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52)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52화(252/392)
< 워싱턴 개소식 (2) >
“업무 때문에 많이 바쁠 텐데······ 이리 참석해 주어서 정말이지 고맙네.”
미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며 나는 평소 자주 하던 인사말을 내뱉었다.
“아이고, 이 왕자님. 왜 이러십니까? 왕자님과 제가, 보통 관계도 아니고. 당연히 와야 할 자리에 방문했을 뿐입니다.”
내 앞에 서 있는.
얼굴이 동글동글한 남성은 몸을 비비 꼬아 대며 내 인사에 화답했다.
이에 나는 너스레를 떨었다.
“당연히 와야 하는 자리라니. 자네는 미합중국의 상무부 장관일세. 내게 빚을 진 것도 없는데, 그런 소리 하지 말게나. 남들이 들으면 오해라도 할까 두렵군.”
“매번 만날 때마다 말씀드리지만, 백악관과 아무런 연줄도 없었던 제가 어찌 상무부 장관 자리에 오를 수 있었겠습니까?”
내 앞에 있는 남자의 정체는 바로 ‘허버트 후버’였다.
원 역사에서는 하딩과 쿨리지에 이어 미국의 제31대 대통령이 되는 인물.
“모두 다 이 왕자님의 추천 덕분이었습니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입니다.”
후버는 계속해서 나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는 원 역사보다도 8년이나 더 빠르게 상무부 장관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진짜로 내 도움 덕분에.
‘미국은 깨끗할 것 같지만, 미국의 정치인들 또한 정치인이니까.’
선거가 끝나면 그간의 공을 계산하여 공신들에게 콩고물들을 분배한다.
대통령 다음 자리인 부통령 자리를 내 사람인 파디가 앉은 상황.
하지만 이로 퉁치기에는 내 공이 너무나도 컸다.
그래서 휴즈는 내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원하는 자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국무부나 육·해군 쪽은 이미 자리가 있고, 그다음으로 알짜인 상무부를 선택했지.’
이 혜택을 받은 이가 바로 후버다.
이전부터 한반도와 만주 쪽에서 광산 탐사를 하며 나와 인연을 이어 왔기도 하고.
후버는 성공한 기업가로서 대중에 유명했기에.
나와 휴즈, 모두의 의견이 반영되어 후버가 상무부 장관 자리 감투를 쟁취하게 된 거다.
후버는 이 은혜를 잊지 않고, 내가 워싱턴에 찾아오기만 하면 내게 얼굴을 들이밀며 감사 인사를 매번 해 댔다.
“언제까지 내 손을 꽉 쥐어 잡고 있을 텐가? 그만 자리에 앉게나.”
내 두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은 후버의 손을 살짝 뿌리치며.
나는 내 몸을 슬그머니 뒤로 내뺐다.
이에 후버는 싱글벙글 웃는 표정을 계속 지으며 내가 권한 대로 소파에 앉았다.
“요즘도 가끔 휴즈와 전화 통화를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자네 칭찬을 해서. 내 귀가 아파서 전화를 일찍 끊곤 하네.”
“그, 그렇습니까?”
“그래. 성공한 기업가 출신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일을 아주 기가 막히게 잘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극찬을 해 대네.”
칭찬은 본디 받기만 하면 안 된다.
한쪽에 치우친 듯한 관계는 무릇 오래가지 않거든.
주거니 받거니 하며.
우리의 좋은 관계가 계속되길 도모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요새 국내외 문제 때문에 골치가 많을 텐데, 어떤가? 할 만한가?”
어느 정치인이 그렇듯, 후버 또한 높은 자리에 앉게 되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중이다.
밝은 표정 뒤에 감춰진, 그의 눈 밑에 그득해진 눈그늘을 보며 내가 이를 위로했다.
이에 후버가 머리를 긁적이며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댔다.
“뭐 초반에는 조금 빡빡했지만, 전쟁특수 때문에 한숨 돌리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경기가 좋아지며 국내 문제 또한 조금씩 풀려 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모든 문제는 돈에서부터 시작된다.
연방정부의 재정이 넉넉해지고 미국인들의 지갑이 두둑해지니.
툭 하면 일어나던 파업이나 시위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문제는 저기- 저 밖에 있지요.”
“그렇지.”
후버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그의 시선을 따라서 나 또한 고개를 비스듬히 돌렸는데.
후버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아주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중 제일 골칫거리는 멕시코입니다.”
후버가 바라봤던 것은 세계지도였다.
