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5)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5화(25/392)
< 대지진 (3) >
이번 대지진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총 세 가지다.
첫째는 재산을 늘리는 것.
두 번째는 모두가 알다시피, 한인들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바로 지금 오는 사람이랑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관계 만들기지, 뭐.
“워- 워-”
나와 일행들은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순회하며 길부터 뚫고 있었다.
도로에는 아직도 무너져내린 건물 잔해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런······.”
아직 복구되지 않은 도로 탓에, 이쪽으로 달려오던 마차는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사내들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마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다.
우리 일행 역시도 안전을 위해 중무장한 상태.
서로 간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조심스레 앞으로 나와서 리더로 모이는 이에게 인사를 했다.
“또 보는군.”
내 이번 계획 속에 꼭 만나야 했던 사람은, 이미 예전에 한 번 만난 사람이었다.
“허······ 오랜만입니다. 왕자님을 이곳에서 재회할 줄이야.”
지아니니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반갑다, 드디어 왔구나.’
나는 지아니니를 기다렸다.
왜냐고?
그야 그와 한층 더 끈끈한 인연을 만들기 위해서지.
‘나는 뱅크 오브 이탈리아의 보통주 100주를 가지고 있는 주주다.’
향후 우선주를 투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막 알기 시작한 비즈니스 관계일 뿐.
하지만 나는 지아니니와 일반 동업자 관계에서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지진 후 혼란이 찾아왔을 때를 노려 이번 만남을 계획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한층 더 긴밀해지면 그와 나의 사이가 더욱더 가까워질 것임이 분명하니까.
‘이탈리아 사람이잖아. 북유럽 놈들과는 다르게 저들은 제 사람들을 화끈하게 챙긴다고.’
박병준으로 살 때의 기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릴 적, 나는 내 친구 요한슨의 집에 놀러 갔다가 그놈 방에서 한동안 홀로 있어야 했다.
지네 식구들끼리 밥을 처먹는다며 내 친구가 나만 내버려 두고 다이닝룸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 썩을 놈의 스웨덴인들과는 다르게, 이탈리아나 아일랜드 사람들은 정이 많지.’
은혜는 배로 갚고, 원수는 열 배로 보복하는 게 남유럽계 이민자들의 특성이다.
나는 이 점을 다시 상기하며 지아니니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교민들과 함께 시내 곳곳을 돌며 화재를 진압하고 도로를 치우고 있지. 그나저나 자네는 어디로 급히 이동하는가? 이 지옥 같은 곳을 가로질러 뚫고 갈 만큼 급한 일인가?”
“그게······.”
지아니니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최종 목적지를 밝히는 것을 꺼렸다.
“하하······ 왜, 두려운가? 내가 자네들을 등쳐먹기라도 할 것 같나? 우린 이제 동업자 관계가 아닌가?”
그렇게 말하며, 난 손에 들려 있던 권총을 허리춤에 조심스레 끼워 넣었다.
하지만 지아니니를 비롯한 이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물론 나를 호위하고 있던 교민들 역시 총을 든 채 계속 대치하고 있었다.
“설마 우리 일행을 약탈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보아하니 우리의 머릿수가 열 배는 더 많은 것 같은데······.”
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지아니니를 노려보자, 지아니니는 들고 있던 소총을 조심스럽게 내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조심히 돌려, 자신의 부하들에게도 명령했다.
“파블로, 부가티. 여기 계신 이 왕자님은 우리은행의 주주시다. 더불어 조만간 크게 투자하실 분이시기도 하고. 다들 총 내려놔.”
오!
지아니니의 말에 그의 일행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의 일행도 이내 무장을 해제했다.
“이자들에게 신망이 있나 보군. 자네 한마디에 바로 움직이다니 말이야.”
지아니니는 어깨를 으쓱이며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지아니니에게로 다가가며 물었다.
“혹시 북쪽으로 이동하는 중인가? 저쪽 길은 아직도 불씨가 안 잡혀 위험하네. 그대의 은행으로 가려면 서쪽으로 돌아가게나.”
그 말에 깜짝 놀란 듯 지아니니의 눈이 동그래졌고,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
“왕자님, 혹시 독심술 배우십니까? 씨벌, 어떻게 아셨지요.”
얼마나 놀랐는지, 다급한 상황에도 비속어를 날렸다.
밑바닥 출신답게, 지아니니의 언행은 참으로 한결같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지아니니의 물음에 답했다.
“뻔하지. 자네는 이제 어엿한 은행장이 아닌가? 더는 과일 장수가 아니야.”
“······.”
