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42)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42화(242/392)
< 머니게임 (2) >
7인회 회의가 끝난 후.
나는 록펠러 부자와 함께 회담장 장소를 빠져나왔다.
“이번 회의를 통해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의 연방은행 총재직을 할당받으셨지요? 후보에는 누구를 세우실 생각이십니까?”
“······.”
“이 왕자님?”
“응?”
록펠러 주니어의 채근에 나는 그가 무슨 질문을 했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에.
와버그의 경고를 함께 경청했던 록펠러 이사장이 내 곁으로 조심스레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댔다.
“점심때, 그 일이 아직도 마음에 걸리시나 보군요.”
“······.”
“폴이 깝죽거리긴 해도, 평소 허언하는 인물은 아니긴 하죠. 흘려들을 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록펠러 이사장의 조금 전 발언에 나는 격하게 동의했다.
몇 번 만나 보진 않았지만.
와버그가 이 시대 다른 미친놈들처럼, 없는 말을 지어내는 사기꾼은 아니었으니까.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각국 정부에 사람을 보냈었네.”
이에 나는 회의장에 오기 전에 했던 일을 슬그머니 두 부자에게 알리며 현 상황을 분석했다.
그들은 눈을 깜빡거리는 것으로 내 대답에 회답했다.
“올해가 끝나기 전, 각국의 전쟁차관을 미국 시민들에게 판매하고 싶다고 슬쩍 이를 언급했네.”
“아······.”
록펠러는 제 소유의 은행들도 이번 회의를 끝으로 사람을 보낼 참이었다고 밝혔다.
전쟁채권 판매는 돈이 되는 사업이니까.
그는 나보다 한발 늦었다는 것에 살짝 분해하며 내게 물었다.
“그래서 유럽의 정부들은 왕자님께 어떤 답을 회신하였습니까?”
나는 자동차에 올라타며 하던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갔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흔쾌히 수락했네. 러시아는 살짝 꾸물거리다가 차르에게 연락하니 바로 통과가 되었고.”
“프랑스는요?”
“아, 그놈들?”
프랑스는 유럽의 내로라하는 열강 중 하나다.
나랑은 사이가 제일 안 좋은 국가.
이는 사업적인 면에서 충돌이 있기도 했고, 프랑스는 공화정이기에 왕실을 통하여 위에 수뇌부와 연락을 취할 수 없어서이기도 했다.
“다행히도 프랑스 놈들마저도 채권 판매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네. 알다시피 파리의 윗대가리들이······ 조금 위태위태하지 않던가?”
초반 리&라이트 회사에서 납품받은 폭격기 때문인지, 독일은 더욱더 매몰차게 프랑스를 밀어붙였다.
이에 프랑스는 원 역사보다도 더 전선을 안쪽으로 내주며, 수도 파리를 아주 위태롭게 지켜 내는 중이었다.
다행히도.
참호전이 시작되며 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었지만.
보불전쟁의 악몽이 다시 한번 파리를 엄습하고 있었기에.
나와 프랑스 사이의 작디작은 과거 원한 따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결과, 영국을 제외한 전쟁채권을 전부 우리 금융사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네.”
“다우닝가가 왕자님의 제안에 화답하지 않은 이유는······.”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점심때 했던 대화를 상기했다.
“와버그의 주장대로 영국의 전쟁차관 판매가 로스차일드 가문에게 일임된 모양일세.”
“역시······.”
옆에서 듣고 있던 에델의 사촌오빠.
록펠러 주니어가 외마디 탄식을 내뱉었다.
“흠, 큰일이군요.”
록펠러도 반응은 비슷했다.
뭐, 영국 전쟁채권을 못 파는 게 뭐 대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1차 세계대전이 막 터진 지금 시기에 영국은 세계 최강국의 면모를 아직 자랑하고 있었다.
“그래. 다른 나라의 전쟁채권도 매력적이지만, 영국의 채권만 한 상품은 없으니까.”
채권발행 규모만 해도 차이가 난다.
영국이 만지작거리는 채권발행 규모는 약 16억 달러.
초기 채권발행 규모지만 다른 나라의 채권발행 합보다 두 배 더 크다.
‘원 역사에서 미국은 약 40억 달러 정도를 외채를 지고 있었다.’
세계대전이라는 이벤트 한방으로 미국은 빚쟁이에서 단번에 추심자가 된다.
내 기억 속에 미국은 종전 후 140억 달러 이상의 외채를 손에 쥐게 된다.
그중 상당수가 영국이 발행한 전쟁채권일 터.
‘내가 구상하는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가 바로 양패구상이지.’
전쟁이 격해지면.
유럽 각국의 채권발행 규모는 원 역사보다 더 커질 거다.
그리된다면 깔끔하게 한 200억 달러 정도.
미국이 유럽에 돈을 빌려 줘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판매 수수료를 0.1%만 잡아도······.’
200억 달러의 0.1%면 2천만 달러다.
0.2%면 4천만 달러.
0.5%면 1억 달러.