그는 미국 바로 아래 있는 나라를 노려보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 댔다.
“그래. 그놈들은 참으로 골칫덩어리들이지.”
많은 이들은 후버가 유럽에서 일어난 세계대전 때문에 걱정하리라 생각하지만.
사실 미국인들은 유럽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무제한 잠수함 작전이 원 역사 때처럼 시행된 것도 아니고.
협상국, 동맹국.
너나 할 것 없이 미국 제품을 사려고 한다.
문젯거리가 아니고 오히려 아직은 좋은 상황.
진짜는 이웃 나라 멕시코에 있었다.
캐나다와 함께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이웃.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부르는 이곳이 지금 매우 시끄러웠기에.
대통령, 국무장관, 육군장관은 물론이고 상무장관인 후버까지 이 문제에 집중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하긴, 그러고 보면······ 지난 정권에 이어 이번 내각 또한 멕시코 문제 때문에 매일 같이 밤을 지새우고 있긴 하네.”
“예. 왕자님께서는 진즉 멕시코 쪽에 투자했던 자산들을 모조리 회수하셨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뉴욕의 자본가들은 현재 어마어마한 자산을 멕시코 쪽에 투자한 상황이다.
멕시코에 존재하는 전체 산업기반 시설 중 절반 이상이 미국인 소유이니까.
말 다 했지.
‘부동산 또한 어마어마하지.’
전체에 1/4에 달하는 땅이 멕시코 인이 아닌 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그것도 황무지가 아닌 알짜배기 중 알짜배기로.
가치가 있는 중심지 상업지나 주거 용지의 절반 이상은 미국인이 전부 보유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우에르타가 실각한 것이 독이 되었습니다.”
우에르타는 쿠데타를 통해 집권했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널리 퍼트리길 원하는 국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국가에 독재 정권이 들어선다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다.
그렇기에.
다른 나라들은 우에르타를 멕시코의 수반으로 인정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보수주의 독재자는 다른 여타 멕시코의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미국 자본가들의 재산을 지켜 줬다.
기존 기득권을 수호하는 과정에서 미국인들의 재산 또한 지켰던 것.
하지만 우에르타의 빈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는 후보자들은 달랐다.
외국 자본에 멕시코의 모든 부가 넘어간 상황.
배를 쫄쫄 굶은 멕시코인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다.
바로 변화.
토지개혁부터 외국인 투자금지까지.
뉴욕의 자본가들이 기겁할 만한 정책들을, 멕시코의 정치인들은 공약이라고 내놓았는데.
국경 근처에서 깔짝이는 판초 비야나 수도인 멕시코 시티를 장악한 카란사 역시도 이런 이들 중 하나였다.
그랬기에 후버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 대는 중이었다.
“뭐, 그렇긴 한데. 멕시코 문제도 문제지만, 요새 자네의 칼퇴근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는 따로 있지 않던가?”
“아······.”
“저기, 태평양 너머에서 하나 터진 것으로 아네만.”
“그 문제를 말씀하시는 것이로군요.”
“그래.”
나는 이 문제에 관해 이해관계 당사자기다.
그래서일까?
후버는 조심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신중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왕자님께서 늘 강조하셨던 일본의 야욕이 서서히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 일본이 끝끝내 21개조 요구를 위안스카이 그놈에게 얻어 낸 것을 보면 그렇지.”
21세기에도 그렇지만.
20세기 초 역시 중원은 세계 제일의 시장이었다.
인구수만 해도 4억에서 5억 정도 되니까.
이 정도 인구수를 자랑하는 다른 국가는 오직 인도뿐인데.
인도는 이미 영국이 차지한 상황이다.
그에 반해 중국은 주인 없이 모두가 사용하는 공용제 취급을 받던 나라다.
그런 중원 대륙에 지금 일본이 떡 하니 제 것이라고 침을 퉤퉤 발라 놓고 있으니.
이 당시.
중원 대륙에 엄청나게 물자를 수출했던 미국으로서는 불쾌할 수밖에.
“이는 우리 미국의 이권을 심각하게 침탈하는 행위이기에, 휴즈 대통령께 강력하게 건의 중입니다.”
건의만 해서는 안 되지.
더 강하게 나가야 하지 않겠어?
그런 눈빛을 하며 후버를 바라보자, 그가 살짝 난색을 보였다.
“일본이 막 나가고 있긴 하나, 국무장관도 그렇고 대통령께서도 너무 나가는 것은 부담스러워하십니다.”
