더불어 주변을 탐색하게. 구조 활동을 시작할 것일세.”
“예. 분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 * *
소살리토 인근 지역부터 구조 활동을 시작했다.
예상대로 발견하는 집마다 피해는 극심했다.
“계십니까?”
“거기 누구 계세요?”
내진설계가 된 내 집과는 다르게, 방금 방문한 저택은 아주 초토화가 되었다.
일부는 벌써 불에 타, 안에 있는 이들을 구조조차 하지 못했다.
“사, 살려 주세요.”
바닥에 널브러진 목재 더미 안에서 여인과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너져내린 천장이 자신들을 덮쳐, 지금처럼 구조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어이 여기, 생존자가 있다고 전하게.”
“예.”
교민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무너진 목재 더미를 조심스레 옮기며 생존자를 구조했다.
“다치신 곳은 어디 없으십니까?”
“감사합니다.”
“여기 마실 물입니다.”
그렇게 소살리토 주민들을 구출했다.
인근 주민들에게 먹을 것, 마실 것을 나누며 나는 열심히 그들을 돌봤다.
야유회를 핑계 삼아 별채에 식량 잔뜩 갖춰 두었기에, 다행히도 식량은 모자라지 않다.
‘이것을 판매할 수도 있지만······.’
돈은 화재보험으로 잔뜩 챙길 거다.
비축한 침구, 임시 천막, 의약품, 식수, 음식 재료 등은 교민들과 피해를 본 이웃 주민들에게 나눠 줄 생각이었다.
멀리 보고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혹시, 최근 이 근처에 별장을 지었다던 왕자님이십니까? 동양에서 온?”
“맞소. 용케 날 알아보는구려.”
“지난번 왕자님을 연회 때 한번 뵌 적이 있습니다.”
“아, 그렇소?”
잿더미 때문에 꾀죄죄해서 몰라봤는데.
연회 때 만났던 여성이군.
“왕자님이 절 구해 주신 것인가요?”
“뭐,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다 내 밑에서 일하는 이들이니.”
“아······.”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오는 것 같다.
이런, 내게 반한 것인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아닐세. 그럼 이만.”
“저, 저기 왕자님. 나중에 언제 밥이라도, 아······ 가셨네.”
이쁜 여성을 뒤로하고 다른 이들에게 찾아가 그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중년의 남성이다.
부인과 함께 구출되었는데, 그는 연신 고맙다고 말하고 있었다.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의 편집장 앨버트 나다니엘입니다. 이거, 큰 신세를 지게 되었군요.”
신문사 편집장이라니.
오! 대박이군.
하지만 굳이 내색을 하진 않으며 앨버트와 이야기를 나눴다.
“큰일이군. 지금 샌프란시스코 전역이 화재에 휩싸였다고 하던데······ 신문사 건물이 무사할지 모르겠구려.”
나의 걱정에 앨버트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데일리 샌프란시스코는 막 생긴 신생 언론사입니다. 소살리토 인근에 작은 본사를 두고 있기에 다행히 이번 대재앙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소?”
“예. 그나저나······ 왕자님. 몇 명이나 되는 한인들이 현재 구조 활동을 돕고 있습니까?”
기자답게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부터 묻는다.
한인들이 얼굴에 검은 얼룩 지우지 않고 열심히 구조 활동을 돕고 있었기에, 이 모습이 매우 인상적으로 보였겠지.
“이 도시에 있는 전부가 구조 활동을 돕고 있소. 실은 어제 우리 집에 교민들을 모아서 야유회를 진행했소. 그래서······ 다행히도 그들은 전부 무사할 수 있었지.”
“아······ 그렇군요.”
앨버트가 가슴팍에서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대충 기사에 실을 정보를 메모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앨버트에게 현재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대재앙에 맞서 싸우는지 홍보했다.
“저자······ 따라다니며 편의를 봐주게. 묻는 것이 있으면 최대한 성의껏 알려주고.”
“예.”
그 후, 나는 교민들에게 앨버트를 각별히 신경 쓰라 몰래 일러두었다.
‘내가 계획한 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군.’
주변 상황을 둘러보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이번 구호 활동은 굉장히 중요하다.
단번에 한인들의 평판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기회니까.
‘선입견은 의외로 무섭지.’
왜 다들 중국인이 나타났다고 하면 코부터 막을까?
