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4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41화(241/392)
< 머니게임 (1) >
“손?”
JP모건이 한쪽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찰라의 시간이지만, 오늘 처음으로 미소 지은 순간이었다.
“손잡을 사람이 따로 있지. 그대의 손을 잡으라고?”
모건은 빠르게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얼굴색을 바꾸며, 잠시 말끝을 끌었다.
이후 그는 남작을 노려보며 못마땅한 티를 팍팍 냈다.
“왜? 못 잡을 것도 없지 않은가?”
로스차일드는 모건의 차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말을 되풀이했다.
이에.
모건은 목소리를 더욱 내리깔며, 남작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했다.
“또 무슨 변을 당하라고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건가?”
모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성을 냈다.
“내 연방준비제도가 입법되어서, 그 건에 관해 도움을 청하려고 온 줄 알았는데······ 헛걸음을 했군. 주니어.”
“예. 아버지.”
“남작을 손님방으로 안내하거라.”
모건의 명령에 모건 주니어가 눈알을 떼굴떼굴 굴리며 남작과 모건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모건 주니어는 이내 남작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무슨 말이라도 해 보라는 무언의 시선을 그에게 넣었다.
“내가 무슨 제안을 할 줄 알고, 이리 매몰차게 대하는 것이지?”
시간이 더 지체되면 돌이킬 수 없으리라.
봐라.
벌써, 모건은 고개를 돌리며 자리를 뜨고 있지 않은가?
모건이 남작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그를 멈춰 세워야 했기에.
남작은 대뜸 한 단어부터 질러 댔다.
“4억.”
“······.”
“4억 파운드!”
이 시대 환율은 금과 연동되어 있기에, 고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4억 파운드를 달러로 치환하면, 무려 16억 달러.
명목상 세계 최고의 부자라고 불리는 록펠러의 재산보다도 많은 액수다.
그렇기에.
JP모건 역시도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남작의 입에서 나온 4억 파운드가 뭘 의미하나, 그 역시 알아야 했으니까.
“이번에 아국 정부가 발행할 채권 규모네. 더 많을 수도 있고, 덜할 수도 있지.”
“······.”
“전문가들의 추산치이니 믿을 만하다고 봐도 될 것이네. 내 생각에도 최소 4억 파운드 정도는 발행해야 이번 전쟁이 끝날 것 같으니, 허언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아주 천천히.
모건 명예회장의 고개가 남작 쪽으로 돌아갔다.
이에 로스차일드가 피식 웃으며 한쪽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어떤가? 이제야 흥미가 도는가?”
“계속, 말해 보게.”
모건이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남작은 월터와 시선을 교환한 후, 발언권을 제 아들에게 넘겼다.
“모건 명예회장님.”
“듣고 있네. 월터.”
“미치광이 세르비아놈 때문에 전 유럽이 전쟁터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덕분에······ 전쟁 채권을 팔 곳이 전 세계에 단 한 곳밖에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혹은 프랑스와 독일처럼.
유럽의 두 나라만 전쟁을 치른다면, 해당국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전쟁 채권을 팔아먹을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전 유럽이 악의 구덩이에 빠져 버렸다.
그렇기에.
다우닝가의 시선은 평소대로 동쪽이 아닌 서쪽, 대서양 건너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남은 한 곳이 미국이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모건 대표.”
아주 자연스럽게.
모건 주니어 역시 대화에 끼어들게 되었다.
가시가 돋친 말을 주고받곤 남작과 모건 명예회장 말고.
그 아랫세대인 월터와 모건 주니어가 대화를 주도하자, 금세 회담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생각보다 다우닝가의 행동이 굼뜨군.”
하지만 이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모건이 다시금 비아냥대기 시작했으니까.
“평소대로라면, 개전과 동시에 전쟁 채권을 팔아 재꼈을 텐데.”
JP모건은 아직 남작에게 앙금이 남아 있었기에, 남작을 애지중지 끼고 도는 영국 정부를 살짝 힐난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진즉 했지.”
남작이 다우닝가를 두둔하며 그들 역시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옛 식민지에 차관을 파는 게 어디 쉽나?”
“뭐,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소리. 어렵지!”
“종이 쪼가리 파는 것이 그리도 힘들다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니까. 독립한 지 시간이 좀 지났다고 해도, 이는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사실일세.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도 아니고. 이거 원, 쉰 소리나 하고 있군.”
돈 버는 일에 무슨 놈의 감정을 이입한단 말인가?
모건은 입 밖으로 내뱉으려다가 이내 속으로 이 말을 꾹 삼켰다.
남작과 자신 역시.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기 싸움을 하며, 이제야 사업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으니까.
“총리께서 이 일을 저희 두 부자에게 일임하셨습니다.”
