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257)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257화(257/392)
< 폭설 (2) >
이강은 현재 고종이 세운 제국 익문사를 완전히 제 것으로 인수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기존 조직을 빠른 속도로 확장 중이기도 했다.
한·중·일.
주로 동아시아 삼국에만 머무르던 정보요원들을 대거 구미 서구 열강으로 파견하는 것도 모자라서.
루마니아나 그리스 같은 유럽의 소국들까지 파견 지역을 확대한 것만 보아도, 이강이 얼마나 정보 조직을 유럽 각국에 뿌려 대는지 잘 알 수 있다.
“아직은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예. 그렇다고 합니다.”
이는 대외 환경이 급박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루마니아는 최근에 독일의 주요 원유 수입지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의 생명줄 같은 원유 생산 시설을 점검하며.
동시에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루마니아가 어느 한쪽에 붙을 것을 대비하기 위해, 이강은 제 사람을 루마니아에 파견해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기존에 파견하지 않던 이탈리아나 그리스도 곧 세계대전에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돌고 있기에, 신규 요원들을 보냈다.
아직은 양 진영이 비등하게 싸우고 있어서 그런지, 추가적인 전장 합류는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예전부터 그랬듯, 한쪽으로 저울이 기울면 중립을 표방하던 세력 또한 이기고 있는 진영으로 합류하기에.
이강은 유럽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나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 * *
“올 사람들은 다 온 것 같군.”
이 시대.
이강같이 정보 조직을 거대하게 운용하는 개인은 없었다.
다만 국가 차원으로 한 단계 올라가면 한 나라가, 이강과 익문사와 비빌 정도로 거대한 첩보 조직을 보유하고 있긴 했다.
그 정체는 모두가 예상하는 그 나라.
맞다.
영국이었다.
“슬슬 회의를 시작해 볼까나?”
중앙 상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창문 쪽을 바라보며 그리 외쳤다.
올해 들어 유난히 많이 내리는 눈.
지긋지긋한 눈보라 때문에, 회의에 참석해야 할 중요 인물이 대거 불참했다.
그렇기에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회의장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남자는 다시금 건물 안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 시작하기에 앞서서 내 한 가지 좋은 소식을 자네들에게 전하고 싶네.”
“뭡니까?”
“다우닝가에서 사람을 보내왔다네.”
“총리께서요?”
“그래. 내년에 배정될 예산을 내게 먼저 슬쩍 알려 주셨지.”
영국의 정보 조직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국내를 담당하는 보안국 MI5.
그리고 국외를 담당하는 비밀정보국 MI6.
흔히 제임스 본드, 007 요원으로 불리는 캐릭터는 바로 MI6에 속하는 요원이다.
방금 대화를 주도했던 인물은 MI6.
비밀정보국의 국장이었던 맨스필드 스미스-커밍이었다.
“다행히도 우리 기관의 예산은 대폭 증액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더군.”
“오오!”
“2할 이상 감액될 수도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아서 걱정했는데······.”
“정말이지 다행입니다. 덕분에 더 활기차게 적과 동맹을 조사할 수 있겠군요.”
영국 또한 자본주의 국가다.
직장인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보상은 바로 연봉 인상.
하지만 나라가 어렵기에.
이는 요원할 것이라고 다들 예상했다.
하지만 영국의 현 총리는 비밀정보국 예산을 대거 증액해 줬다.
“석 달 전, 군부 내에 있던 독일 측 스파이들을 대거 솎아 낸 것이 이번 예산 증액에 지대하게 영향을 미친 모양이네.”
스미스 국장이 지난날 일어났던 한 사건을 거론했다.
이에 요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스미스 국장의 주장에 동의했다.
“하긴······ 아직 전쟁 중이니까요. 저희가 활약할 여지가 많기에, 다우닝가도 섣불리 지원을 줄일 수는 없었나 보군요.”
“더욱이 최근에는 아일랜드 문제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격려하는 차원에서 다우닝가가 사람까지 보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푼돈 아끼려다가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으니까요.”
요원들은 계속하여 지하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일랜드 독립 세력에 관하여 스미스 국장에게 알고 있는 정보들을 풀어놓았다.
“옆 기관인 보안국에서는 그 문제 때문에 철야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내년 부활절에 더블린에서 커다란 시위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풍문이 있던데 말입니다.”
영국의 두 정보기관은 설립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체계가 생각 외로 딱딱 잡혀 있었다.
더욱이 두 기관 간의 인적교류도 활발했는데.
스미스는 사흘 전 보안정보국장인 켈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켈 국장도 그리 주장하더군. 켈이 말하기로 그 배후에 독일이 있다던데 말이야.”
“예. 일단 파악된 것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세력의 개입 또한 계속하여 추적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
스미스 국장은 비릿한 표정을 지어대며 세계 전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대서양 건너에 자리한 그들의 옛 식민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넉 달 전에 상당량의 자금이 미국에서 지하조직 쪽으로 흘러갔었지, 아마?”
