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5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53화(253/392)
< 두 번째 겨울 (1) >
“자네도 와 주었군.”
합성협회 워싱턴 개소식에는 허버트 후버 말고도 수많은 귀빈이 방문했다.
원 역사에서 허버트 후버와 한판 붙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또한 이 자리에 참석했다.
“와 줘서 정말이지 고맙네. 아! 내, 자네에게 한 가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말이야.”
“무엇입니까?”
뉴욕시 상원의원으로 정치인 인생을 시작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수많은 정치인이 그렇듯, 그 역시도 현재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었다.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지, 아니면 지금 이대로에 만족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나는 루스벨트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하며 그의 꽉 막힌 속을 뻥 뚫어 주었다.
“제게 오십만 달러를 후원해 주신다고요?”
“그래. 더 필요하면 말하게나. 내 아낌없이 지원할 테니.”
“가, 감사합니다. 이 왕자님.”
이로써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16년 뉴욕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하려는 마음을 굳혔다.
나는 한결 얼굴이 밝아진 루스벨트를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그의 미래를 먼저 그려 보았다.
‘뉴욕은 공화당의 성지이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결국 당선될 거다.’
왜냐고?
그야 이름빨이 있으니까.
퇴임한 대통령이기에 서서히 그 영향력이 줄고 있으나, 미국인들은 아직도 전임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그리워한다.
프랭클린과 시어도어는 10촌이 넘어가는, 거의 남남 관계라고 볼 수 있지만.
어찌 되었든 둘은 성이 같다.
더욱이 완전히 데면데면한 사이도 아니고 아주 가끔 왕래도 하는 사이기에.
당적은 다르지만, 프랭클린은 시어도어의 낙숫물을 적절하게 받아먹을 것이다.
‘기존 뉴욕의 상원의원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천적인 모건 파벌이다. 당이 달라도 시어도어가 결국 프랭클린을 알게 모르게 지원할 수밖에 없지.’
게다가, 나의 전폭적인 후원까지 더해진다면?
프랭클린은 날개를 단 호랑이처럼 훨훨 날아오를 거다.
‘원 역사에서는 윌슨 내각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지만.’
이번 역사에서는 의회 활동을 통해서 정치경력을 조금씩 쌓게 될 터.
‘저 둘만 잡는다면······.’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질 때까지 미국의 대통령은 내 손에 있는 것과 다름없으리라.
휴즈와 후버 사이.
원 역사에도 허수아비 대통령이라고 소문이 난 얼굴마담 하딩을 배치한다면.
그야말로 향후 30년은 미국의 대통령이 내 영향력 아래 있는 것과 다름없게 될 것이다.
‘워싱턴 쪽은 대충 정리되었고.’
그다음은 뉴욕이다.
별들의 기수라고 부를 수 있는 1911년 웨스트포인트 육군 사관학교 생도들이 졸업할 때니까.
나는 개소식을 마무리하자마자 빠르게 짐을 싸기 시작했다.
* * *
“축하하네.”
오랜만에 돌아온 뉴욕 별채에서 나는 한 사내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내 그날은 바빠서 차마 자네를 챙기지 못했네.”
별채 안 액자에는 최근에 인화한 사진 하나가 존재했다.
『1915년 5월. 웨스트포인트에서』
인상이 제법 험악한 생도들 수십 명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힐긋 보며,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황기환을 향해 물었다.
“그래.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뒤에는 어디로 배속된다던가?”
“일단은 국경 근방 쪽으로 배치될 것 같습니다.”
“그래?”
“예. 퍼싱 장군께서 저를 콕 지목하셨다고 하셔서, 그쪽으로 부임할 것 같습니다.”
“퍼싱이라······.”
최근에 퍼싱이 내게 편지 하나를 보냈었다.
이전에.
퍼싱과 대화를 나눈 후, 헤어질 때.
이별 선물로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간이 소화기를 하나 건넸었는데 말이다.
‘그때 내가 건넨 소화기 덕분에, 연초에 일어난 화재 사건에서 그의 가족들이 무사히 살아남았다던데.’
그 뒤, 몇 번이고 감사 편지가 왔었다.
이번에 황기환을 그의 부대로 데리고 온 것 또한 그 일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퍼싱이라는 인물은 복수 또한 쉬이 잊지 않지만, 은혜 역시도 쉬이 잊지 않으니까.
나는 그 일을 상기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군.”
“예?”
이에 황기환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는 나와 퍼싱 사이에 일어났던 일을 모르니까.
저리 행동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퍼싱 장군이······ 사람 얼굴색 가지고 장난질하는 인물은 아니니까. 자네만 잘한다면, 만사가 형통하게 잘 풀릴 테니. 잘해 보게나.”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는 황기환에게, 나는 조그마한 선물 하나를 건넸다.
“아, 돌아갈 때는······ 이걸 타고 가게나.”
황기환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물었다.
“이건, 뭡니까? 의왕 전하.”