씻지 않는다는 편견이 이 시대 백인들의 머릿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인이 시장에 나타나면 다른 동양인보다 그 차별이 덜하다.
이 시대 미국인들은, 일본인만큼은 문명화되어 있는 아시아 인종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개소리 같지만, 당장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부터가 그딴 생각을 하는걸.’
루스벨트는 조선이 청이나 러시아가 아닌 일본의 품 안에 떨어졌다 했을 때, 안도했다고 한다.
국제정세상 반러시아 정책을 견지했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론, 서구화된 일본이 대한제국 시민들을 법과 질서를 다스리며 능률 있게 통치하리라 생각했겠지.
‘동양인들의 이민을 제한하는 내년 이민법에서 일본인들만 쏙 빠진 것도 일본인들의 이미지가 좋아서였지.’
하지만 이번 역사는 다를 것이다.
그런 법이 절대 입법되지 않도록, 내가 막을 테니까.
“전하.”
“그래.”
“소살리토 지역 구호는 어느 정도 끝난 것 같습니다. 다음은 어떻게 할까요?”
소살리토는 샌프란시스코의 시외 위성 도시 중 하나다.
그렇기에 사는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그만큼 구호 활동도 빨리 끝났다.
“그래? 그렇다면 다음 행동을 해야겠구먼.”
강 건너 샌프란시스코는 아직도 불타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72시간 동안 도시 전체가 불탔다 하니, 지금으로부터 이틀이나 더 지나야 진정되겠지.
“우리 교민이 타고 왔던 배 있잖은가?”
“일주일 동안 전세를 냈던 페리 말입니까?”
“그래. 내일은 그 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도록 하지. 그곳에서 구호 활동을 더 하세나.”
“예.”
내 집을 지킬 인원을 배치한 후, 여유 인력을 데리고 더 큰 곳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그래야 우리들의 위명이 더욱더 높아질 테니까.
‘지금까지는 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
내 계획대로라면 반드시 그자를 만나야 했으니까.
* * *
샌프란시스코 북동쪽에 자리한 노스 비치 부두에 도착했다.
쿨럭쿨럭-
움직일 때마다 잿더미가 피어오른다.
아직도 몇몇 집은 불타고 있고.
‘처참하군.’
이를 피해 접근하며 나와 교민들은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했다.
“전하, 이곳은······.”
“그래. 내 목재 창고지.”
무역업 진출이란 명복 아래 부둣가 인근에 창고를 사 두었다.
안에 고급 목재 또한 잔뜩 사 두었는데, 보험을 들지 않았다면 당장 이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고 해도 이상치 않을 거다.
하지만 난 이 창고에 무려 화재보험을 5개나 중첩으로 들어놨다.
그래서 무덤덤하게 이를 바라보고 있다.
“곳곳이 아직도 화염에 휩싸여 있군. 시 소방당국은 뭐 하고 있는 건가?”
“그게, 담당 책임자가 대지진이 일어난 날에 죽었다고 합니다.”
진두지휘해야 할 놈이 사라지니 구조가 이리 중구난방이 될 수밖에.
역시 우두머리의 존재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낀다.
만약 내가 샌프란시스코에 있지 않고 워싱턴으로 도망갔다면 우리 집 사정도 비슷했겠지.
“혹시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몇몇 시민들이 나와 있었다.
그들은 화재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무언가를 조처하려고 했다.
“힘닿는 곳까지 그대들을 도와주겠네. 무엇을 하면 되겠는가?”
“불이 번지지 않게, 건물 일부를 철거했으면 합니다.”
“이거 잘못하다가 나중에 소송 걸리는 것 아닌가?”
미국은 소송의 나라다.
사적 재산은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아주 크게 혼쭐이 날 수도 있다.
“시 당국 소유 건물이라 괜찮습니다. 방금 긴급 법령이 발효되었습니다.”
“아하.”
그렇다면 안심이네.
교민들을 시켜 저들을 도우라 명했다.
이랴- 이랴-
열심히 구조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웬 마차 소리가 들려왔다.
이 불타는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마차 두 대가 가로질러 오고 있다.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마차를 쳐다보았다.
‘예상대로, 이 불지옥 같은 대재해를 뚫고 시내로 오는군. 어서 와라.’
< 대지진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