“예. 빌어먹을 로저 그 자식이, 미국에 있는 아일랜드 커뮤니티를 들쑤시며 계속해서 반군 운영 자금을 모으고 있으니까요.”
“더불어 미국의 여론 또한 은연중에 조종하고 있답니다. 최근 아국에 불리한 기사가 쏟아진 것도 다 그놈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였지만.
다양한 민족이 대거 이주한 다인종 국가다.
그중 독일계, 아일랜드계 이주민들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모국과 유대감이 별로 없었던 독일계 이주민들과는 달리,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은 서로 똘똘 뭉쳐 대는 경향이 강했다.
당연하게도 대서양 건너의 자신의 모국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졌는데.
이 덕분에 이들은 영국의 가장 위험한 안티 세력으로 성장 중이었다.
“그래. 그자를 제거하든 약점을 잡아서 협박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놈을 압박해야 할 것이네. 다들 명심하게나.”
“예. 별거 아니라고 놔두었다가는 그놈이 연합왕국에서 아일랜드를 꿀꺽 삼킬 수도 있으니까.”
아일랜드인들이 들었으면 ‘쯧쯧’ 하고 혀를 차며, 기막혀했겠지만.
이 시기 영국인들은 브리튼 섬은 물론이고 아일랜드 섬 또한 자국의 본토라고 여겼다.
그렇기에 자국의 이름을 부를 때, 짧게는 연합왕국.
길게는 그레이트브리튼&아일랜드 연합왕국이라 불렀다.
“뭐, 아일랜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른 소식들은 어찌 되어 가는가?”
스미스 국장의 매와 같은 눈빛에 정보요원들은 다들 입을 꾹 다물며 서로 눈치 보기 시작했다.
입수한 정보들이 죄다 영국에게 불리했던 정보였기에, 다들 벙어리를 자처한 거다.
“알렉스.”
“예?”
“자네부터 보고하게나.”
러시아 쪽을 담당하고 있던 알렉스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러시아는 현재 최악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얼마나 개판이길래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인가?”
퉁명스러운 스미스 국장의 질문에 알렉스가 빠르게 답했다.
“상상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자칫 제정이 붕괴할 수도 있을 만큼, 러시아 내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습니다.”
* * *
“흠······.”
스미스 국장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두 줄 생겨났다.
알렉스의 주장대로 그가 보고했던 내용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내 식량 상황이 이리 안 좋다고?”
“예. 나쁜 일은 한 번에 몰려오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
본디 나쁜 일은 줄줄이 소시지처럼 연속으로 터지기 마련이다.
“전쟁이 발발하고, 가용할 수 있는 노동력이 줄어서 식량 생산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더불어 부실해진 영양 상태 때문에 돌림병이 발생하여 노동력이 더더욱 줄고 있고요. 러시아의 상황이 딱 그렇답니다.”
거기에.
유럽도 그렇지만, 미국 동부에 폭설이 내리기 시작하며 물류가 완전히 마비되어 버렸다.
진즉 도착했어야 할.
밀과 옥수수가 가득한 화물선들이 아직도 미국 각 항구에서 떠나질 못하는 것을 보면 상황은 심각했다.
“더하여······.”
“더하여?”
“독일이 풀어 준 반동분자가 하나 러시아 전역을 들쑤시고 있답니다.”
스미스 국장이 제 얼굴에 마른세수하며 사진으로만 보았던 한 인물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 그 빨갱이 새끼?”
“예.”
“빌어먹을······.”
정신 나간 카이저가 민간인들에게 독가스도 살포하더니.
이제는 전 유럽에 공산주의를 퍼트릴 생각인지, 반체제 인물을 그것도 가장 위험한 장소로 보내 버렸다.
스미스는 속으로 빌헬름을 백만 번 욕하며 혼잣말하듯 주억거렸다.
“독일도 그리 안전하진 않을 텐데 말이야.”
“그만큼 급했다는 것이겠지요. 아, 최근에 독일에 파견 중인 현장 요원으로부터 한 가지 정보를 보고받았습니다.”
알렉스는 자신이 입수한 몇몇 독일 측 인물의 사진을 스미스에게 건넸다.
스미스는 한 장, 한 장.
사진들을 넘기며 역겨운 독일 측 인사들 얼굴을 그의 머릿속에 담아 두기 시작했다.
“독일 왕궁 내에 심어 둔 스파이로부터, 카이저와 레닌의 비밀회담 관련 대화록을 빼내 올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이번에 입수한 대화록.
그 안에 있는 내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깜짝 놀랄 만한 중요 기록이었다.
“레닌, 이 자식. 정신이 나갔군.”
스미스 국장이 혀를 차며 레닌을 힐난했다.
“제정을 무너트리고 공산주의를 기반으로 한 신정부를 세운다면, 제국 내에 있는 소수 민족들에 독립 여부를 묻겠다? 이거, 급하니까······ 아무 말이나 막 싸질러 대는군.”
스미스의 성난 반응에, 이를 지켜보고 있던 폴 부국장 또한 화를 벌컥 내며 미래를 예측했다.