월터 로스차일드가 자신의 아버지와 모건 두 부자를 번갈아 보며 방긋 웃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지난번 스탠다드 오일 공매도 여파로 저희 가문 소유의 은행들이 죄다 미국에서 철수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는 말은······ 전쟁 채권 판매 대리인으로 우리 모건 가의 은행들을 선택했다는 뜻이로군요.”
월터는 비교적 그와 사이가 좋은, 모건 주니어와 시선을 교환하며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확히는 ‘대리인’이 아니고 함께 일할 ‘동업자’를 찾고 있는 것이지요.”
로스차일드와 모건.
이 두 가문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초기.
모건이 자본금을 꾸러 다닐 때, 영국은 물론 유럽을 제패한 로스차일드 가문에 방문해서 사업자금을 빌렸는데.
남작은 이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지, 모건을 볼 때면 은근히 그를 옛 하수인 다루듯이 대했다.
모건 역시 예전의 그 모건이 아니었기에, 남작의 거드름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벼르고 있었고.
스탠다드 공매도 사건은 터질 만한 두 사람의 화약고에 성냥불 하나를 던진 행위와도 같았는데.
이를 잘 알고 있던 월터가 아주 조심스럽게, 모건 가문을 살살 달래며 그들의 코를 꿰고자 했다.
“예전처럼, 밑에 들어와서 쿠키 부스러기나 주워 먹으라는 뜻은 아닌가 보군.”
월터에 발언에 모건이 옛일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남작의 속을 벅벅 긁어댔다.
남작은 모건의 주장을 바로 반박할 수 있었으나, 그는 화해하러 온 것이지 싸우러 온 것이 아니기에.
조용히 양아들이었던 월터만을 주시하며 그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새 시대가 열렸습니다. 모건 가문이 뉴욕의 황태자가 되었는데, 어찌 저희가 감히 모건 가를 하수인처럼 부릴 수 있겠습니까?”
“······.”
“동업자이자 동지로서 아까 말씀드렸단 안을 제안하는 것이니, 부디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능글능글한 월터의 아첨에.
모건은 살짝 화가 풀렸으나, 이를 티 내지 않았다.
협상에선 본디 아쉬운 놈이 밑지고 가는 법이니까.
모건은 자신이 을인지 갑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월터에게 한 가지를 물었다.
“이 제안, 누구에게 또 했는가?”
“여기 계신 두 분 말고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
모건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월터가 살짝 눈알을 굴려댔다.
“뭐, 거절하신다면 7인회 회의 이후에 다른 회원에게 이를 부탁할까 했습니다. 예를 들면 록펠러나······ 이강 왕자 같은 분에게 말이죠.”
듣기 싫은 두 명의 이름이 모건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는 미간을 찡그리며 잠깐 화가 낸 표정을 지어댔다가 바로 정신을 차렸다.
“만약 내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말이야.”
“예. 듣고 있습니다. 계속 말씀하십시오.”
“그들에게 이 제안을 할 생각인가?”
이에 관한 답변은.
월터 대신 남작이 했다.
“여럿이 일하는 것은, 시끄럽기만 할 뿐이네.”
“······.”
“내게 필요한 동업자는 오직 한 명뿐일세.”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독점으로 미국에 판매하게 된다는 말.
모건은 속으로 나이스를 외쳤다.
하지만 이번에도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들키면, 차후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건 명예회장님. 그리고 모건 주니어 대표.”
월터는 두 부자를 바라보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영국 정부의 제안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아버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월터와 모건 주니어의 물음에.
JP모건이 잠시 눈을 감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남작.”
이후, 모건은 남작의 손을 다시금 잡고 악수를 청했다.
이에 남작 역시 모건을 다시금 최대한 예우하며 오른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본인이 할 말이외다. 모건 명예 대표. 잘 부탁하외다.”
* * *
“휴즈 대통령이 지난주에 막 연방준비제도 법을 사인했습니다. 이에 우리 또한 슬슬 관련 인사들을 추천하며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7인회 회동이 뉴욕에서 열렸다.
‘응?’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연방준비제도가 막 통과된 중요한 이때.
나는 회의에 참석하는 도중, 무언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내 눈을 피해?’
나와 제법 사이가 좋다고 볼 수 있는 모건 주니어가 자꾸 내 시선을 회피한다.
그의 아버지와는 관계가 별로 좋지 않지만, 모건 주니어와는 자식들의 결혼까지 언급하며 서로 친분을 과시할 정도로 깊은 사이었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로스차일드 가문의 월터도 그렇고.’
이번 회의 때.
차세대 수장들의 태도가 참으로 수상하단 말이지?
‘익문사 요원들이 최근 이 두 가문의 행적을 파악하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리는데 말이다.’