“졸업 축하 선물이네.”
“졸업 선물이요?”
“그래.”
마당에 세워진 자동차 하나를 가리키며 나는 피식 웃었다.
이에 황기환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반 발자국 뒤로 뒷걸음질 쳤다.
“너무 과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과하긴······ 이 넓은 미국 땅을 돌아다니려면, 맨발로는 힘드네. 거절하지 말고 받게나. 아! 여기, 이곳으로 연락하면 차후 자네가 배속될 부대로 우리 회사에서 생산한 차를 이송해 줄 것일세.”
“전하.”
배송회사 명함을 받은 황기환이 살짝 감동한 표정을 지어 대며 나를 쓱 쳐다보았다.
이에 나는 황기환의 부담스러운 눈길을 피하며 뒷짐을 지었다.
“자네가 길을 잘 터 줘야, 자네의 후배들도 그 길을 따라서 쭉쭉 뻗어 나갈 수 있게 될 것일세. 공짜로 주는 것은 아니니 너무 희희낙락 좋아하지 말게나.”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방금 했던 말에 이어 다음 말을 덧붙였다.
“아나폴리스에서 막 졸업한 신 생도에게도 같은 선물을 주었네. 아! 자네. 긴장해야 할 거야. 신 생도가 성적은 그저 그래도, 정치적인 수완 하나만큼은 자네보다도 더 좋아 보이니까.”
여자나 노름, 술 같은 것은 멀리하고 훨훨 날아오르라고.
빠르게 성장하여 2차 세계대전쯤에는 쓸 만한 칼이 되었으면 한다.
“신성모 생도처럼 아부하라는 것은 아니네. 자네는 꿋꿋이 제 실력만 보여 주면 될 것이네.”
“명심하겠습니다.”
“부디, 오늘날의 초심을 잃지 말게나.”
나는 피식 웃으며 마지막으로 황기환과 악수하였다.
이후, 황기환은 뉴욕 별채를 빠르게 떠났다.
‘그나저나······.’
퍼싱의 부대로 배속된다는 건.
그 미치광이 전차광이 있는 곳에 배치된다는 건데.
그놈에게 나쁜 물은 들지 않겠지?
살짝 걱정 어린 시선으로 돌아가는 황기환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 * *
1915년, 뜨거웠던 여름도 이젠 안녕이다.
9월이 되자마자 워싱턴의 아침 온도는 귀신같이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평년보다도 더 떨어진 느낌
9월 날씨가 이런 것을 보면, 이번 겨울은 정말이지 매서울 것 같다.
‘물론 선거철이 돌아왔기에, 워싱턴에 기거하는 많은 정치인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낼 테지만.’
한발 비켜 있는 나로서는 겨울나기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왕자님. 음식은 마음에 드십니까?”
“놀랍도록 맛이 있네. 내 입맛에 딱 맞은 것 같군.”
“그렇습니까?”
“집으로 돌아갈 때, 레시피를 하나 얻어가고 싶을 정도로네.”
“아! 제가 제인에게 그 비결을 좀 적어 달라고 할까요?”
“그래 주면 나야 좋지.”
나는 현재 프랑스 대사인 다프네와 함께 식사하는 중이었다.
“아! 이 왕자님. 혹시 그 소식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
워싱턴에 있는 유럽의 대사들은 이번 겨울이 작년보다도 더욱더 매서울 것이라고 익히 잘 알고 있다.
날씨도 날씨지만, 보급품이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여 일어나는 배고픔은 그야말로 최악이니까.
더욱이 유럽의 병사들은 차디찬 참호 안에서 발이 썩어 가는 참호병을 앓으며 배고픔까지 견뎌야 하기에 죽을 맛일 테다.
그랬기에 각국의 대사들은 미국에서 한 푼이라도 더 전쟁채권을 판 후, 그 돈으로 보급품을 실어서 제 조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려면, 뉴욕의 자본가들에게 현재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내 눈치를 보아야 했다.
다프네 역시 내가 거절하는데도 요즘 들어 계속하여 나에게 엉기며 프랑스의 전쟁채권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구애 중이었다.
“위안스카이가 의회를 해산하고, 자기 스스로 자신을 황제라 칭했다 합니다.”
대놓고 전쟁채권을 사달라고 하기에는 염치없는 짓.
그렇기에 다프네는 최근에 돌아가고 있는 국제정세부터 말하며 내게 슬슬 운을 띄우고 있었다.
“아, 그거······.”
익히 잘 알고 있던 사실이었기에, 나는 놀라는 표정 없이 다프네 대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예전부터 내 누누이 경고해 오지 않았던가? 그 머저리. 언젠가는 사고를 칠 것이라고.”
“그 사고가 이번 일이었군요. 그나저나 놀랍습니다. 이 왕자님.”
다프네는 내게 열심히 아부해 대며 내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왕자님의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저 또한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리 딱 맞추실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한쪽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뭐, 예정된 수순이었네.”