1%면 2억 달러.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였다.
‘이 돈 대다수를 로스차일드 가문과 모건 가문이 후루룩 짭짭 혼자 처먹을 수 있다는 말이지.’
손가락을 빨며 지켜보는 이로서는 마냥 기분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
‘와버그의 맨 마지막 경고처럼 그들은 뒤끝이 상당한 놈들이야.’
전쟁 특수를 발판으로 다시금 부활한다면?
언제, 어디서 내 뒤통수에 칼침을 꽂을지 모르기에 조심해야 했다.
“방법이 딱히 보이질 않으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는 법.
록펠러가 일단 머리를 굴려 가며 해결책을 내게 제안했다.
“굳이 돌파구를 마련해 보자면 두 가지 정도가 이 자리에서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두 가지나?”
“예.”
나는 세 가지 방안을 생각 중이었다.
그중 하나는 영국을 아주 급하게 만드는 것.
‘목이 마르면, 물을 찾게 되어 있으니까.’
로스차일드에게 전쟁채권 판매권을 독점하지 못하게끔, 급박한 상황까지 몰리게 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록펠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일단은 내 의견을 말하기 전에, 그의 의견을 들어 보고자 했다.
“알려 주게나.”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영국 전쟁채권의 매력을 떨어트리면 됩니다.”
이에.
에델의 사촌 오빠인 록펠러 주니어가 난색을 표명했다.
“아버지. 그게 어디 쉽습니까? 영국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해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는 침묵하며 록펠러 주니어의 주장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이에.
록펠러 주니어가 영국군의 객관적인 대외 평을 술술 이어서 설명했다.
“더욱이 지상군 역시 상당히 강한 축에 속합니다. 독일이 육군과 해군, 양쪽에서 이들을 추격하고 있다지만 아직은 무리입니다. 한 십 년만 지났어도 싸울 만했겠지만······.”
이는 다 아는 사실이다.
나는 록펠러 주니어의 말을 끊으며 그다음을 물었다.
“또 다른 방법은 뭐가 있나?”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방법과 매우 유사합니다.”
“그래?”
“예. 다른 나라의 채권들을 좀 더 매력 있게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록펠러는 다른 나라들의 전쟁채권을 언급하며 이들을 어떻게 팔면 영국의 채권보다 더 매력적으로 팔지, 내게 원론적인 판매법을 하나 조언했다.
“합리적인 기준을 들먹이며 해당 전쟁채권들을 할인 판매한다면, 영국 쪽에 몰리는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을 겁니다.”
“합리적인 기준이라······.”
나는 이를 두고 잠시 생각했다.
“흠. 각국의 부도 위험을 특정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면, 사람들 눈에 단번에 해당 전쟁채권의 가치가 보이겠군.”
내가 말하고서도 깜짝 놀랐다.
21세기에.
이런 수치가 채권 시장에 이미 하나 있긴 했으니까.
‘신용부도스와프(CDS)가 있긴 했지.’
하지만 이것은 파생 상품.
금융 상품이 고도로 발달하고, 전 세계가 오밀조밀 연결된 환경에서나 실시간으로 수치를 발표할 수 있으리라.
“각국의 부도 위험을 숫자로 보여 준다고요?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봐라.
록펠러가 부정적인 표정을 지으며 저리 미간을 찡그리고 있지 않은가?
“각국의 대략적인 경제 규모, 그리고 채권발행 규모를 평가 요인으로 넣고······ 유럽의 전쟁 상황 역시 수치화한다면, 못할 것이야 없지 않겠습니까?”
제 아비보다는 젊었기에, 록펠러 주니어는 굉장히 도전적인 표정으로 내 말을 받아쳤다.
두 부자의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록펠러 이사장이 내게 물었다.
“그러기 위해선, 왕자님께서 수집하고 계신 전쟁 정보 말입니다. 대중에게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비선 조직인 익문사를 통해.
그리고 아주아주 비싼 정보료를 지급하며 유럽의 실시간 전황을 수집 중이었다.
록펠러 이사장은 이 정보 공개 없이는 아까 내가 말했던 각국의 부도 위험을 수치화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공개하실 것입니까?”
“······.”
“······.”
“······.”
입을 꾹 다물었다.
답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긍정적인 무언의 신호일 수도 있다.
록펠러는 살짝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그 아까운 정보들을 정령 몇 푼 안 되는 싼값에 판매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에 나는 오랜 침묵을 깨고 록펠러의 질문에 답했다.
“전쟁 정보만 팔게 된다면 말이야. 손해 보는 장사라고 볼 수 있네.”
“······.”
“하지만 나는 그 이상을 미국인들에게 거둬들이려고 하네.”
록펠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 봅니다?”
“그래. 자네 말대로 다른 계획이 있긴 하네.”
신용부도스와프(CDS)를 이 시대에 출현시키는 것은 조금 무리수가 따르겠지만.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내가 신용평가시장을 석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원래는 대공황 때, 진입하려고 했으나······ 뭐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
신용평가회사는 IMF 세대라면 다들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만한 회사들이다.