“이 시국에 이리 급하게 시내에 들르려는 건, 고객의 재산을 지키려는 것이겠지.”
“허······.”
“이번 화재 때문에라도 고객들이 맡긴 예금을 찾으려고 하지 않겠나? 이에 대응하려면 현금이 필요할 테고······.”
지아니니가 한숨을 푹 쉬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 댔다.
“설마 제 얼굴에 그리 적혀 있습니까?”
“그래.”
“FXXX. 감정을 숨기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왕자님 앞에서는 어림도 없군요.”
지아니니가 졌다는 표정을 지으며 양손을 제 허리춤에 걸쳤다.
그러곤 살짝 체념한 듯한 눈빛을 담아 내 눈치를 보았다.
“예, 맞습니다. 은행 자산을 모조리 찾으러 갈 겁니다. 왕자님 말씀대로 그 개 같은 뱅크런에 대비해야 하니까요.”
지아니니가 비속어를 내뱉으며 땅이 꺼지라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왕자님께서도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시내 곳곳에 투자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하늘도 무심합니다. 하필 이때 대지진이 찾아오다니요.”
나는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바라봤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 중 걱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가?”
“그런가요? 하긴, 다들 난리지요. 근데 저는 아무래도 X 된 거 같습니다. 미래가 안 보입니다.”
“아직 포기하긴 이르네. 자네 역시도 그리 생각하지 않나? 그러니 이리 미친 듯이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가로질러 왔겠지.”
“젠장. 왕자님 졌습니다.”
나의 한마디에, 지아니니가 두 손을 들며 또다시 격하게 반응했다.
“맞아요. 저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씨발 어떻게 쌓은 금자탑인데, 이리 허무하게 무너지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나는 지아니니 주위를 둘러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데······ 겨우 그 인원으로 돈을 찾으려는 것은 아니겠지?”
지아니니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내 물음에 답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지켜야 하지 않습니까?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제 식구들은 이 정도입니다. 다들 지진 때문에 바쁩니다. 돈보다는 제 집안 식구들 생명이 먼저지 않습니까?”
그래, 돈보다는 사람 목숨이 먼저지.
지아니니에게도 식구가 있다.
지금 은행으로 가곤 있어도, 식구들을 보호할 인력은 따로 빼서 집을 지키게 하고 있을 거다.
그러니 다섯도 안 되는 인원으로 이 자리에 왔겠지.
나는 급히 지도를 편 후, 지아니니에게 다른 한 곳을 가리켰다.
“일단 서쪽으로 갔다가 부두 쪽으로 가세나. 내 사람들이 거기서 대기하고 있네.”
“왕자님. 저는 제 은행으로 가야 합니다. 그쪽으로 가면 반대편인데요?”
“이대로는 안 되네. 가기 전에 단단히 준비해야지.”
“준비요?”
“그래. 현금을 찾은 다음이 문제니까.”
지아니니가 뚫고 온 길을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지금 상태로 돌아다니려는 건 아니겠지? 그러다간 노상강도와 한판 붙어야 할 것일세.”
짐 마차 안에 황금과 현찰이 떡하니 굴러다닌다면, 강도들이 가만히 둘까?
나의 미래 예측에 지아니니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혹, 기막힌 해법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럼. 그 돈은 자네의 돈이기도 하지만 내 투자금이기도 하지 않은가? 난 허언을 하지 않네.”
지아니니가 한숨을 푹 쉰 후, 나를 따라왔다.
“하······ 알겠습니다. 왕자님만 믿고 가지요. 하지만 오래 있을 수는 없습니다. 불이 더 번지면, 우리 은행에 설치된 금고문이 완전히 폐쇄될 수도 있습니다.”
금고는 보통 쇠로 되어 있다.
이는 열에 매우 취약하다는 말과 다름없다.
만약 은행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서 금고문이 녹아 버린다면, 일주일 혹은 한 달 이상 금고문을 열 수 없게 된다.
“알겠네. 빠르게 이동하도록 하지. 저기, 저쪽이네. 우회전 후, 바로 좌회전하게. 더더더. 아! 여길세, 그만 세우게나.”
짐 마차가 부두 근처에서 멈췄다.
나는 교민들에게 다음 말을 지시했다.
“9번 창구에 보관 중인 것들을 내오게나.”
“예, 전하!”
부두에는 아직 불에 타지 않는 창고가 몇 존재했다.
그중 하나가 내 것이었는데, 교민들이 그곳에서 생선 더미가 가득한 수레 하나를 끌고 왔다.
“이거, 정어리들 아닙니까?”
지아니니가 코를 잡으며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급히 사들였네. 시내가 불타고 있어 값이 아주 싸더군.”