“예정된 수순이요?”
“그래. 위안스카이가 21개조 요구를 승인하지 않았던가? 국내외의 엄청난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지.”
다프네 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했다.
“그랬죠.”
“중원의 고위층들은 사실 자신의 체면을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시한다네. 나라가 멸망할 위기에 처했어도 그놈의 체면 때문에 지도자로서 내려야 할 명령을 쉬이 못 하는 경우가 많지. 위안스카이는 전형적인 체면 중시형 인재네. 그런 위안스카이가 일본의 무모한 요구를 모두 수락했네. 이유가 뭐겠나?”
다프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내 말을 맞받아쳤다.
“필시 21개조를 수용한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씀이로군요.”
“그래. 이 모든 것을 덮고 갈만한 메리트가 있어야······ 잠깐의 굴욕을 감수할 테니까.”
“그게, 황제 자리 즉위고요.”
“그래. 일본과 사전에 교감을 나눴을 것일세.”
“중원의 이권을 일부 양보하며 자신의 황제 즉위 지지를 교환했다는 것입니까?”
“그렇지. 자칫, 안팎에서 소란이 일어나면 단번에 몰락할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통제하기 쉬운 외부 변수부터 차단할 생각이었나 보지.”
다프네는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 말은 즉, 새로이 건국한 중화제국은······ 일본과 더욱더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는 뜻이로군요.”
“그래. 그리된다는 것은 프랑스가 점점 더 중원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게 된다는 말로 달리 표현할 수 있다네.”
“세계대전 이후에도 말입니까?”
“그렇지.”
나는 피식 웃으며 다프네의 불안감을 한껏 더 증폭시켰다.
“두 나라가 손을 잡는 한은 그 틈을 파고들긴 쉽지 않으니까.”
“······.”
“예전의 중국이 아니네. 현 중화제국 정부는 북양군벌을 제 발밑에 두고 수족처럼 부리고 있네.”
일본 역시 근대화에 성공하며 강력한 지상군과 해군을 보유하고 있고.
둘이 서로 짜고.
서양 세력을 배척한다면 쉬이 대응하기 어려울 거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서양 열강의 말이 전혀 먹혀들 여지가 없다는 말이지.
“······.”
“······.”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다프네 대사로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현실화하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일본군의 유럽 파병은 아직인가?”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다프네의 머릿속을 다시 한번 헤집어 보고자 다른 골치 아픈 주제를 하나 더 끄집어냈다.
“설마하니 아직도 답변을 안 하는 것은 아니겠지?”
“······.”
“전쟁이 개시된 지 벌써 1년이나 지나지 않았던가? 아직도 감감무소식인가?”
다프네가 고개를 조심스레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예. 일본 정부의 내부 사정이 꽤 복잡한가 봅니다.”
“복잡하기는. 그래서 그 치들이 칭다오 출병은 그리 단번에 통과시켰는가?”
“······.”
“무언가 꿍꿍이가 있으니까, 이리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이겠지. 딱 봐도 모르겠는가?”
나의 답변에 다시금 다프네가 입을 꾹 다문다.
이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거 너무 내 말만 했군.”
나는 식탁에 있는 포도주로 입을 한번 헹군 후, 다프네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런 이야기나 하자고 날 부른 것은 아닐 테고. 다른 이야기나 하세나. 자네 오늘, 날 보자고 한 연유가 무엇인가?”
본론을 꺼내자, 다프네가 속에 있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저희 프랑스의 국채 말입니다.”
“저번에 추가로 발행한 전쟁채권 말인가?”
“예. 생각보다 판매가 부진해서 말입니다.”
다프네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간다.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처지기에, 그런 것으로 보였다.
“왕자님께서 좀 도와주셨으면 해서 이리 따로 만나자 했습니다.”
“나는······ 내 소유 은행사의 경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네.”
“그래도······ 저희 쪽 채권을 운영진들에게 언급하며 슬쩍 언질은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흠.”
나는 잠시 고민하며 다프네를 슬쩍 바라보았다.
“내 신념을 꺾으라는 소리인데······.”
피식 웃으며 다프네를 바라보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또한 이득 보는 바가 있어야겠지?”
“그, 그렇죠.”
“자네, 그리고 프랑스는 내게 무엇을 해 줄 수가 있는가?”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이전에 겪었던 겨울과는 차원이 다른, 매섭고 배고픈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따뜻하고 양지바른 곳에서 배고픈 거지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세력은 미국 자본가들 뿐.
모건은 로스차일드 남작과 손을 잡으며 영국채권을 미국에 팔기에 바쁘다.
뉴욕의 양대 자본가 측 중 남은 세력은 오직 나와 록펠러 세력뿐이다.
프랑스 국채를 파는 데 도움을 준다면, 역으로 프랑스는 무엇을 내게 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다프네가 눈알을 굴리며 조심스럽게 한 가지를 내게 제안했다.
< 두 번째 겨울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