“힘을 되찾게 된다면, 강제적으로 다시금 병합하여서 한 울타리 안에 가두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겠지. 하지만······ 적어도 수년은, 신생 국가들이 독일의 영향력 아래에서 신정부 기반을 닦을 것이네.”
“그 말은 즉, 동유럽 전체가 독일의 반식민지가 된다는 것이군요.”
“그렇지. 붉은 혁명이 성공한다면, 그리될 수 있겠지.”
레닌은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공산혁명은 인류가 문명을 이룩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현 정부의 강력한 적인 독일제국과 손을 잡지 않는 이상은 내부에 암세포처럼 자리한 기득권들을 몰아낼 수 없다고 생각하여.
레닌은 굴욕적인 카이저의 제안을 모두 수용했다.
물론 폴이 예상한 대로.
내전에서 승리한 후 다시금 힘을 되찾는다면.
독립했던 신생국들을 병합할 예정이지만, 이 역시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었기에.
영국으로서는 레닌의 밀약이 정말이지 아니꼬웠다.
“아니. 그보다······ 여기서 일본이 왜 나오는 거지? 일본에 북사할린을 반환한다니. 이건 또 왜 여기에 삽입되어 있어?”
“그건······.”
알렉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에 회의에 참석한 요원들이 각자 자신의 추측을 쏟아 냈다.
“예상에는 레닌과 접촉할 때, 일본 측 인사가 개입하지 않았을까요?”
“일본이?”
“그럴 리가요. 황화론 맹신자인 카이저가 어찌 일본과 손을 잡는단 말입니까?”
“맞습니다. 아! 카이저가 우리와 일본을 이간질하려고 이런 조항을 삽입한 것이 아닐까요?”
방금 말했던 마크 요원의 의견이 정답이었다.
빌헬름은 일본과 영국을 이간질하려고 이런 조항까지 삽입했으니까.
“국장님.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더 그럴듯합니다.”
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그러다가 제3의 의견이 튀어나왔다.
“아님,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 왕자의 농간일 수도 있습니다.”
“이 왕자? 그 이강이라는 사내를 말하는 것인가?”
“예.”
스미스 국장은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어 대며 제3의 가설에 대해 평가했다.
“그 가설이 맞는다면 이강은 정말이지 간이 큰 놈일세.”
“예?”
“지난해 초, 레닌의 러시아행을 교차 확인했던 적이 있지 않았나?”
“그렇죠.”
“그때 이 왕자 측에서도 사람을 보내어, 이를 우리 영국에 경고했다네.”
“이 왕자가요?”
“그래.”
스미스 국장은 그때 숨은 비화를 다른 요원들에게 공개하며 의견을 물었다.
“지난 청문회 때 공산주의자로 몰려서 그런지, 아니면 왕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공산주의 자체를 혐오하는 모양일세.”
“그래서 이 왕자가 해당 정보를 우리에게 알렸다는 뜻입니까?”
“그렇지. 알다시피 이 왕자는 협상국과 동맹국, 양측에 무기를 팔아먹고 있으니까. 독일과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이 왕자 측 인물이 해당 정보를 귀동냥이라도 한 모양일세.”
스미스 국장은 계속하여 지난날 기억을 상기했다.
“아무튼, 이때 입수했던 정보를 우리에게 바로 경고했다네. 우리 측 요원이 해당 사실을 입수하고 이틀 후에 말이지. 교차 검증한 덕분에, 레닌의 러시아행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았었는가?”
이에 많은 요원이 국장의 주장에 동의하기 시작했다.
“그렇네요.”
“하긴. 생각해보면 이 왕자가 카이저에게 레닌 석방을 제안할 이유가 전혀 떠오르지 않네요.”
“맞습니다. 미주 지역은 물론이고 본국에 있는 그의 사람들에게도 공산주의는 독버섯과도 같은 사상이라 평소 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바로 이강이었습니다.”
“러시아가 무너진다고 해도 이득 볼 것이 없는데······ 어찌 이강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조항을 넣었겠습니까?”
“넣었으면 북만주나 몽골 쪽을 삽입했을 것입니다. 혹은 새로 생길 신정부가 대한제국 외교권 회복을 지지한다는 문구나 삽입했겠죠.”
“아니면 음습하게 자신이 개입했다는 것을 들키지 않게끔, 아무 조항도 삽입하지 않고요.”
하여튼······.
마음에 안 든다.
스미스 국장은 빌헬름의 간악한 행동에 혀를 차다가 이내 다음 말을 내뱉었다.
“아, 말이 나온 김에······ 이강 쪽 조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가? 듣자 하니 다우닝가에서 이강 쪽에 조만간 사람을 파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네.”
“이 왕자에게요?”
“그래. 총리께서 이 왕자의 상세 정보를 원하는 것 같아서······ 내 조만간 관저에 들를 때 이를 전해드릴 생각이네. 그때까지 마무리할 수는 있겠지?”
< 폭설 (2) > 끝