부두에는 지난날 판매하지 못한 정어리들로 가득했다.
나는 이것들을 모조리 구매했는데, 다 이번 만남을 위해서였다.
“식료품값이 천정부지로 뛸 테니 교민들을 위해서 좀 사들였지. 우리네 사람들도 자네 사람들처럼 삭힌 생선으로 끼니를 때우네.”
지아니니가 신기하게 교민들을 바라보았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같은 식성을 발견했다는 것에 놀란 거다.
그런 지아니니를 뒤로한 채, 나는 사람들을 보며 명령했다.
“짐 마차에 이 정어리들을 싣게나. 이후, 자네 은행의 자산들은 이 아래에 숨기면 될 것일세.”
누가 냄새나는 정어리 더미를 뒤지겠는가?
상온에 보관하면 쉽게 상하고, 냄새도 고약하게 풍기는데.
약탈자들도 한창 값비싼 재산 털기에 바쁠 테니, 이것까지는 신경 쓰지 않을 거다.
“어이. 자네 뭐하나? 얼른 돕지 않고.”
마지막까지 내게 총을 겨눈 파블로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나 뒤끝 있는 남자야.
자식, 정어리 맛 좀 봐라.
“아이디어를 내가 냈는데, 직접 몸까지 움직여야겠는가?”
내가 고개를 까닥까닥하며 그자를 부르자, 옆에 있던 지아니니가 빠르게 내 말을 거들었다.
“파블로, 뭐 하나? 왕자님 말씀 따르지 않고.”
“예. 알겠습니다.”
참 이리 보면 지아니니 일행은 마피아 같단 말이다.
지아니니 말에 완전 복종하고.
“다 실었군. 이제 되었네. 그럼 부디 가호를 빌겠네. 무사히 다녀오게나.”
* * *
세 시간쯤 지났을 때, 지아니니가 다시 부두로 돌아왔다.
“이 왕자님!”
그는 마차에 내리자마자 다가오더니, 덜컥 나를 껴안았다.
‘이 자식 왜 이래?’
그보다 정어리 냄새가 끔찍하네.
나는 서둘러 지아니니를 내 몸에서 떼어냈다.
그가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의 말을 내게 전했다.
“왕자님의 조언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지아니니가 세 시간 전의 일을 들려주었다.
그가 뱅크 오브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도 건물이 불타지 않았다고 한다.
아주 작은 은행이라 그런지 약탈자들의 마수에서 아직 안전했으니까.
“그래서? 돈은 찾았는가?”
“예. 다행히도 고객들의 자산을 금고에서 안전히 꺼내올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곳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약탈자들에게 시야에 지아니니의 짐 마차가 포착된 것이다.
“글쎄, 그 잡것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지 뭡니까?”
지아니니가 억울한지,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씨발 새끼들. 너희들이 도로에 전세라도 냈냐? 어디서 내리라 마라야’ 하고 소리치며 저항했죠.”
비슷한 인원이 총을 들고 대치하는 상황이었기에 다행히도 총격전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약탈자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는 신중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지아니니에게 말을 걸었다 했다.
“‘안에 뭐가 있지? 덮개 벗겨 봐’라고 명령하며 저희 일행들을 겁박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차 뒤에 숨어서 저들에게 크게 외쳤죠. 정어리라고요.”
지아니니의 눈 신호에 그의 오른팔인 파블로가 조심스레 짐 마차 옆으로 이동한 후, 덮개를 벗겼다고 한다.
이에 약탈자들이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그자들이 ‘이태리 새끼들, 이 시국에도 정어리를 처먹냐’ 하고 비웃으며 저희 일행을 조롱했죠. 평소였으면 머리에 구멍을 내줬을 텐데. 하······”
그 후에 약탈자들은 조금씩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한다.
정어리의 비린내에 질색한 거다.
“이때를 놓치지 않았죠. 씨벌. 개새끼들아. 안 비키고 뭐 하냐? 왜, 맞짱 한 번 뜰까? 하며 배짱을 부렸죠.”
지아니니의 강경한 태도에 약탈자들이 무언가를 계산하다가 서서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한다.
정어리를 약탈해 봤자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도시 곳곳에 털 것이 많은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까지 썩은 생선이 든 짐 마차를 빼앗을 필요는 없으니까.
“왕자님, 감사합니다. 왕자님의 혜안 덕분에 우리 은행의 자산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아닐세.”
감사는 무슨.
원래 네 계획이야.
아마 내가 없었으면 은행에 도착한 후, 근처 과일가게에서 오렌지를 잔뜩 샀을 거다.