그놈의 고립주의가 뭔지.
일본과 갈등을 겪게 되면, 최악의 경우 전쟁까지 고려해야 한다.
고립주의를 맹신하는 미국인들로서는 이것만큼은 피하고 싶을 터.
‘더욱이······.’
십 년 전, 맺었던 가쓰라 태프트 밀약 때문이라도 미국은 일본과 격렬하게 갈등을 겪고 싶어 하지 않았다.
기껏 동아시아 쪽에 미국의 영향력 짬짜미로 정리해 두었는데.
일본과 갈등을 겪게 되면 이 모든 것이 휴지 조각이 되니까.
“휴즈는 필리핀의 자치권 확대 문제를 어찌 생각하고 있던가?”
미국을 일본과 싸움 붙이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필리핀 문제를 슬쩍 거론했다.
“식민지 경영보다는 중국처럼 미국에 우호적인 지도자를 앉히고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 더 비용적인 면에서는 절감되네.”
식민지 경영은 초기에 의외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해당국을 수탈하기 위해서는 철도며, 도로며, 해안시설이며 각종 인프라를 깔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나, 제국주의 국가 행렬에 뛰어든 국가.
그 말은 즉 미국의 필리핀 경영은 지금까지 막대한 적자만을 남겼다.
“그 정책이 선대 때부터 내려온 먼로주의와도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하네만.”
더욱이 미국이 필리핀에 매달리는 것은 예로부터 내려온 먼로주의 외교관과는 대척되는 사항이다.
물론.
이 시대 제국주의 사상이 미국에도 만연하게 퍼져 있지만.
후버처럼.
실용주의적 사상을 가진 자 또한 적진 않았기에.
나는 그를 상무부 장관 자리에 추천하며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도록 유도했다.
“저 또한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내각의 일원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으니, 그게 제일 문제지요.”
실 역사에도 윌슨 행정부는 필리핀 독립문제에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휴즈 행정부는 윌슨과 달리 공화당 정부이긴 했지만.
휴즈는 루스벨트와는 달리 제국주의적 성향이 많이 약한 지도자였기에, 그 역시 윌슨처럼 필리핀에 좀 더 강한 자치권을 부여하는 데 별로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자네의 역할이라 생각하네.”
내가 왜 너를 상무부 장관 자리에 앉혔는데?
나는 상무부의 정의를 나열하며 그가 그리 주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후버를 이해시켰다.
“상무부가 무엇인가? 미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미래 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하는 부서이네.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기술증진은 물론이고, 국제무역 정책 쪽 또한 자네가 고안하게 되어 있네.”
“······.”
“그러니, 자네는 자네의 비전을 믿고 옳은 길을 걷게. 뭐, 들이박다가 경질당한다면 걱정하지 말게나. 자네 노후 정도는 내가 챙겨줄 수 있으니까.”
후버는 그런 내 말을 듣고 살짝 피식거렸다.
“저 또한 벌어 놓은 돈이 많습니다. 굳이 왕자님께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언제 물질적으로 자네를 지원해 준다고 했는가?”
“그럼 무엇을 지원해 주시려고요?”
나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다음 말을 내뱉었다.
“자네 말이야. 상무장관 자리는 언제쯤 관둘 생각인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후버는 지금껏 휴즈 내각의 일원으로 잘 활동하고 있다.
만약 휴즈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앞으로 5년은 더 상무장관 자리를 수행할 수 있었기에.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내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눈알을 굴려댔다.
“언제까지고 휴즈 내각의 일원으로 머무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긴 합니다만······.”
“상무부 장관직도 좋지만, 연방 상원 의원직도 매력적이지 않겠나?”
“상원 의원직이요?”
“그래. 여기서 멈출 것은 아니니까. 내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네.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
후버는 눈을 동글하게 뜨며 잠시 입을 꾹 다물었다.
“더 높은 곳이라면······.”
그 후 내게 이리 물었다.
‘이놈. 교활한 것 보소.’
정치인에게 높은 곳이라면 어디겠어.
내가 굳이 단어까지 말해 주면서 확답을 해 줘야 하는가?
“사내로 태어났다면, 최고의 자리에는 올라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끝까지 백악관이라는 말은 차마 하지 않았다.
무릇.
직접 이야기를 꺼내는 것보다는 후버가 스스로 그 단어를 연상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했으니까.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후버를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 그런가? 내 말이 틀렸어?”
< 워싱턴 개소식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