무디스나 S&P, 피치 같은 세계 3대 회사가 존재하는데.
이들의 신용도 발표는 신흥국가들은 물론이고 선진국의 주식시장도 들썩이게 할 정도로 막강한 권위가 있는 기관들이었다.
‘전쟁채권들의 부도 위험을 내 소유의 신용평가사들이 수치로 표현해 보는 거야. 사심 없이 객관적으로.’
그리된다면.
막연하게 영국 채권을 구매하는 이들도 내가 발표한 수치를 참고하며 구매에 임할 것이다.
승전국 채권의 수익이 패전국 채권국 채권보다 좋다는 것은 바보도 아는 일이니까.
‘동시에 내 영향력도 높아질 거다.’
물론 이 방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로.
독일이 영국을 상대로 선전해야 한다.
자칫.
형편없이 독일이 밀린다면, 내 회사에서 발표하는 부도 위험도 수치가 동맹국 측에 불리하게 발표될 거다.
그리되면, 본의 아니게 동맹국의 몰락에 내가 이바지할 수도 있다는 말.
‘현재는······.’
다행히도 현재는 동맹국 측이 살짝 더 유리한 상태다.
시간이 흘러서, 영국의 압도적인 자본이 영향을 준다면 상황이 반전되겠지만.
초반 정세만큼은 동맹국 측이 살짝 앞서 나가고 있었다.
‘영국에게 밉보일 수도 있으니.’
계속하여 영국의 전쟁채권 판매를 다우닝가에 요청해야겠다.
그래야.
그들에게 살짝 불리한 수치를 붙여도, 영국 측에선 전쟁채권을 구매하고 싶어서 저런 행동을 하나 생각할 테니까.
“이 계획을 실행하려면 자네의 도움이 절실하네.”
내가 제법 진지하게 부탁하자, 록펠러 부자가 서로 시선을 교환한다.
이후 이 둘은 내 손을 함께 꼭 잡으며 내게 맹세했다.
“무슨 일인 이를 상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만약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해 주십시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왕자님과 함께하겠습니다.”
* * *
시간이 흘러 겨울이 다가왔다.
러시아는 계속하여 졸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전쟁 초반만큼은 아니더라도 계속하여 밀리는 상황.
이에 차르가 러시아의 총사령관을 자처하며 수도를 떠나 전장으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상황이 영 안 좋게 흘러가는군.’
영국이 집중하고 있는 서부 전선은 그나마 적에게 밀려서 영토를 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근 두 달 동안 한 치도 움직이지 않고 참호전을 하고 있었다.
간간이 용감한 지휘관들이 제 몸을 불사르며 ‘돌격! 전진 앞으로!’를 외쳐댔지만.
맥심, 개틀링 그리고 이강의 회사에서 만든 리 경기관총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뿐이었다.
‘돈도 떨어지고.’
처칠은 전황 보고를 받으며 미간을 팍 찡그렸다.
해군 쪽 예산으로 잡아 두었던 1차 발행 차관이 빠르게 소진되는 것을 보며, 그는 추가로 차관을 발행해야 하나 고민했다.
“해군 장관, 안에 있습니까?”
처칠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에스키스 총리가 선약도 없이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는 성이 났는지 콧김을 불어 대며 처칠에게 문서 하나를 던졌다.
“빌어먹을, 오스만이 독일 측에 붙었소이다.”
“······.”
“해군장관, 그 잘난 입, 다물지만 말고 말 좀 해 보십시오.”
오스만이 세계대전에 참전한 것은 전적으로 영국의 실수 덕분이었다.
오스만이 발주한 신형 전함 두 척을 전쟁에서 차출한다는 명분으로 영국 정부가 쏙 빼앗아 갔으니까.
보상이라도 제대로 해줬다면 오스만이 길길이 날뛰지 않았겠지만.
처칠은 이마저도 건성으로 처리하였다.
푼돈을 대여비로 설정한 후, 이를 보상안이라고 내민 것인데.
당연하게도 오스만 측에서는 이를 모욕으로 보고 영국과 한바탕 쌈박질을 할 준비를 했다.
“러시아가 하루가 멀다고 징징대고 있소이다. 흑해가 봉쇄되어서 자국의 함대가 둘로 갈렸다면서요.”
불행은 본디 한꺼번에 오기 마련이다.
외교 쪽에서 젬병인 독일은 웬일인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낚아챘다.
오스만 측에 독일 군함을 선물하며 환심을 산 것인데.
결국 오스만은 기존의 중립 선언을 깨고 이 혼탁한 전장에 뛰어들게 되었다.
“제길······.”
한바탕 총리의 호통이 지나가고, 애스키스가 처칠의 집무실을 떠났다.
처칠은 있는 대로 얼굴을 찡그리며 세계 지도를 바라보았다.
오스만의 참전으로 숨통이 꽉 막히게 된 다르다넬스 해협과 갈리폴리 반도를 바라보며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 머니게임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