“그럼 잠시 쉬었다가 다시 모일까요?”
“그럴까요?”
휴식 시간이 되고.
나는 테라스에 나와 잠시 바깥 공기를 마셨다.
“왕자님.”
“록펠러 이사장.”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십니다.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십니까?”
7인회 회의에서, 영혼의 파트너인 록펠러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회의 내내 죽상을 하고 있던 내 표정을 언급하며, 내 신변에 무슨 일이 생겼나를 물었다.
“모건과 로스차일드 측이 조용해서, 좀 신경이 쓰이는군.”
“그러게요. 쉽게 물러서지 않을 종자들인데, 어째······.”
록펠러 역시.
딱 꼬집을 수 없지만, 불쾌한 무언가가 있다고 여겼는지.
저쪽 방에서 쉬고 있는 남작과 모건 일행을 노려본다.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하십니까?”
그때였다.
7인회 구성원 중 한 명이었던 폴 와버그가 우리 둘이 있는 테라스 쪽으로 건너왔다.
“둘이서 몰래 작당이라도 하고 있겠지요. 뻔하지 않습니까?”
“작당?”
나의 물음에 와버그가 들고 있는 샴페인을 홀짝인 후, 모건과 로스차일드 일행이 있는 곳을 슬쩍 흘겨보았다.
“최근 영국 정부가 전쟁 채권을 무지막지하게 찍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이 왕자님과 록펠러 이사장께서도 잘 아시는 일일 것입니다.”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와버그의 주장에 동의했다.
“브리튼 섬 본토는 물론이고, 아직 중립을 표명하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지에 관련 채권을 염가에 판매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래.
영혼까지 끌어모으며 유럽 대륙에 파운드화를 뿌릴 준비를 하고 있지 않던가?
“남작과 그의 아들이 이 사업 최전선에 서 있죠.”
“그렇겠지. 로스차일드 가문은 영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니까.”
와버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이후, 중대한 비밀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런 두 부자가, 미국에 방문했습니다.”
“······.”
“월터는 몰라도 남작은 고령을 핑계로 그간 7인회 회의에 자주 불참했던 인물이지요.”
와버그가 손가락을 튕기며, 남작의 미국 방문에 7인회 회의 말고 다른 의도가 있다고 평했다.
“팔십이 넘는 로스차일드가 직접 이곳까지 왔다는 것은······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그리 행동한 것일 겁니다.”
가끔 영화를 보게 되면, 주인공이 묻지도 않았는데 설명을 줄줄 하는 일명 ‘설명충’ 캐릭터가 극 중에 보이곤 한다.
폴 와버그는 지금 딱 그런 느낌이었다.
“묻지도 않았으니 이리 친절하게 정답을 술술 알려 주다니······ 와버그 대표는 정말이지 참으로 친절하구려.”
“이 왕자님과 록펠러 이사장이 저기 저놈들보다는 나으니까요.”
폴 와버그는 남작을 노려보며, 은근히 살기를 풍겼다.
“저야,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남작과 척을 지게 되었다지만······ 이 왕자님과 록펠러 이사장은 저 둘과 더 오랜 악연으로 얽혀 있지 않습니까?”
와버그는 성공한 은행가이기도 했지만, 로스차일드 본가의 대리인이기도 했다.
현재 대륙의 로스차일드 본가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쪽에 전 재산을 베팅한 상황.
방계 가문인 로스차일드 남작.
그러니까 영국의 지부를 둔 이들과는 서로 대척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와버그는 남작의 수상한 미국 방문을 나와 록펠러에게 고변하며 이들의 차후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금이야 힘이 빠져서 머리를 푹 수그리고 있다지만······.”
와버그는 손을 들어 행사장 고용인에게 샴페인을 한잔 다시 가져오라고 손 신호를 보냈다.
그는 새롭게 가득 찬 샴페인 잔을 집어 든 후, 한 모금 홀짝이며 하던 말을 이어 갔다.
“세계대전을 발판으로 다시금 재기에 성공한다면, 왕자님과 이사장님께서 다시금 골치 좀 썩히게 될 것입니다.”
“······.”
“······.”
나와 록펠러는 침묵하며 와버그에 말에 동의했다.
이에
와버그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이번 소임이 성공리에 끝난 것을 자축했다.
“남작이나 모건 대표나 뒤끝이 있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작년과 재작년의 치욕을 말이죠.”
와버그가 깨끗하게 비운 샴페인 잔을 난간에 놔두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그러니 이 왕자님과 록펠러 대표께서도 마음을 아주 단단히 먹으셔야 할 것입니다. 파운드화가······ 곧 뉴욕에 쏟아질 테니까요. 두 분의 목줄을 조를 만큼 말입니다.”
< 머니게임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