돌아가는 상황 때문에 지금은 아무 생각도 없겠지만.
‘뭐. 시간을 줄여 준 게 어디야.’
양심에 찔리지는 않았다.
내가 역사에 개입한 순간부터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했을 테니까.
지아니니 전기에도 보면, 약탈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는 없던데.
이리 저들을 만난 것도 다 내가 이 세상에 개입한 것 때문이었겠지.
‘오렌지였으면 저자들이 짐 마차를 수색했을지도 모르고. 정어리보다 덜 역하니까.’
살짝 아쉽다.
저들과 함께 갔다면 더 끈끈한 연을 만들었을 테니까.
‘아서라.’
잘못했다가는 내 머리에 총알이 박힐 수도 있다.
그렇기에 최대한 내 신변 안전을 확보하며, 동시에 지아니니와 친분을 쌓을 행동이 최선이라 볼 수 있다.
“아! 자네 집으로 이동할 텐가? 아님, 우리 집으로 가겠나? 들고 온 금과 현금을 안전한 곳에 보관해야 하지 않겠나? 저기 내가 빌린 배가 있네. 자네, 저 배를 사용하고 이따 돌려주게.”
“감사합니다. 왕자님.”
지아니니가 털썩 주저앉았다.
긴장이 풀렸기 때문이겠지.
“그나저나 우리 할 말이 좀 더 남았지? 그 투자 건은 어떻게 됐나?”
긴장이 풀어질 때, 이야기를 끝내야지.
“전에 말했던 우선주 말씀하십니까?”
“그래. 여기 관련 내용을 한번 다시 적어 보았네.”
“조건이 변했군요. 후······ 부자들이 더 독하다고 하던데, 왕자님께서도 참.”
지아니니가 투정을 부린다.
하지만 이내 그는 빠르게 사인했다.
이번 사건 때문에 우리 둘의 관계가 긴밀해진 것도 있고, 동시에 그의 은행엔 지금 대량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젠장, 그때 계약서에 사인해야 했는데 말입니다.”
지아니니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오늘 내가 엄청난 신세를 졌기에 딱히 원망하는 눈빛을 보이지는 않았다.
“우린 이제 완벽한 동업자네. 뱅크 오브 이탈리아를 위해 자네는 최선을 다해주게나.”
“염려 마십시오. 제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이 은행만큼은 성장시킬 것입니다.”
당분간 돈 들어올 곳은 많은데, 돈이 나갈 곳은 없다.
그렇기에 집에 보관 중인 현금과 금을 뱅크 오브 이탈리아에 잠시 예치해 둘까 한다.
그러면 지아니니는 더 많은 대출을 실행해 은행 규모를 키울 수 있을 테니까.
“아, 그런데 말일세.”
“예?”
“내 궁금한 게 하나 있네.”
“물어보십시오.”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 비올라라는 여성 말이야.”
“예? 제 마누라의 막냇동생 말입니까?”
“그래.”
사실 안 물어보려고 했는데, 원래 이 몸의 원주인인 이강의 영향 때문인지 지아니니만 보면 궁금해 미치겠다.
“이쁜가?”
“예?”
“이쁘냐고 물었네.”
첫 만남 때 네가 이쁘다며.
그때는 차마 이자와 동업자가 될지 판단이 안 섰기에, 못 물어봤는데 말이다.
이젠 아니기에, 나는 결국 지아니니에게 비올라의 존재를 물었다.
“하하하. 왕자님께서도 결국 남자시군요.”
그럼 남자지.
내가 여자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가 무슨 말을 하나 기다렸다.
그러자, 지아니니가 손가락을 튕겼다.
“이쁘죠. 아주 절세의 미인입니다.”
“흠······ 그래?”
나의 반응에 지아니니가 살짝 나를 떠보았다.
“소개해 드릴까요? 비올라도 기꺼이 좋아할 텐데 말입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적거렸다.
“글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 한번 생각해 보겠네. 나는 운명론자여서.”
“아, 예······ 그러시군요.”
그때, 갑자기 지아니니가 고개를 돌리곤 큰소리로 외쳤다.
“어? 저기 마침, 비올라가 있네요. 비올라! 비올라!”
지아니니의 행동에 나 역시 고개가 돌아갔다.
잔뜩 기대한 표정을 지었는데, 부두에는 여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하하하. 뻥입니다요. 뻥.”
아, 지아니니 새끼.
이걸 콱!
“얼굴 빨개지셨습니다. 하하하.”
동업자고 뭐고, 딱 한 대만 때리고 싶다.
진심으로.
< 대지진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